위대한 서문
버크.베카리아.니체 외 27인 지음, 장정일 엮음 / 열림원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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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지금은 절판된 독서일기’, 물론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으로 이어지는 분위기이기는 하지만요. 그래도 독서일기로 작가 장정일을 처음 알게 되어서, 저에게는 독서가로 더 강하게 인식되어 있는 거 같아요. 그의 독서력과 필력에 대한 저의 신뢰덕분인지, 그가 다양한 분야의 책에서 뽑아낸 서문집 <위대한 서문>이 더욱 반갑게 느껴지더군요.

사실 저는 서문을 유심히 읽는 편이 아닌데요. 그래서 서문에 대한 기억이 그렇게 많지는 않아요. 곰곰이 생각해보니, 어떤 책이었는지도 명확하지 않지만, ‘, 아직도 서문이었다니라는 생각을 했던 기억 한 조각 겨우 떠오르네요.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다채로운 서문의 세계에 흠뻑 빠져들게 되었네요. 생각해보면 제가 읽은 책도 몇 권 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죠. 서문만 이렇게 따라 모아서 보니 그 느낌이 다르고, 읽고 싶은 책도 정말 많아지더군요.

아무래도 이 책을 통해 서문이 갖고 있는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았기 때문입니다. 장정일은 책의 제목을 압축파일’, 그리고 서문을 그 압축파일을 풀 수 있는 암호로 비유하는데, 참 적절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서문을 여러 번 봐야 하는 이유 역시 설명하고 있어요. ‘저자의 욕망이 고스란히 투영된것이 바로 서문이라는 것이죠. 그래서 본문과 서문 사이에 간극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해요. 만약 그 차이가 크다면, 작가는 그 방향으로 더 나아가려고 노력할 것이라는 뜻이 된다고 합니다.

예를 하나 들자면,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네 형제들>의 서문에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어떠한 책이라도 끝까지 읽어보겠다는 세심한 독자들에게 조차 나는 소설의 첫 장면에서 책을 내던질 수 있는 가장 적당한 구실을 그들에게 제공해준 셈이다라는 글이죠. 심지어 머리말이 불필요하다는 데전적으로 동의하면서까지 쓴 서문이기도 합니다. 문득 처음 이 책을 읽었던 학창시절이 떠오르네요. 정말 인내와 끈기로, 말 그대로 글씨를 읽는 행위 그 자체였는데요. 문득 그 때의 저는 나름 세심하고 성실한 태도를 갖고 있었던 거 같아서 칭찬을 해주고 싶어지네요. 그리고 초심으로 돌아가고 싶기도 하고, 그의 서문에 제대로 응답해 보기 위해서라도, 다시 한 번 카라마조프네 형제들을 꺼내 들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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