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조림의 탄생 - 알고도 먹고, 모르고도 먹는 저장음식
게리 앨런 지음, 문수민 옮김 / 재승출판 / 2017년 11월
평점 :
절판


물론 제철 음식이 보약이라는 말이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끼니마다 때에 맞는 제철음식만을 먹을 수 없는 것이 자연의 섭리이기도 하지요. 그래서 인류는 아주 오래 전부터 음식을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왔어요. 음식을 저장할 수 있다는 것은 인류사에 큰 자양분이 되었는데요. 바로 떠오르는 것이 세계 최대의 제국을 건설한 징기스칸을 가능하게 했던 육포이기도 하네요. 그리고 저장식품 하면 일반적으로 떠오르는 통조림 역시, 프랑스의 전쟁식량으로 고안한 것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하니 말이죠. 그리고 앤디워홀의 캠벨 수프 캔 연작으로 현대를 대표하는 물건 중에 하나가 될 수 있었죠.

‘CAN IT!’이라는 원서제목부터 유쾌하게 느껴졌던 <통조림의 탄생>은 제가 기대한 것과는 조금은 달랐던 거 같아요. 통조림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나아가서 미래까지 살펴볼 수 있지 않을까 했었거든요. 하지만 원서에 달린 부제 ‘The Perils and Pleasures of Preserving Foods’대로, 저장식품의 빛과 그림자를 살펴볼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음식을 보존하는 방식을 과거와 현재로 나누어서 살펴볼 수 있고요. 보존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 예를 들자면 세균에 대한 것까지 광범위하게 다루고 있어요. 그 과정에서 아직까지는 누리고 싶은 무지의 보호막이 깨지는 순간도 꽤 있었답니다. 특히 제가 너무 좋아하는 치즈에 대해서는 차마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겠네요.

그 중에 제일 재미있게 읽은 부분은 5장이었는데요. 지리적 그리고 시대적 상황이 만들어내는 식습관의 차이를 살펴볼 수 있었거든요. 아무래도 김치하면 빨갛게 잘 익은 배추김치를 떠올리곤 하는데요. 하지만 한국에 고춧가루가 들어온 것은 임진왜란 이후이고, 배추는 그 이후에 들어왔다고 하죠. 이와 비슷하게 한국의 김장문화와 비슷하게 파스타 소스를 만드는 문화가 있다고 알려져 있는 이탈리아에 토마토가 알려진 것은 신대륙 발견 이후라고 하네요. 하지만 책에 언급된 것처럼 고추가 전래되기 전의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의 요리가 어떤 모습인지 상상하기 어려운 것처럼, 토마토가 전래되기 전에 이탈리아 그리고 유럽의 음식 역시 상당히 다른 형태가 아닐까 합니다.

또한 사람들은 이동할 수 있지만, 식품의 원재료는 그렇지 못하다 보니, 생기는 에피소드도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올리브가 있었는데, 올리브 나무가 잘 자라지 않는 지역에서 이를 대체하기 위해 노력하는 상황도 있었어요. 어쩌면 이런 부분들도 식품 보존 기술을 높이는 주요한 원인이 되었겠지요. 그리고 이러한 욕구가 보존법의 발전을 촉진하고 있을 거 같기도 하고요. 재미있는 부분들도 많았고, 조금은 난해한 부분도 많았고, 한편으로는 여기까지 알고 싶지 않았던 부분도 많았던 책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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