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llbilly Elegy: A Memoir of a Family and Culture in Crisis (Hardcover)
J. D. Vance / HarperCollins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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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빌리의 노래, Hillbilly Elegy>, 힐빌리라는 단어가 많이 들려오던 때가 2016년 미국 대선 때였습니다. 트럼프를 힐빌리들의 마약이라고까지 이야기하던 기사도 있었거든요. 그때 받았던 느낌은 애팔래치아 산맥 출신의 백인들, 쇠락한 미국의 제조업의 그림자에 갇혀 사회적, 경제적 기반이 무너진 지역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느낌을 받았던 기억도 나네요.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이 더욱 인상적이었단. Elegy하면 그냥 노래가 아니라 애가哀歌가 떠오르기도 하기 때문이죠.

책을 읽다보면, 얼마 전에 읽었던 <라이프 프로젝트>가 떠오릅니다. 영국에서 이루어졌던, 인간의 성장에 대한 최장, 그리고 최대 규모의 종횡단 연구 결과를 들려주던 책입니다. 아무리 타고난 재능이 있더라도, 단순히 노동계급출신이라는 이유로 아이들이 얼마나 쉽게 중산층의 아이들에게 추월당하던지, 심지어 실패할 운명을 타고난 아이들이라는 표현까지 나왔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 것을 해결하기 위해 사회가 어떻게 제도를 만들어야 하는지를 연구하는 것이었지만, 일단 초기 결과가 정말 놀라웠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배경을 극복하기 위한 인간의 의지로 불우한 환경으로부터의 탈출도 가능함을 보여주기도 했었는데, 이 책의 주인공 J.D. 반스가 그러한 인물이네요.

그는 자신의 살아온 시간을 포장하지 않습니다. 담백하지만 사실적으로 그렇게 우리에게 힐빌리들에게 주어진 태생적 한계와 거기에서 오는 슬픔을 들려줍니다. 절대적인 가난에 끊임없이 잠식되고, 부모의 폭력과 마약과 같은 환경에 필터없이 노출되는 어린 아이들에게 미래는 어떻게 보일까요? 자신을 힘들게 하는 어른들의 모습이 자신들이 걸어가야 할 미래에 대한 스포일러처럼 느껴지지 않을까 합니다. 그 것은 희망보다는 절망에 가까운 그림이겠지요. 그래도 다행히 반스에게는 외가쪽 식구들이 있었습니다. 물론 그의 어머니에게 좋은 환경을 물려줄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교육열이 있었던 외조부모의 보호 그리고 이모 그리고 스승이 그에게는 큰 위로와 힘이 되었는데요. 그렇게 대학을 가고 군대를 다녀오고, 결국 예일대학교 로스쿨을 졸업하고 아메리칸 드림이라고 할 수 있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데요. 여전히 그의 마음에서는 힐빌리의 노래가 허밍처럼 퍼져나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우리는 보통 반짝반짝 빛나는 그들의 외면을 보게 되지, 그 내면이나 그들이 걸어온 길까지는 알 수가 없잖아요. 이 책은 빌 게이츠의 ‘2017년 여름 독서 목록에 선정되기도 했는데요. 처음에는 좀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는데, 책을 읽다보니 그가 왜 이 책을 추천했는지 알 거 같더군요. 미국이라는 거대한 나라가 갖고 있는 거대한 불평등을 들여다 볼 수 있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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