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형제 세트 - 전2권
위화 지음, 최용만 옮김 / 푸른숲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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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화라는 작가에게 쏟아지는 찬사 중에 저는 세계가 중국을 들여다보는 창이라는 표현을 참 좋아했어요. 그의 대표작 <허삼관 매혈기>를 통해 1960년대의 중국을 살펴볼 수 있었다면, <형제>를 통해서는 70년대의 문화대혁명을 시작으로 말 그대로 격동의 현대 중국사를 만날 수 있었거든요. 정말이지 펜 하나로 중국이라는 세상을 그려내는 솜씨가 참 대단하죠. 거기다 독자를 웃고 울리는 말 그대로 인간미가 넘치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작가라, 서문에서 그가 밝혔던 거대한 간극을 그렇게 풀어갈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롭더군요. 1부와 2부에서 극명하게 드러나는 그 간극은 얼핏 아주 낯설게 느껴지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우리의 역사와도 닮은 모습이 많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한국 근현대사를 담아낸 조정래 작가의 대하소설 3부작을 읽었을 때의 느낌이 언뜻 떠올랐기 때문이죠.

1부는 농민이 주도가 된 공산주의 혁명을 꿈꾸었던 마오쩌둥 주석의 시대이지요. 그 시대에 부유한 지주는 말 그대로 주적이었고, 아버지가 지주였던 교사 송범평에게는 고난의 시절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에게는 성이 다른 두 아들이 있었는데요. 조금은 부정적인 의미로 그 아비에 그 자식이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게 하는 이광두와 긍정적인 의미로 그 말을 붙이고 싶은 송강입니다. 이광두의 친부는 친엄마 이란에게 한과 치욕만을 주던 남자였지만, 송범평은 그녀에게 사랑과 존엄을 알게 해준 남자이지요. 인민재판에 넘겨진 상황에서도 부인과 아들에게 여전히 사랑하는 남편이자 존경하는 아버지인 남자이기도 했습니다. 저에게는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두 형제보다도 인상적인 인물이었어요. 그런 아버지의 사랑의 울타리 속에서 성장한 형제가 서로를 지극히 위할 수 밖에 없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부인과의 약속을 지키려던 송범평의 죽음과, 그와의 사랑을 영원히 마음에 간직한 이란의 죽음으로 1부가 끝나고 한동안 2부로 넘어가지 못했던 거 같습니다.

2부는 문화대혁명이 끝나고 개혁 개방의 물결이 중국대륙에 넘실거리는 시절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어린시절부터 사업가 기질이 있었다고 할까요? 위기조차 기회로 만들어내던 이광두는 결국 엄청난 부를 쌓게 됩니다. 하지만 찬란한 빛 뒤에는 그림자가 있다고 하죠. 송광은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기까지 당하면서 결국 쇠락이 길을 걷게 됩니다. 물론 그에게는 류진의 미인으로 손꼽히던 임홍이 있었지만, 그녀는 사랑만으로 행복할 수 없는 여자였죠. 그리고 그녀의 존재는 형제간의 갈등의 씨앗이 되고 맙니다. 솔직히 2부는 읽으면 읽을수록 답답해지는 느낌이 들더군요. 형제간의 인연이 끊게 만들기도 하고, 다시 이어지게 만들기도 한 팜므파탈이라고 쓰고 극혐이라고 읽고 싶어지는 여인 임홍, 거기다 너무나 당당한 사기꾼의 존재까지 말이죠. 그렇게 짜증을 가득 담은 채로도 책장을 계속 넘기게 하는 것 역시 작가의 힘인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죠. 하지만 결말이 얼마나 마음에 들던지요. 정말 이거 하나 보려고 달려온 느낌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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