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마지막 그림 - 화가들이 남긴 최후의 걸작으로 읽는 명화 인문학
나카노 교코 지음, 이지수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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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작품이 대표작이 되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예술가가 인생 말기에 이르러 어떤 심경의 변화를 겪는지 관찰하는 일은 참으로 중요하다. 그림이란 화가의 삶의 방식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화가들이 남긴 최후의 걸작으로 읽는 명화 인문화’, <내 생애 마지막 그림>의 작가 나카노 교코의 말처럼 나부터 화가의 대표작을 우선 살펴보게 된다. 사실 화가가 남기는 그림이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자신의 삶과 그 시대상을 응축시켜놓은 것이 아닌가? 그래서 가장 화려했던 시절을 살펴보는 것도 좋지만, 이 책을 통해 유럽 미술의 황금기를 이끈 15인의 화가가 남긴 마지막 작품을 살펴보는 것도 정말 흥미로운 일이라는 것일 깨닫게 되었다.

화가 중에 유일하게 반다이크 수염Vandyke beard’이라는 표현을 남긴 안토니 반다이크, 막상 수록되어 있는 화가의 자화상에는 그 수염이 보이지 않아 검색을 해보았는데, ‘반다이크 칼라Vandyke collar’라는 표현도 눈에 들어왔다. 영국초상화의 스타일을 확립시켰다는 평을 듣는 화가답게, 자신만의 시그니쳐 스타일을 갖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는 담대하고 화려한 작품 세계를 구축한 루벤스와 협조하는 공방을 운영할 정도로, 실력이 있었지만 그 시대에는 루벤스를 뛰어넘는 것이 힘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가 남긴 '오란예 공 빌럼 2세와 영국 찰스 1세의 딸 헨리에타 메리 스튜어트 공주'라는 작품에서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해서 살포시 겹쳐지듯 손을 잡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은 그에게 유례없는 자질 덕분에 다른 모든 것을 용서받아야 할 존대다라는 찬사를 남겼던 프랑스의 작가 외젠 프로망탱의 말이 떠오른다. 반다이크가 남긴 마지막 작품에서 만날 수 있는 섬세함과 우아함은 정말 유례없는 자질임에 분명해 보인다.

반다이크와 대조적인 화풍을 보였던 루벤스, 그는 뛰어낸 재능과 작위를 가졌던 인물이었다. 하지만 그가 재혼을 하면서 남겼던 편지, “붓을 들고 있는 모습을 보아도 부끄러워하지 않을 여성에 대한 언급을 보면, 신분사회의 굴레에서 상처받았던 그의 모습이 보인다. 그래서일까? 그의 마지막 작품인 댐이 있는 풍경은 그가 그동안 그렸던 그림과는 정말 대조적으로 보였다. 하지만 그가 정말로 살고 싶었던, 휴식 같은 공간을 그려낸 것이 아닐까 했다.

그리고 고야가 말년에 검정 콩테로 남긴 일종의 자화상인 나는 아직 배우고 있다가 있다. 그가 갖고 있는 수많은 강점 중에 하나인 긴 수명으로 만들어진 작품이기도 하다. 마흔 여섯에 청력을 잃고도 더욱 날카로운 눈으로 세상을 화폭에 담아냈던 그가 남긴 마지막 작품에서 내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형형한 눈빛이다. 그리고 양손에 지팡이를 짚지 않으면 걷지 못하는 상황일지언정, 그 지팡이를 쥐고 있는 옹골진 손가락이 눈에 들어왔다. 자신의 일생을 하나의 작품으로 승화시킨 듯 하여, 눈을 떼기 힘들었다. 만약 내가 단 하나의 그림을 소유할 수 있다면 말이다, 그런 상상을 하면 늘 떠오르는 그림이 있었는데, 막강한 경쟁작이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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