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쉬의 작은 꽃들 - 라쉬 공동체의 진실한 이야기
크리스텔라 부저 지음, 박준양.조재선 옮김 / 가톨릭대학교출판부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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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저는 장애인과 함께 시간을 보낸 기억이 거의 없는 거 같아요. 그래서인지 장애인에 관한 책을 꽤 챙겨보게 되네요. 잘 알지 못하지만, 아주 조금이라도 알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을 늘 하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라쉬의 작은 꽃들>을 읽으면서, 어쩌면 제가 장애인과의 접점이 작은 이유가 바로 그들이 비장애인과 많이 분리되어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장 바니에는 1964년 대규모 시설에 수용되어 있던 두 사람의 장애인 라파엘과 필립과 함께 라쉬 공동체를 만들었는데요. 시설이 아닌 마을에 작은 집에서 함께 모여 살아가는 이 공동체는 전 세계로 뻗어나갔는데요. 장애를 갖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사회에서 배제되지 않고 어울려 살 수 있다는 것, 생각만 해도 참 따듯하고 좋다는 생각이 듭니다.

책에서는 다양한 나라의 라쉬공동체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 중에 미국의 라쉬 공동체의 이야기가 기억나요. 세 분의 신부님과 함께 살아가는 프레드는 교황 바오로 1세가 세상을 떠났다는 뉴스를 보고는, 우리가 아는 사람 중에도 가톨릭 신자가 있냐며 위로를 전하고 싶다는 말을 합니다. 번역가 중에 한 분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고 하는데요. 자신과 함께하는 사람이 자신을 보살피는 사제라는 것보다, 자신의 가족처럼 생각하는 느낌이 들어서 기억에 남더군요. 또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랑이 필요하다고 것을 이해하고 있는 그 마음도 따듯했고요. 충분히 세상에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실천하고 함께 나누며 살아갈 수 있는 사람들인데 왜 모두가 어울려 살아가지 못하는 것인지 궁금하기도 해요.

물론 그들이 갖고 있는 신실한 마음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도 많았어요. 복합적인 장애로 임종을 앞둔 때에도 자신과 함께한 사람들이 자신을 사랑하고, 하느님이 자신을 사랑한다면 괜찮다고 말할 수 있는 그 마음을 제가 짐작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고요. 자신의 병을 낫게 해달라고 예수님께 기도를 들이는 것보다 예수님께서 나를 사랑해주시는 것만으로 이미 충분하다고 말할 수 있는 그 마음의 평화 말이죠. 저는 종교를 따로 갖고 있지는 않지만, 이런 이야기를 읽을 때면 부럽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마음에 어둠이 걷히고 더 없이 밝은 햇빛으로 가득한 느낌이 들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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