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이 있기에 꽃은 핀다 - 단 한 번뿐인 오늘을 살고 있는 당신에게
아오야마 슌도 지음, 정혜주 옮김 / 샘터사 / 2018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자기와/도자기가/부딪치게 되면/바로 깨져버리지요./어느 쪽이/ 유연하다면/괜찮습니다./유연한 마음을/가집시다. (91p)

태양은/날이 밝기를 기다려/떠오르지 않는다. 태양이 뜨기 때문에/날이 밝는 것이다. (149p)

나이가 듦에 따라 갖고 싶은 것이 바뀌고 손에 넣었다고 해서 취하고 흥분하며, 잃어버렸다고 침울해지면서 삶을 마감합니다. (163p)

다섯 살에 불교에 입문하여, 2009년 조동종의 승계 대교사에 비구니로 첫 취임을 할 정도로 존경받고 있는 여성 승려 아오야마 슌도의 <진흙이 있기에 꽃은 핀다> 연꽃을 구경할 때면, 이중지련泥中之蓮이라는 말을 떠올리곤 하죠. 진흙 속에서 자라도 그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아름답게 피어나니까요.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그 것이 사람의 삶과 참 닮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네요. 물론 인생의 슬픔과 고통 그리고 어려움을 자양분으로 삼아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날 수 있을지는 자신이 없지만 말입니다. ^^;; 항상 제가 갖고 있는 한없는 물욕을 부담스러워하고 걱정하지만, 아직까지는 나에게는 부러운 마음이 없다며 산뜻하게 답할 수 있는 자신감이 없거든요.

그래서 책을 읽으며 유령에 대한 이야기가 제 마음에 오래 남았는지도 모르겠네요. 일본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귀신 역시 머리를 풀어 내린 여성의 모습으로 나타나죠. 맛토의 혼세이지에 전해지는 많은 보물이 공개될 때, 문법회도 열린다고 해요. 그때 전시된 시다 유테이라는 사람이 그린 유령그림을 보며, 주지스님이 유령의 특징에 대해 설명을 해주었다고 해요. 과거에 얽매이고, 미래를 걱정하느라 여념이 없고, 현재에 존재하지 못하는 그 모습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그녀는 바로 나 자신과 닮아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하는데, 저 역시 그 말씀을 들으며 비슷한 생각을 했던 거 같아요. 제대로 현실에 다리를 딛고 서지 못한 모습이 특히 그러하다고 할까요? 하다 못해 점심을 먹으면서도, 저녁에 뭐 먹을지를 고민하니 말입니다.

죽음을 생각하며 살면 생명에 대한 가치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고 하죠. 저도 병원에 있을 때면 그런 생각을 정말 많이 했던 거 같아요. 그래서 조금은 아이러니한 말이지만, ‘암에 걸린 덕분에삶의 아름다움과 기쁨을 섬세하게 느낄 수 있었다던 스즈키 아야코의 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물론 병원에서 나오면 금새 잊게 되는 것이 문제이지만 말이죠. 그래서 이 책이 필요한지도 모르겠습니다. 자꾸 까먹어도, 계속 일깨워주기 위해 노력하는 분의 말씀이 담긴 책이니 말이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