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서 숲을 보다 - 리처드 포티의 생태 관찰 기록
리처드 포티 지음, 조은영 옮김 / 소소의책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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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년간 삼엽충을 연구해온 고생물학자인 리처드 포티는 런던 자연사박물관을 은퇴하고, 오천평 규모의 숲을 갖게 되는데요. 그 곳에서 살아있는 동물과 식물을 함께 시간을 보내며 쓴 책이 바로 <나무에서 숲을 보다>입니다.

4월에서 시작하여 다음해 3월에 끝나는 일년의 탐구일기는 단순히 숲에서 멈추지 않고 인문학적인 시선을 더해 다양한 방향으로 뻗어 나가는데요. 그 중에 12월에 대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아요. 8월에 그가 숲은 사람들의 다양한 필요를 충족시키는 다양한 미덕을 갖추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거든요. 처음에는 그게 지극히 인간의 시점에서 보는 것이 아닌가 했는데, 만약 그러지 않았다면 과연 숲이 우리 곁에 남아 있을 수 있었을까라는 의문을 갖게 되는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한때는 물푸레나무가 장작으로 좋다며 이름을 알 수 없는 이에게 헌정시까지 받았던 시절도 있었지만요. 땔감에 대한 수요가 곤두박질치게 되자, 나무들은 거목으로 자라게 될 기회를 얻게 됩니다. 하지만 만약 그 상태였다면, 수익성이 없다는 이유로 숲은 사라졌겠지요. 다행히 목공예와 가구가 유행을 하면서 숲에 자리잡은 거목들은 다시 그 가치를 인정받게 된 이야기를 읽으며, 제 생각을 고쳐먹을 수 있기도 했습니다.

관찰일기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바로 6월이었는데요. 바로 영국에서 가장 희귀한 식물로 알려져 있는 유령란이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유령란에 대한 역사까지 있을 정도였는데, 유령란은 생존에 필요한 필수 단백질과 당분을 제조하는 엽록소가 없다고 해요. 그래서 식물로서 존재하는 것이 힘들어서, 너도밤나무 그늘에서 그 뿌리에 의지하여 살아가더군요. 사진이 수록되어 있어서 봤는데, 유령란이라고 불리는 이유를 알 거 같더군요. 밤이 아니라도 만약 빛을 향해 나무들이 쭉쭉 뻗어 나가는 8월의 숲에서 보게 되면, 정말 유령처럼 보일 수도 있을 거 같았어요. 이렇게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는 숲이기에, 폭풍이 몰아치면 마치 도미노처럼 나무가 쓰러질 수 밖에 없기도 하지요. 하지만 이를 통해 오랫동안 묻혀 있는 종자들이 발아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니, 정말 숲이 갖고 있는 생명력은 위대함 그 자체인 거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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