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걷는 시간 - 소설가 김별아, 시간의 길을 거슬러 걷다
김별아 지음 / 해냄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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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백운호수에 가는 길에 인덕원을 지나게 되었는데요. 안양에서 오래 살아오신 이모께서 인덕원이 조선시대에 내시들이 모여 살던 곳이라고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그 이야기를 듣고 보니, 그저 현대식 건물이 빼곡한 그 곳이 조금 다르게 느껴져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기억이 나요. 나중에 찾아보니 내시들이 동네에 좋은 일을 많이 하여서 인덕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하라고요.

이처럼 그냥 일상속의 풍경처럼 느껴지는 곳이 간직한 이야기를 알면 다르게 보일 때가 많은데요. 미실의 작가 김별아의 <도시를 걷는 시간>도 서울을 다시 보게 해주는 그런 책이었습니다. 600여년의 시간 동안 수도의 위치를 지켜온 서울에는 과거와 현재가 끊임없이 교차하고 있었는데요. 하지만 막상 지금의 서울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 것을 잘 알지 못하죠. 저 역시 서울에서 태어나 대학원까지 서울에서 다녔지만, 저는 서울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고 있는 거 같지는 않다는 생각을 자꾸 하게 되요. 그래서 이런 책들을 보면 참 반갑게 느껴집니다.

김별아는 조선시대의 표석을 중심으로 서울을 만나는데요. 월간 전원생활 19개월간 연재했다고 하더니 정말 다양한 곳들을 찾아다녔더라고요. 그 곳에서 과거의 풍경을 그려보는 과정도 참 흥미로웠고요. 단종을 폐위시킨 세조는 그의 부인 정순왕후 송씨도 폐서인을 시키고 부부를 강제로 이별시켰는데요. 아무래도 조카의 왕위를 찬탈하고 결국 죽음에까지 이르게 한 세조이기에 거기에 이야기들이 많이 전해지게 된 거 같아요. 정순왕후 송씨와 관련된 표석과 그녀가 말년을 보낸 정업사까지, 거기에 전해져오는 이야기는 참 가슴아픈 것이었습니다. 최고 존엄의 신분에서 끌려 내려와야 질곡의 세월을 견뎌야 했던 그녀의 마음, 사실 저도 짐작하기는 쉽지 않았는데요. 세조는 나중에 정신적인 압박감에 의해서 착란증세까지 보였다고 하던데, 그녀 역시 그 사실을 알았겠지요. 그녀의 이야기를 다룬 책들이 몇 권 소개되던데, 왠지 궁금해집니다.  

또한 표식을 굳이 찾지 않아도 그 마을의 이야기를 간직한 장소가 있어서 기억에 남는 염창동입니다. 조선시대 소금을 저장한 소금창고 터가 있던 곳인데요. 그 곳을 가서 표식을 찾아보았던 작가는 소금카페에서 소금커피를 먹게 되는데요. 소금이 서해안의 것이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말이죠. 서울을 만나는 또 다른 방법을 알게 될 거 같아서 관심이 갔던 책인데, 거기에 작가의 상상력과 내공이 빛나는 많은 이야기를 더해주어서 더욱 좋았던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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