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8월말 -9월 초까지 여러 권을 또(!) 샀다.

기존에 보관함에 두었던 책들 몇권(『노동자가 원하는 것』, 『아이들 파는 나라』)을 샀고..

동네서점에 갔다가 다락방님이 사서 읽어보라는 것에 혹해서(?) 『탈코르셋 선언』과 사인본이 있어서 얼른 집어들었던 『오직 한 사람의 차지』 두 권을 사고 왔다. 



# 2

9월 선정도서인 『시몬 베유의 나의 투쟁』을 추석기간에 걸려서 아직 못사는 바람에 도서관에 검색해보니 딱! 대출이 안된 채 책장에 있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추석기간부터 사기 전 조금씩 읽어볼까 하고 빌리는 와중에 혹시... 『나, 시몬 베유』도? 있을까 했는데 역시 있었고  얼른 이렇게 두권을 빌려왔다. 그리고 상태가 최상인 것으로 보아 사람들이 많이 안빌린것 같다. 『나, 시몬 베유』는 출판된지도 최근이고 청구기호에 맞게 꽃혀있는 것이 아니라 엉뚱한 곳에 꽃혀 있었던 것으로 보아 내가 처음이지 않을까 싶다. 

٩(ˊᗜˋ*)و

지금 읽고 있는『시녀이야기』와 함께 읽으려고 『허랜드』도 도서관에서 찾았는데 의외로 책 비치도 안 되어있더라. 

추석끝나고 사야지.



자...그건그렇고..이렇게 또 샀으니... 추석기간 동안 좀 읽어야겠지?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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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9-09-13 06: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부지런한 열독이 가능하시다면 마구마구
열독하시는 해피 추석 되시길요~~!!

블랙겟타 2019-09-13 09:42   좋아요 0 | URL
네 감사합니다.
단발머리님도 짧지만 즐거운 추석 연휴 보내세요~( •◡-)✧˖° ♡
 


최근에 영화의 전당에서 이 영화『이타미준의 바다』를 보고왔다.

주말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이 와서 놀랬다. 이타미 준이 누구인지도 모른채 보고 온건데 한국 건축계에서는 꽤 유명한 사람이라고 하더라. 그는 재일한국인(우리는 쉽게 이렇게 말하지만 생각보다 조심스럽게 말해야한다고 한다. 분단이 되기전 넘어간 사람들이 자신의 뿌리를 한국, 북조선으로 선택했을지  그것도 아닌 조선으로 선택했을지 그의 선택을 존중해줘야지 무조건 한국인으로 보는 것은 실례이자 무례일 수 있기때문이다.)의 건축가로서 제주의 여러 건축들(바람,돌, 물 미술관, 방주교회등)을 설계했다고 한다. 영상미까지 더해 그런지 건축에 대해서 1도 모르는 내가 봐도 독특한 느낌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가 일본 건축계에서의 경계인으로서 어려움을 겪었을 거라고 생각이 들면서도 나는 엉뚱하게도 몆 장면에 눈길이 갔다.

그가 건축가가 된 이후 처음 건축한 것이 가족의 집이었는데 이 영화 초반에 나온 여동생의 인터뷰에서 집지을 때 오빠에게 아무말도 해서는 안된다라고 어머니에게 들었다고 했다. 아니 뭐 자기 집 짓는데 자신의 방은 어떻게 하고싶고 그런 마음들이 있을텐데 오빠에게 아무말도 하지마라라고 했던 그 대목이 괜히 나는 옛날 분들의 남아선호가 보였다. 그리고 이 분은 어릴 때 몸이 약해서 아버지가 아들을 위해 도쿄에서 환경이 좋은 시즈오카로 이사와 자랐다고 했지만 도쿄와 시즈오카는 가까운 곳이 아닌데 나머지 가족일원들도 좋아서 간 것일까? 괜히 의문이 든다.


그리고 그의 제자가 나와 그가 살아계셨을때 현장에선 야쿠자여야한다고 가르침을 받았다는 말이 잠깐 나왔는데 어? 야쿠자가되어야한다는 말이 흥미로운 말이면서도 무슨 의미일까? 라고 생각이 들었지만 진짜 이 부분이 슥 지나가 아직 어떤 의민지 모르겠다. 조심스럽게 유추해보자면 그 이후에 그를 따라 건축가가 된 딸의 인터뷰중 제주도 방주교회를 건축하던 때 골조가 다끝났고 한창 공사가 진행되어가고 있는 와중에도 아버지께서 매일매일 디자인을 바꿔서 여간 힘든게 아니었다고 나오는데 수시로 바뀌어 지시가 내려올때 현장의 분위기는 어땠을까? 그의(어쩌면 천재만이 생각할 수 있는) 건축학적이고 미학적인 고집이 있을 수 있다. 그것이 있으니 유명한 건축가가 되었을수도.. 하지만 야쿠자가 되어야한다는 말이 그렇게 천재라는 이유로 쉽게 포장될 말은 아닌 것 같다. 그의 미학적 고집이 유명한 건축가로 발전시켜주었지만 그 밑에 수많은 현장 혹은 아래 사람들이 희생이 있었기 때문에 나온 것은아닐까? 그는 이것을 알까? 


건축에 대해서 1도 모르기 때문에 무례한 발언일수도 있겠지만 그래서 이 영화의 아쉬운 점이 그에 대해 조금 더 입체적으로 보여주었더라면 100%이해하진 못하더라도 아 이런면은 이럴 수 있구나라고 이해를 해볼텐데 지인들이 나와서 좋은 면만 이야기하고 몇가지 의문이 될만한 내용들은 슥 지나가 버리니 내가 판단할 수 있는 근거들이 없다. 당연히 그를 나쁜사람으로 만들어야했다는 것이 아니라 사람은 누구나 여러면을 가지고 있기때문에 일대기를 그린 영화라면 그를 좀 더 입체적으로 보여줌으로써 그것을 토대로 그 사람 자체를 더 종합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을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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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이라는 책이 한창 인기 있을때 한 팟캐스트방송에서 남성 출연진들이 유일한 여성 출연자에게 물었다. 

"이정도로 대단한 책인가요?"

"에이 현실이랑 달라요. 너무 과장했네. 특수한 경우죠."

이부분을 듣다가 어? 여자들이 다 공감할만한 이야기는 아닌가?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연예인들의 결별 혹은 이혼소식 같은 가쉽성 뉴스를 보다가 어머니가 한마디 거든다.

"저저. 내가 알아봤지. 여우 같더니만, 기가 세니까 그렇지." 등등의 말.

어? 어머니는 어째서 당신이 여자이면서 여자 편을 안들지? 왜 가부장적인 발언를 하실까?

(꼭 여자라서 여자 편을 무조건 들라는 말은 아니고 동성이면 더 감정이입이 더 잘 될거라는 막연한 생각이었다.)


이 책 『여자는 인질이다』를 읽으며 의문이 풀리기 시작했다.

'살아남기위해' 여성들은 남자에게 유대감을 느끼고 남자의 시각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여자는 마녀사냥의 역사는 물론, 세계 다르 곳에서 벌어진 비슷한 선례를 의식하며 살아간다. 남자는 여자를 죽일 수 있으며, 여자를 사회적으로 통제하기 위해 폭력을 쓸 수 있고, 정말 사소한 것마저 여자를 죽이는 근거로 삼을 수 있다는 현실이 우리 의식 깊이 새겨져 있다. 다시 말해 역사적으로 보면 여자가 '죽어도 싼 년'이 되기는 너무도 쉽다.

(p.192~193)


강남역 살인사건을 필두로 최근부터 사회적인 이슈가 된 여성을 상대로 한 사건들은 범행동기가 진짜 '여성'이라는 이유였다. 그리고 이것이 최근에 벌어진 것도 아니다, 늘 있어왔다. 가정의 문제, 혹은 연인의 문제라는 그림자에 숨어버려 제대로 부각조차 되지 못했다. 



이 책은 우리가 대부분이 알고 있을 '스톡홀름 증후군'의 실제 사건인 1973년에 일어난 스톡홀름 인질사건을 통해 보여진 남자의 폭력이 사랑하는 관계에서 생각보다 얼마나 왜곡되어있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내가 나름 친절이라고 여자들에게 베풀었던 것이 '친절'이 아니었음을 오만이었음을 느꼈을땐 머리에 망치를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여자를 보호하려는 행동은 폭력적인 행동과 서로 모순되는 듯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보호와 폭력을 다른 방식으로 바라볼 수도 있다. 남자가 여자를 보호하려 든다는 것은 남자가 여자에게 악의를 품을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어쩌면 테드 번디가 여자를 차 세워둔 곳까지 데려준 건 여자에게 얼마나 절실히 보호가 필요한지 알았기 떄문일 수 있다. 남자가 보호 행동을 하는 기저에는 여자를 대하는 남자들의 저열한 태도와 행동에 느끼는 동질감이 자리 잡고 있을지 모른다. 그렇게 '레이디 퍼스트'와 기사도 정신이 시작되며, 남자가 여자에게 사소한 친절을 베푸는 것도 모두 여기에 뿌리를 두고 있을 수도 있다.

(p. 259)


남자가 여자에게 베푸는 친절이 말 그대로 그저 친절이라면, 다른 남자나 여자가 본인에게 같은 친절을 베풀어도 남자는 기뻐해야 할 것이다. 다른 남자나 여자가 담뱃불을 붙여주거나 의자를 빼서 앉혀주면 기분이 좋을 것이다. 소득, 명예, 권력, 심지어 자시느이 자아까지도 파트너에게 의탁하는 데 불만이 없을 것이다. 밤에 차 세워둔 곳까지 데려다주겠다는 남자나 여자가 있으면 뿌듯하고 자랑스러울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어떤가? "남자가 가장 끔찍하게 생각하는 일은 누가 자신을 여자로 -아니면 여자처럼- 보거나 대하는 일이다."

(p.277)


책을 읽으면서 새로운 현실을 발견했을때 머리 속이 잠시 하얘진다. '지금껏 내가 살아왔던 실제가 그저 한면만 바라봤던거야?' 책을 본 뒤로 겪게되는 현실을 마주할때 두려워지는 것도 사실이다. 앞으로 어떻해야 해야될까? 그냥 무시하고 예전처럼 없었던 일처럼 살면 편한데 라고 생각해본 적도 있다. 내가 잘나서 여성주의 책을 읽는 것은 아니다. 처음에 호기심 반으로 시작했던 이 읽기들이 이제는 별생각없이 누려왔던 '일상'들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뉴스보다가도, 예능을 보다가도, 팟캐스트 방송을 듣다가 글을 읽다가 등등 '어? 이건.. 아닌데?...' 많은 여성들이 실제 공포를 느끼는 현실에서 나는 아직 겨우 그런 사소한(?)불편함을 느끼고 혼잣말하는 정도에 불과하다. 


왜 같은 곳을 살면서 한쪽은 늘 일방적인 두려움을 느끼고 살아야 하는 걸까? 연인관계, 사랑하는 관계에도 동등한 관계가 아니었음을. 이 왜곡된 현실을 직시하는 것부터 출발하자. 생물학적 남성인 내가 성평등을 향한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해 앞으로 어떤 것을 할 수 있을지 여러 책을 읽고, 앞으로도 더 읽으면서 고민해봐야겠다. 



여성학 수업에서 모든 여자가 이런 순간을 겪는다고 설명하면, 남학생들은 못 믿겠다는 반응을 보인다. 여자 학생들을 둘러보며 말도 안 된다는 어투로 정말 이런 경험을 해 본 사람이 있냐고 묻는 남학생이 매년 한 명씩 나온다. 그럼 여자 학생들은 "지금 장난치는 거지?"같은 말로 반응하며 놀란다. 남학생들이 충격을 받는 만큼이나, 여자 학생들도 남자들은 이런 경험을 아예 알지도 못한다는 데에 충격을 받는다. 여자의 삶은 항상 공포가 자리하는데, 남자의 삶은 그렇지 않다는 점을 단적으로 드러내 주는 대화다. 이 지점에서 가부장제 사회가 여자가 아닌 남자로 살아간다는게 무슨 의미인지 극적으로 드러난다. 한 성별에게 큰 공포로 가득한 삶이, 다른 성별에게는 공포가 없는 삶이 당연하게 생각되고 있다.

(p. 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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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9-09-08 11: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블랙겟타님의 이 글을 읽으니, 또 한 번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를 하기를 잘했구나 싶어요. 계속 참여해주고 글 써주셔서 감사해요.
책 읽으면서 하얘지는 경험을 한다 하셨는데, 저는 아프다는 생각을 참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제가 했던 잘못된 생각들과 행동들도 돌아보게 되고요. 이 책은 제가 같이읽기 하면서 가장 충격적인 책이었고 인상깊은 책이었는데, 앞으로 제 삶에 이성애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게 되더라고요.

잘 읽었어요, 블랙겟타님!

블랙겟타 2019-09-08 12:46   좋아요 0 | URL
아직 많이 공부중이죠. 모르기도 모르고 생각할 부분도 많으니깐요.
같이 읽지 않았으면 이런 책 있는 줄도 몰랐죠. (๑•̀ᴗ-)

이성애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볼 시간이 되었어요.
네. 앞으로 읽을 책들도 열심히!

공쟝쟝 2019-09-26 20: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읽으셨군요. 이 책은 읽으면서 진짜 머리 몇 대 맞은 것 같았어요. 사랑은 무엇인가....... 아, 사람은 무엇인가....... 아..... 그런거였나???????? 뭐 이런생각. 그러고 보니 우리 함께 많이 읽어왔네요... 와........ 페미니즘 책읽기하면서 많이 불편해지셧다니 참 잘 하고 계시네요.(응?) ㅋㅋ 저는 불편과 분노의 감정으로 날뛰던 시간은 지났고.... (물론 시시 때때로 자주 자주 불편하고 화나고 아프지만)..... 의존하지 않는 법, 의지하지 않는 법, 스스로를 진짜로 믿어보는 것을 연마중입니다........ 그것이 가부장제뿐만 아니라 그 무엇이든요~ 함께 읽으면서 조금씩 더 변화해가요. ㅎㅎㅎ 좋은 것 같아요 ㅋㅋ 케케

블랙겟타 2019-09-26 21:46   좋아요 1 | URL
음... 이 책을 읽으면서 일반적인 이성연애관계에 대해서도 뭔가 공평하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네요. 충격적으로 다가오기도 했죠.

네! 함께 꽤 많이 읽었죠 ㅎㅎㅎ 사실 약간의 불편함뿐인 제 감정을 어떻게 제 생각으로 녹여낼지는 계속 이런 책들을 읽으면서 고민중이에요.

저도 ‘함께 읽기‘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있어요! 계속 함께 하겠습니다 (V•̀ᴗ-)✰

공쟝쟝 2019-09-26 22:31   좋아요 1 | URL
그쵸 이성애 무엇.. 아니 사랑 무엇? 사랑이라는 감정은 스톡홀롬증후군이란 말인가.....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 - 우리가 놓치는 민주주의 위기 신호
스티븐 레비츠키.대니얼 지블랫 지음, 박세연 옮김 / 어크로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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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한국에서 민주주의란 정치성향을 떠나 대부분 사람들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단어다.

한국의 시민적 저항의 경험은 풍부하다. 현대사를 통해보더라도 권위주의 군사정권을 오래 겪으며 제1의 과제가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었고 실제 이루어내기도 했다. 이렇게 20세기를 겪으며 한국에서는 민주주의 가치를 가장 절대적으로 보는 시민들이 대부분 일 것이다. 나역시도 그랬었고


민주주의가 모든 것을 다 해결해줄 것 같다. 하지만 사실 민주주의 제도는 불완전한 제도다. 이 제도는 생각보다 최선을 선택하기 보다 차선, 차악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민주주의 하에서는 제도만으로 사회가 좋아지지 않는다. 의식적인 노력이 동반되지 않으면 민주주의는 곧 위기를 맞을 수 있다. 그렇다면 왜 대부분의 현대 국가에서 민주주의를 택하는 걸까? 좋은 제도는 아닐지라도 아직까지 이것보다 괜찮은 제도를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는 모든사람이 똑똑하고 선한 사람이 되길 지향하는 것이 아닌 다수의 사람들이 아주 약간 선해지는 것을 지향하는 제도라고 볼 수 있겠다. 결국 민주주의라는 제도는 정치인들이나 정치시민들이 의식적인 노력을 해야만 제대로 작동하는 제도다,


이 책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는 미국 45대 대통령선거에서 전세계가 경악한 아웃사이더인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이 되고 그가 미국인들이 그렇게 자랑스러워하는 미국헌법을 마음껏 주무르며 미국의 민주주의조차 쉽게 무저질 수 있음을 느끼고 현대 민주주의의 붕괴에 대해 하버드대 정치학 교수인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이 쓴 책이다.


기존의 민주주의의 위기라고 하면 쿠데타로 인해 기존 권력을 불법으로 탈취하여 군부독재정권으로 이어지는 것이라면 현대민주주의의 위기는 저자들은 아웃사이더들에 의해 찾아온다고 하였다. 그렇다면 아웃사이더들이 어떻게 중앙정치로, 대통령까지 올라설 수 있었을까?


20세기 전반에 걸쳐 이탈리아의 시나리오는 정황만 달리하여 전세계 다양한 지역에서 반복되었다. 예를 들어 아돌프 히틀러와 브라질의 제툴리우 바르가스, 페루의 알베르토 후지모리,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와 같은 아웃사이더 정치인들 모두 내부로부터, 그리고 선거나 강력한 정치인과의 연합을 통해서 권좌에 올랐다. 각각 사례에서 기존 엘리트 집단은 인기 있는 아웃사이더를 받아들여도 얼마든지 '제어'할 수 있으며, 나중에 자신들이 권력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그들의 예상은 어긋나고 말았다. 그들은 두려움과 야심, 그리고 판단 착오라는 치명적 실수로 파멸의 길로 들어서고 말았다. 그들은 권력의 열쇠를 잠재적 독재자에게 기꺼이 넘겨주었다.

(p. 21)


민주주의는 기본적으로 1인 1표다. 즉, 대중의 인기가 중요하다. 그렇다면 정당은 (아예 외부사람이라도)인기가 좋은 사람을 내세워 선거에 이기면 되는 것 아닌가? 하지만 아웃사이더들의 출현은 그렇게 악마의 유혹에 넘어간 결과로 벌어지는 것이다. 처음엔 정당의 정치 지도자들이 인기있는 아웃사이더를 받아들이더라도 그의 '인기'만을 이용할 뿐이지 충분히 이 정당시스템으로 '그'를 컨트롤 할 수 있어라고 생각하면서 데리고 왔을 것이다. 하지만 이 커다란 오판이 그를 합법적으로 지도자로 만들어주고 결국 정당이 그에게 먹히는 꼴이 나는 경우가 벌어진다. 이 흐름을 우리는 최근에 어디서 보지 않았나? 지금 미국의 상황이 보여주고 있다. 


잠재적 대중선동가는 모든 민주주의 사회에 존재하며, 때로 그들은 대중의 감성을 건드린다. 그러나 어떤 사회에서는 정치 지도자들이 경고신호를 인식하고, 이러한 인물들이 권력의 중앙 무대로 올라서지 못하도록 방어한다. 극단주의자나 선동가가 대중의 인기를 얻었을 떄 기성 정치인들은 힘을 합쳐 그들을 고립시키고 무력화한다. 물론 극단주의자의 호소에 대한 대중의 반응도 중요하지마느, 더 중요한 것은 정치 엘리트 집단, 특히 정당이 사회적 거름망으로서 기능을 할 수 있는가이다. 간단하게 말해서 정당은 민주주의의 문지기gatekeeper인 셈이다.

(p. 29)


그렇다면 이 아웃사이더들을 어떻게 기존에는 막아왔을까? 기존의 극단적이며 민주주의를 위협하려는 자가 출현했을 경우 이 사람을 기존의 정당의 지도부들이 정치적 결단을 통해 배제함으로서 아웃사이더들을 고립시켜왔다는 것이다. 정당이 대중의 인기가 높더라도 게이트키퍼로서 막아왔다고 하였다. 


미국 현대 역사에서 어떤 주요 대선 후보도 헌법적 권리와 민주주의 규범을 무시하겠다는 의지를 공식적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이러한 점에서 트럼프는 미국 대통령제를 설계했던 해밀턴을 비롯한 모든 건국자들이 우려했던 바로 그러한 유형의 인물인 셈이다.

 미국 사회는 이러한 모든 신호를 인식해서 경고등을 울렸어야 했다. 그러나 문지기 기능은 프라이머리 과정에서 작동하지 않았고, 결국 대통령에 적합하지 않은 인물이 주류 정당 후보로 나서게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화당은 어떻게 대처해야 했을까? 1930년대 유럽, 그리고 1960년대와 70년대 남미에서 민주주의가 붕괴했던 역사의 교훈을 다시 떠올려보자. 문지기 제도가 제역할을 하지 못할 때 주료 정치인들은 위험한 인물이 권력의 중심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모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p. 86)


그럼 미국 공화당은 트럼프의 출현을 막지 못했을까? 트럼프가 아무리 인기있더라도 결국 후보는 기존의 공화당 후보에서 나올 것이고 전당대회의 흥행몰이에 도움이 돼 그를 이용할 가치만 쏙 뽑아먹을 자신이 있었다고 오판을 했었다는 것이다.


왜 정당은 게이트키핑 능력을 상실하고 왜 무리한 수(아웃사이더를 끌어드리는 악마의 유혹)을 쓰면서까지 정당 스스로가 무너지는 흐름으로 가고 있을까? 두 저자는 정당간 양극화에서 답을 찾았다. 상대가 너무나도 미워서 꼭 이겨야만 하는 존재로 인식하면서부터라는 것이다. 상대방이 경기에서의 경쟁자가 아닌 죽여야하는 존재로 인식하면서 서로 더 격렬한 증오와 미움을 동원해야만 상대방을 없앨 수 있기 때문이다. 


20세기초만 하더라도 왼쪽진영에서 일어났던 흐름이 20세기 후반부터는 오른쪽에서 나오고 있다. 기존의 주류정치에 있던 보수정당들이 자기 정당으로서의 능력을 계속해서 잃어버리는 과정 속에서 좌파를 경쟁자가 아닌 없애버려야할 존재로 인식하여 무조건 이기기 위해 인기영합적인 인물(더 극우적인 인물)을 영입해서 선거에 뛰어든다. 그들(아웃사이더)을 이용하는 순간 보수정당내 중도보수층은 이탈해버리고 더 오른쪽에 있는 지지층이 들어오고 이는 곧 선거에 이기더라도 정당스스로가 파괴되버리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2016년 선거 이후로 진보 진영의 많은 정치 평론가들이 민주당도 "공화당처럼 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들의 논리에 따른다면 공화당이 규칙을 어기면 민주당 역시 똑같은 방식으로 대응해야 한다. 상대가 자제의 규범을 저버린 상황에서 혼자서 자기통제와 예의를 지키는 것은 권투 선수가 한 손을 묶고 링 위에 올라서는 것과 같다. 악당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기려 들 때 규칙을 지키려는 자들은 바보취급 받는다.

(…)

 그러나 우리 두 저자의 관점에서 볼 때 민주당이 '공화당처럼 싸워야 한다'는 생각은 착각에 불과하다. 첫째, 외국 사례들은 이러한 대응 전략이 오히려 전제주의가 등장할 가능성을 높여주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전면적인 전략은 중도 진영을 위협함으로써 야당의 지지도를 떨어뜨린다. 반면 여당 내 반대파조차 야당의 강경한 태도에 맞서 단결함으로써 친정부 세력을 집결하는 역할을 한다. 게다가 야당이 진흙탕 싸움에 뛰어들 때 정부는 이들을 탄압하기 위한 정치 정당성을 확보한다.

(p. 269 ~272)


상대방이 이미 암묵적인 룰을 깨고 반칙을 범하고 있다. 그와 경기를 하고 있는 나는 어떻게 해야할까? 많은 구경꾼들은 나에게 "야 바보처럼 룰 다 지켜가면서 하지말고 너도 똑같이 해라." 라고 외친다. 

하지만 두 저자는 그럼에도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공화당처럼 우리도?' 라고 하는 순간 민주당은 절대 못이길 것이라고 했다. 사실 반칙도 먼저 쓴놈이 더 잘 쓴다. 그래서 뒤 늦게 반칙쓰는 놈들이 지는 경우가 많다.


그럼 뭐가 대안이냐라고 묻는다면 저자들은 민주당 너네가 공화당내에 있는 합리적인 인물들이 힘이 생길 수 있게끔 해라는 것이다. 공화당 내에 있는 중도보수층을 자기쪽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공화당내 정치적 힘을 발휘하게 해서 반칙을 시도해야 할 것이 아니라 그들을 합리적 대화 파트너로 만들어라는 것이다. 이것은 즉각적인 효과를 내길 바라는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지 않는 방법일 수도 있고 정말 오래걸리는 작업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이렇게 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은 이것이 민주주의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민주주의제도 하에 살고 있는 우리들은 극단적이고 자극적인 주장에 끌릴 수 밖에 없는 경향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한 이유로 동시에 언제든 민주주의는 제도적 위기를 내포하고 있기도 하다. 최근들어와 많이 듣게 되는 '사이다'발언. 언젠가부터 우리는 '사이다'만 찾고 있다. 내가 이 책을 알게된 '그것은 알기싫다' 296편 방송에서 조성주소장은 이렇게 말했다. 


"이런 극단적인 주장들은 시원할지 모르지만 책임있는 결과를 만들어내지는 못한다. 책임있는 결과혹은 변화를 생각한다면 그런 극단적인 분노와 주장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실질적인 우리사회의 변화를 만들어내는 목소리에 조금 더 힘을 실어줄 수 있을까 또는 힘과 변화를 추구할 수 있을까? 악마의 유혹에 어떻게 하면 넘어가지 않을 수 있을까?"


언젠가부터 우리는 정치로 복수를 하고 싶어하는 것은 아닐까? 나부터 반성해본다. 이 책을 덮은 뒤, 많은 생각할 거리가 생겼다. 

지금 이 순간도 '고구마'일지라도 자기 자리에서 묵묵히 책임있는 결과를 이끌어내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께 감사를 드린다. 


참고

https://soundcloud.com/xsfm/296a

그것은 알기 싫다, 293a. 시사 아카데미:자해하는 민주주의 /조성주


https://soundcloud.com/xsfm/296b

그것은 알기 싫다, 293b. 시사 아카데미:증오와 민주주의 /조성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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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할 수 없는 여자들 - 공부한 여자들은 왜 밀려나는가 북저널리즘 (Book Journalism) 31
최성은 지음 / 스리체어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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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책을 만난 것은 진짜 우연이였다.

도서관에서 책장 속을 지나던중에 우연히 발견한 책이었다.

무심결에 책을 꺼내 대충 훑어보니 가볍기도 하거니와 한 때 관심있었던 임금격차에 관한 이야기라 그 시간 이후로 자리로 돌아와 읽어갔다.


저자는 여성·아동정책 분야의 연구자로서 저자가 연구하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고 자기 자신이 여성 노동자로서 직접 경험했던 것을 토대로 오늘날 한국 여성이 어떤 노동환경에 직면해 있으며 왜 소외될 수 밖에 없는지에 관한 이야기를 얇지만 알차게 기록한 책이다.  


1만 5000명 대 454명. 500대 한국 기업의 임원 성별을 조사한 결과는 우리 사회의 성비 불균형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

 노동 시장 구조를 연구한 저자는 이런 현상이 축적된 불평등의 결과라고 지적한다. 여성은 가사와 육아를 이유로 노동 시장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높은 존재일 수밖에 없었다. 기업은 언제든 회사를 떠날 수 있는 여성들을 교육하지 않았고, 여성들은 고숙련 노동자를 중심으로 하는 핵심 노동에서 소외되는 악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진다. 결국 여성의 일은 임금이 낮은 직무에 한정되고, 아이를 위해 경력 단절을 택한 여성은 다시 사회로 복귀하지 못한다. 여성은 아무리 배워도 일할 수 없는 사회에서 살고 있다.

(p. 104)


기사를 찾아보니 18년에는 여성임원이 518명으로 책에서 인용한 수치인 17년보다 64명이 늘었다. 퍼센트로 보자면 3.0%에서 3.6%로 0.6%포인트가 상승했다. 사실 3.6%도 매우 갈길이 멀다. 어쨌든, 이 책의 주된 내용은 오늘날 뉴스에서 쉽게볼 수 있는 커다란 성별 임금격차라던가 성비 불균형의 원인이 축적된 불평등의 결과라고 보았다. 예전에 성별 임금 격차에 관한 논문을 읽은 적이 있었다.


임금격차가 있는 건 맞는데. '격차'를 세밀하게 나눠보니 그 격차의 일부는 '차별'이 아니라 생산성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 정확한 판단이야. 그 격차를 무조건 차별이라고 하면 안되지. 생각보다는 높다고 할 수 없어.


이런 식으로 적혀 있는 경우가 많았고 노동 경제학에서도 이렇게 가르치고있다. 그럼 좋다. 이것을 받아들이더라도 그 생산성의 '차이'는 왜나는 걸까?


흔히 한국은 여성의 경력단절현상이 뚜렷한 나라다. 그 현상을 보여주는 근거로 여성의 연령대별 경제활동참가율을 보면 전형적인 M자 커브다. 다시말하면, 남성의 경우 어릴때부터 올라가기 시작해 40대에서 정점을 찍고 나이듦에 따라 참가율이 내려가는 역U자 커브인데 반해, 여성도 어릴때부터 올라가다가 40대 이전에서 팍 떨어졌다가 다시 조금 올라가다가 결국 나이듦에 따라 떨어지는 자연 감소로 이어진다. 이 M자 커브는 모든 나라에서 발견되는 것은 아니다.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선진국들도 70-80년 경에는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남자의 형태와 비슷한 형태로 바뀌어갔지만 여전히 M자 커브가 남아있는 나라는 OECD국가중에선 일본과 한국정도다.


이 내려가는 구간인 20대-40대 시기에 여성들이 겪게되는 출산과 육아때문에 퇴사 혹은 휴직으로 인해 노동경제학적으로 볼때 가장 경력을 많이 쌓아야할 시기에 경력단절이 일어나 인적자본의 축적면에서 남성에 비해 불리해지고 이는 곧 임금의 격차와 연결이 된다.


생산레짐을 연구하는 대표적인 여성학자 마가리타 에스테베즈 아베는 생산 체제를 구성하는 제도적 맥락이 젠더 격차를 만들고, 성별 직종 분리 현상을 강화시킨다고 분석했다. 에스테베즈 아베는 남성과 여성의 생물학적 차이, 가사 노동의 불평등으로 인해 여성이 떠안게 되는 부담을 여성 특정 위험women-specific risk이라는 말로 설명한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여성은 결혼과 출산, 양육 등의 이유로 해고당할 수 있다는 위험에 노출돼 있다. 동시에 꾸준히 기술을 키울 기회를 누리지 못하거나 습득한 숙련의 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는 위험도 안고 있다.

(p. 32)


여기서 나온 것처럼 성별 직종 분리도 중요한 젠더 임금격차의 이유가 된다. 여성이 경력 단절후 다시 노동시장으로 재진입시 제한된 취업기회로 인해 들어가는 직종들이 단순 노무직이나 서비스업쪽으로 몰리게 되며 남성과 여성간의 직업군이 나뉘게 되는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게다가 한국적인 노동시장의 특성도 무시할 수 없다.


한국의 기업 내부 노동 시장은 남성 중심의 생계 부양 모델을 실현하는 방식으로 대기업에서 형성되고 발전했다. 기업은 남성을 충원해 가족 부양을 위한 연공 임금과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해 왔다. 내부 노동 시장으로 진입이 제약된 여성은 비정규직이나 영세 기업에 취업해 외부 노동 시장을 채워왔다. 한국에서는 성별에 따라 노동 시장이 분절되고, 고학력 여성의 취업 유인이 약화됐기 때문에 미국처럼 일반 교육으로 여성 고용 프리미엄 효과가 높을 수 없었다. 양질의 일자리에서 여성을 배제하거나 승진에 있어서 여성을 장벽에 부딪히게 하는 구조적 기제가 작동했다.

(p. 40~41)


현대의 어느나라에든 마찬가지겠지만 한국은 경제 발전시기에 가부장제하에서 남성임금노동자-여성전업주부 시스템이 가지는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이 시기에는 남성중심의 내부 노동시장과 - 여성중심의 외부 노동시장으로 이분화되는 구조였다. 

그렇다면 학력의 차이가 거의 없어진 오늘날에는 달라졌을까?


남성 중심의 핵심 노동 시장과 여성 중심의 외부 노동 시장이라는 이중 구조는 한국 경제를 지배해 온 시스템이다. 그렇다면 중화학 공업화 시기가 끝나고, 화이트칼라라 불리는 사무직이 주류가 된 한국 사회는 과거와 다를까. 노동 시장에서 여성의 어려움을 논할 때 '여성 차별은 옛말이고, 요즘은 여성이 더 좋은 대우를 받는다'거나 '여성이 일자리를 가지지 못하는 이유는 경제 불황으로 남녀 가릴 것 없이 어려운 시기이기 때문'이라며 여성만의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회피하려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 핵심 노동과 주변 노동이라는 이중 구조는 노동시장에서 여성의 지위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p. 42)


아쉽지만 당연하게도(?) 이중구조는 오늘날에도 다른 형태로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오히려 옛날과 다르게 여성에게 우대하는 시대라던가 장기 불황시기라는 이유로 여성이 겪는 문제들을 은폐하고 있다. 


좋은 일자리를 얻고 승진하는 기준이 명확하다면 여성은 더 공평한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여성들이 학력 증명이나 자격증, 전문 학위로 노동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직종을 선호하는 이유다. 여성 교사의 비율이 월등히 높은 현상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여성들은 지원자들이 같은 시험을 치르고, 점수에 따라 합격 여부가 갈리는 것이 더 공정한 방식이라고 여긴다. 의학전문대학원, 법학전문대학원 등에서 자격증을 취득해서 전문직, 관리직으로 진출하려는 여성들이 많은 현상도 같은 이유로 설명할 수 있다. 여성이 특정 전문직에 몰리는 현상은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확대되고 있다는 의미가 아니다. 성 평등한 일자리가 적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

(p. 17~18)


과거와는 다르게 전문직종에 진출하는 여성들이 늘어난 것은 사실인데 이것을 여성들의 활발한 사회 진출이라고 보기보다 성 평등한 일자리가 적다는 의미로 해석해야한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한국 사회의 발전주의 체제는 노동 시장의 이중 구조화를 가속화하고, 남성 중심의 내부 노동 시장과 정규직 중심의 제한적 사회 복지를 발달시켰다. 남성 노동자를 선호하는 대기업중심의 숙련 흡수현상으로 고등 교육이 과잉 팽창됐지만, 한국의 여성은 미국의 여성들처럼 고등 교육에 따른 고용 프리미엄도 얻을 수 없다. 한국은 수직적인 성별 분리뿐 아니라, 수평적 성별 분리도 강하게 나타나는 사회다.

(p. 87)


이렇게 수직적인 성별 분리뿐 아니라, 수평적 성별 분리도 강하게 나타나는 사회인 한국에서 여성의 일자리문제의 해결을 위해 저자는 여성운동의 조직화, 성 주류화에 대한 사회전반의 인식제고, 동등한 위치에서의 경쟁등을 말했다. 


그렇게 견고할 줄만 알았던 남자임금노동자-여성 전업주부의 시스템은 오히려 신자유주의의 가속화와 함께 세계적인 장기 불황의 여파로 인해 이성부부하에서 남성만이 임금노동자인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그리고 사회전반에서 여성의 일자리확대의 목소리가 높아진 것 같지만 이러한 흐름이 자연스럽게 성평등한 사회로 가고 있다고 묻는다면 그 것은 아닌 것 같다.

오늘날에는 여전히 존재하는 가부장제의 사회하에서 기존과 또다른 복잡한 차별이 자행되고 있는 것 같다.


앞서 내가 읽었던 책들 속에서 느끼고 이 책에서도 느끼지만 가부장제는 변신의 변신을 통해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한다. 

이 견고한 가부장제를 어떻게 부술 수 있을까. 균열이 보일듯 하면서도 보이지 않는 오늘을 살고 있으면서 고민이 다시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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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9-08-20 06:3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책에 언급된 내용일 수 있지만, 건강에 대한 인식도 여성의 경력 단절의 다른 원인입니다. 고용주는 늘 건강한 근로자를 원해요. 그러나 여성 근로자가 만성 질환에 시달리면 고용주는 퇴사를 권유합니다. 고용주 입장에서는 근로자의 병결을 좋아하지 않거든요. 아프더라도 참으면서 일하는 남성 근로자를 선호하는 편이죠. 물론, 만성 질환에 시달리는 남성 근로자 역시 (아픈) 여성 근로자와 마찬가지로 취업/재취업 기회가 적습니다. 건강하지 못한 사람은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편견이 문제입니다. 그러한 편견이 건강하지 못한 사람뿐만 아니라 장애인의 취업을 어렵게 만듭니다.

블랙겟타 2019-08-20 17:54   좋아요 1 | URL
맞아요. cyrus님 말대로 건강에 대한 부분도 고용주의 선호에 따른 선입견에 의한 차별이라고 봐야죠. 여기서 상대적으로 여성은 불리합니다. 이 책에서는 또 말하는 것이 보통 장시간 근로가 회사에 대한 충성심으로 평가받는다는 풍토가 사회적으로 일 가정 동시에 지켜야 한다는 압박을 가진 여성들에게 특히 불리한 환경일 수 밖에 없다고도 지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