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 하나,

야구장에 한번씩 가겔되는데 게임 중간에 소변이 마려울 때가 꼭 있다. 맥주를 먹어서 당연한거지만.. 그래서 내가 있는 좌석을 떠나 경기장 안에 있는 남자화장실에 갔다가 나오면서 내 생각엔 특이한 광경을 목격하곤 한다. 여자 화장실엔 줄이 꽤 서있는 장면이다. 


장면 둘,

버스를 타고 서울이나 먼 곳을 갈때에 중간에 한번은 꼭 거치게 되는 휴게소를 도착했을 때 남자화장실도 들어가면 소변기 뒤로 줄이 들어설때가 간혹있곤 하지만 여자화장실은 바깥까지 줄이 서있다.


이런 장면을 한번씩 맞닥드릴때마다 '신기하네 여자화장실은 왜 줄이 서있는 경우가 많지?'라고 생각이 들면서도 얼마지나지 않아 금새 까먹는다.


아는 여자동생에게 밖에 있는 화장실은 이용을 잘 안한다는 말을 우연히 들었을때 내가 느꼈던 의아함. 나는 왜 그렇게 느꼈을까? 나는 한번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기때문이다. 


그리고 얼마지나지 않아 몇년 간 일어난 중요한 사건중 하나인 강남역 여성혐오살인사건을 접하면서 그 이후 화장실이 다르게 보였다. 나는 그냥 평범하게 이용했던 외부의 화장실이었다. 거기서 특정한 성별을 가졌다는 이유로 사건이 벌어졌고 화장실이 전혀 안전한 장소가 아니였었던 것이다. 특히 술집에 있는 허름한 화장실의 경우 공용으로 된 하나의 화장실로 존재하는 곳이 꽤 된다. 공용이라곤 하지만 여성에 대한 아무런 배려가 없는 화장실이 존재하고 있는 한국을 살고 있었던 것을 나는 최근까지도 알지 못했다. 




"눌 것이냐 말 것이냐, 그것이 문제로다(To pee or not to pee, that is the question)." 1973년 어느 날 하버드 대학 로웰홀 앞으로 이러한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든 여성들이 모였습니다. 흑인 여성 변호사이자 사회운동가였던 플로린스 케네디가 건물 계단 위에서 짧은 연설을 마치자 그 자리에 있던 하버드 대학 여학생들이 손에 든 유리병 속 내용물을 계단에 쏟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소변처럼 보이는 노란색 물이었습니다. 훗날 '1973 하버드 소변 투쟁(The Harvard Pee-in of 1973)'이라고 불리게 된 이 사건은 한 여학생이 플로린스 케네디에게 전화를 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김승섭 교수, ''오줌권'을 위한 투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시사in 제 633호, p.141)


작년 말에 시사in 633호를 읽던 중 김승섭 교수의 글을 보게 되었다. 

위의 인용한 부분에서 왜 여학생은 케네디에게 전화를 했을까? 로웰홀에서 하버드대학 입학시험을 치던 그 학생은 시험 중간에 화장실을 갈 수 없었다. 왜냐면 당시 로웰홀 내에는 여자화장실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가려면 길 건너에 있는 화장실을 사용해야만 했는데 15분가량 걸리는 곳이었다. 명백한 차별이었다. 그럼 왜 여자화장실이 없었던 걸까? 하버드대학엔 설립에서 부터 1945년 첫 여학생이 입학하기 전까지 남학생들만이 공부할 수 있었던 곳이었으며 1902년 지어진 로웰홀에 지금껏 여학생이 없었기 때문에 여자화장실이 없다고 하였다. 그럼 그 시기에도 로웰홀에서 학생이 아닌 직원등으로 일하던 수많은 여성은 어떤 존재였을까? 
















작년의 읽었던 『제2의 성』에서 보부아르가 말한 것처럼 늘 남자는 인간의 기본값이었다. 이것이 화장실에서도 그랬으며 인간의 가장 기본적 권리인 여성전용 화장실이 생긴지는 역사적으로 얼마 되지 않았다. 지금은 성이 분리된 화장실의 존재가 당연하게 생각이 드는 시대이지만서도 여성전용이 있으면 다 끝났다고 아직도 쉽게 생각하는 남성들이 많다.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여성전용화장실이 겨우(?) 생긴 이후로도 권력자들은 공공장소에 여성 화장실이 '있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이후 남성 화장실보다 작게 만들어진 여성 화장실에 대한 불만이 늘어나자, 이번엔 말그대로 똑같이 동일면적으로 만들면 된다고 생각했다. 지금 한국의 대부분의 화장실이 그렇다. 아니, 똑같이 만들어주면 된거 아니냐고 생각한다고? 남자는 소변을 변기칸에서 보던가? 당연히 작은 면적을 차지하는 소변전용 소변기가 따로 설치되어 있다. 이는 남녀 신체 차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방식이며 이 글에서도 말하듯이 동일하게 해야 할 것은 면적이 아니라 변기 수라는 주장이 더 타당하다. 


한국에는 2006년 법이 개정돼 공중화장실 변기 수를 남성용보다 1.5배 이상 많이 설치하도록 바뀌었음에도 위에 언급했던 내가 한번씩 목격했던 장면들을 떠올려보면 그게 다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인구가 여성이 엄청나게 많은 것도 아닌데 보통 많은 사람들이 있는 곳에 화장실이 붐빈다면 그 곳은 남성화장실이라기보다 여성전용화장실이다. 여전히 붐비는 것은 마찬가지다. 여러 연구를 통해 여성이 남성의 화장실 평균 이용시간보다 2배가 넘는다고 보고하고 있다. 마침내 도달하는 결론은 남성과 여성이 화장실 앞에서 기다리는 시간이 동일해야 한다는 것으로 나아가고 있다.  


남성이 아닌 이성의 사람들이 아마 평생을 느껴야하는 불편함을 나는 남성이라는 이유로 깊게 생각해보지 못했던 게 놀라웠다. '오줌권'은 아직 끝나지 않은 투쟁이다. 함께 살고 있지만 전혀 다른 세상을 살고 있다. 다른 외계를 살고 있는 것도 아니다. 함께 살아가야 할 존재들인데도 서로를 모른다. 특히 남자는 앞으로 여성을 더 알아야한다. 남자만 사는 세상이 아니다. 몰라도 너무 모른다.


화장실은 그 사회의 권력관계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장소입니다. 동시에 화장실에 새로운 질서와 원칙을 구현하는 것은 그 사회가 무엇을 지향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누군가의 인권을 다음으로 미룰 수 없는 것처럼 여성과 트랜스젠더와 장애인과 그 밖의 수 많은 다양한 소수자들이 화장실을 이용할 권리 역시 다음으로 미룰 수 없습니다. 그 누구의 '오줌권'도 소외되지 않는 화장실이 필요합니다.

(김승섭 교수, ''오줌권'을 위한 투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시사in 제 633호, p.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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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20-01-12 20: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기본인권인데 이런 것까지 요청해야 얻을 수 있다는 게 참 매정하면서도 슬프게 느껴집니다.
김승섭 교수의 이글, 페북에 일부 올려서 보았는데 읽으면서 한없는 비애가...

블랙겟타 2020-01-19 11:59   좋아요 0 | URL
맞아요, 비연님. 저도 슬프게 느껴지면서도.. 이 부분을 잘 느끼지 못했다는 거 자체가 부끄러웠네요.ㅠㅠ
 

알만한사람은 다 알지만 2020년은 '2020 우주의 원더키디'의 배경이 되는 해다. 



그 애니메이션에선 우주개발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진다는 2020년이지만 20년이 되어보니 그런 것 같진 않고..ㅎㅎㅎ 이미 기사나 넷상에서는 이 애니메이션의 해다라며 우려먹을 때로 우려먹었지만 하지만 나에겐 이 애니에 대한 진짜 추억이 있다고! 어릴적 내방의 책장에는 '2020 우주의 원더키디'그림책이 꽃혀 있을 정도로 이 애니메이션을 좋아했고 그 당시를 회상해보면 일요일 12시에 하는 전국노래자랑끝나고 오후1시에 했던 원더키디를 즐겨본 기억이 있다.(이때 방영한건 아마 재방영판이었지 싶다.)


어쨌든 돌아가서 2020년이 되었고 지금쯤 1월의 독서를 해야될 시점이다. 


우선 '여성주의책 같이 읽기'의 1월의 책인 『우리는 왜 이렇게 오래, 열심히 일하는가』는 당연히 읽기로한다. 

근데 이 책이 선정되기 전에 왜 내 책장에 이미 꽂혀 있는가? 아마 노동, 페미니즘이라는 키워드와 제목에 눈길이 가서 이 책이 나온지 얼마 안되었을 때 이미 사둔듯 하다. (하지만 읽지도 않은채 몇년간(?) 책장에 있었다...ㅠ)


1.『우리는 왜 이렇게 오래, 열심히 일하는가?』















이 책은 여성학자이자 마르크스와 페미니즘관점에서 노동을 오랫동안 연구한 저자가 노동이 신성하다는 것을 넘어서 노동 그 자체를 정치의 영역으로 끌어와서 다양한 주장을 담은 책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 읽으면 더 흥미로울 것 같다.


그리고 두번째는 며칠 전 집에 도착한 그 책. 『페이드 포』다.


2.『페이드 포』
















작년 말에 몇몇의 알라디너분들이 읽어봐야할 책이라고 말해주셔서 (이럴땐 내 귀를 보면 얇아져 있다...)

얼른 알라딘에서 구매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정신차리고 보니 집에 떡 하니 도착해 있는 것이 아닌가.

아직 읽어보지 못해 자세한 내용은 모르지만 책 소개에는 저자가 경험한 성착취와 성매매현장에서 벗어난 삶에 대해 쓴 책이라고 한다. 이 책을 다른 분의 페이퍼를 보면서 어? 한국에서도 비슷한 책이 발간되었는데..뭐였더라..

다시 찾아보니『길 하나 건너면 벼랑 끝』이라는 책이다. 















이 책도 나중에 함께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이렇게 사두긴 했지만 안 읽어봐도 유쾌한 책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여성들이 읽는 느낌은 내가 읽었을 때와는 또 다른 힘듦이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남성인 내가 읽으므로써 느끼는게 무엇일까 생각들어 이 책을 1월에 읽기로 했다.


마지막으로는 『런던 NW』라는 책이다.


3.『런던, NW』














이 책은 어떻게 알게 되었냐면 내가 한번씩 들르는 학교 근처 동네서점이 있는데 서점에 들러서 책을 고르던 중 사장님과 얘기를 나누는 가운데 


요즘 무슨 책 읽나요, 

아이들의 계급투쟁』읽어요, 

아 그 책 좋죠? 저도 읽어요. 혹시 이 책 읽어보셨나요?, 

어떤 책이요?,

이 책도 영국의 사회를 그린 소설인데 재미있어요.

아 감사합니다. 조만간 읽어볼께요.


이렇게 알게된 책이다. 아이들의 계급투쟁(읽었는데 페이퍼는 아직 못썼다..;;;;)도 영국의 탁아소에 관한 책이라 영국의 현주소를 알 수 있었는데 이 책도 비슷할 것 같아 한번 읽어보려고 도서관에 12월에 검색했더니 안나왔다가 1월에 다시 검색하니 나왔다. 그래서 빌려왔다. 


이렇게 3권을 읽기로 했다.

1월부터 조금은 바빠지겠지만 그것과는 별개로(응?) 책은 읽어야겠지?

글도 작년과는 다르게 막, 쓰고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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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20-01-07 23: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겟타님, 좋아요좋아요^^

블랙겟타 2020-01-11 21:50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

cyrus 2020-01-08 07: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월 1일 KBS 공식 유튜브(옛날에 방영한 드라마, 80년대 TV문학관 영상을 주로 업로드해요) 원더키디 전체 내용을 스트리밍으로 틀어준 적이 있어요. 오랜만에 1화부터 13화 끝까지 다 봤는데 8, 90년대 감성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어요.. ㅎㅎㅎ

블랙겟타 2020-01-11 21:52   좋아요 0 | URL
음... 그거 1월 1일이 지나고 나서야 그 소식을 접했는데요..
설마 KBS채널에서 직접 올려줄거라곤 생각도 못했네요. ㅎㅎㅎ
저는 다음 기회에 보는걸로.. ㅠ

다락방 2020-01-08 07: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글도 작년과는 다르게 막 쓴다는 겟타님을 응원합니다. 부지런히 써주세요. 막 써주세요!!

블랙겟타 2020-01-11 21:52   좋아요 0 | URL
다른모습을 보이기 위해 지금 쓰고 있습니다!! 하하핫....

단발머리 2020-01-08 08: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리 책을 준비하는 이 준비성!! 대단합니다, 블랙겟타님!!!
올 한 해 더 많이 읽고 더 많이 쓰는 블랙겟타님 완전 응원합니다!

블랙겟타 2020-01-11 21:53   좋아요 0 | URL
네. 감사합니다 단발머리님.
책은 제가 먼저 읽었는데.. 이미 페이퍼를 하나쓰셨더라구요..
역시 단발머리님의 성실성!! 대단합니다.
저도 곧 올릴께요. ^^
 

연말이라 그런지 이웃분들의 한 해의 정리 페이퍼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이런 페이퍼를 읽고나니 뭔가 나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면서... 늘 그렇듯(?) 생각만 했었었다. 진짜 연말이 얼마 안남은 것을 알아챈 후 나의 뇌에서 반응을 했다. '좀 써야하지 않겠니?' 그래 맞긴 맞는데.. 주말부터 이어진 감기 크리에 '역시 안되겠어..'라는 변명을 간직한 채 올 해 마지막 하루가 남은 지금 이렇게 책상 앞에서 페이퍼를 쓰고 있다. 아무도 써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었으나 뭔가 써야할 것만같은 압박이 나를 책상으로 끌어들인 것 같다. 


어플에 꼬박꼬박 기록하다보니 언제 뭘 읽었고 월별 연별로 한눈에 볼 수가 있는데 올해는 68권을 읽었단다. 우와 많이 읽었네라고 생각했지만 다른분들의 글을 보자면 뭐..자랑할만한 양은 아니라서 나 스스로 좋아하는 걸로. 내가 본격적으로 독서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2011년에 우연히 발견했던 프레시안 북스의 '2011년 한비야와 의기투합할 용자를 찾습니다' 라는 기사를 통해 엥? 1년에 100권 읽기? 그래 해보자라고 한게 처음인데 아쉽게도(당연하게도) 지금껏 실천한 적은 없다.^^;;

어쨋든 올해도 100권은 읽지는 못했지만 뭔가 다가가고 있다는 느낌은 들어서 한뼘정돈 성장한 것같다.


결산을 쓰려고 하니 유명알라디너분들과는 달리 패이퍼를 풍성하게 할 콘텐츠가 부족하기에 볼품없는 것들을 쥐어짜내어 틀이라도 흉내내보련다.


1. 올해의 책

『제2의 성』







 









제목은 익히 들었고 뭐 그런 책이 있나보다라고 느낀게 다 였다. 그런데 올해는 다락방님이 올리신 <여성주의책 같이읽기>에 참여하게 되어 본격적으로 여성주의 책을 한달에 1번꼴로 읽게 되었다. 그중에 마지막을 장식할 책이 제2의 성이였다. 책을 사놓고 대충 훑어보니 글자들이 너무 빽뺵하고 옛날얘기 막나오고.. 읽을 수 있을까? 또 이때쯤엔 같이 읽는 분들과 읽기대결이 급 이뤄지면서 오기(?)가 발동해 포기했을법한 순간을 잘 넘고 슉슉 읽어갈 수 있었다. 읽고나서 보니 '야~ 고전은 고전이구나' 보부아르가 의도했는지 의도하지 않않는지는 모르지만 이 책을 읽은 보부아르 키즈들이 나타나 다양한 여성주의 책을 출간하였고 지금도 영향을 끼치고 있구나를 이 책을 읽으면서 느끼게 된다. 지금도 곱씹어 볼 만한 내용들이 많으며 지금도 이 책 영향력 아래 살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내가 2019년에와서야 이 책을 읽은 것도 신기한데 이후에 여성주의 책을 읽을 때 군데군데 생각이 날 것같다. 한번읽은 것 같고는 지금도 잊어버린 내용도 많으니 또 시간이 날때 꺼내서 몇번 더 읽어봐야겠다. 그게 고전의 묘미이지 않을까? 꽤 오랫동안 책장에 한자리를 차지할 것같다.


2. 올해의 영화

『벌새』








 

 







올해 여름이었던가.. 『벌새』가 여기저기서 거론이 되는 걸보고 유명한 영환가? 성장영환가? 라고 다음에 기회있으면 봐야겠다라고 처음엔 지나쳤다가 우연히 그때에 팟캐스트에서 이상은의 새앨범을 듣게 되었다. 수록곡중에 <넌 아름다워>라는 노래가 강렬하게 다가와서 유튜브로 검색해보다가 이 노래가 벌새 MV로 쓰여지고 있던게 아니던가! 오. 벌새를 여기서 또 보다니 진짜 봐야겠네라고 이후에 영화관에서 이 영화를 보게되었다. 


주인공인 은희의 눈으로 그려내는 여성서사가 나에겐 또다른 울림을 주었다. 영화에서 그려내는 1994년이 몇년전에 보았던 응답하라 시리즈의 가벼운 느낌이 아닌 아 저때 그랬었지라고 생각이 들며 남성인 내가 겪지 못했던 은희의 1년의 이야기를 통해 한국의 많은 부분을 보여주고 있다. 나는 그때 뭘했었지? 더 어려서 그런가 김일성이 죽었던 날이 잘 기억나지 않고 성수대교가 무너진건 어설프게 기억이 날듯 하고 학교가는 길에 매번 지나치는 (몇년 뒤 타워펠리스가 지어질 그곳) 철거 현장에서도 내가 10년 전쯤에 용산에 살던 이모집에 갔다가 용산 참사의 현장을 차로 지나쳐올때의 뭔가모를 이상한 느낌이 생각났다. 나는 서울을 살아본적이 없어서 잘 모르는 것도 있겠지만 예전 어릴때 대치동에 사신다는 이모집을 갔을때 허름한 아파트에 엘레베이터도 없었던 기억이 난다. 'TV뉴스에 나오는 그 대치동이라며, 뭐야 이게 우리집보다 별론데?'라고 느낀 감정들도 생각이 난다. 영화에도 나오지만 내가 중학교를 다닐때도 영어/수학은 성적별로  A/B/C로 반을 나눠 이동수업했던 적도 기억이 나고...     


은희나이로 내가 보냈을 삶은 시대적으론 비슷할지모르나 남자아이로서 자라는 과정은 많이 달랐다. 그래서 내가 겪어보지 못한 여성으로서 느끼는 한국의 이면을 영화를 통해나마 볼 때는 갑자기 눈물이 났다. 어떤 감정으로 흘린지는 모르겠다.

올해 영화를 몇개 본 건 없지만 그 중 꼽으라면 당연히 벌새를 말하고 싶다.

 


3. 올해의 장소

학교도서관


학교도서관이 이렇게 좋은 곳인줄은 몰랐다. 아 학교가기전이 생각이 난다. '그래, 학교가면 도서관에 쳐박혀서 책에 파묻힌 삶을 살아야지.'라고 다짐(?)했건만 과제한다고 몇권 빌린 것 빼곤 이용을 거의 안했다. 그게 흘러흘러 최근에 와서야 취준생랍시고 도서관에 자주 가게 되는데 또 공부하라면 본업인 취업공부보단 다른게 하고 싶은게 인지상정. 책 사는 것도 좀 줄일 겸 읽고 싶었던 책 검색해보니 다 있네? 와! 대박. 얼른 빌려서 읽고.. 하는 나날들이 진화되어 결국엔 본업인 취업공부보다 책읽으러 도서관에 출근하는 꼴이 되어버린 상황이다. 어쨋든 학교도서관은 좋은줄 이제 알았다. 내년에도 한동안 잘 이용할 것 같다.


4. 올해의 만남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모임

































 


































내가 독서에 눈을 띄게 된건 사회과학 서적을 통해서인데 그나마 읽는 책중 대부분이 사회과학 책이라는 것이다. 지금도 책장을 보니 경제, 정치, 사회, 노동, 청년을 다룬 책이 많구나를 느낀다. 그거 빼고는 집에 있는 책이 만화책인데 이러다가 2016에 일어난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을 계기로 페미니즘 이슈가 한국에서 폭발할 때쯤 출판계에서도 페미니즘 바람이 불었기에 조용한(?)나에게까지 그 흐름이 느껴졌다. 그래서 우연히 악어프로젝트라는 책을 집어들었고 평소에 별 생각없이 지나쳤던 무수한 일상들이 의문을 가지게 되었고 그 이후로 알라디너분들의 글을 보고 이 책은 읽어봐야지라고 한번씩 이 분야의 책들을 읽고 있었다. 그러다가 작년말에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를 한다는 다락방님의 페이퍼를 읽고 어? 해볼까 나도.. 강제적으로 한다면 한달에 한번꼴을 할테니.. 라고 생각하며 올해 1월부터 참여하게되었는데 그래도 선정도서들은 다 읽게 되었다. 중간중간 진도가 안나가는 책도 있고 술술 넘어가는 책도 있고 했지만 이제 연말이 되어 해놓고 보니 참여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사회를 읽게 되는 중요한 시각을 가지게 된것 같다. 그렇다고 아직 뭘 다아는 건 아니기에 내년에도 꾸준히 읽으며 생각도 하고 어떻게 좋게 바꿀껀지 고민도 해보고 할 것같다. 이건 내년에도 계속되는거니 꾸준히 실천해야겠지. 



5. 올해의 반성

나의 글쓰기


위의 여성주의 책 함께 읽기가 잘한 부분이라면 그중에 부족한 점이 있다면 읽은 책에 비해 페이퍼로 녹여내지 못한 글들이 많다는 것이다. 나의 게으른 글쓰기라면 예전부터 이어진 전통(?)이긴 하지만 책 읽고 글을 안써버리면 머리속에서 날라가는 생각들이 다수일 거다. 책 읽을 땐 이야 이부분을 이렇게 연결해서 막 막 명필이 나올태세다. 하지만 주말에 써볼까.. 다음주에 써볼까.. 하다가 날라가버린 내생각.. ㅜㅜ 자주 글 쓰시는 알라디너분들이 대단하다고 느끼면서 나는 책상에 앉기까지의 실천을 안하고 있으니.. 결산을 이렇게 쓰면서 또 반성을 하게 된다. 그나마 다행이라는 건 이 페이퍼를 쓴다고 앉아있는 나 자신이라는 것이다. ^^;; 내년엔 좀 달라져야할때가 되지 않았니? 



덧붙이는 글.

여러 알라디너분들의 글을 읽고 언제나 배우는게 많습니다.. 감탄하기도.. 글을 통해 소개해준 책을 사보기도 합니다. SNS는 거의 안하지만 그나마 한다는 알라딘에서는 책을 통해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마음의 위안을 얻습니다. 올 한해 마지막날 잘 보내시고 내년엔 이겨낼 수 있을 정도의 약간의 나쁜일(아예 없을 수는 없을 테니깐요..)과 올해보다 더 나은 좋은일들이 가득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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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19-12-31 14: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사실 처음에 블랙겟타 님 여성분인 줄 알았어요. 여성주의 책을 열심히 읽으셔서 당연히(?) 그럴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닌 걸알고 깜놀! 했지만 그래서 참 기분 좋았습니다. (응? 내가 왜? ㅎㅎ) 블랙겟타 님 같은 분들이 더 많아지길 바라며, 여성주의 책 읽는 겟타 님 계속 응원할게요. 화이팅!

블랙겟타 2019-12-31 21:03   좋아요 0 | URL
곰곰히 생각해봤는데 잠자냥님이그렇게 생각하신 이유가 제가 저를 잘 나타낸 적이 없고 그것보다 더 큰 것은 뭔가를 유추할 만한 글 자체를 적게 쓴 탓이겠죠? ㅎㅎㅎㅎ 여성주의 책을 읽으면서도 아직 저에게 간극이 존재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어요. 이왕 읽기 시작했으니 당연히 계속 읽으려구요.
응원 감사합니다. ^^ 잠자냥님도 2019년 마지막 날 잘 마무리하세요~

공쟝쟝 2019-12-31 23:14   좋아요 1 | URL
저도 여잔줄 알앗는데....

다락방 2019-12-31 15: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겟타님 페이퍼 엄청 길게 썼네요! 읽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를 참여한 다른 분들도 의미있게 생각해주셔서 저는 정말이지 보람을 느낍니다. 제가 참... 뭐든 잘하는 것 같아요. (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 내년에도 즐거이 읽고 쓰면서 만납시다. 함께 해주셔서 반갑고 또 고마웠어요! >.<

블랙겟타 2019-12-31 16:05   좋아요 0 | URL
내년엔 글로도 소통할 수 있게 글을 많이 써야겠어요. ㅋㅋㅋㅋㅋ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에 이왕 발을 들여놓은거 계속 가야죠. ^^
네. 다락방님께도 좋은 글 많이쓰셔서 감사하고 판을 깔아주셔서(?)도 감사해요 ㅋㅋ
올 해 마지막 날도 잘 마무리하셔요~

단발머리 2019-12-31 15: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잠자쟝님처럼 글을 보고 블랙겟타님이 여성분인줄 알았어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이제 남성분이란걸 알게 됐어요. 누가 쓰라고 시키지 않았지만 써야할것 같아 쓰신 글이라 하셨는데 내용이 너무 알차네요^^ 내년에도 블랙겟타님 글 많이 읽을수 있으면 좋겠네요.

잠자냥 2019-12-31 15:27   좋아요 1 | URL
잠자쟝은 누구입니까? 잠자냥과 공쟝쟝 님 합성 인물인가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9-12-31 15:33   좋아요 2 | URL
아이구아이구! 죄송죄송요ㅠㅠ
정정합니다!!!
저도 잠자냥님처럼~~~~~~!!!

사실 제가 어제 샤론 볼튼을 샤론 스톤으로 써가지고 여러분들께 웃음을 드렸더랍니다. 그런데 이건 또 왠일입니까..
잠자냥님 죄송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블랙겟타 2019-12-31 16:07   좋아요 0 | URL
역시 글을 잘 안쓰다 보니 제가 남자인지 유추하기 힘들었을 것 같네요 ㅋㅋㅋ
읽어주셔서 단발머리님도 감사해요.
내년엔 글로도 자주 찾아올께요 ^^;;;
2019년 마지막날 잘 보내세요~

블랙겟타 2019-12-31 16:09   좋아요 0 | URL
공교롭게도 두 분 다 저를 여성으로 착각하셨기에 두분 다 지칭하는 말이 아니었을까요.. 라고 대신 말해봅니다. ㅎㅎㅎ

공쟝쟝 2019-12-31 23:11   좋아요 2 | URL
잠자쟝 ㅋㅋㅋㅋㅋ 아 댓글안달 수가 없닼ㅌ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19-12-31 23: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sns 중독자로서 내년에는 더 많이 써주세요 ^^~~~ 새해복많이받구요!!

블랙겟타 2020-01-01 11:28   좋아요 0 | URL
아직 습관이 안되어서 머리 속에 있는 생각들이 맴돌다가 사라져버리곤 하는데요.. 올해는 머리에서 손가락으로 좀 움직여야죠 ㅋㅋㅋ
쟝쟝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Comandante 2020-01-05 14: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종종 서재 들러 글 읽고 그랬는데 이제야 인사를 드립니다.
전 글 보면서 당연히 남성분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닌 분들이 계셨군요. 제가 남자라 그런가...^^
새해에도 좋은 글들 기대하겠습니다.

블랙겟타 2020-01-06 10:56   좋아요 1 | URL
제가 글을 다른분들처럼 자주 올리지 않는데도 관심가져주셨다니 감사합니다. ^^
올해는 글로 더 써볼 수 있도록 할께요. ^^
 

이 페이퍼를 쓰려고 책상에 앉아서 서재에 들어가보니.. 마지막 글을 쓴지가 한달도 넘었더라..;;;

내가봐도 더럽게 게으른.... ㅋㅋㅋㅋ 

이 책을 읽으면서 아 이렇게 써야지하면서 머릿속으로 생각하지만 이 머리속에 있는 걸 끄집어내서 책상까지 앉는과정이 까마득하니 멀게만 느껴진다. 하하.. 

(글쓰면서 여러 알라디너분들과 책의 느낌도 공유하고 소통도 하면 좋은데... )

그래서 거창하게 안쓰더라도 가볍게라도 시작을 하자하고 앉은게 지금이다.


12월달엔 어떤 주제에 꽂혀 여러 책들을 읽었거나 읽을 예정이다.

공정사회? 교육으로 인한 불평등? 계급의 대물림? 이런 주제들 말이다.

최근들어와 세대론에 대한 책들도 많이 출간되었고 맞든 안맞든 간에 청년에 대한 분석에 책뿐만 아니라 정치권이나 언론들이 열을 올렸다.


(생각해보면 예전에도 청년들에게 겉핥기식으로 잠깐 주목하는 듯하다가 분석하다가 무시하고 반복되었지만..)

현 정권이 야심차게 추진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과정에서 특히 청년 공채로 들어온 정규직들이 역차별이라고 반발하는 모습들 과 올해 하반기부터 아직도 현재진행형상태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으로 비롯된 청년들의 박탈감이라고 해야될까? 공정사회에 대한 갈망이라고 해야될까? (이 키워드들이 모든 청년들을 대표하는 것인지는 의문이 있지만 이런 감정이 꽤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는 것 같다.)이러한 불만들. 


절차만 완전경쟁시험으로 한다고 대입을 정시 비중을 불평등이 완화될까? 

왜 청년들은 유독 '공정'이라는 키워드에 민감한가.

이 책들을 12월 동안 읽으면서 뭔가 힌트를 얻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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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9-12-07 13: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고르는 수고 없이 겟타님이 골라놓은 책 중에서 골라야겠어요.
굿모닝~~하려했는데 벌써 1시네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

블랙겟타 2019-12-07 13:14   좋아요 0 | URL
읽으면서 글도 틈틈히 쓸께요. ㅋㅋㅋㅋ
그럼.... 단발머리님 굿 애프터 눈! ㅋㅋㅋ

2019-12-07 14: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블랙겟타님의 12월의 주제 독서 정말 좋은데요. 저도 늘 관심갖는 주제이기도 한데...
단발머리님처럼 저도 책 고르는 수고 덕분에 줄었어요. ^^
읽은 느낌이나 감상도 기다리겠습니다.~ ^^

블랙겟타 2019-12-07 22:12   좋아요 1 | URL
설해목님도 관심이 있으신 주제였군요.
제가 책을 고르는 안목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
공교롭게도 최근에 저에게 보이던 책중에 이 주제에 관련한 책들이 많이 보이더라구요.
네. 감상들도 남기겠습니다. ^^

수연 2019-12-07 17: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얼마 전에 외식하는데 옆 테이블에 앉은 분들 말씀 우연히 듣다가 그런 말 들었어요. 우리나라는 어른들이 아이들 죽이려고 발악하는 나라 같아 그렇지 않아? 청년들을 살리자는건지 죽이자는건지 알 수가 없어_ 옆에서 지켜보는 나이든 사람 심정이 이런데 그들 마음은 어떨까 하시는데 저도 모르게 고개 끄덕끄덕_

블랙겟타 2019-12-07 22:22   좋아요 0 | URL
보통 청년들에 대해서 관심을 있는 것처럼 하다가 자기입맛에 맞는 쪽으로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무시하는게 대부분이라서요.
반대로 청년(혹은 밀레니얼 세대)들도 너무 ‘공정‘이라는 키워드에 매몰된건 아닐까 하는 걱정도 있어요. 미래를 위한 방향에선 벗어난 느낌이 들어서요. 공교롭게도 이 ‘공정‘이 이상하게 ‘박탈감‘ 이나 ‘역차별‘로 이어져 베타적으로 만들어버리는 부분이 있으니깐요. 저도 넓게 보자면 이 세대의 범주에 들어가니 이러한 흐름들이 걱정이되기도.. 왜 그런지 궁금하기도.. 하더라구요.
 















이제 10월은 지나가고.. 11월이 오는데 나는!? 아직까지 3편을 보고 있을뿐이고.. 

진짜 넉넉잡아도 1부 3편까지 볼 것 같아서 미리 자기 반성의 시간을... ㅠㅠ

(늘 반복되는 반성ㅜ)


어찌됬든..(!) 저자인 보부아르는 프롤로그에서 먼저 여자에 대한 생물학·정신분석·유물사관의 관점을 검토한다고 소개했듯이 1부 2편은 '역사'에 관한 내용이다. 


사회는 언제나 남성의 것이었다. 정치권력은 늘 남자들 손에 있었다. "공적인 혹은 단순한 사회적 권위는 언제나 남자에게 속해 있었다"고 레비 스트로스는 원시사회 연구를 통해서 단정적으로 결론 내렸다. 대등관계에 있는 동류나 타자는 남성에게 있어 언제나 남성적 개체였다. 어떤 형태든 집단 내부에서 발견되는 이원성(二元性)은 남자로만 이루어진 한 집단과 다른 집단과의 대립이다. 그리고 여자들은 남자들이 소유하고 있는 재산의 일부이며, 남자와 남자 사이의 하나의 교환도구이다.

(p.101)


이 책에서는 원시사회에서부터 사회는 남성의 것이였다고했다. 이전부터 이미 양성 간은 대등한 관계가 아니였다는 뜻인데 그럼 태초에 인류활동은 남성부터 시작되었을까?


 그렇다면 이것을 보자. 1968년에는 이후 고인류학사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했던 논문집인 <사냥하는 인간>이 나왔었다. 인류 진화 역사에서 동물성 지방과 단백질 획득을 위한 '사냥'은 가장 중요한 사건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 <사냥하는 인간>에서 사냥하는 인간의 모델에 등장하는 사냥꾼은 남자였다. 사냥 한 모델을 남자로 한정지으면서 인류 진화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던 이 '사냥'은 이후 남자에 의해서만 이루어졌다고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인류학에서도 뛰어난 체력을 바탕으로 남자는 사냥뿐 아니라 어로·목축·상업을 맡고, 여자는 출산과 육아를 담당하는 성별 분업을 행해졌었다는 명제가 보편적이었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여성 인류학자들이 증가하며 기존의 백인 남성이 아닌 다양한 관점에서 검토해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달리 말하면, 인간 집단에서 보이는 수렵 행위는 다양하며, 어느 한 모양이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민족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여자가 사냥에 참여하는 모습은 종종 발견됩니다. 남자만이 사냥에 참여한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남자들이 사냥하는 모습만 부각되고 강조되었으며, 사냥하는 남자만이 학계의 기억에 남게 되었습니다. 

 사냥하는 여자에 대한 자료가 많지 않은 이유는 여자와 여자의 삶에 대한 자료가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여자의 일은 계속 지워져왔으며 사냥하는 여자에 대한 이야기는 아직도 많은 주목을 받지 않습니다.

 인류 진화 역사상 가장 중요한 사건이라고 볼 수 있는 사냥 적응의 시작과 전개에 참여했던 다양한 인류 조상의 모습을 찾아나가야 합니다. 인류학계 내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장려하고 북돋는 노력이 계속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백인 남성' 지우니 '사냥하는 여자' 보이네, 이상희 캘리포니아대학 인류학 교수,

『시사 IN』624호 p.148~149 


최초에 학계로 소개되길 남성 모델로 상정하면서 마치 남성만이 했던 것으로 굳어져버렸었다, 하지만 이 보편적인 명제와는 다르게 여성들도 사냥을 했었다는 증거들이 발견되었다. 이상희교수는 최근에서야 밝혀진 이유를 그동안 여자와 여자의 삶에 대한 자료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이 점에서 앞으로 인류학계도 보다 다양한 목소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부아르가 2편 '역사'을 통해 깨달았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이 책에서 썼듯 여성의 운명을 장악해온 것은 언제나 남자들이었다는 점 아니었을까? 또 보부아르는 인류의 태초부터 남성은 생물학적 특권때문에 자기들을 지배적 주체로 확립할 수 있었다고 하였다. 그런 특권을 놓치지 않고 남성들은 늘 여성의 역사를 무시하거나 지우기 위해 노력해왔다.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는 흔히 역사를 통해 과거를 반성하고 미래를 어떻게 설계할지를 배운다지만 기존의 '남성'의 역사만이 아닌 '여성'의 역사도 주목하고 배워야 과거의 잘못을 더이상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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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9-10-30 06: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저도 오늘쯤 글 하나 쓰려고 생각중이었는데 겟타님 올려주셨군요!
인용하신 시사인의 저 글은 저도 읽은 기억이 납니다. 저도 제2의성 읽고 있고 시사인도 읽었는데 어째서 두 글을 연결해 쓸 생각을 못했을까요? 이래서 다양한 사람들이 쓰는 다양한 글을 읽는 게 좋은 것 같아요.

블랙겟타 2019-10-31 08:54   좋아요 1 | URL
그런데 써놓고 다시 보니 매끄럽지 않은 문장이 꽤 있었더라구요. ^^;;
네. 한 책에서도 각자 주목한 부분이 조금씩은 다를테니까 그런 점에서 다른분들께 저도 많이 배웁니다. (꾸벅)

공쟝쟝 2019-11-05 19: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사는 정말 절반도 안써졌다는 느낌이 들어요~ 이제 남는 반 이상의 서사를 여성들이 써가면 좋겠습니다! 저도 오늘부터는 역사 돌입합니다! ㅎㅎ

블랙겟타 2019-11-05 22:46   좋아요 1 | URL
이제까지 사실 반쯤은 의도적으로 지워진 역사였죠. 쟝쟝님도 역사의 한획(!)을 그으시길요!
그럼 저는 그 역사를 열심히 공부하겠어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