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귀야행 욜로욜로 시리즈
송경아 지음 / 사계절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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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귀야행 - 송경아



가족이란 그런 거다. 벗어버리고 싶어도 벗을 수 없는 옷, 잠겨버리고 싶어도 나를 밀어내는 물. 부정하고 싶어도 결국 돌아오게 되는 뿌리. 그렇지만 뛰어나가지 않으면 안 되는 우리. 잘라버리고 싶은 사지. -  P.163 



온갖 잡귀가 밤에 나다닌다는 의미의 백귀야행으로 처음엔 귀신이야긴가 싶었는데 읽고 보니 혹시나설마역시나. 죽은 자보다 산 자가 더 무섭다고 그중에서도 으뜸 귀신인, 피로 이어진 가족이 더욱 더 무섭다는 이야기다. 농담이라고 거짓부렁이라고 말하고 싶은데 백귀야행을 읽고 나면 내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걸 잘 알 듯. 



인생에서 가장 힘들고 비참한 순간에 가족에게 보호받지 못한다면, 이해받을 수 없다면, 상처받아 너덜너덜해진 심정으로 가족으로 돌아갔지만 도리어 아직 생생한 상처를 헤집는 존재. 때로는 애정으로 감싸주지만 오롯이 한 면만 존재하는 사람이 없으니 피가 이어져서 더 곤란할 때가 있는 것 역시 가족이렷다. 





여섯 가지 단편으로 구성된 백귀야행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역시 대학가를 배회하는 음기가 충만한 여자 귀신이 나오는 표제작 백귀야행이었다. 대학원에 몸담거나 발을 담그려했거나 혹은 몸담은 이가 있다면 대체 무슨 업이 있어서 대학원을... 이라는 말을 들어봤을 텐데 어째서 그런 말이 나오는 건지 아주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타박하러갔다 짠한 마음으로 글귀신에 홀린 딸귀신 집을 청소해주고 적은 돈이라도 보태주고 오는 큰귀신의 우리네 익숙한 모습이라든지. 귀신이니 뭐니 하고 있지만 결국 어디서 본, 어디에나 있을 법한 가족 풍경이라 유쾌함이 비극에 감칠 맛을 더한 느낌이었다.



여섯 가지 이야기를 담고 있는 단편집 백귀야행은 화자도 주체인 여성의 연령도 배경도 환경도 다르지만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남성이 아닌 존재의 고충에 대해 토로한 이야기집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의지를 가지고 있지만 온전히 그 의지를 제 것으로 할 수 없는 사람들의 슬픔. 안그래도 힘들어 죽겠는데 도움은 못 줄 망정 상처에 소금이나 뿌리고 있는 지긋지긋한 가족의 존재. 앞서 말했지만 그래도, 그렇지만, 지긋지긋함 속에 뿌리 깊게 남아있는 내가 속해있는 안전함을 느끼게 해주는 최초의 소속감을 떨치는 가 떨치지 못하는 가에 대한 이야기였던 것도 같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진하게 느껴지는 고뇌, 고통의 기록을 말하고 싶은 거라면 작가는 아주 훌륭하게 성공했다. 가족의 양면성... 가족의 존재를 강렬하게 느껴본 적이 있다면 떠올릴 수 있는 감정을 유쾌하고 슬프고 담담한 척 하지만 비참함과 서글픔으로 표현한 백귀야행이었다.



석사다음은 박사 박사 다음은 강사 강사 다음은... 끝나지 않는 글귀신의 동행 속에서 봄날 대학가에 귀신이 배회하는 백 가지 이유에 대해 궁금하다면 백귀야행을 읽어 볼 것을 추천한다. 거짓말은 1도 안 했다. 진짜 귀신은 안나오는데 귀신 이야기보다 더 무서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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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외활동
이시우 지음 / 황금가지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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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죽인 거야?"

시선과 관심을 사로잡는 강렬한 문장으로 소설 과외활동은 시작된다. 몇 년 전 화재 사고로 부모님을 잃고 화재를 일으킨 범인이자 부모를 죽인 패륜아 딱지를 단 왕따에 성적은 뒤에서 1등인 남학생 이영은 등굣길에서 어느 여학생의 시체를 목격하고, 그런 이영에게 동급생이자 전교 1등 미모의 천재 여학생 김세연이 묻는 질문이다.

김세연과 이영은 하나에서 열 가지 우연히 같은 학교 같은 반의 동급생이라는 것 이외에는 접점이 없는 사이로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김세연은 너무나 우수한 나머지 다른 학생들이 경외시하며 혼자라는 것, 이영은 패륜아라 불리며 주변에서 숨 쉬듯 시비를 거는 불량학생으로 혼자라는 것.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 사람이 얽히게 되는 사건은 경찰과 얽히기 싫은 이영이 김세연에게 신고를 떠넘기고 등교하지만 어째서인지 이영이 시체를 발견한 게 아니라 여학생을 죽였다는 소문이 퍼진다. 학교뿐만이 아니라 SNS를 통해 인터넷에 퍼진 소문에는 이영이 시체를 목격한 순간의 CCTV 캡처 화면까지 친절하게 첨부되어 있어 이영이 소문을 부인해도 소용이 없을 정도다. 그래서 반대로 이영은 소설 시작의 첫 질문을 던졌던 김세연에게 도움을 청하게 되고,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슬슬 흥미와 재미를 담아 독자를 끌고 가기 시작한다.

머리가 좋은 쪽과 머리는 별로이지만 몸으로 때우는 쪽의 조합은 식상할 수 있지만 과외활동의 김세연과 이영 콤비는 식상하다는 생각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바른 전개와 사이버펑크의 나라에서 탄생한 소설답게 CCTV와 스마트 기술, 노트북과 해킹 기술의 조합으로 액션 소설의 전개를 좀 더 박진감 넘치게, 방향은 예측이 가능할지언정 어떤 방식으로 달려갈지는 읽어봐야 알 수 있는 즐거움으로 달려간다.

반대로 너무 빠른 전개로 중요한 부분이 과하게 스치고 지나간다 여길 수 있겠지만 출판사는 순수하게 재미를 추구하는 킬링타임용 스릴러라 소개하고 있으니 액션 영화를 본다 생각하는 느낌으로 즐기면 될 것 같다. 실제로도 정말 즐겁게 금방 읽을 수 있는 소설이라고 생각하므로.

개인적으로는 두 콤비가 콤비를 이루게 된 사건의 배후 '동호회'의 '선생'이 너무 얄팍한 느낌이 든다고 생각하지만 악인에게 중요한 서사가 굳이 필요한가? 싶기도 하고.

CCTV를 장악해 증거를 조작하며 다수의 사람들을 조종하는 '동호회'라는 정체불명의 살인자 집단과 얽힌 김세연과 이영 콤비가 어떻게 누명과 동호회의 마수에서 벗어나는지 궁금하다면 읽어 볼 것을 추천한다. 한 권으로 늘어지는 부분 없이 속도감 있게 전개되는 액션 스릴러 소설은 드물기 때문에, 그리고 속편을 충분히 기대할 수 있는 콤비가 등장하는 한국 소설 역시 드물지 않은가. 완벽한 한 권이라고는 말할 수 없겠지만 과외활동이 김세연 이영 콤비의 시리즈물 첫 번째 포문을 열어도 이상하지 않을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평범하게 재미있기도 했고. 이시우 작가의 다음 행보를 기대하며 재밌는 액션 스릴러 소설을 찾는 독자들에게 과외활동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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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미래의 달까지 얼마나 걸릴까?
N. K. 제미신 지음, 이나경 옮김 / 황금가지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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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미래의 달까지 얼마나 걸릴까? 2004년부터 2017년 사이에 N. K. 제미신의 22편의 이야기를 엮은 단편집이다.

서평을 신청하기 전에 짧은 책 소개에서 가장 눈을 끌었던 건 '작가로서, 그리고 운동가로서 성장한 과정을 기록한 연대기'라는 문장이었고 그를 모르는 사람이라면 자연스럽게 의문이 들지 않는가. 작가는 왜 운동가로서 성장해야 했나. 작가 이력을 조금이라도 읽어보면 그 이유가 쉽게 알 수 있지만. 지금 세상의 그와 같은 피부색을 가진 사람들이 겪는 일들을 조금이라도 알고 있다면 말이다.


제목인 검은 미래의 달까지 얼마나 걸릴까?는 에세이라 이 단편집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이 단편집을 읽고 난다면 왜 단편집에 포함되지 않은 에세이 제목을 포함시켰는지 해답을 얻을 수 있다. 흑인 여성으로 SF 작가인 그가 SF와 판타지를 사랑하기까지의 어려움이라니. 제미신의 이야기를 사랑하는 독자로서 그가 아직 변심하지 않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내 민족에게 미래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음을' 깨닫고도 멈추지 않은 그에게 박수를 치지 아니 할 수 없다.


단편집의 장점 중 하나는 이야기의 다양성이라고 생각한다. 장편처럼 차근차근 쌓는 것이 아니라 휙휙 천변만화처럼 방향도 이유도 시기도 길지 않게 보여 줄 수 있고 볼 수 있다는 것.

검은 미래의 달까지 얼마나 걸릴까?에도 제미신 작가의 다양한 22가지 이야기가 담겨있는데 다른 단편집과 다른게 뭐가 있는지 어렵지 않게 알아볼 수 있다. 그래, 솔직하게 말하자면 이야기 전체에 흑인이 주역으로 등장하는 단편집은 읽어 본 적이 없다. 근데 그게 과연 내 견식의 짧음 하나 때문인지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싶다.


22가지의 이야기에 스며들어 있는 공통적인 주제는 우선 투쟁. 다양성에 대한 존중과 인식. 과거에서 넘겨받아 미래로 이어지는 것들에 대해선데 위대한 도시의 탄생과 붉은 흙의 마녀, 폐수엔진에 뚜렷하게 드러나는 흑인에 대한 백인의 차별과 혐오가 단순히 그런 것이 클리셰라는 느낌으로 소비할 수 없거니와(소비해선 안되겠지만) 얼마나 사무치게 박혀있는지 잘 알 수 있었다.


"다양성!"p22

"마치 평등이라는 개념 자체에 위협을 느끼는 것 같네. 마치 꼭 그렇게 화를 내야만 한다는 듯이 말이야.

불행과 불공정을 필요로 하는 것처럼."p24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단편을 꼽자면 독약 같은 한 가지 사상과 맞서 끝없는 전부를 벌이는, 편한 길이 아닌 쪽을 선택한 이들의 이야기 남아서 싸우는 사람들

연금술은 낡아 조악 해져 늙고 지친 연금술사가 요리 앞에서 물러섬을 모르고 도전에 겁먹지 않는, 연금술에 버금가는 예술과 경이로 승화시킨 흑인 여성 셰프의 도제가 되는 이야기 연금술사

프랑스에서 독립한 아이티의 첩보원 제설린의 이야기 폐수엔진. 한편의 영화를 읽는 느낌이었다. 첩보물이고 조국의 운명이 걸려있고 액션에 로맨스까지 끼얹었는데 그 결말까지 매우 내 취향이어서 이 단편집에서 제일 여러 번 읽었다. 개인적으로 영상화를 기대해봐도 좋다고 생각할 만큼.


"나중에 보자고 이 사람아"p558


혼령(haint)와 혐오(hate)의 유사함을 이용한, 마찬가지로 동화 같은 이야기지만 동화가 아니라는 점에서, 그리고 도마뱀과 투키의 우정이 즐거웠던 잔잔한 물 아래 도시의 죄인들, 성자들, 그리고 혼령들

재미가 아니라 반전과 충격과 공포라는 의미에서 최고였던, 마지막 문장 하나로 두려움과 체념을 절절하게 표현한 천국의 신부들까지.


사실 취향이 아니거나 재미가 없는 단편을 말하라는 게 더 빠르다. 없으니까. 마냥 즐거운 이야기들만 모아져있진 않지만 그게 더 좋은 거 아닌가?


"그러니 보시라. 저기 미래가 있다. 모두 함께 출발하자"

제미신 작가가 제미신 작가이기 때문에 문화 전유는 조금도 걱정하지 않고 읽을 수 있는 검은 미래의 달까지 얼마나 걸릴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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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얼굴들
황모과 지음 / 허블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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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모과 작가의 이름을 처음 알게 된 건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품집에 수록작 모멘트 아케이드를 통해서였다. 증강현실이라는 소재를 담으면서 괴로울 정도로 인간적인 감정을 선연하게 들어내는 단편에서 글을 읽고 있는데 영상이 쉽게 그려지는 이야기는 흔하지 않다. 그래서 앞으로 기억해둘 작가 이름이라고 생각했는데 웬걸, 그 주에 서평 모집을 봤고, 응모했고, 당첨되었다. 인생은 타이밍이라는 격언 아닌 격언을 떠올리기엔 사놓고 안 읽은 티가 나니 여기까지만 해두기로 하자.

밤의 얼굴들은 여섯 가지 이야기를 모은 소설집이다. SF 지만 SF 적인 요소는 거들 뿐 본질은 잊힌, 사라진, 그러나 분명히 존재했던 것에 대한 지극히 감정적이고 생경하면서도 우리에게 익숙한 것, 잘 알고 있는 것과 어우러져서 묵직하게 다가온다. 제목부터 밤의 얼굴이니 밝은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훨씬 묵직하고 마음에 맺히는 이야기들이었다는 점을 밝혀두고 싶다.

"무덤은 내 삶의 터전이다."

첫 문장부터 강렬한 "연고, 늦게라도 만납시다"는 관동대지진과 조선인 그리고 과학이 주축인 이야기다. 앞에 두 가지는 쉽게 한 가지 비극적인 사건을 연상시키지 않는가? 저지른 쪽은 부정하고 있지만 당한 쪽은 절대로 잊을 수 없는 무거운 주제를 작가는 증강현실로 어떻게 남겨진 이들의 상처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면서 한편으로 데이터도, 데이터화하지 않았음에도 증강현실에 간섭해오는 잊힌 이들의 목소리를 그려낸다.

시간대는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니시와세다역 B층" 역시 잊힌 이들, 존재했으나 존재하지 않게 된 이들의 목소리를 남기고 전하는 것에 유령과 증강현실을 구성하는 데이터. 어느 쪽도 실체는 없지만 그곳에 존재한다는 점이 공통점이고 이 공통점이 만들어낸 결말이, 잊힌 이들의 데이터를 잇는 전달자가 된 소라가 이름을 읽자 보인 결말이 굉장히 인상 깊다. 덧붙여서 때린 쪽은 기억 못 한다의 대표적인 표본 에즈라의 태도가 지금 현재의 어디를 보여주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서 참담하다. 반성을 모르고 역사를 잊은. 소설적인 장치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현실은 역시 씁쓸하다. 물론 그런 사람들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작가는 작가 말에 분명히 밝혀둔다. 나 역시도 동감한다. 좋은 사람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는 것이 문제지.

잊으면 안 되는 기억을 다루는 또 하나의 이야기 "탱크맨" 에서는 아예 기억을 다룬다. 막 다룬다. 아예 교정시키려 든다. 미래 배경에서 헉 소리가 나게 만드는 작가는 여기서 처음으로 흐릿한 홀로그램 같은 이미지가 아니라 그럼에도 굴하지 않는 의지를 선명한 이미지를 보여준다. 거대한 탱크를 맨몸으로 막아서는 심장이 두근거리는 선명함을. 이 단편이 부디 중국에서 출판되기를 바랄 뿐이다.

갑작스럽지만 증강현실이 실용화되고 있지만 왠지 미래 과학의 대표주자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가? 핸드폰 하나로 뭐든 할 수 있는 요즘 이런 소릴 하니 되게 나이 먹은 것 같지만 느낌만 전달됐다면 오케이입니다.

제목에 유령이 나오는 걸 보니 과학과 비과학의 결합이 황모과 작가의 포인트라는 점을 잘 짚은 것 같아 뿌듯하면서도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로 제일 읽기 힘들었고 아직도 힘든 "당신의 기억은 유령" 동물은 안돼, 동물은...

공감각 데이터 임베딩을 업으로 삼고 있는 무감각하고 무딘 내가 메모리 분열증을 안고 마지막으로 향하는 할아버지와 그와 함께 했던 시간들을 회상하는 이야기로 갑자기 튀어나온 메모리 분열증이 뭐지 싶은데 아주 자연스럽게 치매 예방을 위해 만들어진 기술이 도리어 디지털치매를 일으켰다는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모를 전개가 이어진다. 그리고 할아버지에게 유입된 데이터 리즐의 존재. 그의 이야기, 끝. 흐르지 못하고 고여버린 그를 통해 제이는 잃었던 것을 되찾고 끝내 이해하지 못한 이를 추모하며 기억의 일부를 남기는 것.

투명 친구를 기억하는가? 나는 기억나지 않는다. 기억나지 않는데 투명 친구의 존재를 어떻게 아느냐하면 빙봉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한테도 빙봉같은 친구가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면 기억나지 않더라도 퍽 흐뭇해진다. 빙봉처럼 사라졌다고 생각하면 좀 많이 굉장히 슬프지만. "투명러너"는 그런 투명 친구의 존재를 현실적으로, 마치 오래전부터 전해져온 민화나 전승을 이런 식으로 과거와 미래를 접목시킨 설정이 무릎을 탁 치게 만든다. 이번엔 실체는 없는데 약간의 친근함을 더해 제3자처럼 만든 느낌이지만. 제일 훈훈한 이야기였다.

황모과 작가의 이름을 처음 알게 해준 "모멘트 아케이드"는 훈훈함보다는 오랫동안 엇갈렸지만 실체가 없는 곳을 통해 언니와 동생이 오래 묵은 악감정을 씻어내는 감동적인 이야기였다. 여기서도 손으로 잡을 순 없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것에 대해 몸은 의식을 잃고 누워있지만 모멘트 아케이드에 존재하는, 살아있는 동생을 죽이지 말아 달라 읍소하는 언니의 모습으로 표현했다.

작가는 잊히지 않는 것에 대해 방식은 다르지만 꾸준하게 전한다. 잡을 수 없는 것, 지워진 것, 잊힌 것, 실체도 형태도 남기지 못한 이들의 목소리를 독자들에게 각인시키는 것처럼. 다채롭다는 표현보다는 굉장히 공감각적인 글을 쓰는 작가라는 인식이 박히는데 눈을 끄는 작가 이력 중 하나, 오랫동안 만화를 만드는 쪽에 가까웠다고 하니 문장을 읽고 있으면 어렵지 않게 머릿속에 그려지는 이유가 그래서인가 싶기도 하다.

사실 표지를 처음 보고 무섭다는 생각부터 했다. 감정이 없는 얼굴과 표정이 없는 얼굴과 아예 얼굴 형태도 아닌 게 껴있기도 하고. 여섯 가지 이야기를 전부 읽고 나서 다시 표지를 보면 첫 페이지를 넘겼을 때와 다른 느낌을 받게 되리라는 확신과 그 체험을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한다는 말로 끝을 맺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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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 머리 앤 걸 클래식 컬렉션 1
루시 모드 몽고메리 지음, 고정아 옮김 / 윌북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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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 머리 앤, 원제는 그린게이블스의 앤이라고 하는데 의역하자면 초록지붕의 앤정도 될것이다. 초록지붕의 빨강 머리 앤. 사실 책보다는 애니로 접한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어릴적에 "주근깨, 빼빼마른 빨강머리 앤.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워" 이 가사를 부르며 자란 사람도 적지는 않을터. 하지만 의외로 원작인 책으로 빨강 머리 앤을 먼저 접한 사람은 드물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도 그랬으니까.
하지만 원작소설인 빨강 머리 앤을 읽고 난다면 어렴풋한 어릴적의 미화보정을 받아 잘은 기억안나지만 재미있었던것에서 정말로 사랑스럽고 자랑스러운 우리의 빨강머리 앤이라는 확고한 감상을 가질 수 있을것이다.

빨강 머리 앤의 시작은 사소하지만, 그러나 다수의 운명을 바꿔버리는 그런 실수로 시작된다. 입에서 입으로 통하는 잘못된 사소한 전달. 마을 사람들과 교류는 하지만 대체로 융통성이 없을정도로 견고하며 자신들의 규칙적이고 변화가 없는 생활에 만족하며 살아온 매슈와 마릴라 남매지만 나이와 함께 시간의 흐름을 꺾을 수는 없는지라 농장 일을 도와줄 남자아이를 고아원에서 데려오기로 한다. 나쁜 사람은 아닌데 그래도 최애는 될 수 없을 린다 부인의 입을 통해 매슈와 마릴라 남매의 사정과 우리의 주인공이 등장하게될 토대가 다져지고 그 와중에 캐나다에서는 부부가 아닌 사람도 고아를 입양해 올 수 있나? 싶은 의문은 이내 제쳐놓게 되는데..

"요컨대 식별있는 예리한 관찰자라면, 지금 매슈 커스버트가 터무니없이 두려워하는, 오갈데 없는 여자아이의 몸에 평범한 영혼이 머물지는 않는다고 결론을 내렸을 수도 있다."p.31

등장하고 몇 페이지 지나지 않아 비범하기 그지없는 인상을 받게 된다. 흥미롭지 않은가. 평범하지 않은 영혼을 가진 빨강 머리 소녀. 그리고 곧 깨닫게 된다. 기억 속의 앤보다 훨씬 훨씬 수다스럽다는 것을. 한 번 입을 열면 페이지의 절반을 차지하는 대사라니. 정말 끊임없이 떠든다. 그리고 정말 섬세하고 예민한 감성의 소유자라는 사실도 알 수 있게 된다. 아름다운 가로수길을 보고 가슴이 아플정도로 기뻐하며 기쁨의 하얀 길이라 이름붙이는 소녀. 그런 감성이 처음에는 당황스럽지만 장담하건데 곧 적응하게 된다. 

"그냥 앤 말고 끝에 e자가 있는 앤으로 불러주세요."p.50

동명이자 같은 원작인 드라마의 제목으로까지 붙는 유명한 대사가 여기에서 터트리며  코딜리어...아아니 앤은 마릴라 아주머니로부터 냉혹한 진실을 듣고 아름답고 기쁜 상상에서 단숨에 현실로 돌아오게 된다. 그들은 일을 도와줄 남자아이를 원한것이지 쉴새없이 입을 열어 말하는 여자아이를 원한것이 아니라고. 그렇게 말한건 아니지만 초반엔 나도 마릴라 아주머니처럼 앤의 수다스러움에 놀라고 말았다. 상상력이 풍부하다는 걸 뛰어넘어 상상력, 굉장해. 

"내 인생은 희망을 묻은 묘지로다"p.69

아무튼 여자든 여자아이든 생물학적으로 여자라면 대하기 힘들어 진실을 회피해버린 매슈 아저씨보다 훨씬 당차고 날카로움을 백퍼 소유한 마릴라 아주머니는 앤의 장황하지만 아름다운 상상력과 감수성으로 무장한 희망찬 미래예감을 와장창 깨부수며 앤을 절망에 빠트린다. 원해서가 아니라 잘못된 전달로 이루어진 실수가 되어버린 앤. 침묵과 정적을 가족삼아 살아온 과묵한 남매가 원한 남자 아이가 아닌 여자아이 앤. 하마터면 그린게이블스를 떠나 다른 집으로 입양될 뻔한 앤. 그렇게 끝나면 그린게이블스의 앤이 아니니까  그럴리는 없었겠지만서도.


"어쨌든 우리는 모험을 하기로 했고, 어떤 결과가 빚어질지는 하늘만이 알겠지."p.85

왜냐하면 말수가 적다못해 침묵과 정적만이 벗이로다하는 매슈 아저씨와 정적과 침묵을 미덕으로 삼는 삶이 최고이다 싶은 마릴라 아주머니도 빨강 머리 아이의 쉬지않고 흘러나오는 노래같은 상상력 마법에 이미 걸리고 말았으니까. 다음날 즉시 실수를 바로잡을 정도로 칼같고 빠릿빠릿하지만 고작 하룻밤 알게 된 앤이 앞으로 입양갈지도 모르는 집에서 학대받는 것을 원하지 않을정도의 인정 또한 갖춘 마릴라 아주머니의 결정. 사실 전 날 밤부터 이미 앤의 마법에 걸린 매슈 아저씨의 크지 않지만 침묵처럼 묵직한 고집에 반은 등이 떠밀린것이지만. 사실 마릴라 아주머니도 스스로 실토하고 만다. 저 아이가 무슨 말을 할지 은근히 기대된다고. 
과묵함을 두른채 시끄럽지 않음을 미덕으로 삼으며 오랜시간 살아온 남매의 삶에 크나큰 변화를 주는 결정임에도 그들의 결정은 자뭇 호쾌하기까지 느껴졌다. 브라보 커스버트 남매. 그리하여 그린게이블스의 앤, 초록 지붕의 빨강 머리 앤, 앤 셜리 커스버트의 삶이 시작된다.

"하지만 마릴라 아주머니, 기대하는게 즐거움의 절반이에요. 원하는 일이 결국 안 생길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그걸 기대하며 누리는 즐거움은 아무도 막을 수 없어요."p152

정말 끊임없이 상상력과 어지럽게 소용돌이 치는 생각들을 입밖에 내며 매슈 아저씨를 즐겁게하고 마릴라 아주머니를 은근히 기대하기 만드는 앤의 대사는 무려 몇페이지를 넘어가게 만든다. 어어 하면서 공감도 하고 이런 감성이 나한테도 있었나 싶은와중에 훗날 사랑을 고백하고 사랑을 고백받는 영원한 맹세의, 영원한 우정의 다이애나를 만나고, 등골이 싸 해질정도로 기대되는 소풍도 갈예정이고, 실망하는 것보다 기대를 안하는게 더 나쁘다고 말하는 대사에서 앤의 수다에 질려버렸지만 사실은 은근히 기대하게 만드는 마릴라 아주머니의 심정을 십분 이해하게 된다. 위기의 앤, 슬픔과 절망으로 우는 앤도 있지만 그것또한 그린게이블스에서의 삶이로다. 이런저런 일들이 있었지만 결국은 그린게이블스의 앤이므로.
매슈와 마릴라 남매에 이어 앤의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들이 앤의 삶에 추가 된다. 다수의 마을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또 사랑하는 앤이지만..

"앤은 누구를 미워할때도 사랑할 때처럼 강렬했다."p.216

정말이지 길버트 블라이드에 대해서는 이름을 말하고 싶지도 생각하고 싶지도 않을만큼 미워하고있다. 정말 강렬한 미움이라는 건 읽어본 사람만이 알것이다. 근데 길버트가 잘못하긴 했음. 나한테 관심을 갖지않은 여자애는 네가 처음이야 에잇 당근머리카락. 나의 관심을 받아라도 아니고...하지만 작가님이 빨강 머리 앤을 집필한 시기를 감안하자. 그리고 좀 더 네타를 해보다면 우리는 똥차에서 벤츠로 성장하는 길버트를 기대할 수도 있을것이다. ..아마도.

"내가 너를 사랑하듯 네가 나를 사랑한다면 죽음 아닌 어떤 것도 우리를 갈라놓지 못하리라."p.230

반대로 앤이 정말로 사랑해마지 않는 그대. 사랑스럽고 사랑하는 다이애나. 앤과 다이애나는 사랑을 하고 있어요. 내가 상상한게 아니라 이 대사가 정말 나온답니다. 혼란스러울정도로 내 기억보다 훨씬 더 사랑을 하고 있는데 싶은 대목이었다. 약간의 실수와 오해로, 그리고 부모님의 강요로 원하지 않는 절교를 해야했던 고통스러운 시기에 앤과 다이애나가 주고 받는 쪽지에 저렇게 써있음. 진짜임. 내가 봤음. 찐베프...그냥 단짝 친구라는 호칭으로는 설명할 수 없으니 읽는 것을 추천한다.

"하지만 마릴라 아주머니, 세상이 너무 재미있어서 그렇게 오래 슬퍼할 수가 없어요."p.217

꺼질 수 없는 사랑을 품은 다이애나와 본의아닌 절교중인 와중에도, 선생에게 기하학 둔재라는 말을 들으면서도, 당근머리라 불린 순간부터 똥차로 찍힌 길..이름을 말하고 싶지않은 그 아이보다 성적이 낮아 불욕적이라고 말하면서도 앤의 사고방식은 정말 흔들림이 없다. 이런 점이 사랑스럽다.

"결이 같은 사람이 예전에 생각했던 것만큼 드물지는 않네요. 세상에 그런 사람이 이렇게나 많다니 기쁘지 뭐에요."p.250

앤의 사랑스러움은, 그러니까 장황하리만치 긴 상상력의 벽을 넘어보면 정말 사랑스럽다는 것을 알아주는 사람들은 적지않지만 결이 같다고 평하는 등장인물은 드문데 이 결이 같다는 사람은 나이도 초월한다. 비 온 뒤 땅이 굳어 지는 것처럼 절망스러운 본의 아닌 절교가 끝나고 다시 사랑을 고백하고 고백받는 다이애나의 부유한 친척할머니 조세핀 역시 앤과 결이 같은 사람이라는 평을 받는 몇 안되는 인물이다. 괴팍한것 같지만 그렇지 않은 조세핀 할머니. 중간보스등장! 같은 분위기로 흘러가지만 결이 같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읽어서 확인하면 좋을것이다.

"그래서 마릴라는 앤에게 차분한 태도를 키워주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여울에서 춤추는 햇빛을 훈육하는 것만큼 불가능하고 낯선 일이었다."p.278

빨강 머리 앤의 등장인물의 수 가 추가 될때마다 앤의 시간은 흐른다. 게다가 드디어, 결국은, 마릴라 아주머니가 앤의 수다를 막는 것을 포기함. ..마릴라 아주머니는 힘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래도 우리의 앤을 멈출 수는 없었을뿐. 결국 마릴라 아주머니도 빨강 머리 마녀의 아름다운 마법에 홀딱 빠진게지. 이미 첫날에 풀 수 없는 마법에 빠진 매슈 아저씨는 굳이 언급하지 않겠다.

앤의 기발하고 마르지 않는 샘처럼 흐르지만 장황하고 기발한 상상력의 수다에 놀라지도 흠을 잡지도 입을 다물라고 말하지 않으며 마지막까지 앤의 편에서 응원하는 인물들이 하나 둘 늘어간다. 그럴수록 앤의 시간은 흐른다. 그린게이블스의 시간도, 에이번리 마을의 시간도. 
처음엔 비쩍마르고 가여운, 제대로 된 가르침을 받은 적이 없는 고아소녀였지만 매슈와 마릴라 남매의 드러나지 않다고 생각해만 사실은 훤히 보이는 애정을 받으며 무럭무럭 쑥쑥 자라는 앤. 학교에서 앤과 수석을 겨루는 길..이름을 말하고 싶지 않은 그 아이도, 견고한 다이아몬드같은 애정을 공유하는 다이애나도, 다른 여자 아이들도 모두 성장한다. 

"앤은 늘 잘했어요. 저도 주저없이 말할 수 있어요. 앤, 너는 우리 모두의 기쁨이란다. 네가 정말 자랑스럽구나."p.400

무려 린드 부인에게 이런 찬사를 들을 정도로 성장한 우리의 앤. 마을 학교보다 상위 교육기관에서 장학금을 받을정도로 수재로 성장한 앤. 개인적으로는 학교 마을에 새로 부임한 스테이시 선생님의 위대함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뒤에서 제대로 묘사되는데 스테이시 선생님이 꾸린 뀐스 입시반의 아이들, 그러니까 에이번리의 학생들은 모두 한가닥 하는 학생들로 성장한다. 길...이름을 말하고 싶지 않은 그 아이와 앤의 성적을 포함해서. 심지어 마을 모두의 공분을 사는 조시 파이 역시 퀸스 최고의 독설가라는 타이틀을 얻을 정도다. 

"우리는 부자야. 우리는 16년 동안 쌓은 멋진 추억이 있고, 여왕처럼 행복하고, 크건 작건 모두 상상력이 있어. 은색으로 빛나는 저 얕은 바다를 봐, 얘들아.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의 환상까지도. 우리가 백만 달러를 가지고 수많은 다이아몬드를 소유했다 해도 저 아름다움을 더 누릴 수는 없어."p.414

순진무구함의 터닝포인트는 지났다.아아의 성장은 그런것이다.  앤의 상상력은 예전만큼 드러나지 않지만, 그래도 사랑스럽다고 생각했던 앤의 마음은 여전함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깊은 곳에서 저는 언제나 아주머니의 앤이에요, 평생토록 날마다 마릴라 아주머니와 매슈 아저씨와 그린게이블스를 더욱더 사랑하는 앤이요."p.417

아이의 성장은 뿌듯하지만 어딘가 한 켠으로는 쓸쓸하기도 하다. 표현을 잘 안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훤씨 보이는 깊디 깊은 애정으로 앤을 양육한 마릴라 아주머니의 무심코 터진 눈물과 쓸쓸함을 위로해줄정도로 앤은 자랐다. 성장했다. 그래도 여전히 사랑스러운 앤이다.

"아름다운 세상아, 내가 네 안에 살아 있는 게 기쁘다."p.461

누구도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의 흐름으로 잃어버린 것이 적지 않은 순간에도 앤은 앤이었다.

"앤이 퀸스에서 돌아와서 거기 앉았던 날 이후, 앤의 세계는 좁아졌다. 하지만 앞에 놓인 길이 비록 좁다 해도, 그 길에 조용한 행복의 꽃이 필 것이다. 성실한 노동과 고귀한 열망과 따듯한 우정이 앤에게 기쁨을 안겨주리라.p.463"

남들이 보기엔 희생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것이다. 하지만 앤을 깊이 이해하는 사람들은 말 없이 지지한다는 의사를 보인다. 설령 그 내면에 있는 내막을 자세히 알지 못하더라도. 시끄러울정도로 장황하고 거창한 수다를 멈추지 않는 빨강 머리 앤이 어떤 아이인지, 예민할정도로 감수성이 풍부한 아이가 어떤 아이로 성장했는지 자세히 살피며 애정으로 도듬어준 앨런 부인같은 사람들은 말이다.
앤은 마릴라에게 희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선택으로 하여금 길의 폭이 좁아졌지만 그 길은 여전히 앤의 길이라고. 아무것도 없던 황량한 공간일 뿐이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앤의 보금자리로 변화한 그 포근하고 앤의 감성과 꽃향기로 채워진 다락방처럼.

"어떤 것도 앤이 공상할 권리와 꿈꾸는 세계를 빼앗아갈 수 없을것이다."p.463

이름을 말하고 싶지 않은 아이에서 드디어 이름을 말하게 된 길버트도, 굳건하고 따뜻한 우정의 다이애나도, 날카로움이 가셨지만 지금까지도 그래왔고 앞으로도 앤에 대한 애정은 깊기만할 마릴라 아주머니도, 앤의 선택과 결정을 지지하며 응원해줄 사람들도 여전히 앤과 같은 시간을 보내리라.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면서 부러운 것은 그것 하나 뿐이었다.
아이의 성장은 쓸쓸하지만 슬픈것은 아니라 오히려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문일 뿐이라는 상투적인 말은 하지 않겠다. 어린아이가 아닌 지금의 나로는 돌이켜 생각하면 그저 순간이라고 퉁칠 수 있는 그 순간을 루시 모드 몽고메리는 그 찰나의 반짝임 같은 순수함을 이야리고 빚었다. 사랑스러운 앤은 내가 보낸, 다른 모두가 지나친 어린시절에 대한 반짝임이자 순수함의 결정체라고 생각한다. 약간 오글거릴수도 있겠지만 읽어보면, 앤의 상상력에 아주 약간이라도 공감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말에 이의있소 소리치지 않으리라.

"어린 시절에 대한 이야기중 가장 아름답다"by.마크 트웨인

작가소개란에 넣어진 최고이지만 과언이라고는 할 수없는 찬사를 마지막으로 빨강 머리 앤의 감상을 끝내겠다. 왜냐하면 다시 읽으러 갈 예정이기 때문이다. 빨강 머리 앤. 사랑스러운 우리의 앤 셜리의 성장을 주저하지 않고 여러분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본 리뷰는 출판사 경품 이벤트 응모용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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