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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비하일. 줄여서 애비.
애비가 하는 일은 이렇다.
술에 취해 높은 건물 난간에 걸터앉은 사람을 설득해서 무사히 집으로 돌려보내는 것
혹은 인질을 볼모로 범죄를 저지르는 이를 설득해 인질 석방을 끌어내는 협상가.
소설의 시작은 전자의 일을 하는 애비를 클로즈업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언변이 뛰어난 것만으로는 성공하기 어려운 작업.
애비는 오래 전에 끊었던 담배를 맛있게 피우는 척 행동으로 남자를 현실로 끌어당긴다. 수완좋은 능력자.

그런 그녀를 이성 잃게 만드는 이들이 있었으니 전남편, 큰딸과 아들되시겠다.

이 책의 주인공은 심히 인간적이다. 일 때문에 가정사를 챙기지 못해 아이들 눈치를 보고, 때론 파자마를 입고 순전히 혼자 있는 시간을 필요로 하는.

그녀에겐 과거가 있다. 어린 시절 그녀가 살던 곳은 특정인물의 카리스마로 유지되는 공동체였고 인위적으로 해체되었다.
애비는 생존자 3인 중 1인.

사건이 발생했다. 아들이 유괴당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인지하게 된 이든은 패닉에 빠졌고, 애비에게 연락한다.
연락처를 어떻게 알았을까?
(포인트다. 매개 인물의 존재)
이든은 생존자 중 1인이다.

양부모의 헌신으로 평범하게 자라온 애비와 달리 이든의 삶은 평탄하지 않았다. 몇년 전까지 생존인물을 구세주로 모시는 유사종교단체에서 생활했었다. 그녀는 현재 인플루언서 딸 개브리엘과 어린 아들 네이선과 함께 살고 있다.

네이선은 어디에 있을까? 범인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온다. 몸값 500만 달러 요구. 당연하게도 이든에게 그런 거금이 있을리 없다.
결국 경찰에 도움을 청한다.

우리는 네이선을 유괴한 인물의 시각에서 개브리엘의 인스타그램을 훔쳐본다. 범인은 개브리엘의 일상을 잘 알고 있다. 피드에 올라온 네이선의 방을 그대로 재현할 정도로 공을 들였다.
어떤 의미가 있는걸까?

애비는 이든의 전남편을 의심한다. 정확히는 그가 속한 공동체의 교주를. 애비의 의심은 일응 억측으로 보인다. 설마?
이든이 숨기는 것은 무엇일까?
개브리엘은 본인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도움을 청한다. 모금이 시작된다.

범인은 분명 ˝우리˝라고 말했다. 가담자가 복수인 것인가.

네이선은 기지를 발휘해 탈출한다. 그리고 잡힌다. 희생자가 발생한다. 단서가 늘었다. 범인의 행동으로보아 네이선은 아직 살아있는 듯 하다.

이든이 털어놓는다. 내가 나올 수 있었던 이유는 딸 때문이었음을.
교주 오티스에게는 조카가 있었다. 칼이라는. 개브리엘은 그와 ...할 예정이었다.

애비는 공동체 구성원 인터뷰를 하던 중 가능성이 있는 아이를 발견한다. 자발적으로 공동체에서 탈출할 가능성이 보이는 아이.
그 아이는 결국 결정적 단서를 제공한다.

네이선을 유괴하기로 계획한 것이 최근이라구요? 틀렸어요. 그 계획은 훨씬 이전부터 정해진거라구요!

심리를 파고들어 끌어들이고 공동체를 벗어나면 벌을 받을거라 믿게 하는 그들의 수법. 이겨낼 수 있는 힘은 무엇일까.

한때 그들 중에 속했었던 애비. 이든.
남은 생존자 중 마지막 한명인 아이작을 찾는다.
그런데 정작 그는 그녀들을 그날 이후로 처음 본다는 반응인데.

그녀들이 알고 있던 그의 정체는?
아마도 애비의 여정은 계속될 듯.

애비의 풀네임은 애비하일 멀린.
카멜롯의 그 마법사 이름이 맞다.

처음부터 정해진 길을 따라 직선으로 이어진 수사. 독자들의 의구심을 종식시켜나가는 전개. 실제 있을법한 단체. 그리고 사람.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와 똑같은 삶을 사는 주인공.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
이야기꾼 마이크 오머의 다음 작품도 기다릴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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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왜 영화같지?

텅 빈 영화관에서

손수건을 들고

혼자 눈물흘리며

스크린을 응시하는

배우님 얼굴이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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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우리를 다정하게 만드는가 - 타인을 도우려 하는 인간 심리의 뇌과학적 비밀
스테퍼니 프레스턴 지음, 허성심 옮김 / 알레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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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과 구별되는 인간만의 고유한 덕목일까?

왜 어떤 사람은 위험을 무릅쓰고 타인을 구하는 걸까?

그 사람 특유의 본성인가?
인류가 보편적으로 공유하는 특성인가?

본능적으로 발휘되는 것인가?
특정 조건하에 일어나는 것인가?

특정 조건이란 어떤 것이 있을까?
특정 조건을 알면 인위적으로 조장할 수도 있는 것인가?

전에는 생각조차 안해봤던 문제인데,
사회면 기사를 보던 중에 범죄현장을 지나가는 행인이 그냥 지나치는 것을 비판 조로 분석한 내용과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고
위험에 빠진 타인을 구하는 행동에 나서는 것에도 특정한 조건이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젊은 여성이 피해자인 경우 피해자가 음주상태이고 여름이라 걸치고 있는 옷이 짧은 경우,
가해자와 피해자 둘 다 여성인 경우인데 가해자에 동기가 있을 경우 예컨대 상간녀를 현장에서 발견한 경우를 예를 들어보자.

전자의 경우 실제로 그러한 상황에 처하는 빈도가 많은지 적은지는 별론으로 하고 상황에 개입했을 때 받을 수 있는 불이익을 예상하여 구조에 나서지 않겠다는 댓글이 달리고,
후자의 경우에는 가해자인 여성을 말릴 이유를 찾기 어렵다는 댓글이 달린다.

위와 같은 경우를 예로 든 이유는 사람을 돕는 것은 대상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설명하기 위해서이다.
본능과 회피 관련 문제.

책을 읽기 전에 해봤던 질문들을 갈무리하고 본문을 읽어본다.

인류도 동물이다. 인류에게만 존재하는 본성이라 전제하지 않으면 연구할 수 있는 영역은 더 넓어진다.
책에서는 수동적 돌봄이 있음을 전제하고, 그에 대응하는 용어로 적극적 돌봄이라는 용어 대신 ‘이타주의‘를 사용한다.

수동적 돌봄은 어미와 아기의 관계에서 찾고 점차 조건들을 추가한다. 이타주의를 설명하기 위해 뇌과학이나 심리학적 이론들을 엮어나간다.

반응하는 사람의 관점과 구조를 요하는 사람이 보이는 외적인 조건 등을 설명하는 이론들을 읽어본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구조를 요하는 이를 도와주었을 때의 감정적 보상과 그냥 지나쳤을 때 자신이 받아들인 정보와 선택에 대해 떠올릴 것이다. 그리고 각각의 행동이 개인적인 성향 외에도 외적 및 내적 조건과 성향에 영향을 받을 수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무엇이 우리를 다정하게 만드는가.
분명한 건 당신에게도 다정함이 있다는 것이다.

책을 읽다가 든 생각.
인간이 보이는 반응을 설명하는 뇌과학 이론을 보면 인간이 대체가능하나 싶다가도 결국엔 인간을 대체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저자 역시 다정하지 않고서는 이런 주제를 연구하여 책을 내지는 못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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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핏 쇼 워싱턴 포
M. W. 크레이븐 지음, 김해온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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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한 당신을 누군가 찾아온다.
이제는 당신보다 직급이 높아진 옛직장 팀원이.
지금 삶에 만족하고 있는데 굳이 복귀해야하나. 모든 일에는 동기가 필요하다.

찾아온 이는 동기까지 가져왔다. 이러면 거절할 명분이 없어지는데. 현재 진행 중인 사건의 다음 희생자로 당신이 지목되었다고 한다. 그냥 당해줄 순 없잖아.
당신은 옛직장으로 출근한다.

예상했겠지만 당신이 몸담았던 직장은 그런 곳이다. 증명해야하는 곳. 그것이 실적이든, 성깔이든 말이다. 경찰조직에 돌아온 걸 환영하는 이가 별로 없는 것 같은데. 기분탓인가? 신경쓰지 않는다. 그게 당신 성격이니까.

증거가 이끄는 곳이라면 어디든 간다. 동료들의 눈에 비치는 당신의 모습이다.

새로운 파트너가 생겼다. 사회성이 조금 부족해보이는 여성이다. 탁월한 분석능력자이지만 이런 타입이다. '00을 책으로 배웠어요.'
당신은 부당한 대우를 받는 누군가를 지나치지 못한다. 덕분에 파트너의 지지를 얻은 것 같다.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되었다.
희생자들 사이에 공통점이 있을까? 파트너의 분석능력이 빛을 발한다. 이 사람들, 어쩌면 같은 일을 했을지도 몰라.

그들은 특정사건의 가해자였다. 뭔가 진전이 되지 않는다. 당신이 5번째 희생양으로 지목되었던 것 같은데. 희생자가 발생했다.

그놈은 한 발 빠르다. 나보다. 파트너의 분석보다.
의문이 생긴다. 어떻게?

퍼즐을 맞춰본다. 설마.
너인가? 하지만 왜?

당신은 그가 범행을 저지른 이유를 알게 된다. 그리고 그가 당신을 일선으로 복귀시킨 것임을 알게된다.

어째서. 그가 당신에게 부탁을 했다면. 그랬다면 달라졌을까? 당신은 스스로에게 묻고 있다.

'내가 진정 그런 일을 택했을까?' 당신은 확신하지 못한다.

말해. 왜 나를 불러낸거지?
당신의 수사가, 당신이 찾아낸 증거가 범인이 미처 찾아내지 못했던 희생양을 밝혀냈다.

나도 장기판의 말이었나.
그런건가? 친구?

복수. 그것은 중국 격언처럼 두 개의 무덤을 준비해야 하는 것.
그도 준비했다.

당신에게 임무를 남기고.
그가 당신을 불러냈지만 당신은 이제 그만 둘 수 없게 되어버렸다.

당신의 파트너는 이제 숫자 너머의 실체를 알아버렸다. 역시 그전으로 돌아가기는 어렵겠지.
당신의 책임이 늘어간다.

그렇다. 이 책은 시리즈의 시작을 알리는 첫편. 당신은 '워싱턴 포'라고 한다.

오랜만에 보는 정통수사물. 다음권에는 좀 더 유기적인 수사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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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토끼 - 개정판
정보라 지음 / 래빗홀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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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토끼 #정보라 #정보라소설집 #래빗홀 #한국소설 #인플루엔셜 #최초창작버전 #복원 #전면개정판 #책스타그램



자네 혹시 이야기 좋아하는가?

거 내가 밥한끼 대접받은 김에 하는 얘긴디,

듣는 사람 의향이 중요허제.

듣기를 원헌다면 함 해볼려는디.

뭐, 듣고나서 괜찮으면 술한잔 더 사도 좋고.

자. 이제 시작허네.



전설의 고향을 소설로 읽는다면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한국적인 공포, 소재를 담은 소설집.

최초 창작 버전. 작가님의 의도를 살린 소설집이란 말이겄지.



표제작 <저주토끼>

긴가민가 한디 말이제. 지금 이야기를 들려준 할아버지는 이세상 사람이 아닌 것 같은디. 내 말이 맞는감?

저주를 파는 산업이 활황이라 함은 그걸로 밥벌이하는 이만 좋은 것 아니여?

복수는 함부로 하는게 아닌 것 같어.

그정도로 한집안을 망하게 하는 것을 원한 것이 확실혀?

복수가 성공하면 보복당할 일은 없는 것이고?

저주의 전개 과정이 무서웠다.

손주에 이어, 아들까지.



아. 이건 전설의 고향이 맞어야.



특히 <덫>을 읽었을 때 확신했다.



새로운 여우 이야기. 짐승보다 때론 사람이 더 잔인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덫에 걸린 여우가 흘린 그것. 부디 살려달라는 부탁을 들어주었으나 놓아주지 않고 지속적으로 상처를 내어 얻었던 그것. 마침내 힘이 다해 죽어가는 여우. 여우의 죽음 이후 쌍둥이 남매의 탄생.


남매의 오라버니가 보인 이상행동. 그리고 여동생의 울음. 아비란 자가 헛간에서 밤마다 한 행동. 아무것도 모르던 엄마의 희생. 이후 말을 잃은 여동생.

그리고 복수. 



개연성이 받춰주지 않았을 땐 헛웃음을 유발하지만 이야기의 힘을 충분히 받았을 때 일어나는 현상. 소름이 돋았다.



이 책을 읽을 때 부디 전등을 켜두시라.

그림자 속에 숨어있던 무언가가 당신을 노릴지도 모른다. 



아. 잠깐. 못보던 귀여운 물건이 가까운 곳에 있다면. 출처를 확인하시라. 



만약 이 경고를 어긴다면...

...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은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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