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은 그 주변의 사람들에 의해서 판단하는 경우도 있다. 흔히 그 사람을 알려면 주변의 사람의 면면을 파악하라는 의미일 것이다. 시인의 아내가 쓴 책이라서 일까, 그래서 시인에게 더 주목하게 된다. 그런데 정작 최근까지 그 시인이 어떤 시를 낸 건지를 몰랐다. 찾아 봤다. 2000년 발표한 '사람은 가고 사랑은 남는다"라는 시집이었다. 시집은 발간된 지 오래 전이라 아쉽게도 절판이었다.
그런데 말이다. 많은 시인들이 활동하며 시를 발표하고 시를 펴내면서 시인 자신의 이야기는 많지만 시인을 지원하는 사람들 글은 정말 찾기가 드물다. 시인을 지원하는 사람이 극소수인 것도 한 묷할 것일 테니까 말이다. 지원이라는 것에 대하여 생각해보면 사실 어떤 예술이든 일부를 제외하고서는 거의 대부분 지원이 없으면 불가능한 시대이기도 하다. 그래서 어느 예술가를 지원하는 그 옆 사람에게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너무나도 잘 아시는 고흐가 동생 테오가 없었더라면 고흐도 없었던 것처럼 수 많은 예술가들의 곁에는 후원자가 반드시 있었고 예술가가 빛을 내도록 만들었다는 점이다. 아직 시인의 아내가 쓴 책은 한 번도 읽어 본 적이 없었기에 이 책을 골랐다. 물론 당장에 읽지는 못해도 언젠가 조만간 읽게 될 것을 예상이라도 하게 될 것이 틀림없다.
조기영 시인의 아내가 고민정 전 아나운서였다. 이 책은 시인을 남편으로 둔 아내의 이야기이다. 즉 시인을 사랑하는 이 시대의 최고의 로맨티스 우먼인 셈이다. 그래 속된 말로, 결혼 장사 시장에서 등급을 매기는 소위 급수로 치면 아예 등수에도 조차 들지 못하는 급의 시인인데 전생에 나라를 구했다고나 할까. 학교 선후배사이란다. 방송 타는 직업을 가진 사람의 면면을 보면 특히 여자 아나운서는 급으로 치면 결혼시장에서 거의 탑 트일 텐데 그의 선택은 시인이었으니 누구나 다 신데렐라처럼 유리 구두의 주인을 찾는 왕자처럼 발을 내밀기 바쁘지만 그는 아예 신데렐라는 되지 않았고 가볍게 차버리는 방식을 택했다. 이 정도면 어느 왕자가 미망인과의 사랑으로 왕의 자리를 버린 희대의 로멘티스트 급과 다르지 않다. 그렇다고 고결한 것까지는 없다 해도 이 시대의 시인은 과연 장가를 갈 수 있을까라고 묻는다면, 아니 별반 직장도 없이 시를 쓰면 시인이지만 시를 쓰지 않으면 백수가 되는 시인을 남편으로 만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이 책은 이야기를 해줄 듯하다. 남편이 못 벌면 능력 되는 아내가 벌면 되지라는 용감한 여성이 결국은 주목을 받는다는 것은 어쩌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그래서 더 돋보이기 마련이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일까 아내로 인해서 시인이 더 돋보인다. 적어도 나한테는...
그럴지도 모르겠다. 어느 예술 분야나 스스로 자수성가는 극히 드물었다. 이름을 드날리기까지 누군가는 옆에서 버팀대역할을 했었던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명성을 얻었던 작가의 뒤에 누가 있는지는 주목을 전혀 받지 못한다. 그럴지도 모르겠다. 정말 사랑하지 않으면 헌신이라는 것은 없다는 사실을 우린 안다. 유행가 가사에서도 나오지 않는가. 그 아픔까지도 사랑했노라고. 사랑이란 이념적 숭고한 가치는 결국 자기 헌신 이외엔 아무것도 아니다. 누군가를 대신해서 스스로 십자가에 올라가는 희생양이 곧 종교적 가치화된 이념이 바로 그런 것이 아니라고 부인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이놈의 원수~같은 남편인데 오늘도 그를 위해서 밥을 차리는 후원자인 아내들이 숨어 있다.
기사 시험 끝나면 꼭 읽어 봐야겠다. 분명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마음을 저음으로 떨리게 할 것이 분명한 예감. 그런데 더이상 미안해 하지 마시라. 더 사랑한 것이 정녕 죄가 되지는 않는다.
PS: 오늘은 와이프가 결혼기념일이라고 했다. 또 통장이 움푹 파였다. ㅎㅎ 그 논리쯤은 나도 안다. 내가 결혼해주지 않았더라면 넌 결혼도 못했을 테니 고마워하라. 그래서 선물 달라는 논리. 네~~드립지요...근데 뭔가 억지 같아서 까웃뚱!~내가 하자 했는 것이 아니라 해달라 해서 해준건데 말이 바뀐다.ㅋ 까이꺼 뭐 이랬든 저랬던 쮜뿔도 없는 놈이랑 살아 내느라 고생했다는 말 전했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