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원서 접수했습니다. 며칠 동안 저녁마다 수험서 펼쳐 놓고 맛보기용으로 읽었는데요.

기분이 상당히 거시기 합니다. 누구 말로는 흔히, 자기개발이나 성취감, 또는 개인적으로 회사에서 필요한 것이니 인사고과나 승진 등의 문제로 자격증을 딸려고 하는데요. 자기 개발이라니 벌써 한숨부터 나오더군요.

내가 원하고 바라는 자기 개발은 이런 게 아니더란 말이죠.

이런 걸로 자기 개발이 되긴 할까, 인생 공부는 때가 없어도 시험공부는 다 때가 있는 법인데라는 생각이 불쑥 치밀더군요.

 

오래전 같으면 이 나이에 은퇴하고 느긋하게 삶을 관조해도 될 시기에 접어드는데 여전히 돈 벌어야 하고 공부해야 하고 이따위 것으로 성취감이 만들려고 하는 짓이 일종의 비루함이랄까요. 또 옛날이야기처럼 케케묵은 이야기한다고 와이프가 타박하더군요.

지금은 그때와 다르다지만 나이는 못 속이겠더군요. 당장에 퇴근해서 저녁에 책을 펴 놓고 나면 저녁부터 잠이 쏟아집니다. 어떻게 조는 줄도 모르고 잠으로 빠져들까 싶더군요. 나이 들면 초저녁잠이 많아지고 새벽잠이 없어진다는데 낮에 회사에서 지쳐서 집에서 과연 공부가 가능하기나 한건지 상당히 어렵긴 마찬가지더군요.

 

시험 관련 카페도 있어서 들어가 보는데 결국 자격증 공부는 닥돌(닥치고 돌격적 암기 방법)이더군요.

소처럼 우직하게 외우고 외우고 반복 반복이라는 방식 이외엔 없거든요.

그런데 돌아서면 잊어 버립니다.ㅎㅎㅎ 미칠 노릇이죠.

안 그래도 별로 좋지도 않은 머리가 노화되어 새로 입력되는 기억력은 형편없는데도 닥돌만이 방법이라니 어떻게 책과 씨름을 해야 할는지 캄캄하더군요. 사람은 인생 공부는 기간이 없지만 역시 시험공부는 시간이 있고 그때가 다 있다는 말이 새삼스럽게 떠오르더군요.

 

1차 시험은 그나마 4지 선답 문제이니 좀 부족하더라도 통박으로 찍어도 점수야 받을 수 있겠죠. 문제는 2차 시험인데 필답형이니 서술형으로 답을 기술해야 하는데 이게 손으로 익혀야 하니 암기가 안되면 적을 수가 없더군요.ㅎㅎㅎ

 

생소한 분야는 없었습니다만, 건축시공학이나 건축재료학 이런 과목은 실제 업무와 연관이 많은 분야이고 또 실제적으로 아는 건데도 수험 책으로 만나니 헷갈리고 틀리게 답을 적는 걸 보니, 아, 역시 공부가 공부구나 싶었습니다.  다시 한 번 더 일깨운다는 의미도 있더군요.

 

어제저녁에 딸아이 데리러 갔다가 오면서 맥줏집에 들러서 공부에 대해 수험생에 대해 함께 공감도 했던 이유가 머리를 써서 암기하고 이해한다는 게 왜 어려운 것인지 힘을 쓰는 노동도 아닌데 육체적으로 지치는지에 대해 설명도 했거든요. 우리가 먹는 에너지의 40%가 뇌의 에너지로 소비되는 이유가 그만큼 공부에는 체력도 중요한 뒷심이 있어야 한다고 했죠. 많이 먹고 충전시켜서 닥돌이라고 했습니다.

 

오늘 토요일인데요. 아고야.. 카메라 매고 나가고 싶더군요. 이제 벚꽃이 만발했고 목련이 활짝 피었는데, 손가락이 근질근질하더군요....ㅎㅎㅎ 지금이 아니면 못찍는데 지금이 아니면 다시 내년에도 봄이 올는지 모르는데 시간은 이렇게 유의미와 무의미 사이를 오고 가네요.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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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05 11: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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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05 15:0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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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06 15: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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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06 16: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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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06 16:0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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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06 17: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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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인생 2017-04-06 20: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이 이야기 나오니 마음이 짠해 집니다. 합격하길 소망합니다.

yureka01 2017-04-07 01:06   좋아요 1 | URL
그러게 말입니다.늙어서 머리에 집어 넣을려니 부대끼네요.ㅋ 감사합니다.

2017-04-07 01:0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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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7-04-07 01:05   좋아요 2 | URL
ㅎㅎㅎ 잠이 쏟아집니다..더 못하겠어요.ㄷㄷㄷ

2017-04-07 10:1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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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07 11: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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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08 11:2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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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09 07: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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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옥 2017-04-10 19: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먹는 것의 40%가 뇌를 쓰는데 들어간다.....
맞는 말 같아요.
고로, 생각이 많은 사람은 많이 먹어야겠는데요.
시험같이 건설적인 두뇌 사용은 괜찮은데, 잡생각이 많은 저는 우째야 되까용???

yureka01 2017-04-10 19:54   좋아요 1 | URL
아악...저 좀 살려주세요..흑흑....
미치것어요..ㄷㄷㄷㄷ

왜 이렇게 스스로를 시험에 빠지게 하는 건지....

저녁 먹고 책상에 앉으니 참이 쏟아집니다..미치겠뇌가 발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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