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머리 아프게 생겼습니다. 이 뜬금없는 욕구에 사람 정말 피곤하게 합니다. 시험을 치뤄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게 됩니다. 심리적으로는 굳이 시험 응시하기 어렵다고 하지 말라 종용하나, 몸은 시험 보기를 요구합니다.

 

게다가 시험공부랍시고 시험공부를 안한지 얼마나 오래되었던지요. 이미 머리가 빠가되고 암기가 어렵기도 합니다. 기사 시험이라는 게 외우는 내용이 대부분입니다. 기사 시험은 암기 시험이라 해도 과언은 아닌데요. 문제는 상당히 외워지지 않는다는 현실입니다. 물론 더 오래 붙잡고 외워야 하는 과정으로 시간을 늘어나는 악순환이 발생하거든요. 한번 보고 외워지면 뭐 고민할 것도 없을 거 같아서요.

 

올해 딸아이가 고삼이라 수험생인데, 부모가 되다 보니 자동적으로 수험생 기분의 이상한 긴장감이 생깁니다. 마치 제가 대입 시험을 치는 거 같은 긴장감으로 두근두근 거리는 느낌이랄까요. 이참에 기사 시험공부라도 해볼까 해서요. 사실은 이 시험은 오래전에 공부를 한번 했었던 경험도 있었습니다. 초년 시절에 1차까지 합격해 놓고 직장이다 회식이다 뭐 하느라 바쁜 나머지 2차 시험을 치르지 않아서 최종 합격을 하지 않아 자격증은 받지 못했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일종의 미련이랄까, 혹은 자신을 또 시험에 빠트리는 되먹지 못한 짓을 하려 하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멍청하게 뇌의 기억 세포를 가만히 두고 볼 수 없다는 것. 아주 못살게 굴어 주고 싶다고나 할까요. 워낙 핑핑 잘 돌아가는 머리 지능이 아닙니다. 특히 공학 분야나 기술 쪽에는 정말 고역입니다. 다분히 인문학적인 분야가 맞는 것이니 오죽한가 합니다.

 

공부라는 것이 자신이 좋아서 트레이닝하는 공부는 딱히 공부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제가 사진을 좋아해서 사진을 찍는 과정에서 배우고 습득된 지식은 꼭 공부라는 과정이었으나 학습의 고역이 없었거든요. 억지로 외우지 않아도 사진 관련 책을 봐도 지식은 흡수되기 아주 쉬웠거든요. 공부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 학습이란 자신이 원하고 취미가 좋을 때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기사시험은 취미가 딱 들어 맞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니까요. 기본적으로 재미가 없으니 억지로 주입을 시키기 위한 과정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억지로 주입이 바로 공부의 고역인 셈이죠. 사실 좋아하는 것을 배우는 것은 공부가 아니라 즐기는 것이거든요. 이게 결정적인 차이입니다.

 

3월 31일이 원서 접수하고 5월 7일이 1차 시험입니다. 시간상 한달 조금 더 남았는데 문제는 1차 시험은 운전면허처럼 과년도 기출문제만 달달 외우면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관건은 2차 시험이거든요. 단답형,서술형 필답이고 실무형으로는 그림이나 영상을 보고 답을 적어야 하는 문제라서요. 그러니 결국 1차 시험의 준비가 2차 시험까지 연계됩니다. 물론 1차 시험만 봐서는 의미 없으니 결국 이론부터 공부를 해야 하기 때문이죠.

암기의 특효라는 게 딱히 없습니다. 외워질 때까지 붙들고 억지로 뇌의 세포에 언어를 집어넣는 예금을 해야 하죠. 암기란 지식의 예금통장이라서요. 문제를 주면 답을 인출하는 인풋과 아웃풋의 과정입니다. 그런데 머리가 참 멍청해서 입력을 마구 꾸겨 넣어도 잘 들어가지가 않는다는 것입니다. 순간의 기억을 뇌세포에 지워지지 않게 각인시켜서 시험 볼 때 쉽게 튀어나올 수 있게 하는 것. 이것이 시험공부거든요. 머릿속에 집어 넣는다는 것이 부단하게 읽고 쓰며 마치 석공이 바위에 그림을 새기듯이 망치와 정으로 수많은 두드림이란 힘을 써야 하는 과정처럼 외워야 하는 것이 필수적이니까요.

 

또 자신을 시험에 빠지게 하는 내가 좀 밉습니다. 예수님의 주기도문에도 나오죠?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시고라며 절절한 기도를 합니다. 아니, 왜 뭣하러 낳고 낳아서 시험을 치게 만들까요? 대체 이 무슨 악취미가 따로 없는 것과 같이, 태어난 자는 무조건 시험을 쳐야 하는 것이 곧 삶이 아니겠습니까? 없는 애 만들어서 시험을 치르게 하는 그 악취미는 이해가 안 됩니다. 인간으로 태어난다는 것. 이게 차라리 아무 것도 모르며 유전자의 명령에 따라왔다가 사라지고 마는 박테리아보다 나은 게 뭐가 있을까요?

 

그러나 이런 질문 앞에 있어서 우리는 질문도 하기도 전에 이미 태어나고 말았더란 말이죠. 상황은 벌어졌고 시험은 수습을 해야겠고, 참말로 난감하기 이를 대가 없습니다. 삶이란 끝없는 시험과 선택과 결정의 연속적 순간입니다. 때로는 피할 수 없는 순간들, 혹은 피할 수 없는 시험들에서 인간은 결국 산다라는 명제와 마주하게 됩니다.

 

머리는 똥 대가리처럼 돌아가지도 않는데 시험을 위해 억지를 써야 하는 삶의 무선택적인 상황에 책임질 사람은 없습니다. 오롯이 겪어 야거든요. 왜 죽어가야 하는데 태어나도록 했을까라는 질문 앞에서 초라하지 않을 인간 없기도 합니다.

 

공부하기 정말 싫네요. 젠장. 인간의 숙명이 공부야. 아 그럼 인간도 싫어. 싫건 좋은 넌 선택권이 없단다. 예 ..마음은 아닌데 몸은 공부하라는 명령. 뭐. 까이 거... 대가리 쥐어 뜻을지라도.

그러고 보니 아이에게 항상 미안하다는 말 자주 합니다. 시험에 들게 했으니까요. ㅎㅎㅎ 자기 모순에 빠져 사는 것도 다름 아닌 삶이라는 것~. 나이 들어서 시험치는 것을 누구는 철저한 자기관리 이딴 식으로 호도하는 경향이 있는데, 자기 관리를 왜 자기가 어려워하는 걸로 관리를 해야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스스로 즐길 수 있고 좋아하는 취미로 자기관리는 불가능한 건 아닐 텐데 꼭 억지를 써야 하는 것들로 자기 관리라니, 가만 생각하면 아주 웃끼지 않더군요. 아직 결정내리지는 않았습니다. 31일까지 고민해봐야겠습니다. 할까 말까 라는 고민은 몸과 마음을 상당히 괴리시키네요. 사실 쉽게 외워지지 않으니 자신감이 거의 바닥수준이라서요.ㅎㅎㅎ 요즘은 무슨 책이라도 읽고 돌아서면 머리는 백지상태인데 어떻하지 싶어서요. 미칠 노릇이네요. 머리에 기름칠이 곧 외우는 것이고 더욱이 앞으로 장차 치매 안걸릴려면 부단히 외워야하는데 말입니다. 도전인가 응전인가.아니면 그냥 포기할까? 긴가 민가 하네요..글쎄.

PS : 여튼 얼마가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시험칠려면 책읽기 곤란하지 않을까 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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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17-03-29 07: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공부는 다시 하기 힘들 것 같아요. 외국어를 좀더 배워보고 싶은데 도무지 시험치고 점수 받을 생각이 들지 않네요.ㅎㅎ

yureka01 2017-03-29 08:54   좋아요 2 | URL
ㅎㅎㅎ 아마 외국어 공부는 합격 불합격이 없으니 공부가 끝이 없을듯합니다~^^..

2017-04-03 12: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4-03 12: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17-04-14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작하셨어요? ㅎㅎ 합격 기원합니다. 할 일 앞에 두고 딴짓부터 하는 거. 저랑 비슷해요. 날씨가 마구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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