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사진 블로그에 이웃분으로 계시는,

김 휴 시인님의 시 한 편 감상하고 싶었습니다.

 우선 시부터 먼저 보기로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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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의 사생활 _ 김휴

 

눈꺼풀에 새 발자국이 찍힌 날에는

너를 후회하기 위해

철학적인 몸 하나를 떼어 낸다

 

지금은 새떼가 구름을 사모하는 무렵

부르다만 노래처럼 비가 내린다

비는 과거에서부터 첨벙대며 달려오고 있는

나는 어떤 의미였을까?

 

마침내 너의 눈에 방 한 칸을 들였지만

여전히 너는 부재중이다

 

비는 그치지 않고

더 거센 빗줄기가 될 수밖에 없는 나는

너무나도 안타까운 비의 사생활

 

비와 너와 나 사이는 말라죽을 삼각관계,

고백할 것들이 많겠지만

비는 이미 슬픔을 벗어났고

너는 나를 죽도록 미워해야 한다

 

비가 아파서

비가 쏟아진다.

 

===== 해 설 =====

 

눈꺼풀에 새 발자국이 찍힌 날.

비가 내린다는 의미,

눈을 감고 비를 맞으면 빗방울이 눈꺼풀에 

새 발자국같이 찍힌다는 표현을 은유했습니다.

 

너를 후회하기 위해,

여기서 너는 곧 사랑했던 당신을 의미하겠죠.

 

당신을 만났던 것을, 후회하기 위해

철학적인 몸,

여기서 철학적이라는 뜻은

미련이나 회한, 연민 떨쳐내려 한다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지금은 새떼가 구름을 사모하는 무렵.

즉 비가 내릴 무렵에서

연민의 노래를 부르다 마는 것.

 

비가 곧 당신이라고 했습니다.

 

당신의 과거에서부터 첨벙대며 달려 오고 있는,

비가 올때 첨벙대며 비에 젖을지라도 신나게

찾아가던 나는, 과연 당신에게 무슨 의미였는지 묻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당신의 눈에 보인 나.

나를 당신 마음속으로 밀어 넣었지만

여전히 당신은 내가 들어갈 자리가 없었던 것처럼

나를 사랑하지 않았음을 알아차립니다.

 

내가 사랑하는데 왜 당신은 비가 되는 걸까요.

 

당신은 그치지 않고,

더 거세게 빗줄기로 내려치는 마음은

내가 나를 봐도 참 안타까운, 나의 (은밀한) 사생활이었지요.

 

이제 여기서

앞에서의 비는 당신이었지만,

다음 연부터는 비가 자신이 됩니다.

(앞으로 비는 당신이고, 뒤의 비는 나입니다.)

 

비와 너와 나,

이 삼각관계에서 말라 비틀어 죽을 사랑한다는 고백이 많았지만

비, (나는) 이미 슬픔을 벗어나려 했고,

그제야 당신은 죽도록 내가 미워할 거 같아서요.

 

나는 당신에게 충분히 어필을 했는데

거절당한 채 슬픔의 비를 맞고

그제서야 알아차린 당신은 내가 이미 돌아서버린 것을

슬퍼하여 미워하려나 봅니다.

 

세상의 비는 모두,

내가 아파서 쏟아진다고 합니다.

 

비의 사생활이라는 제목이지만,

기실은 시인의 개인 자신의 사생활이었던 것은 아닐까요.

 

그러니 왜 진즉에 사랑한다고 고백할 때는 좀 받아주련만,

알아주지 못해 체념당한 채 고개 돌려 버린 후에

이제서 당신은 알아차리고 나서

왜 그땐 몰랐나 후회하는 것이었지요.

 

사랑한다했을 때 받아주는 것.

비싸게 팅기지 말고.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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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이건 순전히 개인적인 해석일 뿐입니다.

교과서에서는 나오지 않습니다.

 

물론, 시인께서 이 시의 해석을 보고,

아 그 게 아닙니다!라고 해도 할 말은 없지만요.

 

뭐 시야 오독이 80%라고 하거든요.

 

오래전에 황석영 작가께서 자신이 쓴 수필이 수능에 나온거 보고

문제 풀었는데 틀렸다고 하더군요.ㅎㅎㅎ

네, 시는 그저 보는 사람 마음이니까요.

여하튼 오늘 비가 하루 종일 추적추적 내립니다.

나를 거절한 당신이 내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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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7-02-22 22: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어쩐지 재미있네요 . 아..왤케 비는 한량없이 좋은건지~ 오후 늦게 추운 것도 무릅쓰고 현관을 열어 비감상을 했네요!^^ 좋은 느낌의 시 고맙게 주워 갑니다~^^

yureka01 2017-02-22 23:48   좋아요 1 | URL
비는 내리는데 기분이 상그러울 때 책 읽기 보다는
시 한 편으로 곰곰히 뇌까리는 것처럼 읽고
마음 길 가는대로 따라 가보는 거라죠....

비감상 좋네요..베란다 창문 열고 밤비소리나 듣고 싶네요..

감사합니다.

[그장소] 2017-02-23 01:29   좋아요 1 | URL
음음~^^ 오늘은 음악이 어째 거슬려요 . 그래선지!^^ 좋은 밤 되세요!

yureka01 2017-02-23 08:56   좋아요 1 | URL
빗소리가 때론 음악보다 더 진하거든요..ㅎㅎ^^..

[그장소] 2017-02-23 09:18   좋아요 1 | URL
흐흣~ 간장처럼? 커피처럼요? ㅎㅎㅎ

yureka01 2017-02-23 10:37   좋아요 1 | URL
^^ 네 커피처럼요~~^^..

2017-02-23 11: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yureka01 2017-02-23 11:26   좋아요 1 | URL
우산 없을 때는 잠시 처마 밑에서 비구경하는 것도 좋아요.^^..

줄리엣지 2017-02-23 11: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현명하신 말씀입니다~~전 계속 비를 맞으며 걷거나 아님 그 빗속으로 들어가지않거나 이분법적사고였는데... 역시~ 멋지십니다^^

yureka01 2017-02-23 11:40   좋아요 1 | URL
비는 멈출 수는 없지만,
발걸음을 잠시 멈춰도 될 거 같아서요..^^..

강옥 2017-02-23 11: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야생화 사진 참 잘 찍는 분이었어요, 김휴 님.
요즘 사진은 한층 업그레이드(?) 돼서 제 눈높이엔 좀 어렵더군요.
저런 걸 현대사진이라고 하는가보다 싶구요.
시도 난해한 편이던데요. 물론 제 눈높이에 ㅎㅎ

yureka01 2017-02-23 12:09   좋아요 0 | URL
아고 ..야생화 찍으셨는줄은 몰랐어요..

네 요즘 사진이 아주 그냥 시적인 해석이 필요한 거라서요..

저도 어렵더군요..ㅎㅎㅎㅎ^^..

겨울호랑이 2017-02-23 12: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 뿐만 아니라 시 해석도 깊은 생각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느끼게 됩니다^^: 역시 시는 어려워요 ㅋ

yureka01 2017-02-23 13:15   좋아요 1 | URL
저도 시는 어렵더라구요..ㅎㅎㅎ수학은 공식과 증명이라도 있는데 시는 보는 사람과 쓰는 사람의 해석에 괴리가 크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