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 산문 시처럼 읽어 주시길 !~)

 

 

 

 


 

오늘이 무슨 날일 필요가 없습니다. 무슨 날이어야 할 것도 없습니다. 다만, 오늘이 굳이 무슨 날이라고 억지로 붙여 본다면, 죽기 딱 좋은 날이라는 겁니다. 아니 반대로 살기에도 딱 좋은 날이라는 겁니다. 오늘이 무슨 날이었든 간에 어차피 오늘을 지낸 모든 사람은 오늘만큼, 딱 살았던 만큼 죽었던 것이죠. 네 죽기 좋은 날이 사소하게도 특별할 일도 없는 그런 날입니다.

 

오늘 누군가와 싸웠나요. 싸운 사람을 죽였네요. 오늘 고객과 한바탕했습니까? 네, 그 고객의 죽은 입에서 나온 말들이 나를 죽였지요. 오늘 사장에게서 한 소리 거하게 들었습니까? 내 자존심이 죽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장에게 이 씨파 더러워서 그만둔다고 말도 못했습니다. 그럼 또 한번 더 내가 나를 죽였습니다. 오늘 마누라에게 잔소리 들었습니까. 경멸의 눈초리로 자신에게 마음의 심장에 비수를 꼽은 마누라가 오늘도 나를 죽였습니다. 그런데 나는 술 먹고 마누라에게 "야 짜증나. 너네 집으로 가라 제발"이라고 했습니까? 그럼 마누라(마누라의 마음을)를 죽였습니다. 슬픕니까? 우울합니까? 짜증 납니까? 네 다 죽어가고 있기 때문에 죽었다고 있는 거라서요.

 

소주 한병 일병 나발 불어봤습니까? 네, 간을 죽이고 뇌세포 수억 개를 죽였습니다. 우린 오늘도 수없이 누군가를 죽였습니다. 그리고 또 누군가를 죽이고 있습니다. 죽인 수 이상으로 나도 죽었거든요. 왜 살려고 발버둥 칩니까. 다들 죽이고 싶어서 안달 났거든요. 미워하는 것도 죽이는 것과 뭐가 다르겠습니까. 혐오스럽죠? 네 그만큼 죽였습니다. 사랑합니까? 네 사랑 때문에 죽어 갑니다. 욕망으로 태어난 모든 이들이 욕망으로 죽게 태어나게 할 겁니까. 왜 살려고 죽입니까 죽이면서 살리려 애를 씁니까.

 

시간은 죽어 갑니다. 죽어 간만큼 비례적으로 내가 살았고 살았던 모든 것이 사소할 따름입니다. 살고 싶습니까? 그럼 죽으세요.'윤회를 믿습니까. 그럼 죽어야 다시 태어날 수 있습니다. 죽지 않고 윤회로 다시 태어날 수는 없습니다. 그럼 오늘 죽으세요. 죽기 딱 좋은 날입니다. 네. 오늘 죽었으므로 새로운 시간을 살 수 있습니다. 오늘도 열심히 살아낸 나는 그 정도로 죽었습니다. 사소한 일상은 늘 빛이란 미래를 보려 들고 과거의 죽음을 보았던 것일 따름입니다. 살았으니 죽어가야죠.

 

죽어가니 또 삶을 태어나듯, 시간은 새롭게 다가서야죠. 변화는 모든 것을 바꾸게도 하지만 바꿈의 전(前)은 죽었습니다. 죽는 게 별거 아닙니다. 오늘 열심히 살아 낸 내 생의 얼마나 남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죽었잖아요. 힘! 힘내서 죽어갑시다. 사소한 날을 열심히 죽이는 짓. 그만둘 때까지 죽어가야죠. 죽어나는 모든 분들 화이팅. 사실 죽는 것도 지겨워요. 사즉생 생즉사. 다 집어치우고 죽이나 한 사발 합시다. 물론 죽에는 소주 한 됫병이 죽이는 안주 ~

 

죽는 것보다 더 싫은 말. 사즉생 생즉사라는  겁니다. 죽으려면 죽는 것이고 살아야 사는 것이라야 되잖아요. 사즉사, 생즉생 이게 재대로죠. 죽기는, 사는 것 보다 어렵고 죽는 건 사는 것보다 어렵죠. 죽는 거나 사는 거나 어렵습니다. 죽지도 못하고 살지도 못하는 거라지만 결국 다 죽지 않습니다. 다만 변할 뿐이죠. 변하는 것을 죽는 거라 여기면 됩니다. 내가 죽어 무엇으로 변할지는 아무도 모르겠지만 오늘 이순간, 즐겁게 죽어야죠.아니 변하죠. 그것도 무려 짜릿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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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9-01-05 10: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 유레카님 말씀처럼 모든 것이 좋기도 어렵고 좋을 수만은 없을 것입니다. 반대로, 나쁘기만 하지도 않겠지요. 날씨도 고작(?) 몇 도의 변화에 움츠러들기도 하고, 활기차게 지내는 자신을 돌아보면 결국 자신의 문제가 아닌가 생각하게 되네요. 유레카님 행복한 하루 되세요!^^:)

yureka01 2019-01-05 10:41   좋아요 2 | URL
그럼요..죽기 좋은 날의 이면에는 살기에도 좋은 날이죠..사실 틀린 날은 없듯이 나쁜 날도 없습니다.
나쁜 것의 결과론과 좋은 것의 인과론이란 오늘이 마지막이듯이 살면 마음을 넓게 가지는 무장해제가 필요하죠.
오늘도 살기 좋은 날 되시길 ^^..

stella.K 2019-01-05 11: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뭔가 달관한듯하군요.
맞는 말씀입니다. 특히 마지막 말씀은 짜릿하게 맞습니다.ㅋㅋ

yureka01 2019-01-05 11:47   좋아요 1 | URL
네..죽을 때까지 늘 짜릿한 감동과 감탄과 감흥으로 !~~^^..

강옥 2019-01-05 13: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살기 좋은 곳이 죽기도 좋지요
성산포 시인이 하신 말씀 ㅎㅎ

살기보다 죽기가 어렵다는 건 나이가 더 들어야 절실할 겁니다.
이태리 영화(제목은 잊어버렸는데) 대사에 나오죠
˝삶이 너무 길어요˝
주인공 남자는 결국 아내를 질식사시키고 자신도...

yureka01 2019-01-05 19:46   좋아요 0 | URL
삶의 시작과 끝은 늘 비선택적이라는 게 근본 문제더라구요.^^..

시작을 선택할 수 있었더라면 ..아예 시작도 하지 않았을 텐데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