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창 뜨거웠던 여름 무렵에 담았던 어느 연못의 연꽃입니다.

얼핏 봐서는 연꽃이려니 특별할 것도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주 목적 피사체가 연꽃이긴 한데,

연꽃의 양옆으로 오른쪽은 피기 직전의 연꽃이고,

왼쪽의 연꽃은 이미 다 져버려서 퇴색되었습니다.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전이되면서

펼쳐지는 각자 저마다의 시간 순서가

사진 한 장에 담겼거든요.

 

이걸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저마다의 각자가 살아가는 시간에 같은 시간이라 하더라도

절대 공유가 안된다는 점.

그리고 시간이란 변화의 연속성이라는 점.

 

연꽃이 단순히 이쁘다는 것을 떠나서

무겁게 받아들여지더군요.

 

만약에 저 연이 꽃을 만들지 않고

씨앗을 만들지 않고

다음해에는 꽃을 피우지 않겠다고 발버둥 칠수 있을까?

라고 물어 봤습니다.

그럼요. 저 연은 꽃을 피우지 않을 권리도,

피워야 할 의무도, 선택할 수 없다였다는 거죠.

다만 피울 수 있는 조건과 피우지 못할 조건의 명령만 따를 뿐이니까요.

 

가끔 생각해보면 

시간이란 참 모질구나 싶었어요.

 

우리네 인생들과 뭐가 다를까 싶어요.

아직 꽃한번 화려하게 피우지도 못한 거 같아서 말이죠. 

 

그래서 글 한 편 (사진 블로그에) 나왔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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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핀 꽃은 지고

꽃이 진 자리에 꽃은 피고

죽은 시간에서

다시 시간이 산다.


지고 피고

흐르며 잇는

이 윤회 같은 뫼비우스 곡선.


내가 머물고 있는 곳은

누가 있었던 곳이며

내가 떠난 뒤에

다시 누가 채워질 것인가.


이 끊기지 않는 체재에

저항은 고사하고

시작과 끝에 순응만 있는

탁류의 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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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28 16:1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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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28 16:2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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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8-11-28 20: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유레카님의 설명이 없었으면 그 의미를 알지 못하고 넘어갔을 것 같네요. 자신의 감상도 중요하지만,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함을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yureka01 2018-11-29 08:54   좋아요 2 | URL
영상매체의 단점은......명확한 의도가 어렵죠..

북프리쿠키 2018-11-28 21: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꽃 한번 활짝 피우실 그 날이 아직 남았네요~ 블로그 글도 멋집니다^^

yureka01 2018-11-29 08:54   좋아요 2 | URL
기회가 왔음에도 준비부족으로 피우지 못할 때가 있었을지도 모르겠어요..ㅎㅎㅎㅎ

강옥 2018-11-29 11: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사진, 명징하게 기억에 남네요
꽃봉오리, 만개한 꽃, 열매가 한 화면에 다 들어있는 -
의미 부여는 작가의 몫이기도 하지만, 독자의 몫이기도 하지요
이미지만 보고도 작가의 생각을 읽어내는 사람이 있나하면
달은 보지 않고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만 보는 사람도 있겠죠.
순환 혹은 윤회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네요 ^^*

yureka01 2018-11-29 13:30   좋아요 0 | URL
물론입니다.사진은 보는 사람의 해석이죠..
가급적이면 의미와 해석이 부합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으니까요..

달을 가리켰는데 손가락보면 뭔가 삔뜨가 어긋나는 느낌이 들어서 말이죠..

당연히 사진 찍을 때 의도와 해석이 비슷하도록 찍어야 재대로 된 사진이겠지요..

늘 의도와 함께 봐주시니 아주 고맙습니다!~^^..

2018-11-30 11: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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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30 12:4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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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8-11-30 17: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같은 시대를 살고 있지만, 사람마다 서로 다른 시간을 살고 있어요.
각자의 시간이 조금씩 다른 속도로 흐르는 느낌도 들고요.
연꽃을 보면, 오래 지나도 꽃을 피우는 생명력 같은 것들이 떠오릅니다.
그리고 지난 여름의 더웠던 날들도 조금 생각나고요.

유레카님, 오늘은 11월 마지막 날입니다.
11월에는 좋은 일들 많으셨나요.
11월의 남은 행운은 오늘 안에 꼭 쓰시고,
내일부터는 좋은 일들 가득한 12월 시작하시면 좋겠습니다.
따뜻한 금요일 보내세요.^^

yureka01 2018-12-03 08:58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각자 저마다 자신이 가진 시간....
오늘도 어떤 속도로 상대적 시간을 지나야 하는 걸까요..ㅎㅎㅎ

감사합니다.벌써 12월이네요..

카알벨루치 2018-11-30 17: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꽃의 역사, 윤회같은 뫼비우스...사진이 너무 좋네욧!

yureka01 2018-12-03 08:59   좋아요 1 | URL
지난 여름..그렇게 뜨거웠던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추운 겨울에 여름을 반추해보게 되더군요...
무지하게 더웠는데 말이죠..흐..
감사합니다!~

페크pek0501 2018-12-01 11: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리가 알 수 없는 삶의 법칙, 자연의 질서, 어떤 규칙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세상이 참 신비롭구나 하는 걸 느껴요.
님의 글에서 또 한 번 느낍니다.

yureka01 2018-12-03 08:59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시간의 마술이 참 위대하게 보이기도 하죠..
감사합니다!~

2018-12-03 12:0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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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03 12:1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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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03 13: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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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03 13: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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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03 13:5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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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03 14: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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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03 14:2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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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03 16: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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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05 11:1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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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05 11: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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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05 11:3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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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8-12-08 22: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 날씨가 너무 추웠어요. 어제와 같은 온도라고 나오지만, 아닌 것 같아요.
바람이 불어도 춥고, 바람이 불지 않아도 추운 날씨예요.
그래도 주말은 즐겁게 보내고 싶어요. 얼마 남지 않은 12월이기도 하고요.
유레카님, 감기 조심하시고, 좋은 주말 보내세요.^^

yureka01 2018-12-09 06:37   좋아요 1 | URL
6개월전만해도 한여름날씨.
30도가 넘었다는게 이 추위와는 전혀 다른 거니,,

4계절이 있어서 금수강산이란 것도 착각인듯해서요...

온도차에 따라 적응하기가 상당히 돈이 많이 드는 고비용 구조의 날씨라서 ..ㅎㅎㅎㅎ

김장하러 갑니다..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