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붓 - 김주대의 문인화첩
김주대 지음 / 한겨레출판 / 2018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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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심이 가득 들어간 리뷰입니다.

 

모모 친구가 트위터에서 어찌나 김주대 시인을 좋아하던지, 트위터도 찾아보고 오마이뉴스 블로그에 포스팅하던 사진을 자주 보러 갔었다. 시인의 사진이 그저 일상적인 사진인데 역시 시인의 글이라서 그런지 쏙쏙 닿는 느낌이었다. 사진 좋아하는 놈이 시인을 좋아하는 건 완전 별개의 문제였지만 급기야 사진 책을 낸다고 불쑥 트위터에 누굽니다 메일로 부탁을 위해 찾아가서 책 말미 넣을 글 몇 자 써주세요라고 당돌하고 뜬금없이 부탁을 했었다. 인사동에서 문인화전 전시회를 할 때에도 찾아가서 시인에게 인사도 드리고 작품에 대해 설명도 듣고 그간에 모아둔 시집을 가지고 가서 사인도 받았다. 시인은 그저 저 멀리 고고한 산에 홀로 앉아 고고 청청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반갑게 맞아주니 고마웠던 기억이 난다. 책에 들어갈 글도 흔쾌히 받았다. 글 쓰며 시 팔아야 하는 시인에게 원고료도 드리려니 한사코 안 받겠다고 했다. 대신 원고료 조로 시인의 책을 30권 사서 지인들에게 나눴다. 물론 이런 사정이야 김주대 시인은 지금 기억도 못할지도 모른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참 철면피한 게 심장이 화끈거린다. 언제 봤다고 트위터에서 몇 개 주고받은 걸로 대단히 친한 척하며 찾아가서 글 한편 주세요라는 이 뻔뻔함에 시인은 얼마나 기막혔을까 싶기도 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다감하게 맞아주시던 시인의 풍만한 마음을 알아차리기에 충분했다. 나 같았으면 "저 새끼 뭐지?"라고 했을지도. 그래서 말이다. 시인에게 글 한편 받는 게 어찌나 고맙던지. 평생 잊어버리지 않을 작정이다.

 

올해도 거르지 않고 시화집을 출간했다. 반가운 마음에서 당연히 덥썩 주문부터 했다. 하여간 친구 말에 의하면, 김주대 시인에게 열등감까지 느낄 정도로 문인화를 그리며 시를 짓는 능력은 탁월하다는 것이다. 트위터에서 나오는 이야기도 전혀 보수적이지도 않아서인데 그의 감성에 백번 이상 인정한다. 현 편으로는 "이 냥반 사진 찍다가  그림?"이라고 했지만 사진의 궁극은 그림이 아니겠는가. 그러니 그림을 그리고 시를 지어 내는 것은 어쩌면 조선시대로 치면 제대로 선비답다고나 해야 할까 싶더라. 시문과 시화에 능한 현대적인 선비상이라고나 할까. 딱 그 모습대로이다. 시인의 붓은 시만 나오는 게 아니라 그림도 나온다는 점이 차이점이다. 그는 철저히 시인이라고 밝힌다. 그의 그림은 시를 위한 확장제라고 규정할 만큼 화가보다는 시인이다. 시인의 격정과 감정의 토로, 그리고 나오는 반성과 격정적 반응은 그림과 시가 콜라보이자 화학적 감수성의 반응이 시화로 연출한다. 그림의 섬세함은 시에서부터 나오는 그의 상상력과 현실을 바탕이 그림으로도 직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존경하는 시인들도 있다. 그런데 김주대 시인은 감히 사랑할 대상의 시인이라는 점이 다르다. 비슷한 나이 또래에 시골 출신(경북 상주가 고향)의 공감대에서 나오는 그의 필력과 화력의 근원을 생각하면 얼추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적인 고민과 감정들의 은유와 복선과 탄식과 탄성이 시와 그림에서 뿜어져 나오고 있는 까닭이다. 그래서 사랑해도 좋은 시인이라는 것에 긍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일전에 시인을 찾아뵐 때  서울로 올라가는 버스를 타고 가며 시인을 만나면 무슨 말을 할까 고민했었던 게 생각난다.


이번 문인화 시선집에서도 그의 시에 걸린 그림들이 한결같다. 고양이 그림, 부처님 그림, 허물 져 가는 집의 그림 등등, 그의 시는 말 없는 그림으로 표현되고 그림은 시를 다시 수식하고 은유한다. 그야말로 시인의 붓에서 흐르는 먹물은 그의 시문학과 그림으로써 나오는 눈물의 외침이다. 붓끝의 먹의 농도와 선을 통한 시와 그림은 그래서 하나의 앙상블이고 콜라보의 아우라를 내뿜는다. 화가도 많고 시인도 많다지만 시와 그림으로 어우러져 내는 정수는 그의 사유와 감성의 도도한 물처럼 흐르고야 만다. 늘상 빌빌한 시를 빌어 돌아다닌다는 그의 빌빌한 시라고 하지만 결코 빌빌거리는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문인화집을 내면서 꼭 그림 전시회를 했을 텐데 찾아가 보지를 못했다. 이 문인 화집을 통해서 시인의 활동이 궁금하고 기억하지 못하는 어느 독자인 내가 그의 안부도 궁금한 것도 어쩌면 책을 통해서 묻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항상 붓이 살아 움직이는 시인의 마음에 끝에 담긴 그 점하나 오랫동안 자주 만나고 싶은 마음 가득하다. 이번 책도 참 고맙게 잘 읽었고 감상이 절절했음을 고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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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프리쿠키 2018-10-28 20: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런 경험 참 오래남을 건 같아요.
유레카님 편안한 밤 되세요^^

yureka01 2018-10-28 22:58   좋아요 1 | URL
좋은 경험으로 기억되더군요..
앞으로도 시집 문인화집 나오면 꾸준히 감상할 작정입니다.ㅎㅎㅎ
감사합니다!~

2018-10-28 23: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0-29 08: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18-10-28 23: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누군가를 좋아하고 누군가의 작품을 좋아하는 일. 행복한 일이죠.

yureka01 2018-10-29 09:00   좋아요 1 | URL
그럼요.팬심이 이런거 아닐까 싶어요^^..

겨울호랑이 2018-10-29 09: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자신의 생각과 의도를 직접 말하기 보다, 그림이나 음악, 시 등을 통해 넌지시 알려주는 여유를 갖춘 사람이 진정한 선비임을 생각하게 되네요^^:)

yureka01 2018-10-29 09:17   좋아요 2 | URL
그럼요..직유보다 은유가 그래서 더 멋찌죠..^^..그런 여유와 안목..참 그리운 것들입니다!~^^..

강옥 2018-10-30 19: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덕분에 김주대 시인에 대해 많은 걸 알게됐네요
작가 성향이 유레카님과 비슷하게 느껴진달까....
글에다 그림까지.... 아효... 부러워라!
하긴 사진에다 글까지 잘 쓰는 유레카님도 못지 않죠 ^^*

yureka01 2018-10-31 09:30   좋아요 1 | URL
맞아요..하여간 너무 너무 부러운 시인이었습니다..ㅎㅎㅎ
저는 시인에 비하면 따라가지도 못해요..ㄷㄷㄷㄷ

서니데이 2018-10-31 23: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소개해주시는 책, 좋은 책인가봅니다.

유레카님, 10월 잘 보내셨나요.
내일부터는 11월입니다. 좋은 일들 가득한 한 달 되셨으면 좋겠어요.
따뜻하고 좋은 밤 되세요.^^

yureka01 2018-11-01 08:42   좋아요 2 | URL
네 이젠 11월 겨울이네요..오늘도 쌀쌀한 날씨..건강하시고요..^.^

라샤 2018-11-05 14: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마음이 결국 손 끝으로 흘러나와 글이 되고 그림이 되는 것 같아요
이런 에피소드를 읽으니 책이 엄청 궁금해지네요!

yureka01 2018-11-05 14:06   좋아요 1 | URL
시가 그림을 수식하고
그림이 시를 의미라는 콜라보죠,
제가 좋아하는 시인중 한분이었어요..감사합니다!!

2018-11-09 09: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1-09 10:4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