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부터 많은 것을 배우지만 우리의 삶을 이끌어는 얇은 머리로 외운 지식이 아니라 몸에 새긴 기억입니다. 어떤 일을 하면 우리의 몸과 마음은 그에 따라 작용을합니다. 이때 일이 수고로우면 수고로울수록 그만큼 더 크게 작용하고 우리 안에 깊이 새겨지지요. 마찬가지로 낯설고 어려운 책을 읽느라고 안 쓰던 뇌를 쓰고 당혹과 좌절을 맛보고 나면, 책 내용은 잊어도 그 몸과 마음의 작용은남아 나를 이룹니다. 즉 책을 읽기 전과는 다른 내가 만들어지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지금 이대로의 내가 최선이고최고라서 바뀔 필요가 없다고 믿는다면 몰라도, 좀 더 나은 나, 달라진 세상을 만들고 싶다면 힘들더라도 내 몸과마음을 고단하게 해야 합니다. 이 세상에 쉬운 배움, 편안한 깨달음은 없으니까요. p82
세상이 얼마나 크고 깊고 복잡한지, 그에 비해 내가 아는 것은 얼마나 적은지 깨닫기 위해서는 내가 모르는 것과 만나야 합니다. 그때 몸으로 부딪쳐 만나면서 스스로의 모자람을 깨달을 수 있다면 가장 좋지만 경험엔 한계가 있지요. 그래서 책이라는 쉬 접할 수 있는 도구를 취하는 것이 고요. 그런데 만약 책마저 내가 익히 알던 것만 읽는다면 어떻겠습니까? 자신의 부족함은 생각도 못 한 채 세상을 다 안다는 착각 속에서 편견과 아집만 키우지 않겠어요? p86
하나는 되풀이해서 읽는 반복 독서입니다. 공자가 [주역]을 하도 많이 읽어 책을 묶은 가죽끈이 세 번해서 나온 ‘위편삼절’韋編三絶, 백 번 읽으면 저절로 뜻이 드러난다는 ‘독서백편의자현’讀書百遍義自見은 모두 반복 독서의 중요성을 말하는 고사성어로, 예로부터 이 독서법이 애용되었음을 반영합니다. 또 하나의 방법은 쓰면서 읽는 메모 독서인데, 이에 대해서는 뒤에 「쓰면서 읽는 법」과 「고전 읽는 법」에서 자세히 설명했으니 그것을 참고하면 좋겠습니다. p90
그런 점에서 제가 강력히 추천하는 것은 시 베끼기입니다. 시를 베껴 쓰는 것은 감수성을 키우고 남다른 문장을 쓰는 데 썩 좋은 방법입니다. 그냥 옮겨적는 게 심심하면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리면서 내가 좋아하는 연애시를 모은 나만의 책을 만든다고 생각하고 공책에 옮겨 적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이렇게 내가 뽑고 내가적은 나만의 연애시집을 만들어 선물한다면, 만든 사람은제 공부가 되어 좋을 것이며 받는 사람은 세상에 하나뿐! 특별한 책을 받아 좋을 것이니 모두에게 행복한 일이 되지 않을까요. p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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