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
줄리언 반스 지음, 공진호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2011년 맨부커상을 수상한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의 #줄리언반스가 쓴 #미술에세이 이다.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를 매우 재미있게 읽어서 이 #에세이 가 무척 반가웠다.

이 책은 1989년부터 2013년에 걸쳐 영국의 미술 전문잡지 <현대 화가>를 비롯한 여러 유명 잡지에 실린 에세이를 모은 것이다.
17편으로 구성 되어 있는데 접근하는 방식과 서술방식이 다양하다.

책표지의 눈맞추고 있는 그는 누구일까?
팡탱-라투르가 그린 그 유명한 랭보다. 왼쪽은 그의 연인 베를렌.
영화 <토탈 이클립스>에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연기했던 그 아르튀르 랭보라서 그림을 한참 들여다 보게 된다.

줄리언 반스의 눈길을 끈 화가들은 누구인가?

19세기 후반, 객관적인 묘사 중심에서 주관적인 표현 중심으로 건너가는 프랑스 미술계의 다리 역할을 한 귀스타브 모로에서 시작된다.
낭만주의(제리코, 들라크루아)에서 사실주의, 인상주의 (쿠르베, 마네, 팡텡-라투르, 세잔, 드가, 르동), 나비파(보나르, 뷔야르, 발로통)를 거쳐 큐비즘의 중심적인 존재인 브라크, 팝 아트에 영향을 끼친 마그리트와 올든버그, 영국 화가인 루치안 프로이트와 호지킨에 이른다.

그 중 눈길을 끌었던 일부 내용을 들자면

* <풀밭위의 점심>, <올랭피아>, 마네 블랙과 마네 화이트로 유명한 마네. 반스가 본 전시회 가운데 가장 좋았다는 런던 내셔널 갤러리의 비슷한 듯 다른 <막시밀리안 황제의 처형> 세 작품의 비교가 흥미롭다.

* 팡탱-라투르의 엄숙한 군상화들 속에서 만나는 보들레르, 모네, 르누아르, 졸라, 베를렌, 랭보, 들라크루아, 마네의 모습이 반갑다. 그림들 뒤에 숨겨진 암시들과 일화들, 브리짓 앨스도프의 <동료들>를 통해 팡탱-라투르의 몰랐던 이면을 접한다.
그가 그린 꽃 그림 같은 정물화는 활기와 생기가 넘치지만 초상화는 한결 같이 엄숙하고 어두운 이유는 무엇일까?

* 피카소, 브라크를 비롯한 현대의 모든 유파에 지대한 영향을 준 세잔. 그에 대한 극찬들을 읽을 수 있다.
'헌신하는 삶의 예', '본보기가 되는 현대 화가요 창조자', '극단의 성실', '도덕의 숭고함을 보여준다', '그림의 플로베르', '모든 면에서 없어서는 안 될 사람', '세잔이 그린 초상화를 보면 인물이 거기 실제로 있다는 기분이 더 강하게 든다.'.....
이 편을 읽노라면 꼭 세잔을 좋아해야 할 것 같다.

* 아내 마르트가 들어가는 그림을 385점이나 그린 보나드. 그러나 놀랄만한 사연이 있었다는데... 피카소의 보나드에 대한 폄하와 그에 대한 반스의 반론이 있다.

* 반스가 볼티모어 미술관에서 만난 발로통의 <거짓말>이라는 제목의 작고 강렬한 유화. 빨간색 계통의 소파 위에 남녀가 엉켜 붙어 있다. 둘 중 누가 거짓말을 하는 것일까?


[플로베르의 앵무새]를 쓴 줄리언 반스 에세이답게 플로베르에 관한 언급이 많이 나오며, 프랑스 미술에 대한 줄리언 반스의 깊은 애정을 느낄 수 있다.
줄리언 반스 옆에서 미술관을 거닐며 그림 앞에서 이런 얘기 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반스의 얘기를 듣는 자체도 좋았고, 그로 인해 얄팍한 나의 미술 지식이 좀 더 충만해진 느낌이다.
평소에 서양 미술과 문학에 관심이 있었던 사람이라면 이 에세이는 분명 새로운 즐거움을 더해주고 곱씹는 재미를 줄 것이다.

p.18
미술은 단순히 흥분을, 삶의 전율을 포착해 전달하는 것이 아니다. 미술은 가끔 더 큰 기능을 한다. 미술은 바로 그 전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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