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선생이다
황현산 지음 / 난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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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가 독창성과 사실성을 확보한다는 것은 바로 당신의 사정을 이해하기 위해 나의 ‘사소한‘ 사정을 말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의 저자는 당신의 쓰고 있는 글에 자신감을 가지라고 말한다. 자신감을 가진다는 것은 자신의 사소한 경험을 이 세상에 알려야 할 중요한 지시식으로 여긴다는 것이며, 자신의 사소한 변화를 세상에 대한 자신의 사랑으로 이해한다는 것이다.

p.176, <당신의 사소한 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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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현산 지음 / 난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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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는 내내 주인을 따라 가지만 언제나 주인과 같은 방향으로 걷는 것은 아니다. 사람의 꿈은 사람 속에서 피어나 사람과 동행하지만 반드시 사람과 같은 방향에 시선을 두는 것은 아니다.
p.152, <겨울의 개>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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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선생이다
황현산 지음 / 난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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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굳게 믿는다. 공식적으로 이 나라를 세운 것으로 되어 있고, 또한 지배해온사람들이 동상이나 기념관을 세워 추앙할 수 있는 사람들이어서가 아니라, 그 밑에서 핍박받은 사람들이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겠다는 염원을 버리지 않았고, 그래서 ‘옛날과 많이 달라진‘ 세상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는 어느 나라가 그 하늘에 여섯 마리의 용이 날았기 때문이 아니라, 제 나라의 글자를 만든 임금이 있었고, 어떤 도를 실천하려는 선비들이 있었고, 인간답게 살기를 애쓰는 백성들이 있었기 때문에 정통성을 얻었던 것과 같다. (2011)

p.106, < 내가 믿는 대한민국의 정통성 > 중

청계천 복개는 내가 ‘덮어 가리기 근대화‘ 라고 부르는 것의 전형전인 예이다. 박정희 이후 오랫동안 우리의 근대화는 눈앞에 문젯거리가 있으면 그것을 올곧게 해결하기보다는 덮어서 보이지 않게했으며, 구질구질하다고 여겨지는 삶은 그것이 성장하고 개화하기를 돕고 기다리기보다는 시선이 닿지 않는 곳으로 몰아냈다. 이명박 시장 시절에 덮었던 청계천을 다시 열었지만, 사정이 많이 달라진 것은 아니다. 개천의 양안과 바닥을 시멘트로 덮어 단장하고 수돗물로 냇물을 연출하게 하였으며, 시민들의 삶과 깊이 연결된 복잡한 가게들을 멀리 내보냈으니, 조금 세련된 ‘덮어 가리기‘에 불과하다. 오세훈 시장 시절의 디자인 서울에 이르게 되면, 요즘의 말투를 빌려 후기 덮어 가리기‘나 ‘포스트 덮어 가리기‘ 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이 실로 적절하겠다.

p.111, < 덮어 가리기 와 백사마을 > 중

우리는 너무나 많은 폭력 속에 살고 있고, 그 폭력에 의지하여 살기까지 한다. 긴급한 이유도 없이 강의 물줄기를 바꿔 시멘트를 처바르고, 수수만년 세월이 만든 바닷가의 아름다운 바위를 한 시절의 이득을 위해 깨부수는 것이 폭력임은 말할 것도 없지만, 고속도로를 160킬로의 속도로 달리느 것도 폭력이고, 복잡한 거리에서 꼬리물기를 하는 것도 폭력이다. 저 높은 크레인 위에 한 인간을 1년이 다 되도록 세워둔 것이나, 그 일에 항의하는 사람을 감옥에 가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모든 아이들을 성적순으로 줄 세우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면서도 너는앞자리에 서야 한다고 말하는 것도 폭력이다. 의심스러운 것을 믿으라고 말하는 것도 폭력이며, 세상에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살아가는 것도 따지고 보면 폭력이다.

p.115, < 폭력에 대한 관심 > 중

영어 강의의 이 모든 장점은 그 약점이기도 하다. 어쩔 수 없이 작은 수의 어휘만을 사용하여 교안에 충실하게 진행되는 외국어 강의는 학생들이 책에서 읽을 수 있는 것 이상의 내용을 전하기 어려울 것이다. 옆길로 새나갈 수 없는 강의는 삶과 공부를 연결해주는 온갖 길들을 차단할 것이다. 언어의 깊이가 주는 정서를 학문의 습득과 함께 누리지 못하는 탐구는 모든 지식을 도구화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영어 강의가 사상 통제를 위해실행되는 것은 아닐지라도, 사상 통제의 필수조건인 언어 통제가 그 가운데 저절로 이루어질 것이다. 나는 그것을 염려한다. (2012)

p.127, < 영어 강의와 언어 통제 >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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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선생이다
황현산 지음 / 난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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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날의 삶은 다른 삶을준비하기 위한 삶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그 자체를 위한 삶이기도하며, 어쩌면 가장 아름다운 삶이 거기 있기도 하다. 
p.88, <봄날은 간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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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현산 지음 / 난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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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물 때 드러난 개펄을 보고 "저게 논이라면" 이라고 말했던 사람들과 망가진 삼학도를 원통하게 여기는 사람들은 사실 같은 사람들이다. 그러나 사람들의 변덕을 말할 수는 없다. 한 시절, 이 나라의 두뇌가 사람들에게 제시할 수 있는 전망이 그것밖에 없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시민들이 삼학도를 파괴하는 일에 동참했다기보다는 가난의 볼모로 잡혀 동원되었을 뿐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p.57, 삼학도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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