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프스튜 자살클럽
루이스 페르난두 베리시무 지음, 이은정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2월
평점 :
절판


루이스 페르난두 베리시무, 이름도 어려운 이 작가. 낯설지만, 내게만 낯선가? 하옇튼 브라질의 국민작가라고 한다. 대학을 다니지 않고 신문잡지와 광고판에서 일하다가 다양한 책들을 펴냈고, <비프스튜자살클럽>으로 인기작가 반열에 올랐다고 한다.
비프스튜자살클럽 회원으로 죽고 싶다는 문구를 보고 호기심에 읽게 된 책.
이 책은 딱 한마디로 요약가능하다.
“미식가 러시안 룰렛”
한 마디로 막 나갔고,지금도 막 살고 있는 망나니 열 명으로 이루어진 비프스튜클럽에 대한 이야기다. 이들은 한 달에 한 번 모여 최상의 음식을 먹으며 실없는 농담들을 해대고, 그 후엔 물려받은 재산을 탕진하거나 각자의 비밀 속에서 살아간다. 이들의 구심점이었던 인물이 죽고 난 후, 모임이 열릴 때마다 각자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난 후 죽어간다.
그러다 보니 이젠 죽음을 기다리기도 하고, 준비를 하거나, 담담해지거나 하는 모습들을 보인다. 피하려 하지 않는다. 그들은 이 게임의 끝을 알기에 오히려 그만둘 수 없다. 러시안 룰렛, 음식앞에서의 러시안 룰렛이다.
사람들은 어떻게 죽고 싶어 할까. 아니면 어떤 식의 하루 끝이 죽음이길 바랄까.
자는 틈에 고통 없이 죽고 싶다가 대부분의 소망 아닐까, 죽고 싶지 않아 다음으로.
이들은 자신들이 가장 사랑하는 음식이 최고의 맛으로 빛날 때, 그 음식들을 음미하고 즐기다가 떠나는 죽음의 형식을 선택한다. 처음엔 강제였지만, 이제 그들은 준비를 한다.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다니엘은 이 일을 기록한다. 그것이 다니엘이 마지막이 된 이유일까.


“인간은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원하는 유일한 동물이다. 인간은 더 많이 원하기 때문에 인간이다.”


돈으로 지위로 수많은 쾌락을 탐닉한 이들은, 이제 죽음마저 맛보려 한다. 죽음은 두렵다. 그렇지만 죽음이 언제쯤 오는지 알게 되면 오히려 덤덤해 진다. 최후의 만찬 후 죽음이 다가온다는 걸 알기에 그들은 두렵지 않은지도 모른다. 마지막 쾌락은 죽음의 순간을 내가 알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자신을 죽이려는 자와 한 몸인 채로 태어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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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8-25 20:3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1등.🖐💕ㅅ💕

mini74 2021-08-25 18:52   좋아요 4 | URL
ㅎㅎ고맙습니다 스콧님 *^^*

scott 2021-08-25 21:23   좋아요 2 | URL
오! 리뷰 읽다보니 슬픔이 ㅜ.ㅜ
자는 틈에 고통 없이 죽기전 자신들이 좋아 하는 음식 먹다니 ㅎ

돈으로 지위를 사서 수많은 쾌락을 즐기는 이들이 넘치는 삶을 사는 이들이 가장 두려워 하는게 자다 죽는게 아닐까요.
그 많은 돈! 다 쓰고 죽어야 하는뎅 ㅋㅋㅋ

마지막 문단에 확! 꽂혔습니다!!

미미 2021-08-25 18:5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제가 읽은 <벨아미>보다 한 발 더 나간것 같은데요?😳 인류가 죽음을 정복?하기전에 일단 정확한 수명이라도 알게 된다면
문명에 대지진이 일어나겠죠?ㅎㅎ🤔

mini74 2021-08-25 19:01   좋아요 5 | URL
저 방금 책장 구석에서 밸아미 찾았어요. 저희집엔 민음사걸로 있네요. 주인공 외모묘사 부분 읽고 있습니다. 앞 페이지 ㅎㅎ

미미 2021-08-25 19:04   좋아요 5 | URL
오 갖고 계셨군요👍민음사 표지랑 펭귄이랑 같은 사람같아요ㅎㅎ그가 만나는 세 여성들의 캐릭터가 다 독특해요😆

mini74 2021-08-25 19:12   좋아요 4 | URL
네 맞네요. 미미님 리뷰 가서 보고 왔어요. 민음사는 얼굴만 더 확대. 피츠제랄드씨의 초상 인데 가리마에 콧수염에 주인공이랑 닮은 듯 해요 ㅎㅎ

미미 2021-08-25 19:14   좋아요 2 | URL
오 역시 미니님~👍😍

mini74 2021-08-25 19:18   좋아요 4 | URL
앗 민음사 날개에 적혀있어요 ㅠㅠ 부끄러워요 미미님 ㅎㅎ 쥘 조제프 르페브르의 피츠제럴드씨의 초상 ㅠㅠ 저녁 맛있게 드세요. 항상 고마운 미미님 *^^*

붕붕툐툐 2021-08-25 19:1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음식 음미하다가 떠나는 거 완전 좋은데요? 저는 건강했는데 자다 죽는 거 별로예용~ 그건 주변 사람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너무 없는 거 같아서요. 아, 그럼 나는 어떻게 죽고 싶지?ㅎㅎ
작가 이름 외우고 싶어요.ㅎㅎㅎㅎ

mini74 2021-08-25 19:15   좋아요 5 | URL
김수한무거북이와 두루미~~ 이름을 접한 외국인의 느낌? ㅎㅎ 뭘 먹은 후에 죽을까 고민했는데 저는 소박하게 떡뽁이? ㅎㅎㅎ먹고 아프지 않게 가고 싶어요. 언제인지 알면 더 좋겠지요 ㅎㅎ

scott 2021-08-25 21:24   좋아요 3 | URL
툐툐님 참 스승님이시니
오래 오래 만수 무강 김수한무거북이와 두루미~
하셔야 합니다
아프지 않고 오래! 오래!!

bookholic 2021-08-25 19:19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이 책 반갑네요^^ 오래 전에 출장길에 읽었던 기억이....

mini74 2021-08-25 19:34   좋아요 4 | URL
좀 옛날책이죠. ㅎㅎ 재미있었어요 ~~

새파랑 2021-08-25 19:2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음식에 독약을 탄건가요? 무서운책 느낌이 확 옵니다. 너무 많이 가진것도 삶의 의욕을 떨어뜨리는 한 요인 같아요 🙄

mini74 2021-08-25 19:35   좋아요 5 | URL
무섭지 않고 웃기기도 하고 음식제조법 읽으며 침 흘리기도 하고 했어요.

페넬로페 2021-08-25 20:0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작가의 이름도 낯설고 제목도 처음 들어봐요. 음식을 앞에 두고 러시안 룰렛 게임을 하는건 아니죠? 망나니 열명의 폭주가 재밌겠어요^^

mini74 2021-08-25 20:17   좋아요 4 | URL
이미 누가 죽을지는 메뉴로 정해져 있는 예상가능한 룰렛게임? 앗 이러면 게임이 아닌가요 ㅎㅎ 저도 책소개하는 책에서 처음 알게됐어요 ~~

서니데이 2021-08-26 00: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음식버전 러시안룰렛이네요. 근데 별로 무서워하는 느낌이 아니네, 하면서 리뷰 읽었어요.
잘 읽었습니다.
mini74님, 좋은 밤 되세요.^^

mini74 2021-08-26 17:48   좋아요 1 | URL
무섭지 않은 맞아요 서니데이님. 늦었지만 글 남갸주셔서 고맙습니다 *^^*
 
벌거벗은 미술관 - 양정무의 미술 에세이
양정무 지음 / 창비 / 2021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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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미술관 양정무

 

미술입시생이었던 친구가 사랑에 빠진 인물이 있었다. 바로 줄리앙.

아그리파, 비너스, 그리고 줄리앙은 미술관련 입시생이라면 피할 수 없는 관문이다. 친구 또한 나중엔 꿈에서 줄리앙이 나오고, 그 주변으로 자신이 최근에 데생한 라면봉지들이 찌그러진 주전자와 함께 흩날리는 꿈을 꿨다며 호들갑을 떨곤 했다. 그러다 영재발굴단이란 프로를 잠깐 보게 됐다. 미술영재로 나온 아이가,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입시미술학원에 가게 되었고, 거기서 매번 석고상만 그리다 보니 오히려 가진 재능이 퇴보했다는 사연이었다. 어찌 그려야 할지 몰라 헤매는 그 아이 앞에서, 한 미술가 분이 과감히 석고상을 던져 깨버렸다. 깨진 파편들을 그려보라며, 저 파편들 또한 석고상이라며 아이에게 환하게 웃어주셨다. 아이는 다시 힘을 찾았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로 신나게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끝이 났다.

빙겔만은 단순하고 고요하며 위대함을 보여주는 그리스미술을 극찬했고, 그의 책들은 대박이 났다. 그리고 그리스는 유럽문명의 모태로서 존경받으며 떠받들어졌다. 그렇지만 그리스미술의 시작은, 그들이 야만인 미개인으로 여기는 메소포타미아와 연결되는 페르시아와 관련이 깊다. 또한 화려하게 채색되었지만, 그저 세월에 의해 탈색되었고, 지금 우리가 보는 것은 그리스 예술이 아니라, 로마가 모사한 작품들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유럽인들은 자신의 뿌리를 열심히 훔쳐 자신들의 박물관을 미술관을 채웠고, 다양한 변명을 들어 애써 돌려주려 하지 않는다. 그 와중에 프랑스는 자신들이 약탈한 미켈란젤로가 조각한 줄리아노 데 메디치의 조각상을 이탈리아에 돌려주게 되면서, 복제를 만드는 권리를 획득한다. 그런 석고상들이 일본을 통해 우리나라로 들어오게 되고, 프랑스식 이름인 줄리앙이 된 것.

줄리아노 데 메디치, 빼어난 미모로 유명했고, 보티첼 리가 사랑한 시모네타 베스푸치와 연인관계였지만, 25살에 반대파 파치가의 음모로 죽게 된다. 그의 사생아는 형인 로렌초에 의해 양육되고 훗날 교황 클레멘스 7세가 된다.

실제로 이런 서양식 데생교육 등은 일본에 의해 우리나라에 전달되었고, 우리나라의 최초 서양화가들은 유학 등에서 데생의 어려움을 토로했다고 한다. 붓으로 그림을 그렸던 이들이니 아무래도 연필조차 생소했을 것이다.

아름다움은 모호하다. 보는 이에 따라 다르다. 그럼에도 우린 굳이 순위를 메기고, 혹은 수치화를 통해 아름다움에 대한 잣대를 만들려고 한다. 그 잣대조차도 우리가 만든 것이라기 보단 미에서 우위를 선점한 유럽 등의 잣대다. 이 책에선 그런 예로 황금비율의 허상을 말한다. 실제로 황금비율이란 정확하지 않으며 다 조금씩 다르다. 그럼에도 유럽의 황금비율을 예로 들며, 우상학에까지도 그 범위를 넓혀 타인종보다 나은 근거로 삼는다. 이런 것들이 결국은 전쟁도 다툼도 만드는 것이다라며 비판한다.

그렇게 따지면 우리에게도 있다. 금강비, 각종 집터나 무량수전, 석굴암 등의 금강비는 1:1.414로 금강산처럼 아름다운 비율이라 해서 금강비라고 부른다. 그렇지만 이런 기술적인 면이 인종의 우월성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이외에도 웃는 얼굴와 예술에 대한 글도 담겨 있다.

그리스 시대의 아르카익스마일, 이집트나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도 그런 미소를 발견할 수 있다. 그 후 플라톤식 극도로 이상화된 평온한 얼굴 즉 무표정의 시대, 그리고 알렉산드로대왕 시절의 개성과 개별적인 모습의 표현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얼굴무늬 수막새가 떠올랐다.

경주에 들어가는 길목 커다랗게 웃고 있는 깨진 수막새. (기와는 암막새와 수막새가 있다. 암막새는 간단하게 휴지심을 반으로 갈라 놓은 모양이다. 그것을 하나는 위로 하나는 아래로 하면 암막새 모양이 된다. 그런 암막새 기와의 끝을 막는 역할이 수막새, 그래서 동그라미 모양이다. 대부분 연꽃이나 구름등을 그려넣는데 특이하게 이 수막새는 얼굴무늬다. 일제강점기 일본인 다나카 도시노부가 사갔으나. 광복이후 설득 끝에 1972년 보상없이 무상으로 기증받았다. 엘지-엘지는 럭키와 금성을 본 뜬 것, 여기서 럭키는 즐거울 락, 기쁠 희, 락희와 비슷한 발음을 본땄다고 한다.-의 얼굴 로고 또한 이 얼굴무늬 수막새를 염두에 두고 디자인했다고 한다. )

약간의 깨짐이 오히려 더 신비스런 미소를 생각게 하고, 여유를 느끼게 해 주는 소중한 얼굴무늬 수막새다.

 

역병이 돌면서 부자들은 교회를 짓고, 혹은 교회 벽화나 그림 속에 자신의 얼굴을 넣어 기증을 하며 자신들의 부가, 자신들의 삶을 유지시켜주길 바랐다. 가난한 이들 또한 작은 돈이나마 기증하며 삶의 평온이 찾아오길 바랐다. 지금 우리도 그런 마음이 아닐까. 과거의 소소했던 행복들을 조금은 희생하며 평온이 찾아오길 바란다. 역사는 페스트 후, 르네상스와 새로운 발전의 기회가 역병을 이겨낸 승리의 원동력에서 왔다고 한다. 현대의 역병이 끝난 후, 역사는 우리가 잃은 것이 무엇인지 또 얻은 것은 무엇인지 어떻게 기록할까.

 

다양한 작품들과 시대상황, 역사적 이야기들을 작가님의 시선으로 풀어나가는 책이다. 작가님의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 이야기>와 겹치는 부분이 많지만. 이렇게 미술 속 반전이라고 해서 고정관념을 깨는 부분들만 모아놓아 나름 재미가 있었다.

앞 부분 작가님의 사인도 좋았다. <마술같은 미술, 양정무. >

지금이 바로 마술이 필요한 시간이 아닐까.

프란스 할스의 <웃는 기사>의 미소를 보며, 램브란트의 <돌아온 탕자~ 이 그림엔 재미있는 비밀이 있다. 탕자를 감싸는 아버지의 오른손과 왼손이 크기와 형태가 다르다는 것, 많은 이들이 그 두 손이 아버지의 손과 어머니의 손을 의미한다고 해석한다. 탕자를 안은 아버지의 마음 속엔 어머니의 자애로움 또한 가득하다고 본걸까.>앞에서 온화한 모습으로 따뜻하게 감싸는 아버지의 두 손을 보며 그렇게 잠시마나 여유를 느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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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8-24 15:5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1등.💓ㅅ💓

mini74 2021-08-24 14:35   좋아요 4 | URL
💕👍고맙습니다 ~~

scott 2021-08-24 15:58   좋아요 6 | URL
램브란트의 <돌아온 탕자> 제가 사릉하는 그림!
램브란트가 쫄딱 망하고 파산한 상태서 그린 그림들 좋아 합니다
마지막 남은 영혼을 받쳐 그린 그림 같은 감동이! ㅎㅎ
서양화 인물 속 미소 보다
울 나라 깨진 수막새 미소가 가장 알흠 다운것 같습니다

미니님이 올려주시는 미술 포스팅
항상 좋습니다!

mini74 2021-08-24 16:07   좋아요 6 | URL
저도 이 그림 ㅠㅠ 장자의 씁쓸함에 공감도 가고 탕자의 부르튼 발도 짠하고 ㅎㅎ 저도 스콧님 모든 리뷰가 무지무지 좋아요 *^^*

미미 2021-08-24 15:46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와 잘 읽었습니다 이 페이퍼 별10개는 받으셔야할듯~♡♡ 깨진 수막새 안에 LG로고의 기운이 있네요ㅎㅎ고등학교때 어떤 친구는 입시 1년전부턴가 학원에서 석고상을 쌍코피나게 그리더니 (그 전에는 그림을 전혀 못그렸음)
서울대 미대에 들어갔더랬죠.(당시 함께 놀던 무리 사이에 미스터리였음요ㅎ)석고상은 있던 재능은 없애고 없는 재능은 만드는 걸까요ㅎㅎ🤔 <난생처음한번..>이 책 어딘가에 분명 한권이 있는데 이것부터 읽어보고 싶네요!👍

mini74 2021-08-24 15:52   좋아요 5 | URL
그 친구 천재 아닐까요 ㅎㅎ 난처한 미술 재미있어요. 예술의 역사편이라고 할까요. ~ 제 친구는 대학만 가면 석고상 쳐다도 안 볼거라더니 지금도 학원에서 석고상 가르치고 있어요 ㅎㅎㅎ 좋은 하루 보내세요 미미님 고맙습니다 ~~

라로 2021-08-24 15:48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저도 입시생 흉내 내느라 석고상 많이 그렸었는데 저는 아그리파가 사실 더 좋았어요. 근데 미니님 정말 미술에 관심 엄청 많으시군요!! 👍👍

scott 2021-08-24 15:55   좋아요 6 | URL
라로님 저도 아그리파 !🖐

mini74 2021-08-24 15:58   좋아요 6 | URL
남자답고 각진 얼굴을 선호하시는군요 ㅎㅎ전 사실 친구둘이 그리던 라면봉지가 더 기억나요. 왜 라면봉지인가. 저렇개 정성들여 안성탕면이란 네 글자를 뼈를 깎으며 써야 하나 ㅎㅎ 하면서요.

페넬로페 2021-08-24 16:45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역시 사람은 어딘가에 조예가 깊어야 빛을 발하는것 같습니다. 미니님의 미술작품에 대한 사랑과 혜안은 끝이 없네요. 입시생이었던 친구분은 사랑이지만 저에게는 줄리앙과 아그리파는 원수같은 존재입니다. 고등학교 미술시간에 왜 저 미남들을 그렸어야 하는지 ㅠㅠ
수막새와 암막새는 매번 헷갈리고
저는 항상 돌아온 탕자보다 그 탕자의 형과 카인과 마르타를 더 생각하는데 저 그림은 좋네요^^

mini74 2021-08-24 16:58   좋아요 5 | URL
장자들이 억울한 점이 많지요 ㅎㅎ이 책에선 성실함으로 자리를 지키면서도 마음엔 불만이 가득한 장자의 태도에 대해 이야기하더라고요. ㅠㅠ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

새파랑 2021-08-24 17:1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미니님 덕분에 일주일에 세번씩 미술관 여행온거 같아요. 역시 미술천재~!!

mini74 2021-08-24 17:13   좋아요 5 | URL
헉 무슨 그런 말씀을 ㅠㅠ 그래도 새파랑님께 도움된다니 좋네요. 고맙습니다 *^^*

행복한책읽기 2021-08-24 17:4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지금은 마술이 필요한 시간. 진짜 마술로 코로나를 물리칠수 있음 얼마나 좋을까요. ㅋ <줄리앵을 사랑한 입시생>으로 소설 한번 써보라고 친구에게 말해보세요.^^

mini74 2021-08-24 17:56   좋아요 3 | URL
피그말리온 이야기처럼 막 줄리앙 막 살아나는건가요. ㅎㅎ 왠지 제 친구가 쓰면 로맨스가 아니라 스릴러가 될 듯 합니다 *^^*

서니데이 2021-08-24 20:3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신문에서 예전 기업 순위 등 표시에 락희라는 지금은 잘 모르는 회사명이 있었어요.
조금 생각하니까, 럭키에서 지금 LG더라구요.
동그란 얼굴 모양 LG로고도 많이 봐서 그런지,
지금은 빨간색보다 가전제품에서 자주 보는 은색 동그란모양이 먼저 생각납니다.
mini74님, 잘 읽었습니다.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mini74 2021-08-24 21:03   좋아요 2 | URL
근데 락희가 더 정감가지 않나요 ㅎㅎ 서니데이님도 즐겁고 건강한 저녁시간 보내세요 *^^*

붕붕툐툐 2021-08-24 20: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게 이름이 줄리앙인지도 몰랐던 미술 문외한입니다. 미의 기준은 다양한데 하나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에 불만 많은 1인입니다.
저도 돌어온 탕자 좋아하는데, 손의 비밀은 처음 알았네요!(좋아하는 거 맞겠죠?) 미니님의 마술같은 미술 페이퍼 너무 좋아용~😍

mini74 2021-08-24 21:04   좋아요 2 | URL
저도요. 저도 어느 별 어디에선 팜파탈의 외모지 않을까요 ㅎㅎㅎ 툐툐님 좋으시면 저도 좋아요 *^^*
 

복숭아통조림&원숭이의 의자

 

 

 

 

 

 

 

 

 

 

 

 

 

사쿠라 모모코, 우리나라에선 <마루코는 아홉 살>로 유명한 작가다.

이 분이 쓰신 에서이 세 권 중 두 권의 이야기.

마루코 이야기는 실제 본인의 이야기에 약간의 상상과 조미료를 친 이야기다. 만화 속 친구인 타마며 주변인들을 허락도 받지 않고 썼으니, 혹여 자신의 이야기가 나오더라도 놀라지 말란다. 마루코 이야기에서 가장 마루코를 사랑하고 버릇없게 만든 문제의 인물인 할아버지가 실제로는 심술과 거짓의 대가라는 게 참 충격이다. 그의 장례식은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만화들은 너무나 많지만 그 중 아이와 참 재미있게 봤던 것이 바로, 마루코는 아홉 살, 안녕 자두야 이다.

마루코는 아홉 살의 작가와 안녕 자두야의 작가는 약 9살차이가 나지만. 왠지 동시대의 느낌이 난다. 70년대의 일본과 80년대의 한국이 묘하게 닮았다.

물론 지진이 날까 두려워하거나, 다양한 동네 축제인 마쯔리를 즐기는 모습이나 그 시대에 급식을 먹고, 백화점에서 쇼핑을 하거나 급식에서 푸딩을 먹고, 그다지 잘 사는 것 같지 않은 마루코네에도 나름 자동차가 있는 걸 보면, 차이가 느껴지긴 하지만.

 

마루코는 아이들과 닮아 있다. 천사도 아니고 그렇다고 어쩌지 못할 악동도 아니다.

화를 내고 떼를 쓰고 울기도 하고, 밉살스런 일을 태연히 저지르고

그러면서 마음엔 죄책감을 가지고

불안하고 두렵기도 했던 어린시절.

그럼에도 엄마가 여전히 나를 사랑함을 확인하곤 안도했던 그 시절.

가족에겐 떼를 써도 친구에겐 너그러웠던 그 때. 언니에게 지기 싫어 이 악물고 대들기도 했고 그럼에도 밤이 되면 서로 의지하며 잠들던 그 시절.

혹여 내일 전쟁이 날까 뜬금없는 두려움에 잠 못 들던 어린 날의 밤도 있었고, 반대로 천재지변이 일어나길 바라던 시험전날의 밤도 있었다.

시끌벅적할 땐 고상해보이던 외동딸의 친구가 부러웠고, 가끔 각자의 일들로 텅 빈 집에서 혼자 있을 때면 외로워서 텔레비전을 켜고 누가 언제 오나 기다리곤 했던 시절.

아무리 싸우고 미워도, 언니 몫의 수박과 과자는 지켜줬던 그러나 언니만 새 옷을 사 입던 그 날엔 너무 화가 나, 언니가 아끼던 인형을 발로 밟으려다 그 인형의 얼굴이 너무 귀여워 미안해하며 서럽게 울던 날들.

 

마루코의 이야긴엔 그런 아이들이 있다. 천사 같은 아이도 없고 그렇다고 심술 맞기만 한 아이도 없다. 보통의 아이가 있다. 볼이 퉁퉁 입술은 삐죽거리는 숙제도 공부도 싫은 아이, 그러나 누군가를 위해 울 줄 아는 따뜻한 아이.

 

그렇게 잘 자라 마루코는 무좀에 걸린 사춘기를 지났다. 여전히 귀가 얇아 이상한 물건들을 사 모으고, 남편 될 사람 집에 처음 가선 흔들의자에 앉았다가 뒤로 홀랑 넘어지기도 하지만.

첫 직장에선 업무는 엉망이지만 그 회사의 개그담당이었고 삶은 어수선하고 게으르지만 그럭저럭 행복하고 순탄하게 나아가는 중이다. 이렇게 청소년기와 회사생활의 짧은 이야기들이 복숭아통조림에 담겨 있다면, 원숭이의 의자는 작가로서의 본격적인? 모습을 보여준다라기보단 작가라도 여전한 본인의 모습을 보여준달까.

인도여행, 비틀즈라면 사죽을 못 쓰는 남편, 그런 남편과 만난 이야기, 첫 연재와 TV방영, 그리고 삶.

모모코는 요시모토 바나나와 절친이라고 한다. 인도여행을 떠난다는 소식에 혹시 이젠 영원히 못 볼 수도 있다며 요시모토 바나나가 찾아왔단 이야기도 있다.

그리고 엔도 슈샤쿠! 엔도 슈샤쿠 작가가 마루코는 아홉 살을 좋아해서 만나게 된 에피소드도 있다. 소설과의 괴리감이 너무 컸다. 유쾌한 인물같지만, 아재개그에는 조금 실망이다.

 

엔도슈사큐와의 만남 중~ 

<선생님이 부르시기에 나는 무슨 일인가. 하고 놀라서 그쪽으로 후다닥 달려갔다.

숨이 차서 헉헉거리며 호흡곤란을 일으키려는 내 귓가에 선생님은 저 남자 말이지하고 말하며 남편 쪽을 가리켰다. “앞으로 여자 많이 울릴 거야라는 말만 남긴 채 휙 등을 돌리더니 히히힛, 하고 악마처럼 웃으며 가버리셨다. 그 자리에 남은 나는 살면서 한 번도 맛본 적이 없는 허탈감에 휩싸였다.

다음날, 아침 10시에 전화하라는 선생님의 말씀 때문에 사실 남편은 의사 소개 따위 관심도 없었지만 지시한 시간에 일어났다. 그리고 엔도 선생님에게 받은 메모로 전화를 걸었더니, 연결된 곳은 다름 아닌 도쿄 가스 영업소였다. >

 

 

<복숭아 통조림><원숭이의 의자>는 마루코의 작가인 모모코의 이야기다.

마루코가 모모코의 이야기니 사실 이건 마루코의 사춘기와 성인판 이야기인거다. 여전히 마루코의 마음을 가지고, 모모코는 개그담당으로 잘 살아가고 있다면 좋겠지만, 작가님은 53세란 이른 나이에 돌아가셨다.

 

어린 시절, 조금은 창피한 사춘기와 여전히 창피한 사춘기를 거쳐 허술한 어른으로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읽으며 키득거릴 수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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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8-23 11:35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1등 🖐 💗Y💗

mini74 2021-08-23 11:47   좋아요 4 | URL
1등으로 감사 *^^*

scott 2021-08-23 15:43   좋아요 4 | URL
마루코 짱!!
마루코 짱은 진정 저에 일본어 스승입니다
마루코 짱을 시작으로 요시모토 바나나 키친을 원서로 읽게 만든
유머의 힘!
모두들 스맛폰에 시선을 뺏기지 않았던 시대의 가족의 사랑까지 느끼게 하는 마루코 짱!
작가님 암투병 사실도 숨기고 조용히 떠나셨습니다
일본 독자들도 뒤늦게 알게 되었다고 ㅠ.ㅠ

행복한책읽기 2021-08-23 11:4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2등!! 저 아홉살 마루코 팬이에요. 울애들이랑 작년에 마루코 시리즈 진짜 많이 봤어요. 눈가와 입가에 미소를 부르는 만화. 그 작가의 에세이라니. 글은 나중에 정독할게요. 저는 아이랑 공부를. ㅋ ^^

mini74 2021-08-23 11:46   좋아요 4 | URL
파이팅! 하세요 ㅎㅎ

scott 2021-08-23 15:44   좋아요 3 | URL
복숭아 통조림+원숭이 의자 에세이가
마루코 시리증 쵝오의 유머를 ~~
강추 합니다 ^ㅅ^

행복한책읽기 2021-08-24 00:29   좋아요 2 | URL
와. 미니님. 지두 애들이랑 마루코 자두야 많이 봤고 요즘은 자두야를 더 보는 중요. 통해서 신~~남. 읽고는 싶으나 구매는 망설여졌는데, scott님 댓글이 저를 유혹하네요. ㅋ 할아버지는 진짜 충격. 저는 마루코 할아버지 보면서 내 아들이 늙으면 저리 되지 않을까, 아니 저리 되었으면 생각한다는^^;;

미미 2021-08-23 12:2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음...요시모토 바나나(이런 이름 넘 예쁨!이분 책 딱 한권 읽음요)는 왜 인도에 가면 절친이 영영 안돌아올수도 있다고 생각했을까요? 너무 좋아서? 위험해서? 🙄

mini74 2021-08-23 12:22   좋아요 4 | URL
위함해서요 ~ 인도여행기를 읽어보면 지긋지긋해하면서 그리워해요 *^^*

페넬로페 2021-08-23 13:1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유명한 마루코 이야기를 저는 전혀 몰랐어요. 역시 미니님의 독서폭은 넖으시니 제가 좋아할만한 캐릭터를 알게되네요. 감사합니다~~저 그림 속 가족들 그냥 봐도 사랑이 넘치네요^^

mini74 2021-08-23 12:57   좋아요 5 | URL
우리나라로 치면 안녕 자두야 랑 비슷해요 사랑이 넘치지만 찌질함도 넘쳐서 더 정겨운 가족이에요.~~

페넬로페 2021-08-23 12:58   좋아요 5 | URL
저는 자두야도 모름~~
둘다 읽어볼께요^^

Redman 2021-08-23 13:3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어렸을 때 투니버스에서 진짜 많이 봤었는데 작가의 실화 기반 스토리였군요 ㅎㅎ 할아버지는 진짜 충격이네요;;

mini74 2021-08-23 13:42   좋아요 4 | URL
작가가 소망하는 할아버지모습인거 같아요. ~ 그 외엔 다 비슷한데 마루코언니가 보모일을 하면서 독신이라는게 좀 의외였어요~

새파랑 2021-08-23 14:2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왠지 따뜻함이 느껴질만한 책이네요 ㅋ 마루코와 미니님은 왠지 비슷할거 같은 느낌🤭

mini74 2021-08-23 14:35   좋아요 4 | URL
ㅎㅎㅎ 고맙습니다 새파랑님 저는 마루코보단 조금 순한 맛 ㅎㅎ 이었습니다. 새파랑님은 나가야마 오사무 ~ 한국판에선 신 으로 나오는 인물과 닮았을 것 같아요 ㅎㅎ

새파랑 2021-08-23 14:42   좋아요 4 | URL
왠지 이상(?)할거 같아서 안찾아보는 걸로 🙄

scott 2021-08-23 15:40   좋아요 4 | URL
오! 나다야마 오사무! 라면 일본 도시바(東芝) 사외 이사???
새파랑님 전혀 이상하지 않습니다

관상으로 부자 相 !

mini74 2021-08-23 15:48   좋아요 4 | URL
그렇게 대단한 사람인가요? 동명이인 ?! ㅎㅎ마루코에선 그저 공부 잘하고 착한 아이로 나옵니다. 왜 초등학교때 보면 한 반에 한 명씩 있는 박학다식하고 친절한 아이 *^^*

scott 2021-08-23 15:54   좋아요 3 | URL
나중에 커서 제약 회사 CEo까지 올라 갑니다 ㅋㅋㅋ

mini74 2021-08-23 15:55   좋아요 3 | URL
마루코는 신이랑 친했어야 했네요 !ㅎㅎㅎ

새파랑 2021-08-23 16:02   좋아요 3 | URL
관상으로 부자상 이라고 하니 기분은 좋군요. 현실은 비해당~!! 찾아봐야 겠군요 😅

서니데이 2021-08-23 21:3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마루코짱 작가가 요시모토 바나나와 절친이라는 건 처음 들어요.
실은 마루코짱 작가가 더 나이가 많을 것 같은 이미지여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요시모토 바나나는 첫번째읽었던 키친 이후로 시간은 많이 지났지만, 여전히 그 느낌이 강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mini74님, 잘 읽었습니다. 좋은 밤 되세요.^^

mini74 2021-08-23 21:41   좋아요 3 | URL
몸빼바지 입고 만나는 절친이라고 ㅎㅎ 저도 서로 쓰는 글이 달라 뭔가 어색했어요 ㅎㅎ

붕붕툐툐 2021-08-23 21: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나 진짜 초면인 작가와 책이라고 생각했는데 <복숭아 통조림> 읽고 싶어요 왜 벌써 되어 있는 건데?ㅎㅎ
미니님 풀어주시는 어린 시절 얘기가 넘 재밌어요~ 귀여운 어린 미니님~😍

mini74 2021-08-23 21:53   좋아요 2 | URL
읽으라는 신의 계시입니다 툐툐님 ㅎㅎㅎ

초딩 2021-08-28 13: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니님
북플 뉴스레터 선정 축하드려요~

mini74 2021-08-28 13:42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초딩님 *^^*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
우딴루 지음, 쩡수치우 옮김, 에드워드 양 시나리오 원작 / 북로그컴퍼니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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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가 소년 살인사건

 

남편이 좋아하는 영화가 있다. 정우란 배우가 주연인 <바람>이란 영화다.

80년대 남자고등학생들의 모습을 그린 영화로, 까까머리에 교련복을 입고 패거리로 몰려다니며 싸울 듯 말 듯, 그러나 정작 큰 싸움은 없는 영화. 공부 말곤 모든 것이 금지된, 패거리로 몰려다니는 것 자체만으로도 불량학생이 되던 그 시절, 껄렁한 척 거리를 헤매는 아이들도 그들 곁을 지나는 어른들도 쓸쓸해 보인다. 끌려가고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고 말 한 마디가 무섭던 그 시절의 어른들 곁에, 아이들의 소심한 반항에서 거친 폭력까지 어쩌면 그들 나름의 탈출구가 아니었을까.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을 보면서 <바람>을 떠올렸다. <고령가 살인 사건>은 웃음기도 조금의 여유도 모두 빼버린 <바람>이었다.

대만의 뉴웨이브운동을 주도한 에드워드 양이 영화로 만들었고, 후에 그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쓰여진 소설이다. 사실 영화를 먼저 보고, 이 소설을 읽게 되면 실망할 수도 있다. 말라버린 듯한 거리와, 비 오는 거리의 느낌, 자전거를 타는 아이들과 걸어 가는 아이들, 어깨가 쳐진 아버지의 흔들리는 눈동자와 어머니의 힘겨움, 그리고 달라지는 소녀와 소년의 눈빛을 소설이 모두 표현할 순 없을 테니 말이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감독인 에드워드 양이 실제 13살이었던 시절, 대만에서 최초로 일어난 미성년자 살인사건을 다룬다. 그 때 나이 14살인 쌰오쓰가 같은 나이의 여학생 샤오밍을 칼로 찔러 사망케 한 사건이다.

 

다양한 연령대의 아이들이 소공원파와 217파로 나뉘어 잔인하게 싸우고, 혹은 여러 이권에 개입해 돈을 챙기기도 한다. 매미소리 때문에 국어시험을 망쳐 야간 중학교에 다니게 된 샤오쓰도 얼떨결에 소공원파와 어울리게 된다.그 곳엔 의리보단 비열함과 돈이 우선이다. 샤오밍은 동네에서 가장 예쁜 소녀이며 소공원파의 두목 허니의 여자친구다. 허니는 샤오밍을 차지하기 위해 살인을 했고 쫓기는 신세이지만, 결국 반대파에 의해 교통사고로 사망한다. 샤오쓰 또한 샤오밍을 좋아하게 된다. 그 후 샤오쓰는 불량한 태도로 퇴학을 당하고, 돈 많은 집 아들인 샤오마의 집에 몸을 의탁한 샤오밍을 칼로 찌른다.

그럼 이건 치정에 의한 14살짜리들의 살인이야기인걸까. 그렇지만 샤오쓰는 샤오밍을 찌르고 어쩔 줄을 모른다. 죽을 줄 몰랐다는 듯 일어나라며 울고 있는 샤오쓰는, 칼을 지고 있는 샤오쓰마저 안쓰럽게 만든다.  아픈 엄마를 가진 가난하고 예쁜 소녀 샤오밍, 어찌해야 할지 모를 폭력과 두려움속에서 불안함만 가득한 샤오쓰, 샤오쓰의 살인은 동정받지 못하겠지만, 그가 발 딛고 있던 그 현실의 무게에 대한 아픔은 생각해 볼 문제가 아닐까.

  

장제스와 함께 대만으로 건너온 이들(외성인이라 불린다)은 제일 먼저 기존에 살고 있던 이들(본성인)을 빨갱이 등으로 몰아 3만 여명을 죽였고 14만 명을 감옥에 보낸다. 그 다음은? 외성인 출신들 중 장제스의 독재에 반대하는 이들에 대한 대거 숙청이 시작된다.

샤오쓰의 아버지 또한 청탁을 거절했다가 붙잡혀가 고초를 겪는다. 가난하지만 정도를 걸었던 아버지는 점점 더 가난해지고, 샤오쓰는 알 수 없는 마음에 점점 엇나간다.

 

샤오쓰가 영화촬영장에서 훔친 손전등은 어둠 속에서, 불안한 상황 속 잦은 정전 속에서 작은 빛을 만들어낸다. 샤오쓰가 바라는 작은 희망, 샤오쓰는 그 희망을 내려놓고 샤오밍에게 칼을 겨눈다. 왜 일까. 샤오쓰도 알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

 

고향을 잃고 낯설고 외딴 섬에 유배되어 탈출구 없는 삶을 사는 어른들, 고향이 무엇인지도 어디에 속하는지 정체성을 잃은 체 방황하는 그 다음 세대들에 대한 이야기다. 혼돈 속에 무작정 앨비스 프레슬리에 심취하며 서부영화의 카우보이에 열광하는 뿌리 없는 이들, 그래서 그들은 쉽게 뽑히고 밟혀 버린다.

 

1960년대

국가가 울리면 멈추는 모습,

패전으로 철수한 일본인 가옥에 살며 일본음악을 듣는 어른들.

군인들, 빼곡이 들어찬 교실의 같은 옷과 같은 머리스타일을 한 아이들, 선생들의 폭력과 아이들의 패싸움.

역사 앞에 개인은 자유로울 수 없는 것.

과거의 우리와 닮은 모습에, 소년이 걸어가는 뒷모습에 눈길이 간다. 친구인 캣이 녹음한 테이프가 샤오쓰에게 닿지 못하고 쓰레기통에 버려지듯, 폭력적이고 억압적인 역사는 개인을 구겨서 던져버린다.

 

<고령가 소년 살인 사건>은 책보단 영화다. 영화 속 그 모든 감정들을, 그 풍경과 느낌을, 그 소품이 가지는 아련함과 야구배트에 부서지던 학교의 전등을, 하얀 종이위에 무기력하게 이름을 써내려가던 아버지, 아버지와 걷던 거리 그 곁을 지나던 장갑차와 먼지들을 대면해야, 그 해 여름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은 대만의 역사를 조금 알아두는 것이 읽는데 도움이 된다. 대만의 고대왕조인 대두왕조는 꽤나 번성했다고 한다. 그 후 포르투갈 사람들이 대만을 발견하곤 울창한 삼림을 보고 포르모사라 부르기 시작했다. 그 후 네덜란드인들이 이주하면서 사탕수수등과 같은 플렌테이션 농업이 시작되었다. 노동력 보충을 위해 한족들이 건너왔고, 특히 청에 멸망한 명나라 세력이 대만으로 이주, 네덜란드를 몰아내고 새로운 세력을 형성하지만 청의 공격으로 멸망, 청의 지배를 받게 된다. 그 후 한족들이 대거 이주하면서 원주민과 갈등이 생겼고, 한족들은 원주민들을 고산지대로 쫓아내게 된다. 19세기 후반엔 중일전쟁의 패배로 일본에 대만이 넘어가게 되면서 50년간의 일본지배가 시작된다. 일본인은 철저하게 원주민과 일본인, 한족 등을 구분하여 차별했고, 결국 그 차별이 불씨가 되어 우서사건이 발발한다. 우서지역에서 순찰중이던 경관과 원주민부족장의 손주 결혼식 행렬이 만나게 되고, 원주민부족장이 친절히 술을 권했으나, 일본인 장교가 더럽다며 오히려 원주민부족장을 구타했고, 이 일을 계기로 차별에 대한 분노가 폭발한다. 일본인들은 원주민들을 대량학살했고, 그 후 일본인들은 기만적인 유화정책을 펼쳤다. 일본 패망 후, 대만은 장제스의 국민당 지배 하에 놓이게 되었고, 45년 이전부터 와 있던 이들(본성인)과 그 후 들어온 이들(외성인)의 갈등이 커져갔다. 특히 45년 이후 들어온 이들을 외성인이라고 하는데, 이 외성인들의 부정부패와 차별은, 오히려 일본지배가 나았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결국 1947228일 외성인들의 부패에 대한 항의 등 시위가 일어났고, 수많은 본성인들이 살해당했다. 1949년 공산당에 패한 장제스가 도망쳐 오면서, 대만은 중국을 다시 찾는다는 명분하에 엄격하게 계엄이 유지되었고, 언론과 정치의 자유는 주어지지 않았다. 그 후 1988년 본성인 출신의 리덩후이가 총통이 되면서 계엄령이 해제되고, 2.28 사건의 진상조사와 개혁이 이루어졌다. 그렇지만 지금도 본성인과 외성인, 고산족으로 불리는 원주민등에 대한 차별과 불평등은 나아졌다곤 하지만  다른 이름표를 붙이곤 여전히 서로를 미워하길 바라고 있진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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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8-20 14:5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1등! 💗ㅅ💗

mini74 2021-08-20 14:56   좋아요 4 | URL
저도 1등으로 고맙습니다 *^^*

scott 2021-08-20 21:43   좋아요 3 | URL
대만 영화 즐겨 보는데
이작품도 정말 재밌게 봐서 원작 읽어 볼라고 했는데 ㅎㅎ
그래도 미니님의 대만 역사 정보는 피가 되고 살이 됩니다!

대만이 타이완이라는 섬인데도 지역 마다 생김새들이 다르더군요
친구들도 본토에서 건너온 이들,타이완 북부 남부 원주민 지역 출신들 그리고 광둥 지역에서 건너온 혼혈계로 나눠서 자신들 끼리 은근히 차별 하는 걸 알고 놀랬습니다.
상류층들은 대만 발음 섞인 영어만 사용하고 ㅎㅎ

이 리뷰 담달 이달의 당선작에 뽑힌다에
저의 손꾸락을 ✌(-‿-)✌걸겠습니다 !

mini74 2021-08-20 21:45   좋아요 3 | URL
아니되옵니다 ㅎㅎ 그 손가락 멋진 리뷰에 클래식 소개하는 소중한 손가락이옵니다 ㅎㅎㅎ 차별을 부추겨 이득을 얻는 이들이 있지요 ㅠㅠ 고맙습니다 ~~

잠자냥 2021-08-20 15:4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 정말 영화 잘 만들었죠. 그 섬세하고 쓸쓸하면서도 가여운 아이들... ㅠㅠ 책보다 영화라니 그냥 영화만 간직할게요. 감사합니다. ㅎㅎㅎ

mini74 2021-08-20 15:54   좋아요 5 | URL
4시간이 지겹지 않었어요 ㅎㅎ

레삭매냐 2021-08-20 15:5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우리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결을
지닌 대만의 역사를 다룬 영화
인가 보네요.

반세기 이상 식민지배를 받고
서도 일본에 대해 우호적인
점이 참 아이러니한 것 같습니다.

mini74 2021-08-20 15:56   좋아요 4 | URL
진짜 아이러니하지요. 지금도 대만은 외성인과 본성인 지지당도 사는 지역도 나뉘어져 있다고 해요 개인의 모습통해
역사를 유추하게 하는 ㅎㅎ 영화 참 좋아요 *^^*

새파랑 2021-08-20 16:0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름이 다 샤오로 시작하네욬 그런데 샤오쓰는 왜 샤오밍을 찔렀을지 슬프네요 ㅜㅜ 영화가 좋다니 궁금~!!

mini74 2021-08-20 16:12   좋아요 4 | URL
아이들이 모두 본명이 아닌 별명으로 나와여. 샤오쓰가 작다와 넷. 장씨집안 넷째라서 장첸이란 본명대신 샤오쓰라고. 샤오밍도 본명은 팡샤오밍 ~ 영화 좋아요 ㅎㅎ

coolcat329 2021-08-20 16:3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역시 영화로군요. 저도 영화 봐야겠습니다. 넷플릭스에 있네요~^^ 마지막 역사 정리 잘 읽었습니다 .

mini74 2021-08-20 16:36   좋아요 4 | URL
역쉬 영화 ! 책은 좀 많이 아쉽습니다 ㅠㅠ

scott 2021-08-20 21:43   좋아요 3 | URL
쿨켓님 영화 길어도 절대 지루 하지 않습니다
주말 무비로 강추!!

페넬로페 2021-08-20 16:4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고령가?
한국, 중국, 일본, 헷갈렸는데 대만 소설이네요.
저는 남학생들로 이루어진 학교 얘기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아요~~
거가서 출발해 친구 정도 까지는 가줘야 좋거든요 ㅎㅎ
근데 이 소설은 역사적인 배경으로 쓰여졌네요
영화를 봐야겠어요^^

mini74 2021-08-20 16:48   좋아요 5 | URL
저도 남편이랑 (바람)보면서 남편은 막 공감하는데 저는 도대체 저게 뭐냐고 ㅎㅎ 근데 남편은 (벌새)보면서 저게 뭐냐고 ㅎㅎ 전 막 공감하고 감동하며 봤거든요 ㅎㅎ

미미 2021-08-20 16:5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참..벌새도 저 아직 못봤는데! 영화도 책도 있는 작품들 비교해보는 맛에 설렘을 주더라구요~♡ 😆

mini74 2021-08-20 18:09   좋아요 5 | URL
이건 무조건 영화 승 ! 입니다 ㅎㅎ 벌새는 영화도 시나리오북도 다 좋았어요

서니데이 2021-08-20 22:0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고령가 소년 살인 사건은 영화가 유명하다는 소개를 읽은 지 시간이 조금 된 것 같은데, 아직 책도 영화도 못 봤어요. 이 책을 읽기 전에 타이완의 근현대사를 알고나서 보게 되면 더 좋겠네요.
잘 읽었습니다.
mini74님, 즐거운 주말과 좋은 금요일 밤 되세요.^^

mini74 2021-08-20 22:05   좋아요 4 | URL
영화가 4시간이라 처음엔 헉 했는데 집중해서 순식간에 봤어요. 서니데이님도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

붕붕툐툐 2021-08-21 00: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바람이 왜 좋은지 도통 모르겠던데, 남고 고딩들은 숨죽이고 보더라구요~ㅎㅎ
대만 역사 정리 넘 잘해주셔서 쏙쏙 들어옵니다. 대만은 그저 맛난 거 많은 나라로만 알고 있었는데... 앗, 무식!ㅋㅋㅋㅋㅋ

mini74 2021-08-21 00:55   좋아요 2 | URL
저도 그랬어요 ㅎㅎ 공차만 떠올린 ㅠㅠ 저희 남편도 초집중해서 보더라고요. ㅎㅎ

서니데이 2021-08-22 21: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mini74님, 주말 잘 보내셨나요. 이제 더운 날은 많이 지나간 것 같아요.
편안하고 좋은 밤 되세요.^^
 

8월에 산 책들을 소개합니다. 김초엽작가님의 첫 장편과 사은품, 디저트 돔도 예뻐요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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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8-19 19:5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와우 가난한사람들~!! 알라디너 티비 들어가봐야 겠어요 😆

mini74 2021-08-19 19:58   좋아요 4 | URL
새파랑님 추천으로 산거랍니다. 지금 읽고 있는데 재미있어요 !! *^^*

새파랑 2021-08-19 23:01   좋아요 3 | URL
알라디너 티비에 저로 추정되는 사람이 언급되서 기쁘군요 😄

scott 2021-08-19 19:5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양정무 님 책 미니님이 구매 하실줄 알았어요 ! ㅎㅎ
똘망이는 어디에 ??
໒( ♥ ◡ ♥ )७

mini74 2021-08-19 20:00   좋아요 4 | URL
똘망이 뼈 물고 제 뒤에서 얌얌중이었어요. . 꼬셔도 안 오네요. 이제 나이가 있어서인지 만사가 좀 귀찮은 어르신이 된 거 같아요 ㅎㅎㅎ

그레이스 2021-08-19 23:3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지구 끝의 온실
타 인터넷 서점에 포인트 있어서 샀다가 교환신청했어요
책 등이 찍혀 와서...
기다린 책인데ㅠ
저보다 막내 딸이 기다렸는데,
밀*의 서재 서비스 하고 있을때부터 종이책 나오기만 기다렸는데,
오늘 받고 포장 뜯었는데 파본!
흑 며칠 더 있다가 보게 됐어요.

mini74 2021-08-19 23:42   좋아요 3 | URL
저희 아이도 저보다 더 좋아하는 작가! 나오자마자 주문부탁울 하더라고요. 요즘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더라고요. 아이들 멘토가 될만한 작가분인 것 같아 고맙기도 해요 ㅎㅎ 코로나 전에 작가와의 만남? 에 아이랑 갔었는데 참 좋았어요 *^^* 책 등이 찍히다니 ㅠㅠ 속상하셨겠어요 ㅠ

그레이스 2021-08-19 23:46   좋아요 3 | URL
요즘 아이들 코드에 맞나봐요
그런데 저도 좋아하는 작가예요.
알맹이가 있는 글이어서...

미미 2021-08-19 23: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 지금 영상보고 왔어요ㅋㅋㅋ 라이언 짱귀! 보니까 이 책들 다 읽고싶어지네요?😆아! 디저트 돔 작으니 미니어처 넣어도 이쁠것 같아요!!ㅋㅋ

mini74 2021-08-19 23:47   좋아요 3 | URL
ㅎㅎ 남편이 제주도서 사 온 라이언하루방입니다 ㅎㅎ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미미님 *^^* 부끄럽네요 ㅠㅠ

그레이스 2021-08-19 23:49   좋아요 3 | URL
라이언하루방 보러 영상 들러야겠어요^^*

붕붕툐툐 2021-08-20 00: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영상 봐야겠어요~ 북플에서도 영상 보이면 넘 좋을텐데용~ 바로 못봐서 늘 아쉬워용~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