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볕인양

그럴싸한 폼으로 사방을 애워싸고 덤벼들며 아애 통으로 품을 기세다. 굳이 양지바른 곳 찾지 않아도 될만큼 넉넉한 볕이 코끝까지 와 있는 봄을 뜀박질하게 만든다. 살랑거리는 바람따라 꽃향기 스미고 살포시 다가온 볕에게 품을 열어두니 아직은 끝맛이 맵다.

아차하는 순간 봄이라 속고 말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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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매 雲竜梅

"매실나무 중에서 저절로 가지가 비틀리고 휘어져 이리저리 흩어진 전체 수형이 마치 용이 구름 속을 헤엄쳐 승천하는 듯한 모습을 닮았다고 운용매 雲竜梅라고 한다."

풍성한 겹꽃에 흰색으로 핀다. 매혹적인 향기까지 일품이니 꽃만으로도 이미 주목받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가지가 구부러진 모습의 특이함이 있어 그럴듯한 이름을 얻었다.

되틀린 가지를 보며 혹, 사람의 욕심이 만든 것은 아닐까 싶어 달갑지 않았는데 원래 그렇다니 나무가 갖은 사연이 궁금하다.

깊게 파고드는 향기에 단아한 모습이 한발 물러서 있어야만 하는 거리감이 있다. 이 거리가 있어 오히려 곁에 두고 싶게 하는 매력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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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읽는수요일

동백꽃

눈이 그쳤다

통곡소리가 그쳤다

애달픈 음악소리도 멈췄다

누군가를 가슴에 안고

붉은 꽃 한 송이 피워내던 일 또한

잠깐 사이다

다만 허공에 어여쁜

피멍 하나 걸렸을 뿐이다

*2월은 동백꽃과 관련된 시를 모아본다. 나태주 시인의 시 '동백꽃'이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통밀천연발효빵 #들깨치아바타 #곡성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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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딘 걸음은 잡힌 마음 탓이리라.

꽃소식을 접하고도 움직이지 못했다. 이런저런 핑계야 없진 않지만 조바심 내지 않아도 될만큼 넉넉해진 마음이 큰 이유라 스스로를 위로한다.

모처럼 나선 길, 숲은 봄인양 스스로를 풀어내고 있다. 땅도 나무도 새순도 볕을 품어 존재를 드러내기에 소리없는 아우성이다. 이끼가 전하는 봄소식이라 이해하니 마음에 초록으로 싹트는 듯하다.

짧은 눈맞춤으로 봄기운을 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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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4-02-13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봄기운이라 맘이 포근하네요.
 

차가운 아름다움, 매화梅花

細竹淸梅緣水涯 세죽청매연수매

東風春意滿香閨 동풍춘의만향규

가는 대와 맑은 매화 물가에 따라있고

동풍에 봄뜻이 규방에 가득해라

이는 보한재 신숙주가 서첩에 쓴 시구다. 매화는 예나 지금이나 시인묵객을 비롯하여 모두가 좋아하는 꽃이다. 찬바람 부는 한겨울 탐매를 나선 사람이나 만발하여 상춘객을 불러 모으는 때에도 단연코 선두에 서는 꽃이라 할 수 있다.

䟱影橫斜水淸淺 소영횡사수청천

暗香浮動月黃昏 암향부동월황혼

물은 맑고 얕은데 그림자 빗겨 있어

달 뜬 황혼에는 그윽한 향기 떠다니네

매화를 좋아했던 사람으로 매화로 처(妻)를 삼던 송나라 사람 임포를 빼놓을 수 없다. 죽음을 앞두고 매화분에 물을 주라던 조선의 퇴계 이황도 있다. "천엽이 단엽만 못하고 홍매가 백매만 못하니 반드시 백매의 화판이 크고 근대의 거꾸로 된 자를 선택하여 심으려고 하였다"는 정약용도 있다. 이후로도 수많은 사람들이 매화를 애지중지하며 키우고 돌보거나 이름난 매화를 찾아 탐매의 길을 나서기도 했다.

그 취향은 오늘에도 이어져 전국에 사는 벗들이 섬진강 기슭에 모인다. 해가 바뀌고 첫 꽃나들이 장소로 정한 곳이 섬진강 소학정이다. 전국에서 가장 먼저 매화꽃이 핀다는 곳이다. 오랜 꽃궁기를 건너 첫 꽃을 찾는 나들이이고 그것도 모두가 사랑하는 매화라 더욱 즐거운 나들이가 된다. 어쩌면 꽃은 애둘러 말하는 핑계고 벗들과 만나 회포를 푸는 것이 우선인 듯도 하다.

매화타령의 한구절로 차갑고 아름다운 매화를 만난 소회를 대신한다.

매화 옛 동걸 봄 철이 돌아온다.

옛 피던 가지마다 피염즉도 하다마는

춘설이 하도 분분하니

필지 말지 하더매라

*문일평의 '화하만필'을 정민 선생이 번역하고 발간한 책, '꽃밭 속의 생각'에 나오는 꽃이야기에 내 이야기를 더하고자 한다. 책의 순서와 상관 없이 꽃 피는 시기에 맞춰 내가 만난 꽃을 따라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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