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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달 보자고 초저녁부터 기다리다가 잠이 들었나 보다. 
새벽에 잠이 깨어 달빛 스며든 뜰을 거닌다. 심중에 남은 달보고자하는 바람이 큰 탓이리라. 

맑아서 더 깊은 밤 스러지는 그믐달을 벗 삼아 이슬 내린 뜰을 거닌다. 편안하게 누운 달 따라서 나도 뜰에 누워 눈맞춤하지만 온 몸에 스며드는 냉기로 몸을 움츠린다. 스러져가는 그믐달이 날 보고 빙그래 웃는다.

혹, 난 전생에 달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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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콩'
보랏빛 날개를 단 앙증맞도록 작은 새 무리가 숲 속으로 날아갈듯 고개를 든다. 제각기 날아갈 방향을 정해 두었는지 조금의 미동도 없다. 숨죽이고 가만히 살피는데 아차 나무가지를 건드리고 말았다. 날아가지 않아서 다행이다.


초봄 자주 찾는 숲으로 가는 길은 이미 칡덩굴과 찔레로 가로막혔다. 어렵게 길을 열어 찾아가는 것은 첫눈맞춤한 그곳에서 보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새콩은 산 가장자리나 들의 햇볕이 잘 들어오고 물 빠짐이 좋은 곳에서 자라는 덩굴성 한해살이풀이다. 전체에 밑을 향한 퍼진 털이 난다. 줄기는 덩굴지어 자라서 다른 물체를 감고 올라간다.


꽃은 8~9월에 잎겨드랑이에서 난 꽃대에 여러개가 모여 피며, 연한 자주색이다. 꽃받침은 끝이 5갈래로 갈라지며, 갈래는 통 부분보다 짧고 털이 있다.


새콩은 콩이 작다거나, 볼품없다거나, 거칠어서 그다지 유용하지 않은 경우를 뜻하는 형용명사 '새'와 합성된 명칭으로 보인다.


일반적인 콩과의 꽃과는 다른 새로운 모습인 새콩은 '반드시 오고야말 행복'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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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분秋分'
오늘이 벼락이 사라지고 벌레는 땅속으로 숨고 물이 마르기 시작한다는 추분이다. 춘분과 더불어 낮과 밤의 길이가 같으므로 이 날을 중심으로 계절의 분기점으로 삼았다.

옛사람들은 낮과 밤의 길이가 같다는 점에 주목하여 "지나침과 모자람 그 어느 쪽으로도 기울지 않는 가운데에 덕(德)이 존재한다"는 중용의 가르침으로 스스로를 성찰하는 기회로 삼기도 했다.

잠자리가 균형을 잡았다.
그 자리에 존재할 수 있는 근거다.

내 삶의 균형점은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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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목서'
향기를 기억하는 몸은 어김없이 고개를 돌려 눈맞춤 한다. 맑아서 더욱 짙은 향기에 비가 스며들어 더욱 깊어지는 속내가 가을이 여물어가는 그것과 다르지 않다.


황금빛으로 빛나는 것은 진한초록의 잎이 배경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꽃의 크기에 비해 꽃대가 다소 길게 밀고나와 다소곳히 펼쳤다. 하나로도 충분한데 옹기종기 모여 더 확실하게 자신을 드러낸다. 환상적인 색에 달콤한 향기 그리고 푸르름까지 겸비한 이 나무는 예로부터 많은 사람들에게 귀한 대접을 받아왔다.


'금목서'는 늘푸른 작은키나무로 목서의 변종이다. 잎은 마주나기하며 긴 타원형이고 가장자리에 잔톱니가 있거나 거의 밋밋하며, 표면은 짙은 녹식이고 뒷면 측맥이 어느 정도 뚜렷하게 도드라진다.


꽃은 9~10월에 황금색으로 피며, 잎겨드랑이에 달리며 두터운 육질화로 짙은 향기가 있다. 목서의 잎은 차 대용으로 끓여 마실 수 있고, 꽃으로 술을 담가 마신다.


향기가 진하면서도 과하지 않은 달콤함까지 전하는 금목서는 '당신의 마음을 끌다'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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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여뀌'
낭창하게 늘어뜨린 선이 곱다. 듬성듬성 꽃을 피워낸 여유로움도 좋다. 앙증맞도록 작은 꽃이 살며시 미소 짓는다.


제철 맞아 활짝 핀 고마리와 여뀌에 정신을 팔려 눈맞춤하는데 늘씬한 허리선이 이목을 집중시킨다. 비슷비슷한 모양에 자신만의 독특함으로 피어 다음 생을 준비하는 꽃들이 제 시간을 야무지게 꾸며간다. 문득 내 시간도 이렇게 잘 여물어갈 수 있길 빌어본다.


'바보여퀴'는 습기가 많은 곳의 반그늘 또는 햇볕이 잘 드는 곳에서 자라는 한해살이풀이다. 줄기는 곧게 서거나 비스듬히 자라고, 온몸에 약간의 털이 있다. 잎의 양끝은 뾰족하고 가장자리는 밋밋하다.


꽃은 8월에 피는데 흰색 바탕에 연한 붉은빛이 돈다. 가지 끝마다 적은 수의 꽃이 이삭 모양으로 모여 핀다.


왜 바보여뀌라는 이름을 가졌을까. 다른 여뀌류는 잎을 씹어보면 매운맛이 나는데 이 풀은 맵지 않아 맛에 대해 둔하다는 의미에서 또한 꽃이 듬성듬성 피는데다 순서도 없이 핀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는 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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