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하고 단정하고 때론 천연덕스럽기도 하지만 우아함 속에 화려함까지 갖추고 있다. 같은 꽃을 보더라도 마음 상태에 따라 다른 느낌이다. 사람이 달라지면 그 감흥 역시 다를 수밖에 없다. 다른 이의 시선을 보는 이유 중 하나다.

좋아하는 꽃을 이런저런 사연으로 찾아다니지만 그중에서도 애써 놓치지 않고 찾아보는 모습 중 하나다. 막 피어나는 중이지만 자신의 상태를 온전히 드러낸 모습이다.

이제 남쪽에선 노루귀를 보기는 조금 늦은 때라지만 믿는 구석이 있어 나선 길에 기대한 모습을 만났다.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는듯 빤히 처다보는 모습이 야무지다.

너나 나나 속내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것은 버거울지도 모른다. 그래도 어쩌랴 엿보이는 마음이야 달리 도리가 없기에 감당할 수밖에 없다.

짧은 시간에 주고 받은 이야기가 제법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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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괭이눈

누가 주목할까. 날이 풀려 계곡에 물이 흐르는 때 바위틈에 자리잡고 꽃을 피운다. 일부러 찾지 않으면 모르고 지나는 식물이다. 바위틈에 이끼와 함께 살아가는 애기괭이눈은 특유의 오밀조밀함에 눈길을 주게된다.

'괭이눈'이란 고양이의 눈이라는 뜻이다. 꽃이 마치 고양이의 눈과 닮았다고 해서 붙여졌다. 애기괭이눈은 보통 괭이눈보다 작다고 해서 애기라는 명칭이 붙었다.

흰괭이눈, 금괭이눈, 산괭이눈, 선괭이눈 등을 찾아보며 비교하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구분이 쉽지 않은 식물이나 그나마 이 정도는 눈에 들어온다.

다른 괭이눈에 비해 유난히 키가 큰 이 애기괭이눈을 해마다 가는 계곡에서 한동안 눈맞춤으로 즐거운 시간을 함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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春夜喜雨 춘야희우

好雨知時節 當春乃發生 호우지시절 당춘내발생

隨風潛入夜 潤物細無聲 수풍잠입야 윤물세무성

野徑雲俱黑 江船火獨明 야경운구흑 강선화독명

曉看紅濕處 花重錦官城 효간홍습처 화중금관성

좋은 비는 시절을 알아, 봄이 되어 내리네

바람따라 조용히 밤에 찾아와, 소리없이 만물을 적시네

온통 구름이라 길은 어두운데, 강 위 배만 불빛이 밝구나

새벽에 이슬 맺힌 꽃을 보면, 청두 시 전역에 꽃이 만개했으리라

*杜甫두보의 시 '春夜喜雨춘야희우'다. 시간을 건너띄고 사람이 다르더라도 봄비를 품는 감흥은 그대로다. 간밤에 뒤척인 까닭이 여기에 있다.

토닥토닥토닥,

긴 밤을 쉬지도 않고 토닥거리더니 아직도 여운이 남았나 보다. 지난 비에 깨어난 뭇 생명들의 목마름을 어찌 알고 이토록 살갑게도 다독거리는 거냐. 땅을 비집고 나온 숨구멍으로 고개를 내밀고 있는 풀들의 재잘거림과 가지 끝으로 온 힘을 쏟는 나무의 아우성이 빗방울로 맺혔다.

희우喜雨, 호우好雨, 시우時雨

봄비는 참 다정도 하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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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루귀
이른 봄을 기다리게 하는 꽃이다. 개인적 취향에 따라 다르지만 분명 꽃을 보는 대에도 우선 순위와 주목하는 정도가 다르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으로 본다면 딱히 탓할 이유도 없어 보인다.

꽃은 결국 드러내기 위해 핀다. 어떻게 하면 더 돋보여서 주목 받을 수 있을까에 목숨을 거는 것과 다르지 않다. 결코 숨어서 피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다만, 사람의 발길과 손길에선 벗어나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노루귀는 뽀송뽀송한 솜털이 꽃과 함께 더 매력적이게 보이는 포인트다. 꽃에 대한 실례가 될지도 모르지만 노루귀에서 털을 뺀다면 다소 심심한 모양이 아닐까 싶다. 그만큼 노루귀의 특징을 잘 나타내주기도 한다.

노루귀라는 이름은 꽃이 지고난 후 나오는 잎이 노루의 귀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자세히 보면 영락없이 노루의 귀를 닮았다. 아주 절묘한 이름이라 여겨진다.

노루귀는 이른 봄에 꽃이 피고 꽃 색깔도 흰색과 분홍색, 보라색 등이 있다. 자연 상태에서 연분홍이나 진분홍, 청보라, 남색 등으로 피기도 한다.

이른봄 꽃소식을 알려주는 것과 생긴모양 그대로 꽃말은 '눈 속의 어린 사슴', '봄의 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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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나무의 시간 - 흔적을 찾아 떠나는 겨울 숲
손종례 지음 / 목수책방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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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 빼놓지 않고 숲은 찾는다. 언 땅을 뚫고 올라 꽃을 피우는 봄에는 물론 많은 것을 포용하는 여름 숲의 풍성함도 형형색색 옷을 갈아입는 가을 숲도 좋지만 무엇보다 좋은 때는 민낯의 겨울 숲이다. 모두를 떠나보내고 텅 비워낸 숲은 또 다른 매력으로 충만하다. 옷을 벗어버린 나무들이 분명하게 숲의 주인공으로서 존재를 드러내고 있기에 나무에 주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꽃이 좋아 꽃이 피는 때에 나무를 찾긴 하지만 그 호기심의 시간이 지나면 오롯이 나무에 주목하는 시간이 온다. 꽃과 잎으로 구분하던 나무들이 꽃이 지고 잎이 떨어진 후에는 알 수 없는 나무로 바뀌길 수없이 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에는 나무의 수피로 시선이 머물게 된다. 내가 나무를 알아가는 과정이 그래왔다. 쉽지 않은 과정을 건너오는 동안 도움을 받았던 것이 나무를 모아 일정한 기준으로 분류해 놓은 책들이다.

‘겨울 나무의 시간’은 그 흐름을 따라가다 최근에 손에 든 책이다. 이 책은 “겨울에 나무를 구별하는 방법부터, 나무가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 취하는 생존 전략까지. 겨울 숲에 남아 있는 숲 생명들의 흔적을 쫓으며 새로운 시선으로 겨울나무와 겨울 숲을 보는 방법을 안내하는 책이다.”

병꽃나무, 덜꿩나무, 소태나무, 함박꽃나무, 회나, 산사나무, 광대싸리, 털개회나무, 짝자래나무, 마가목, 물푸레나무, 까막딱따구리, 당단풍나무, 시닥나무, 산앵도나무 등

익숙하거나 생소한 78종의 나무를 대상으로 겨울눈은 물론 겨울눈에서 잎이나 꽃 또는 가지가 나오기 시작하는 순간까지의 모습을 담은 700여 장의 사진과 함께 겨울나무와 겨울 숲을 안내해주고 있다. 이 책이 더 친근하고 실용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저자 손종례가 숲과 나무에 접근하는 시각이 책을 읽는 나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도 작용한다. 실무에서 사람들을 숲이나 나무로 안내하는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생명의 신비로움은 동물에서만 느끼는 것이 아니다. 겨울을 지낸 나무가 꽃을 피우거나 새잎을 내는 과정을 정밀하게 관찰하다보면 경외감마저 일어나곤 한다. 꽃이 궁한 때를 건너오는 동안 함께한 이 책이 전해주는 매력은 멈추지 않은 생명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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