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화
때를 기다리는 마음이 이토록 간절했을까? 샛노랗게 맞이하는 봄이다.

지중해 연안 원산지로 여러해살이풀이다. 이른봄 꽃을 피운다. 설중화·수선(水仙)이라고도 한다. 품종에 따라 다르며 흰색, 주황색, 노란색 등이 있다. 꽃이 아름다워 관상용으로 가꾸며 줄기, 꽃 등을 약용한다.

수선이란 중국명이며 하늘에 있는 것을 천선(天仙), 땅에 있는 것을 지선(地仙), 그리고 물에 있는 것을 수선이라고 하였다.

'수선화에게'
-정호승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의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시인 정호승도 수선화에게 기대어 울었다. 어쩌면 외로움의 본질은 나르시스의 그것일지도 모를일이다. 유독 봄앓이로 먼산을 자주 보는 이유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나르시스 그것처럼 목숨을 걸어도 좋은 것이다. '자존심', '자기사랑', '고결', '신비' 등의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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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화)삼지닥나무

꽃에 주목하는 요인은 한두가지가 아니지만 그중에 색이 주는 느낌에 온전히 몰입하게 만드는 꽃이 있다. 강렬한 원색이지만 거부감이 없고 오히려 마음을 이끌어 다독여 주는 것은 인위적인 색으로는 범접할 수도 없는 자연의 색이 주는 매력이다.

삼지닥나무라는 이름은 가지가 셋으로 갈라지는 삼지三枝 모양에 닥나무처럼 쓰인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종이를 만드는 원자재로서 널리 알려진 닥나무보다 더 고급 종이를 만드는 데 쓰이는 귀한 나무로 귀한 대접을 받았다고 한다.

종이를 만드는 주원료인 닥나무는 뽕나무과지만 삼지닥나무는 팥꽃나무과 식구로 서로 다른 종이다.

한겨울에 잎도 없이 제법 큰 꽃봉우리를 내밀어 놓고도 한동안 멈춘듯 가만히 있다. 수없이 많은 꽃 하나하나가 모여 봉우리를 만들어 큰 꽃처럼 보이지만 진짜 꽃은 아주 작아 앙증맞기까지 하다.

​일반적인 삼지닥나무가 노랑 꽃봉우리라면 홍화삼지닥나무는 붉은색의 꽃이 핀다. 삼지닥나무의 개량종이 아닌가 한다. 노랑꽃도 주목을 끌지만 붉은색으로 피는 이 꽃은 더 흥미롭다.

노랑꽃을 피우는 삼지닥나무도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지만 붉은색의 꽃이 피는 이 나무는 더 귀하다. 이번 제주도 꽃나들이에서 처음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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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4-03-23 0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귀한 사진을 영접합니다. 행복한 주말되시길~~
무진님, 요 사진 제 블로그에 담아가도 될까요? 허락하셔야 .....
 

화중십우花中十友

ㆍ방우芳友 : 난초

ㆍ청우淸友 : 매화

ㆍ수우殊友 : 서향瑞香

ㆍ정우淨友 : 연蓮

ㆍ선우禪友 : 치자꽃梔子花

ㆍ기우奇友 : 납매蠟梅

ㆍ가우佳友 : 국菊

ㆍ선우仙友 : 계桂

ㆍ명우名友 : 해당화海棠花

ㆍ운우韻友 : 차마

*宋나라 증단백曾端伯은 일찍이 열 가지 꽃을 골라서 화중십우로 삼았다. 그가 벗으로 삼은 꽃에 담긴 당시 사람들의 마음을 엿보며 오늘날 꽃을 보는 이유를 살펴본다.

언제부턴가 꽃은 벗과 더불어 생각하게 되었다. 혼자 산과 들로 다니며 꽃을 보는 것은 여전하지만 그 사이사이에 꽃을 이야기하던 사람들을 만났다. 꽃이 피고지는 계절이 몇번이나 바뀌는 동안 이제는 일상과 삶의 본질에 대한 이야기에 접근 한다. 꽃 아니었으면 결코 만나지 못했을 사람들이다.

작은 꽃이 피고지는 이치가 사람 사는 그것과 다르지 않음을 안다. 식물에 비해 비교적 긴 생애의 주기를 갖는 사람이 짧게는 한 철 길어봤자 두 해를 건너는 동안에 꽃 피어 열매 맺는 시작과 끝을 보여주는 식물의 세계를 통해 사람의 일생을 엿보았다. 꽃의 사계를 보고 지나온 내 시간을 돌아보니 다른 것이 하나도 없다.

꽃이 벗이었다가 벗이 꽃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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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4-03-22 0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차마는 어떤꽃일까? 원예와 꽃가꾸기가 취미라서 이 글이 눈에 띄네요.
 

春分 춘분

우수 경칩 지나고 춘분이다. 춘분은 음양이 서로 반인만큼 낮과 밤의 길이가 같고 추위와 더위가 같다. 이 절기를 전후하여 농가에서는 봄보리를 갈고 춘경春耕을 하며 담도 고치고 들나물을 캐어먹는다고 했다.

절기를 따져 무엇하리요 마는 내가 사는 이곳 농나짓는 어머니들은 여전히 밭갈고 씨뿌리는 기준을 삼는다. 농촌에 살지만 텃밭도 버거운 사람에겐 뒤란 채마밭에 거름냄새 나고 요란한 트렉타 소리 들리는 것으로 겨우 때가 된 것을 안다.

낮이 길어지기 시작 하는 날,

산을 넘어온 봄이 달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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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선나무

모든 인연이란 것이 의도하고는 상관없이도 오나보다. 납매와 삼지닥나무가 들어오면서 함께온 나무가 둘 더 있는데 어린 묘목이라 무엇인지 가늠할 수가 없었다. 다행스럽게도 한해를 잘 견더주더니 그 중 하나에 꽃이 피었다. 비로소 나무의 이름을 불러줄 수 있게 되었다.

미선나무, 서울 나들이때 찾아간 경복궁에서 보았던 나무를 내 뜰에 들이고 싶었으나 방법을 찾지 못하고 말았던 것이 이렇게 찾아와 주었다. 신비할 따름이다.

미선나무의 미선尾扇은 대나무를 얇게 펴서 모양을 만들고 그 위에 물들인 한지를 붙인 것으로 궁중의 가례나 의식에 사용되었던 부채를 말한다. 미선나무를 발견하여 이름을 붙일 때, 열매 모양이 이 부채를 닮았다고 하여 미선나무라 했다고 한다.

미선나무는 세계 어느 곳에도 없고 오직 우리 강산에만 자라는 나무라 하니 더 마음이 가는 나무다. 하얀색의 미선, 분홍빛을 띤 분홍미선, 맑고 연한 노란빛의 상아미선, 빛의 각도에 따라 색깔이 달리 나타나는 푸른미선 등이 있다.

앙증맞은 모습과 은은한 향기에 색감까지 어느 하나 빼놓을 수 없도록 매력적인 나무다. 올해는 제법 풍성하게 꽃을 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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