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년화
부지런한 사람들의 이른 꽃소식에 마음이 앞선다. 귀한 때 귀한 꽃을 보고자 하는 마음을 익히 알기에 마음따라 몸도 부지런해져야 할 때다. 유난히 포근한 겨울이라 꽃소식도 빠르다.
한겨울인데 꽃을 피우는 나무들이 있다. 매실나무를 선두로 납매와 풍년화가 그 주인공이다. 추위에 움츠려드는 몸과 마음을 파고드는 꽂 향기에 취할 수 있어 그 고마움이 참으로 크다.

잎도 없는 가지에 꽃이 먼저 풍성하게 핀다. 꽃잎 하나 하나를 곱게 접었다가 살며시 펼치는 듯 풀어지는 모양도 특이하지만 그 꽃들이 모여 만드는 풍성함도 좋다.

봄에 일찍 꽃이 소담스럽게 피면 풍년이 든다고 풍년화라 한다. 힘겹게 보리고개를 넘었던 시절에 우리나라에 들어와 배고픈 사람들의 염원을 담았는지도 모르겠다.

가까이 두고도 찾지 못한 곳을 몇년만에 들렀다. 가지치기로 다소 외소해진 모습이지만 그 자리를 지키고 있어 옆에 함께 핀 납매와 함께 반갑게 눈인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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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4-02-28 0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낸 맘에도 풍년이 깃들길 기원하며 사진 감상했어요.
 

꼬박 1년을 기다렸다.

마음은 이미 해가 바뀌고 한겨울 섬진강 매화로 향기를 품었다지만 뭔가 빠지듯한 아쉬움이 남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뜰에 있는 매실나무에 올해 첫꽃이 피었다. 두손 모아 합장하고 벙그러질 듯한 꽃봉우리를 골라 정성스럽게 담는다. 찻물을 끓여서 잔에 붓고 꽃 하나를 띄운다. 꽃이 펼쳐지며 가슴깊이 스며드는 향기에 겨우내 움츠렸던 가슴이 드디어 열린다. 봄맞이 의식을 치르듯 나만의 소중한 시간이다. 정월 보름의 귀밝이술을 대신한다.

비로소 봄의 시간에 들어섰다.

봄을 歆饗흠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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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동백나무

비오고 찬바람 심하게 불던날 완도수목원을 찾았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붉은색으로 피는 동백꽃이야 조금만 기다리면 가까운 곳에서도 볼 수 있지만 흰색으로 피는 동백나무는 만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붉은색이 주는 강렬한 이미지에 사로잡혀 동백꽃을 찾는다면 동백꽃의 매력을 절반만 본 것이다. 이토록 고결한 속내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꽃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꽃이 흰동백나무다.

흰색의 꽃잎이 노랑색의 꽃밥과 어우러지면서 만든 꽃봉우리가 한없이 사랑스럽기만 하다. 겹꽃이 아니라서 단정함까지 겸비했으니 더욱 아름답다.

다양한 산들꽃을 보러다니면서도 흰색으로 피는 꽃이 주는 매력에 이끌려 불원천리를 마다하지 않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한다.

꽃 친구의 마음이 담긴 제주도에서 건너온 흰동백나무 하나를 애지중지 보살피고 있다. 꽃이 피는 날을 기다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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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나무
겨울에 꽃을 피워 동백冬柏이라 불린다. 매화 피었으니 다음으로 관심이 가는 것이 동백이다.

한두송이 피어나는 매화를 보는 맛이 으뜸이라면 동백은 만개할 때가 더 좋기는 하지만 그때는 본격적인 꽃나들이 시작한 후라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려 그 운치를 만끽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옥룡사지 동백나무 숲에 적절한 시기를 놓치고 나서야 만난 아쉬움이 있다. 지심도 동백도 남았고 올해는 없는 시간이라도 만들어서 제 때에 찾아볼 생각이다.

동백꽃은 꽃이 질 때, 꽃잎이 한 장씩 떨어지지 않고 꽃 전체가 한꺼번에 떨어진다. 선명한 붉은색을 고스란히 유지하며 떨어진 모습에서 처연한 느낌을 받는다. 이런 이유로 동백꽃은 이루지 못한 사랑이나 깊은 사랑에 비유되곤 했다. 만개할 때 동백나무 숲을 찾고 싶은 이유가 이 모습을 보고자 함이다.

동백冬柏과 춘백春柏 사이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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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볕인양

그럴싸한 폼으로 사방을 애워싸고 덤벼들며 아애 통으로 품을 기세다. 굳이 양지바른 곳 찾지 않아도 될만큼 넉넉한 볕이 코끝까지 와 있는 봄을 뜀박질하게 만든다. 살랑거리는 바람따라 꽃향기 스미고 살포시 다가온 볕에게 품을 열어두니 아직은 끝맛이 맵다.

아차하는 순간 봄이라 속고 말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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