春日閒居 춘일한거
不禁山有亂 불금산유난
還憐徑草多 환련경초다
可人期不至 가인기부지
奈此緣樽何 내차연준하
한가한 봄날에
산에 여기저기 꽃피는 것 말릴 수 없어
여기저기 불어난 길가의 풀 더욱 아까워라
온다고 약속한 사람 오지 않으니
이 녹음 속에 놓여진 술 항아리를 어찌하나
*조선 사람 퇴계 이황 退溪 李滉(1501~1570)이 두보의 6자 절구시를 차운한 춘일한거春日閒居 6수 중의 한 수이다. 시절을 뛰어 넘어 봄날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어슬렁거리는 숲속의 시간이 좋다. 몸보다 분주한 눈이라지만 느긋한 마음 가운데 일이라 그마저도 한가롭다. 뜻 맞는 벗과 소일하는 시간이 꽃 보는 마음보다 크기에 꽃길에 늘 벗이 있다.
먼 시간을 돌고돌아 온다는 벗이 이번에도 못 온다는 기별이다. 서운함이야 기다리는 이보다 못 오는 벗이 더하겠지만 못내 아쉬움이 크다. "녹음 속에 놓여진 술항아리"야 다음에 열면 되겠지만 준비해 둔 꽃자리를 함께 걷지 못한다는 안타까움이 앞선다. 몸 잘 보살피시라 기다리는 꽃은 때마다 있으니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