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화가 김홍도 - 붓으로 세상을 흔들다
이충렬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간 김홍도

반갑기 그지없다김홍도의 이야기라면 무엇이든 앞뒤 가리지 않고 손에 든다직간접적으로 김홍도를 언급한 수많은 출판물 중에서 유독 기억에 남는 책을 고르라면 우선 오주석의 '단원 김홍도'(, 2006)와 설흔의 내 아버지 김홍도’(낮은산, 2014)가 있다오주석의 책이 김홍도에 대한 종합해설서라고 한다면 설흔의 독특한 시각은 김홍도의 내면에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여기에 비해 이충렬은 전기적 성격이 강하다각기 다른 시각으로 만나는 김홍도어느 한 가지도 놓칠 수없는 매력이 있다.

 

"가난한 바닷가 마을 소년이 임금을 그리는 어용화사가 되고조선의 새로운 경지라는 찬사를 듣는 화원으로 성장하기까지그러다 생의 마지막조차 기록되지 않을 만큼 쓸쓸한 말년을 보내기까지중인 출신 화가가 겪었을 파란만장한 삶"

 

이충렬의 천년의 화가 김홍도는 태어나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일생을 차분하게 펼쳐 보이고 있다.무인 집안에서 태어나 대를 잇기를 바라는 아버지의 바람과는 달리 그림을 배우고 화가로 입신양명하기에 이른다김홍도는 바로 그 그림을 통해 몸도 마음도 자유롭고자 했지만 평생 신분의 그림자를 벗어나지 못했다말년에 객지에서 쓸쓸한 죽음에 이르기까지 굴곡이 심했던 일생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저자가 김홍도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축을 그림에 두고 있다남아 있는 그림과 그 그림이 그려진 배경을 살피면서 김홍도의 일상을 추적해간다그림에 대한 설명이 곧 김홍도의 일생에서 중요한 변곡점이 되거나 특별했던 시기를 조명하는 작용으로 쓰이고 있다특히 금강사군첩과 병진년화첩등을 묘사하는 저자의 이야기는 그 현장을 따라가는 착각을 할 정도로 구체적이고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이충렬의 김홍도 전기에서 주목되는 것은 또 있다김홍도와 강세황심사정의 두 명의 스승과의 관계를 한축으로 하고 도화서 동료 화원으로 이인문신한평김응환 등과의 교류를 통한 김홍도의 인적 교류에 대한 흐름과 100점에 이르는 그림을 따로 감상하는 즐거움이 그것이다중인 신분으로 겪어야했던 신분적 한계를 서로 다독이며 화원의 길을 함께 걸었던 이들과의 우정이 김홍도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세 번의 어용화사’, ‘정조의 총애를 받은 도화서 화원’ 등 당대에 성공한 화원이었지만 늘 외로웠던 인간 김홍도의 모습도 놓칠 수 없다. “전라도 관찰사 심상규가 한양에 있는 벗 예조판서 서용보에게 보낸 편지와 김홍도가 아들에게 보낸 마지막 편지를 통해 가난과 병고 속에 허망하게 세상을 떠났으리라 짐작할 뿐인 김홍도의 최후는 무엇을 의미할까.

 

붓으로 세상을 흔들며 자신만의 독특한 그림 세계를 개척한 인물 감홍도의 일생을 차분하게 따라가며 만나는 작품마다 새롭게 시선이 머문다귀한 시간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염치와 수치 - 한국 근대 문학의 풍경
김남일 지음 / 낮은산 / 201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국 근대 문학의 속내를 따라가다

책을 가까이 하면서도 늘 어려운 것이 문학이었다나름 이유야 있었겠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특정할 수가 없다문학 작품을 직접 접하기보다는 시험에 대비한 대략적인 줄거리와 작품 분석에 보다 익숙해야했던 그간의 사정도 한 몫 하리라고 여겨진다작가와 작품의 제목을 연결하고 대략의 내용을 파악하는 정도로 문학을 이해하는 경험이 가져온 결과로 한국 근대 문학을 이해하는 데에는 중고등학교 교과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실정이다.

 

염상섭이광수변영로김동인심훈김명순최해서정지용임화김기림이효석이북명현진건백태원나혜석백석이태준신채호김남천김유정이상이광수이육사

 

이미 익숙한 이름들이 대부분이다몇몇 사람을 빼고는 작가와 작품을 연결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하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을 구체적으로 거론하며 파고든다면 그 아는 정도가 얼마나 되는지 장담하지 못할 것이 뻔하다. ‘식민지’ 국민으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었던 시대적 상황을 건너는 다양한 방법이 곧 작가의 삶과 작품으로 표현되었기에 그 일련의 과정을 이해하는 것에서도 차이를 부일 수밖에 없다. “속절없이 무너져 내린 나라에서 근대라는 거대한 파도를 감당하며 제 스스로 말과 문법을 만들어가야 했던 그들의 저간의 사정을 들여다볼 기회도 없었다.

 

여기에 김남일은 '염치와 수치'라는 특정한 프레임으로 그들의 삶과 작품을 재구성하여 당시를 살았던 당사자들의 속내를 엿보고 있다익숙한 이름들이 오히려 낯선 이야기로 다가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나 싶다그런 복잡한 저간의 사정을 풀어놓고 있는 저자 서문에서 오랫동안 머문 이유이기도 하다.

 

나혜석에게는 여자에게 정조를 요구하려면 남자도 정조를 지켜야” 할 새 시대였다이육사의 근대는 하늘도 그만 지쳐 끝난 고원이자 한발 재겨 디딜 곳조차 없는’ 삶이었으나한국 문학의 근대를 개척했다는 이광수의 삶은 허세와 변명으로 점철되었다김명순은 근대가 불러낸 한국 최초의 여성 작가였지만문단과 세상으로부터 철저히 짓밟혔다.”

 

다양한 작품을 기반으로 작가의 속내를 들여다보고 대표성이 될 성싶은 이야기를 끄집어내어 동료 작가를 불러와 함께 그 상황을 이야기하고 있다그러기에 작품보다는 작가에 주목하고 20대 초 중반을 살았던 이들의 고뇌까지를 드러내고 있다.

 

한국 근대 문학과 친하지 못한 사람이 접하기에는 다소 낯선 이야기들도 있지만 대부분 중고등학교 교과서를 이해하는 수준이라면 짐작하고 그 흐름을 따라갈 수 있다이미 알고 있는 것과 새롭게 만나는 이야기가 서로 충돌하거나 비슷할 때 공감할 수 있는 점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염치가 스스로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이라면 수치는 외적인 대상과의 관계에서 더 두드러진다결국 사람들 속에서 스스로의 삶을 비추어보는 거울로 작용하는 것이 바로 염치와 수치이기에 이를 통해 근대 한국 문학의 실상을 파악해본다는 것 의미심장한 일이 아닐 수 없다민낯을 들여다볼 용기 또한 필요한 지점이라 여겨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시에서 삶을 읽다 - 서러운 이 땅에 태어나
김경숙 지음 / 소명출판 / 201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로 찾아가는 시인의 삶

한자로 된 글은 내게 그림의 떡이었다한자로 기록된 옛사람들의 흔적은 그렇게 남의 나라 이야기일 수밖에 없었다문장을 직접 이해할 수 없기에 이 어려움을 해결해줄 사람들이 필요했다다행히도 글을 대신 읽어주는 이들이 생겨나면서부터 가까운 이웃으로 어느 땐 친근한 벗이 되었다그렇게 친해진 것이 시와 산문을 비롯한 옛사람들의 글이다.

 

그동안 이런 옛사람들의 글을 접하는데 도움을 받은 것은 정민안대회이종목 등 문학을 전공한 여러 선생님들의 도움이 컷다그분들이 읽어주는 책들을 통해 옛사람들의 일상의 삶과 지향하는 뜻을 펼치기 위한 자기 수양을 어떻게 해온 것인지 알게 되었다옛사람들의 글은 단순히 책 속에 묻혀 있는 문장에서 벗어나 지금을 살아가는 일상의 지혜를 밝혀주는 등불과도 같았으며 때론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목마름을 해결해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주었다.

 

김경숙의 '한시에서 삶을 읽다역시 이와 같은 부류로 우선 반가움이 앞선다시에 주목하면서도 독특한 테마를 설정하여 옛사람들의 삶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내용 구성이 이채롭다.

 

'서러운 이 땅에 태어나라는 부제가 이 책을 들게 했다어느 사회나 사회구조적 한계는 있을 수밖에 없다그들이 살았던 조선이라는 나라 역시 마찬가지다실의에 빠지거나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삶일지라도 그 속에서 최선을 다해 자신과 가족을 꾸려갔던 이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긴 시들과의 만남이 흥미를 끈다.

 

이세원신유한강백김도수이봉환박지원이덕무박제가신위김정희황현허난설헌이매창김삼의당김운초박죽서남정일헌강담운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이다. ‘서얼 문사’, ‘지식인의 길을 걸어간 선비’, ‘새장의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한 여성’ 세 가지 테마로 구분된 작가 한 명에 작품 두 편씩이미 익숙하거나 새롭게 만난 낯선 이들 모두의 삶이 흥미를 넘어선 무엇이 따라 붙는다한계를 어쩌지 못하는 삶에서 오는 애틋함과 안쓰러움에 잘못알고 있는 편견에서 벗어나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한편 한편의 글에 담긴 저자의 세심함이 빛나는 장면이다한편의 시를 통해 시인의 삶으로 접근해가는 방식이 차분하고 구체적이다한편의 시로는 시인의 삶을 추적해가고 다른 시 한편에서는 시에 집중하여 시인에게로 걸어가는 길을 보여준다이렇게 친절한 시를 읽어주는 글은 오랜만에 만났다.오랫동안 손에서 책을 내려놓지 못한 이유 중 하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무 다시 보기를 권함 - 페터 볼레벤이 전하는, 나무의 언어로 자연을 이해하는 법
페터 볼레벤 지음, 강영옥 옮김 / 더숲 / 2019년 12월
평점 :
품절


나무의 언어로 숲을 이야기 하다

나무에 주목하는 겨울이다낙엽이 지고 땅에 풀들이 사라져 아무것도 없을 것만 같은 겨울날에 숲에 든다.숲의 민낯을 볼 수 있는 겨울 숲의 주인공들은 나무다그 나무를 보기 위해 겨울 숲에 드는 이유다푸른 하늘을 머리에 이고 줄기에서 가지까지 나무는 거의 모든 것을 고스란히 보여준다나무 곁으로 한걸음 더 다가가는 시간이며 나무를 보는 시각을 달리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새잎이 나고 새로운 줄기도 자라며 꽃이 피고 열매를 맺어 익어가는 동안 보았던 나무와 낙엽이 진 후 겨울에 보는 나무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그 모습에서 나무만이 가진 독특한 느낌을 얻기도 하고 나무 수피의 차이만으로 나무의 이름을 달리 부를 수 있는 묘한 재미도 있다.

 

이 책 나무 다시 보기를 권함은 바로 그 나무를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다이 이야기를 전하는 저자 페터 볼레벤은 나무의 언어를 풀어내는 나무 통역사숲 생태계의 신비로움을 전하는 숲 해설가과학 지식을 감정으로 번역해주는 자연 통역사독일에서 가장 성공한 논픽션 작가로 유명한 사람이다그가 전하는 나무와 숲나무와 인간나무와 함께 살아가는 동물들에 대해 나무의 시선으로 봐주기를 바라는 나무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야기의 흐름은 뿌리줄기가지껍질씨앗 등 나무를 구성하는 주요부분을 차례로 불러와 각각의 요소들이 어떻게 나무 전체와 유기적인 관계를 형성하며 생존과 번식에 필요한 역할을 하는가를 살피고 있다또한 나무는 숲을 이루는 같은 종류나 다른 종류의 나무들과 소통하며 스스로의 영역을 지키며 확장하는 것에도 주목한다이런 유기적 관계를 형성하는 숲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로 균류나 새들의 역할 역시 중요하게 살펴야할 사항이라는 것을 이야기 한다.

 

자연 상태에서의 나무는 유기체가 생명을 유지하고 존재를 이어가는 것과 다르지 않게 스스로 조절해 간다.여기에 인류의 개입이 이뤄지면서 숲을 구성하는 요소가 변화하거나 사라지기도 하고 엉뚱한 결과를 도출하는 등 불협화음을 내는 원인이 되었다이런 결과는 생태계의 파괴를 불러왔으며 그 결과 다시 인류의 일상에 영향을 주기에 이른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 저자는 나무가 이야기하는 나무의 언어 들어야 한다고 말 한다. “나무의 언어란 인간의 시선이 아닌 나무의 시선에 따라가며 그들을 배려하고 그들에게 알맞은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말한다.” 인류 역사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나무를 이해할 수 있을 때 우리 안의 작은 세계에서 벗어나 넓은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될 것이다.”라고 말한다.

 

생명의 신비를 담고 있는 한그루의 나무가 한 사람이 이뤄가는 세상과 다른지 않음을 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무의 시간 - 내촌목공소 김민식의 나무 인문학
김민식 지음 / 브.레드(b.read) / 2019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역사는 나무와 함께해온 시간이다

1년 열 두 달산들꽃을 보러 다니면서 당연히 함께 보는 것이 나무다그렇게 몇 년을 다니면서 이미 익숙한 나무가 있는 반면 매년 새롭게 만나는 나무들이 늘어난다하나를 알면 다른 하나가 보이는 것처럼 이름이나마 이미 알고 있는 나무들 사이로 새롭게 눈에 들어오는 나무들이 있다.

 

그렇게 만나온 나무들이지만 나무를 보는 관점은 생물학적 접근이 주를 이룬다주로 꽃 필 때를 중심으로 꽃의 특징과 나뭇잎이나 수피 나아가 수형을 보며 이름을 불러주는 것이 주를 이룬 까닭이다이러한 시각으로 나무를 보는 곳에 익숙해지면서 점차 범위를 넓혀가는 중이다특히나무의 특성 자체를 넘어 사람과의 관계를 맺어온 시간에 주목하게 된다지극히 자연스러운 과정이 아닌가도 싶다.

 

그런 의미에서 김민석의 나무의 시간은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주고 있어 흥미롭다그는 우리니라에서 목제산업이 한창이던 때 나무시장에 뛰어들어 40여 년간 지구 100 바퀴를 돌아다녔던 경험을 바탕으로 나무의 이야기를 전해준다김민석은 강원도 홍천의 괴짜목수 내촌목공소 이정섭 목수의 가구에 반해 자신의 집 가구를 전부 바꾸고 이를 계기로 내촌목공소의 고문이 되었다고 한다.

 

나무의 시간에는 나무를 중심에 두고 자연 지리적 특성에서 역사문학건축예술과학 등 전반에 걸친 이야기는 매우 흥미롭게 전개되고 있다호크니에게 배운 나무보는 법비틀스 노르웨이의 숲의 가구세익스피어와 뽕나무에르메스의 사과나무 가구롤스로이스 속에서 나무 찾기천마도와 자작나무버들가지를 꺾는 이유레바논 국기에는 삼나무가 있다골프 우드의 유래는 감나무와 같은 흥미로운 이야기들이다.

 

김민석의 나무의 시간에 등장하는 나무들로는 뽕나무자작나무호두나무단풍나무티크플라타너스,보리수피나무사과나무배나무 등과 같은 활엽수에서 소나무잣나무구상나무와 같은 침엽수에 미대륙열대우림에서 북유럽과 일본 등의 나무들이 총망라되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나무 인생을 살아온 저자 김민석의 이야기는 나무가 나무의 시간을 통해 사람들과 만나 새로운 시간을 쌓아온 이야기들이다그 속에는 관행으로 통용되지만 사실과는 다른 이야기들이 현존하는 것과 편견 속에서 나무를 바라볼 때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문제제기도 놓치지 않고 있다인류 문명과 괘를 같이해온 나무 이야기를 통해 놓치지 않아야할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기회가 되었다.

 

일부러 겨울숲을 찾는다옷을 벗어버린 숲에는 오롯이 나무들의 시간으로 민낯의 나무를 볼 수 있다꽃과 잎이 아닌 수피와 수형을 보면서 나무의 다른 시간을 만나는 즐거움이 크다여기에 나무의 시간 속에 담긴 사람의 이야기를 더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