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학 수업 - 품격 있는 삶을 위한 예술 강의
문광훈 지음 / 흐름출판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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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일상에서 멀리 있는 예술

"아름다운 문장을 읽으면 당신은 어쩔 수 없이 아름다운 사람이 된다." 김연수의 '우리가 보낸 순간'에 등장하는 문장이다이에 대해 문학평론가 신형철은 정말 그럴까읽고 쓰는 일만으로 우리는 점점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라며 인간을 변화시키는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그 무엇에 대해 깊이 생각할 기회를 제공해 준다비슷한 내용에 주목하고 있는 터라 묵직하게 다가오는 내용이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미학 수업에서 인문학자이자 미학자인 문광훈은 "왜 예술이 중요하며그 예술을 통해 개인의 삶은 어떻게 변화될 수 있는가에 주목한다당연히 나의 방점은 후자에 둔다개인의 삶의 변화를 일으키는 요소라는 시각으로 만나는 예술을 어떻게 일상에서 누릴 수 있을까가 관심의 주 대상이다.

 

품격 있는 삶을 위한 예술 강의라는 부제를 단 미학 수업은 인문학자이자 미학자인 문광훈 교수가 미술과 음악문학과 건축 등예술의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새롭게 보고듣고느끼고생각하는 바를 이야기” 한다그가 말하는 예술이 나와 내 이웃의 일상에서 밀접하기를 바란다.

 

예술은 삶의 한계 속에서 어떤 자유를 느끼게 하고그 자유 이상의 책임을 떠올려주며이런 책임 속에서 다시 자유가 얼마나 고귀한지를 절감케 한다자유와 책임 중 하나라도 누락된다면예술은 미망에 불과하다삶의 변화는 내가 꿈꾸면서 다른 사람의 꿈을 깨울 수 있을 때 비로소 일어난다우리는 예술 속에서 다시 꿈꾸고 선택하며 새롭게 깨어나 행동하게 된다예술은 설렘과 아쉬움의 교차 경험이는 우리가 어디로부터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가를 잠시 돌아보게 한다.”

 

저자 문광훈의 좋은 예술작품은 궁극적으로 반복되는 일상에 함몰되어버린 감각을 일깨우고 삶의 쇄신을 종용한다.” 이와 같은 시각은 어디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일까대신 읽어주는 그림에서 일반인이 알 수 있는 내용과 저자의 이야기가 교차되는 지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때는 어디에 우선을 두어야 할까.

 

저자 문광훈의 우리가 부단히 느끼고 꿈꾸는 한 이 세계가 더 좋은 방향으로 발전해나갈 수 있다는 말과"아름다운 문장을 읽으면 당신은 어쩔 수 없이 아름다운 사람이 된다." 는 김연수의 이야기는 같은 의미를 가진다고 본다여전히 의문으로 남는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삶의 변화를 불러오는 것은 어디로부터 찾아야하는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내일에 저당 잡혀 있는 오늘을 사는 이들에게 예술은 여전히 멀리만 있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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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신형철 지음 / 한겨레출판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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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일부가 되지 않기 위해서

슬픔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문장이 있다사장士章 박상한(1742~1767)이 죽자 연암 박지원이 쓴 애사哀辭가 그것이다. “나는 매양 모르겠네소리란 똑같이 입에서 나오는데즐거우면 어째서 웃음이 되고슬프면 어째서 울음이 되는지어쩌면 웃고 우는 이 두 가지는 억지로는 되는 게 아니다감정이 극에 달해야만 우러나는 게 아닐지나는 모르겠네이른바 정이란 어떤 모양이건대 생각만 하면 내 코끝을 시리게 하는지그래도 모르겠네눈물이란 무슨 물이건대 울기만 하면 눈에서 나오는지아아남이 가르쳐주어야만 울 수 있다면 나는 으레 부끄럼에 겨워 소리도 못 내겠지아하이제야 알았다이른바 그렁그렁 이 눈물이란 배워서 만들 수 없다는 걸.”라는 대목이 있다.


울기만 하면 눈에서 나오는 물이 눈물인데 그 눈물이 나올 수 있는 근원에 슬픔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하여슬픔에서 비롯된 자연스러운 눈물은 그 슬픔을 치유하는 중요한 기회가 된다하지만우리가 살아가는 현대사회는 슬픔을 올바로 받아들이고 그와 동반되는 울음을 울 수도 없는 현실을 강요하고 있다박지원은 눈물은 배우는 것이 아니라고 하지만 눈물을 배워서라도 슬픔을 치유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신형철의 산문집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을 읽어가는 내내 떠나지 않은 것이 이 문장이었다맥락이 닿지 않을 수도 있지만 저자의 “‘타인의 슬픔은 결코 이해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그들의 슬픔을 이해하고공부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라는 뜻에 공간하는 것으로 본다면 딱히 틀린 것도 아닐 듯싶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에 대한 사전 정보 없이 제의 제목에 이끌러 선택한 책을 읽어가면서 솔직히 평론가 신형철에 매료된 시간이었다고 고백할 수밖에 없다그가 보이는 사람과 사회에 대한 깊은 애정을 바탕으로 한 시대정신을 들여다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잭의 제목이 이해되는 것은 이로부터다.

 

문학평론가답게 소설과 시를 중심으로 영화노래사진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에 온기가 전해진다우리 시대가 안고 있는 슬픔을 공부해야하는 요소들에 대한 접근이 폭이 넓고 깊이 또한 깊다.

"아름다운 문장을 읽으면 당신은 어쩔 수 없이 아름다운 사람이 된다." 김연수의 '우리가 보낸 순간'에 등장하는 문장이다이에 대해 저자 신형철은 '우리가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에서 스스로 묻는다. "정말 그럴까읽고 쓰는 일만으로 우리는 점점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비슷한 내용에 주목하고 있는 터라 묵직하게 다가오는 내용이다.

 

계속 공부해야 한다어둠의 일부가 되지 않기 위해서내가 손에서 책을 놓지 않은 이유와도 상통한다한 권의 책으로 한 사람의 저자를 깊이 있게 알 도리는 없다그렇더라도 사람과 사회를 향한 저자의 시선의 방향과 온도를 알 수는 있다고 본다그런 의미에서 참 좋은 저자를 발견한 기쁨이 크다이 책을 출발점으로 문학평론가 신형철의 더 많은 글과 만날 수 있는 기회로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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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도 재주 없어 나만 홀로 한가롭다 - 안대회가 선택한 152편의 한시
안대회 지음 / 산처럼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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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한시의 다양한 맛

무엇을 '대신 읽어 주는 이'들이 있어 참으로 다행이다동서양의 옛 그림이 그렇고음악이 그렇고건축물을 포함한 문화유산이 그렇고나무와 풀이 그렇다여기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한문 고전이다이는 다른 것들과는 또 다르게 대신 읽어주는 이가 없으면 여간 곤혹스러운 것이 아니다그분들의 수고스러움이 고맙다.

 

이 책 다행히도 재주 없어 나만 홀로 한가롭다’ 역시 대신 읽어주는 이가 있기에 내게는 비로소 의미를 갖게 되는 분야를 담았다바로 옛 사람들의 시를 음을 달고 훈을 풀어내어 뜻을 새긴 저자의 안대회의 소회를 밝히고 엮은 책이다. "옛 시인들의 숱한 한시들과 그에 관련된 자료들 중에서 시인이 살아가면서 겪은 희로애락을 시인만의 절실한 체험으로 녹여낸 작품을 가려 뽑아 모은" 152편의 한시에 해설을 붙였다.

 

이 책의 멋진 제목은 어디서 왔을까 하고 찾아보니 조선 영조 때 문인인 홍신유(洪愼猷1724-?)의 시에서 가져온 것이었다그 시를 옮기며 천천히 음미한다옛 사람들의 글에 관심이 있어 늘 주목하며 찾아보는 분야이기에 책을 선택한 것이 맞지만 중요한 다른 이유는 책의 제목 때문이었다.

 

閒中한중

墻角槐花灑地斑 장각괴화쇄지반 晴空一解駁雲頑 청공일해박운완

人方偃臥羲皇上 인방언와희황상 月亦徘徊斗牛間 월역배회두우간

天外無邊東海水 천외무변동해수 人間何處漢陽山 인간하처한양산

有才豈有不忙客 유재개유불망객 惟喜無才我獨閒 유희무재아독한

 

한가하다

담 모퉁이 회화나무는 땅바닥 여기저기 꽃을 뿌리고

억세던 구름장이 걷혀 하늘도 모처럼 활짝 갰다

태평성대 사람인양 비스듬히 누워 보니

남쪽 하늘 별 사이로 달도 함께 배회한다

하늘 밖이라 끝없이 동해바다 넘실대니

이 세상 그 어디에 서울이란 데가 있나?

재주 있는 사람 치고 바쁘지 않은 이가 있던가?

다행이도 재주 없어 나만 홀로 한가롭다

 

이 책에는 이 閒中한중을 비롯하여 송익필(宋翼弼, 1534~1599)의 시 獨行독행처럼 제법 오랫동안 마음을 붙잡는 시들이 있다익히 아는 시도 있지만 대부분 생소한 시들이 많아서 새롭게 알아가는 재미 또한 제법 크다.

 

이러한 옛사람들의 글에 주목하는 이유는 다양하다옛사람들이 자신을 돌아보며 세상을 살아가는 근본 바탕에 무엇을 두어야 하는지벗들과 사귐의 있어 간과하지 않아야 하는 것을 또 무엇이 있는지 등을 살펴 오늘을 살아가는 나 자신의 잣대를 세우고 점검하는 중요한 연결고리로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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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위로 - 깊은 밤, 달이 말을 건다
안상현 지음 / 지식인하우스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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궂이 많은 말이 필요 없다. "세상 속에서 철저히 외톨이가 된 날, 사랑에 아파 눈물짓는 날, 사무치는 그리움에 잠들지 못하는 날" 스스로에게 말을 건다.


"칠흑 같은 어두운 밤이 와도
지금처럼만 걸어가기로 해요.

당신이 어디에 있든지
내가 묵묵히 비춰 줄게요."


달, 보이지 않은 낮에도 그곳에 있는 줄 익히 알기에 '달'이라 가만히 중얼거림 만으로도 충분하다. 달에 기댄 사람의 마음도 다르지 않다. 달의 차고 기우는 모습처럼 긴 여운으로 남은 사람을 기다린다. 가슴의 온기가 하늘에 닿아 달은 달마다 새로이 눈을 뜨는 것을 안다. 


달이 예쁘지 않은날이 없다는 것은 여전히 내 가슴에 자리 잡고 빛나고 있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달을 보듯 너를 보고 달을 품듯 나를 품는다. 스스로를 위로하는 방법으로 이만한 것이 또 있을까?


"오늘 쓸데없이 달은 참 예쁘다."


달빛에 비춘 그림자에 스스로 놀란 어느날 누눈가에게 달로 남을 이야기들을 만난다. 길지 않아 담백하며 울림이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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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송 19세기 연행록 낭송Q 시리즈
김영죽 풀어읽음 / 북드라망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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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거슬러 올라 만나는 사람들

예나 지금이나 가보지 않은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은 사람들의 주요한 관심사 중 하나다열린 세상지구촌이라고 불리는 현대사회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다양한 제약 조건으로 막혀있던 시대라고 덜하지는 않았다그 반증이 수없이 많은 사람들에 의해 남겨진 유산록이나 기행문표류기 등 이름은 다르지만 가보지 못한 세계를 글로 그려놓은 것으로 확인할 수 있다.

 

발품 팔아 다녀온 이들의 생생한 이야기는 그것이 꿈인 사람들이나 예정되어 있는 사람들에게 흥미를 충족해주며 실속 있는 정보를 제공해 준다는 측면에서 주목을 받았고 널리 유통되기도 했다.

 

그런 부류의 기록물 중에서 비교적 익숙한 것이 연행록燕行錄이다연행록은 조선시대 청나라를 다녀오는 과정을 기록한 것이다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가 대표적이지만 이 외에도 다양한 종류와 많은 양의 연행록이 있다.

 

이 책 '낭송 19세기 연행록'은 이해응의 '계산기정', 이영득의 '연행잡록', 박사호의 '연계기정등 19세기에 쓰인 연행록들 중 20편을 가려 뽑아 일반인이 이해하고 낭송하기 쉽도록 주제별로 엮고 옮겼다.

 

저자 김영죽은 한문학을 전공하고 조선의 중인들이 연행 기록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는 학자다역관도 아니면서 여섯 차례나 연경에 다녀 온 특이한 인물 조수삼을 통해 조선 지식인의 이웃 세상을 바라보는 이야기를 담은 책 조선 지식인이 세상을 여행하는 법’(위즈덤하우스, 2016)을 흥미롭게 읽었던 터라 이 책 낭송 19세기 연행록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저자 김영죽이 주목한 19세기 연행록은 18세기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담고 있다고 한다청나라의 상황의 변화와 조선 사회의 분위기에 의해 영향을 받았으리라는 것은 충분히 추측이 가능하다. “19세기로 접어들면연행의 의미는 그 무게 중심이 점차 북학에서 교유로 옮겨 가고, ‘개인적 체험’ 위주로 기록하는 성향이 뚜렷해진다.”라는 저자의 시각으로부터 무엇이 어떻게 달라진 것인지 확인할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연행 길에서 만났던 기생처음 본 서양 여자유리창 거리의 책방공중목욕탕사진 찍은 경험 등 이방인의 눈에 비친 이국의 일상적이 장면들이 세세하게 그려져 있고 어렵지 않은 문장으로 설명되어 당시 청나라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살필 수 있는 기회다더불어 낭송 19세기 연행록에 나오는 연행록과 기록자인 인물의 정보를 제공해주어 보다 폭넓게 연행록을 이해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조선 특유의 기록문화가 전하는 200여 년 전의 시대상황을 통해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이 전하는 메시지를 찾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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