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변두리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 반자본의 마음, 모두의 삶을 바꾸다
김효경 지음 / 남해의봄날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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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마을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어느 날, 나도 지금의 시골 마을에 도착했다. 무더운 여름 한가운데 장마가 머물고 무덥던 날이었고 마침 내린 장대비로 마당에 넘치는 물을 빼느라 흠뻑 젖었던 기억이 여전히 선명하다. 그 후 햇수로 8년 차에 접어들었으니 시골생활에 나름 적응했다고 본다. 그 적응 과정이 비슷하지만 또 너무도 다른 사람들을 만나는 일과 다르지 않았다. 마을 한 복판에 살면서도 여전히 낯선 이방인으로 살아가면서도 내 삶의 지평은 좁혀지거나 단절되지 않았다.


비슷하지만 너무도 다른 이들이 마을 건너에 살거나 산모퉁이를 돌고 때론 자그마한 고개를 넘어가면 있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서로의 독특한 영역을 넘나드는 일상이 이어진다. 가까이에는 한 마을에서 공동체를 이뤄 나름대로의 더불어 사는 삶을 꾸려가는 이들도 있지만 그 마을 안에서 사는 것이 특별해 보이는 것만은 아니다.


“정말로 그곳에서는 행복해질 수 있을까?”도시탈출을 꿈꾸거나 이미 탈출해 전원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자신들만의 특수한 상황이 있어 삶의 터전을 옮겼다. ‘어느 날, 변두리 마을에 도착했습니다’의 저자 김효경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상한 마을을 소개하는 이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 모두가 그렇듯 크고 작은 사연들이 안고 떠나온 길이다. 모양과 내용은 제각각이지만 그 중심에는‘행복한 삶’이 있다.


“이 마을 뭔가 이상해”라고 이야기 하는 이들의 마음 한구석을 온기로 다독였던 힘은 어디에 있을까? 김효경은 ‘공통체’와 이 공동체를 구성하는 이들의‘관계’에 주목한다. 특별한 마을은 원래 특별한 무엇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공동체를 구성하는 이들의 만들어낸 사람들의 관계로부터 이뤄졌다는 것이다.


“어디에도 없고 어디에나 있는 변두리 마을”은 결국 너와 나를 구분하는 내적 경계가 허물어지는 일련의 복잡한 과정을 거치면서 만들어 진다. 그 과정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경우도 있고 다소 느리고 버겁게 진행되기도 하지만 같은 곳에 도착할 수 있는 힘은 역시 사로를 다독일 줄 아는 사람에게 있었다.


이 ‘특별한 마을’의 경험을 한 저자는 마을을 떠나 도시 아파트 생활로 돌아갔다. 무엇이 달라졌을까? 분명 달라져야 한다. 공동체 삶의 구체적 경험을 한 이들이 삶의 터전이 바뀌었다고 그 특별한 경험으로 성숙한 삶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그것이 공동체를 경험했던 사람들만의 일상에서 자신의 삶의 주인공으로 살 수 있는 힘이기 때문이다. 특별했던 경험이 그 자체로 끝나버린다면 한때의 즐거운 경험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한다.


저자가 이 특별한 마을을 소게하고 싶은 근본 바탕에는 “이상한 마을”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사는 곳이 그곳이며, 그곳으로부터 무엇인가를 시작하자는 것에 있다고 본다. 저자 김효경의 달라진 도시 생활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봄볕보다 더 따뜻한 것이 사람의 온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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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시 - 외롭고 힘들고 배고픈 당신에게
정진아 엮음, 임상희 그림 / 나무생각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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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차려진 시 한 상

사적인 일로 일주일에 한 번은 시를 만난다그러길 2년이 훌쩍 넘었으니 100편의 시를 찾아보고 나름대로 정독한 샘이다시를 만날 때마다 관심사나 그날의 마음 상태에 따라 조금씩 다른 느낌으로 찾아보게 된다.이렇게 시를 찾는 이유는 무엇보다 마음을 다독여주는 온기를 찾고 싶은 마음에서다.

 

같은 음식이라도 누가 만들었는가에 따라서도 맛이 다르지만 음식을 먹은 날의 기분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듯이 같은 시인의 작품이나 같은 시도 달라 느껴지는 것은 마찬가지다먹는 것에 딱히 애착을 갖지 않은 사람이지만 즐겨 찾는 국수집이 있다슴슴하면서도 잔잔한 맛이 느껴지는 국수 한 그릇이 주는 만족감처럼 시 또한 그렇게 찾아 읽는다.

 

이 책은 "8년째 EBS FM [詩 콘서트]를 집필 중인 정진아 작가가 음식으로 인생을 이야기하는 시를 모아 각각의 시에 대한 단상을 함께 실은 에세이다." 맛이 담긴 음식에 그 맛의 깊이와 향을 더하는 시가 만나면 어떤 맛을 낼까. "외롭고 힘들고 배고픈 당신에게음식과 시의 적절한 만남을 주선한 작가의 글맛은 어떨까정작 궁금한 것은 책에 실린 시보다는 그 시를 읽은 이의 감상이다.

 

"달고짜고맵고시큼하고씁쓸하고뜨겁고또 차가운 음식은 우리 인생과 많이 닮아 있다."는 다소 식상한 이야기는 시를 읽고 담담하게 그려가는 정진아 작가 글맛에서 그 가치를 새겨 읽게 된다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시가 담고 있는 감성을 잔잔하게 풀어낸다가물거리는 어릴 적 기억을 끄집어내거나 단절된 아버지와의 시간을 다시 잇기도 하며엄마가 되고나서야 엄마 마음을 알게 되는 것처럼 자신만의 특별한 맛에 대한 경험을 공유한다.

 

이렇게 풀어가는 67편의 시는 정진아 작가에 의해 각기 다른 맛을 자아낸다. “외로울 땐 따뜻하게피곤할 땐 달달하게답답할 땐 얼큰하게허기질 땐 푸짐하게” 음식을 대하는 마음이 이렇다면 시를 대하는 마음 역시위로맛 ’, ‘사랑맛 ’, ‘인생맛 ’, ‘엄마의 맛 으로 이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조근 조근 이야기 하고 있다.

 

시와 어우러진 맛정진아 작가의 감성이 퍼 올린 독특함에 임상희 작가의 그림이 어우러져 시들로 차려진 정갈한 맛의 잔치를 경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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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 때 펴보라던 편지 - 영혼을 깨우는 선승들의 일화 301
최성현 지음 / 불광출판사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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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볕 같은 이야기들

같은 이야기도 나누는 대상에 따라 그 방식은 달라진다듣는 이와의 친밀도나 그가 처한 환경이야기하는 이의 기분 등이 같은 전달하고자 하는 본질을 애둘러 가는 일은 다반사로 일어나기 마련이다보통 사람도 이럴 것인데 평생 자신을 돌아보면 살아온 수행자들이야 말로해서 무엇할까.

 

일상의 변화가 보통의 사람들보다 느리게 살아가는 이들에게 별일 없이 지나가는 날이 어저면 최고의 날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주목해 본다꼭 무슨 일이 일어나고 변화가 있어야 좋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난 후의 세상을 보는 기준이 달라진 탓이다.

 

이런 시각으로 옛 수행자들의 비슷비슷한 이야기를 읽어가는 것이 더디기만 했다지극히 평범하게 일상을 꾸려가는 이들이 겪는 다양한 문제를 대하는 수행자들의 모습 역시 크고 특별한 무엇이 있어 보이지 않은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힘들 때 펴보라던 편지의 대부분의 이야기는 살아오며 직접 경험했거나 내 친구나 이웃들이 겪었던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은 이야기들이다늘 그렇듯 머리와 심장이 따로 노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가 될 것이다아는 것을 실천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없지만 여기에 하나를 더하자면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에 주목한다.

 

힘들 때 펴보라던 편지에 등장하는 301 가지의 이야기는 자신과 자신의 일상에 진솔했던 수행자들의 이야기다머리로 아는 것과 오늘을 살아가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이 서로 다르지 않길 소망한 수행자들의 삶의 본질을 만난다.

 

스님은 편지 한 통을 내어주며 말했다.

"곤란한 일이 있을 때 이것을 열어봐라.

조금 어렵다고 열어봐서는 안 된다.

정말 힘들 때 그때 열어봐라"

 

문제에 직면한 이들의 절박함은 수행자들이 스스로를 백척간두 서게 하고 난 후 그것에서 뛰어내릴 마음과 같을 것이다그래야만 문제를 극복하고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자리에 스스로를 올려놓지 못한다그러니 수행자들의 평범한 일상이 주는 큰 울림을 가슴으로 담지 못하는 것이리라.

 

숲에 관심을 갖던 초창기에 '바보 이반의 산 이야기'로 만났던 저자를 오랜만에 다시 본다. 20여 년 간 일본 선승들의 이야기를 모으고 번역한 일화집에는 평범한 이야기들을이 대부분이다쉽고 그래서 특별한 이야기가 없지만 잔잔하게 파고드는 선승들의 삶에 주목하며 내 일상을 돌아본다.

 

마알간 봄 햇살에 영혼이 씻기는 개운함으로 마주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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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산에 꽃이 있다 - 들꽃을 처음 만나는 사람들을 위한 야생화 입문서
조영학 지음 / 글항아리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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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산에만 꽃이 있는 것은 아니다

처음 본 꽃인데 수없이 많이 본 꽃처럼 이름부터 불러지는 꽃이 있다반면에 수없이 많이 본 꽃인데도 이름을 까먹은 꽃이 잇다지극히 개인적으로 꽃에 대한 호감도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지만 외우기 어려운 이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꽃을 본다고 들로 산으로 꽃을 찾아다닌 지가 몇 해가 되지만 반복되는 현상이다.

 

무슨 특별한 방법이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자주 보고 눈에 익히는 수밖에 없다자주보고 눈에 익히는 최선의 방법이 자연 속에서 실물을 보는 것이지만 여의치 못한 경우 도감이나 사진 자료를 통해 눈에 익히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된다그런 측면에서 도감은 유용하나 식물에 대한 전문적인 용어로 설명해 놓은 것들이 대부분이라 그것도 만만찮다여기서도 초보자가 꽃을 보고 이름과 그 특성을 익히는데 어려움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조영학의 천마산에 꽃이 있다는 들꽃을 처음 만나는 사람들을 위한 야생화 입문서로써 적절한 안내서다다른 들꽃 안내서와는 조금 다른 접근이라는 특색이 초보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설 수 있는 장점이라 여겨진다어려운 식물용어도 거의 없고 직접 발품 팔아 만난 꽃에 관한 이야기라서 오히려 들꽃의 세계로 안내하는 길잡이 역할을 잘하고 있다.

 

저자는 540 여 종의 들꽃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 놓고 있다이 정도의 숫자라면 우리가 일반적으로 확인 할 수 있는 들꽃의 대부분을 다루고 있다고 해도 될 만큼 풍부한 자료를 포함하고 있다들꽃 이야기의 근거로 삼은 천마산에서 확인 한 꽃과 비슷한 다른 꽃도 함께 보여주며 안내하고 있어서 초보자에겐 더 없이 친절한 안내서다.

 

이 책에서 저자가 들꽃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배경이 되는 곳이 천마산이다천마산(812m)은 경기도 남양주에 있는 산으로 고려 말 이성계가 산이 높아 손이 석자만 더 길어도 하늘을 만질 수 있겠다고 했다는 고사에서천마산즉 하늘을 만질 수 있는 산이라 이름 지었다 한다계절 따라 다양한 종류의 들꽃이 많아 꽃을 보고자 하는 사람들이 자주 찾는 산이라고 한다.

 

저자가 들꽃의 보고라는 천마산의 들꽃을 이야기 한다지만 꽃이 천마산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전국 어디든 자신이 사는 곳의 가깝고 친근한 산에 들면 꽃은 있다천마산과 차이가 있다면 종류와 분포수일 것이다그렇더라도 웬만한 들꽃들은 직접 볼 수 있으니 들꽃나들이에 이 책을 들고 다니면서 확인한다면 어려가지 즐거움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꽃은 이쁜 것을 보는 즐거움 뿐 아니라 삶에 향기를 더해주는 더없이 친절한 벗이다꽃들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는 이 봄부터 야생화 입문서 하나쯤 들고 꽃 나들이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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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것도 아닐 때 우리는 무엇이 되기도 한다
김인자 지음 / 푸른영토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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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되고자 함인가

계절이 바뀌는 것에 민감하다몸이 감당할 무엇이 있어서가 아니라 자연의 변화가 주는 선물을 하나도 놓칠 수 없다는 마음 때문이다그러다보니 휴일이나 평일의 짬나는 시간에도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숲에 머물거나 그 숲 속에 있는 자신을 떠올리며 보네는 날이 제법 많다.

 

언제부턴가 숲을 찾았고 그것이 일상이 된 하루가 쌓여서 지금의 내가 있다그렇다고 숲 속에 사는 것은 아니다꽃을 본다는 핑개로 드나들기 시작한 숲은 산 아랫마을로 거처를 옮기고 난 후부터 보다 자연스러운 일상의 일부가 되었다그 숲에서 지극히 평범하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날의 소중함을 배웠다.

 

나보다 앞서서 이런 삶을 훨씬 넓고 깊게 살아가는 이를 안다안다는 것이 규정하는 물리적 기준을 벗어나야만 가능해지는 일이라서 안다는 것을 번복해야지만 그럴 생각이 없다한 번도 만나본 적도 없지만 전하는 글 속에서 마음을 움직이는 공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관령에 오시려거든'과 '사과나무가 있는 국경'으로 만났던 저자 김인자 선생님이 그이다. ‘아무 것도 아닐 때 우리는 무엇이 되기도 한다는 그이의 숲포토에세이다.

 

관심 있는 저자의 책 소식은 늘 반갑다그 중심에 저자와 교감하는 마음자리가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단어 하나한 문장에서 심장이 멈칫거리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은 저자와 독자가 글을 통한 소통의 증거며 다시 책을 손에 드는 주요한 이유다.

 

누구도 울지 않을 때 언제 울어야 하는지를 안다는 듯 비를 머금고 있는 산벚꽃을 본다늦은밤 도착한 메시지는 명료하다. "비를 품었는데 어찌 이 꽃들이 견딜 수 있겠는가,"”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내 입술이 나도 모르게 다른 말을 할까 봐 불안에 흔들렸던 순간은 얼마나 많았을까.”

 

세상에 그토록 간절히 가지고 싶다는 게 있다면 그건 녀석의 것이 맞다.”

 

생각의 흐름을 멈추게 했던 문장들이다저자가 어떤 의미를 부여했던 그것과는 상관없이 지금 내가 머무는 이 순간이 저자가 모든 자연을 느끼고 향유할 수 있는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좋다라는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이것이 문장이 가지는 힘일 것이고 저자와 독자의 만남이 깊어지는 이유가 될 것이라 믿는다.

 

책을 읽어가는 동안 숲이 나무들이 무성하게 우거지거나 꽉 들어찬 것이라고 특정되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를 생각한다그렇게 규정된 숲이 주는 특별한 혜택을 누리고 그 속에서 자신과 세상을 향한 따스한 온기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이를 바탕으로 저자는 사람들 속에서 그 온기를 나누고 싶어 한다.

 

사람과 세상의 숲이 이런 온기를 얻고 나눌 공간이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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