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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아주'
쪽파를 심어둔 텃밭에 보일듯 말듯 숨어 있다. 알알이 맺혀 봉우리를 만들었다. 꽃이라 부르기 민망하지만 꽃잎이 없어 꽃인가 싶지만 분명 꽃이다. 잡초로 잘려나가길 반복하여 키를 키우지 못했다고 주어진 사명에 소홀할 수 없는 일 아니더냐. 그래서 무수한 꽃을 피워 그 소명을 다하고자 한다.


꽃은 꽃잎이 없는 황록색의 꽃이 가지 끝에 조밀하게 이삭모양으로 붙어서 핀다. 꽃받침 안에 씨앗이 있다. 열매는 꽃받침에 싸여있고, 씨앗은 흑갈색으로 광택이 난다. 명아주와 비슷한 종으로는 좀명아주, 취명아주, 청명아주, 얇은명아주, 버들명아주 등이 있는데 잎과 꽃의 모양이 서로 비슷해서 구별하기가 무척이나 어렵다.


명아주로 만든 지팡이를 ‘청려장’이라 하는데, '본초강목'에 '명아주 줄기로 만든 지팡이를 짚고 다니면 중풍에 걸리지 않는다.'라고 하여 옛날사람들이 즐겨 사용하였으며, 70살이 된 노인에게는 나라에서, 80살이 된 노인에게는 임금님이 직접 명아주로 만든 지팡이를 하사하였다고 한다.


꽃 아닌듯 꽃으로 피었다고 그런 것일까. 딱히 연유는 알 수 없으나 '거짓', '속임수'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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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부추'
어디에 관심을 두고 있었을까. 물매화 피는 곳으로 가는 숲길에도 지천으로 피던 것을 늦게서야 만났다. 못 보고 지나가나 싶었는데 그나마 다행으로 여긴다. 때를 놓치면 다시 만나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홍자색으로 피는 꽃이 줄기 끝에서 조밀하게 많이도 달렸다. 꽃술을 길게 빼고 하나하나 거꾸로 달린 모습도 이쁘지만 이 자잘한 꽃들이 모여 둥근 꽃 방망이를 만들어 눈에 쉽게 띈다.


익히 아는 채소 부추의 야생종이라고 한다. 산에서 자라니 산부추로 이름을 얻었다고 볼 수 있다. 비슷한 식물로 산마늘, 산달래, 참산부추, 두메부추 등 제법 다양한 종류가 있다.


산부추 역시 부추 특유의 똑쏘는 맛을 내는 성분이 있어 스스로를 지켜간다는 것으로 보았는지 '보호'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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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괴불주머니'
식물의 꽃 모양은 늘 새롭게 다가온다. 비슷한 모양으로 피는 익숙한 꽃 들 속에서 독특한 모습을 빌견하는 재미는 외외로 대단하다.


노랑색에 붉은 반점이 있다. 꽃의 색 보다는 작은 물고기를 닮은 모양에 주목한다. 응달진 곳에서 가을로 접어드는 때부터 늦가을까지 피어 보는이를 반긴다.


이른 봄부터 색을 달리하며 피는 현호색 식구들 중 괴불주머니의 한 종류다. 비슷한 식구로는 눈괴불주머니, 산괴불주머니, 염주괴불주머니, 가는괴불주머니, 자주괴불주머니 등이 있다. 피는 시기, 꽃의 색깔, 잎 모양 등으로 구분하지만 알아보기 쉽지 않다.


괴불주머니의 꽃말은 보면 금방이라도 알 수 있는 독특한 모양에서 유래했을 것이라 추정되는 '보물주머니'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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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
서리 내리기 전에 수확해야한다고 서둘렀다. 소에 쟁기 채워 조심스럽게 갈어엎으면 그 뒤를 따라가며 줍곤했다. 작은방 한켠에 대나무로 엮은 발을 세우고 저장해두고서 한겨울 내내 삶아먹고 구워먹고 깎아도 먹었다. 그때도 분명 보았을텐데 도통 기억에 없다.


깔데기 모양의 붉은빛이 도는 꽃이 핀다. 얼핏보면 나팔꽂 닮았지만 더 튼튼하고 강인한 느낌이다. 잎 모양은 심장형으로 단아한 맛이 깃들어 있다.


아메리카 원산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조선 영조 39년(1783) 부터 일본에서 고구마를 들여와 심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고구마라는 이름도 일본에서 유래된 것으로 본다. 일본 대마도에서는 고구마로 부모를 잘 봉양한 효자의 효행을 찬양하기 위해 관청에서 고구마를 ‘고코이모’라 했는데 우리말로는 ‘효행 감자’라는 뜻이다. 이 ‘고코이모’가 우리나라에 들어와 ‘고구마’가 된 것이라 한다.


쉽게 볼 수 없어서 행운이라는 꽃말을 붙였다고는 하나 요즘들어 여기저기서 자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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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마침 상서로운 서리가 내렸다. 그것도 10월의 마지막 날을 꽃으로 장식하고픈 하늘의 마음으로 이해한다. 눈이 시리도록 높고 푸르러 자꾸만 쳐다보게 하는 하늘은 잘 익은 단감 한입 베어물면 입안에 바득차오르는 시원하고 달콤한 그것과도 다르지 않다.


"눈을 뜨기 힘든 가을 보다 
높은 저 하늘이 기분 좋아 
휴일 아침이면 나를 깨운 전화 
오늘은 어디서 무얼 할까 
창밖에 앉은 바람 한점에도 
사랑은 가득한걸
널 만난 세상 더는 소원없어 
바램은 죄가 될테니까"


문득, 김동규의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가 딱 이 하늘이지 않았을까 싶다. 한 고비를 넘고 다른 문을 여는 망설임과 설렘에 수면 아래를 멤돌다 숨 쉴 틈을 찾아 수면 위로 빼꼼히 목을 내놓는 물고기의 조심스러움이 담겼다.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그대의 하늘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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