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없는 괴짜들 - 무턱대고 나서지 않았다면 결코 알 수 없었을 국경없는의사회 이야기
신창범 지음 / 한겨레출판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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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 잡을 만하다

반기문 씨가 유엔 사무총장이 되면서 젊은이들 사이에 부쩍 국제기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취업을 생각하는 청년들 또한 국제기구에서 일하고자 의욕을 보이기도 했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와 더불어서 해외 자원봉사활동을 꾸준히 해오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스펙을 쌓기 위한 방편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순수하게 봉사활동 차원에서 해외 자원봉사를 하는 사람들의 순수한 마음에 늘 찬사를 보내곤 했다. 내가 할 수 없는 일들을 앞장서서 하는 사람들에 대한 격려도 포함되겠지만 그러지 못하는 자신을 합리화하는 이유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

 

남부럽지 않은 직장생활을 하다 해외 봉사활동에 관심을 가지고 직접 뛰어드는 사람들도 많아 보인다. 그중 한사람이 신창범은 자신의 해외 현지 활동을 통해 얻은 다양한 감회를 밝히는 책을 발간했다. ‘국경 없는 괴짜들’이 그것이며 이는 ‘국경없는의사회’의 현장활동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고 있어 해외봉사활동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소중한 정보를 제공해 주는 역할을 한다.

 

신창범이 활동하는 ‘국경없는의사회’는 1999년 노벨평화상을 받았고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인도주의 NGO’라고 평가 받으며 “고난에 처하거나, 자연재해, 인재 혹은 무력 분쟁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을 인종, 종교, 혹은 정치적 신념에 관계없이 돕는” 것을 목표로 하는 독립적 인도주의 의료단체라고 한다. 저자가 ‘국경없는의사회’와 인연을 맺은 것은 갑갑한 일상을 보내다 ‘국경없는의사회’활동을 하고 돌아온 선배를 만나는 자리에서 선배가 찍어온 사진 속 ‘국경없는의사회’의 로고가 박힌 하얀색 조끼에 꽂혀 운명처럼 ‘국경없는의사회’를 동경하게 되면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멋진 조끼’라는 어쩌면 단순해 보이는 동기를 스스로 밝히고 있지만 어찌 그것만으로 ‘국경없는의사회’의 험난한 활동을 시작했다고는 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정의, 순수, 인도주의 등 남들에게 내세우기 쉬운 거대한 목적은 아닐지라도 스스로 가슴속에 간직한 무엇이 분명 있었을 것이다.

 

그가 털어놓는 이야기들 속에는 국경이나 인종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가지는 기본 욕구가 어떻게 발현되는지 알 수 있는 에피소드들이 담겨있다. 나라와 인종의 차이라기보다는 사람의 개인적 관심사의 차이에서 오는 갈등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막연히 생각되기 쉬운 해외봉사활동이나 국제기구, ‘국경없는의사회’등에 대해 실제작 활동에 대한 이해를 넓히기에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파키스탄, 소말리아, 예멘, 남수단, 나이지리아 등 긴급구호활동이 필요한 나라들 속에서 가장 위험에 처한 사람들과의 만남이 생생하게 그려지고 있으며 그것보다 더 진솔한 이야기는 ‘국경없는의사회’의 활동가들 모습이다. 슈바이처 박사나 테레사 수녀를 떠올리게 되는 ‘국경없는의사회’에 모인 활동가들이 격전지를 찾아온 이유가 그렇게 인도주의적이거나 정의를 생각하는 차원이 아닌 그냥 일상을 살아가는 보통의 사람들이며 그들이 긴급구호활동을 벌이는 과정 역시 의무감이나 사명감에 투철한 모습만을 보여주는 것도 아니다.

 

다소 싱겁게도 읽힐 수 있는 이 책에서는 목숨 걸고 긴급구호활동을 벌이는 사람들이 특별히 선택받은 사람들만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그저 평범한 사람들이다. 그렇게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아주 특별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불완전하기만 한 개인들이 모여 기적과도 같은 일을 해내고 있는 것이 더욱 특별해 보인다. 이러한 힘이 바로 인류의 역사를 이끌어 왔음을 확인하는 계기가 된다. 괴짜들로 그려지고 있지만 그런 괴짜들 역시 우리들과 똑같은 일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임을 확인하는 순간 누구라도 그런 특별한 일을 할 수 있다는 긍정의 매력을 확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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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독서뿐 - 허균에서 홍길주까지 옛사람 9인의 핵심 독서 전략
정민 지음 / 김영사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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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사람들의 책읽기에 대한 교훈

사람이 살아가며 자신의 생각을 공유하는 것으로 언어나 기타 표현 도구는 시대에 따라 달라진다. 공부, 이 역시 시대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져왔다. 옛사람들이 말하는 공부는 요사이 우리들이 쓰는 공부라는 의미와 사뭇 달라 보인다. 학교라는 교육공간에서 주로 시험을 치르기 위해 사전에 지식을 습득한다는 의미가 큰 것에 비해 옛날에는 자신의 가치관을 정립하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의 도리를 밝히고자 하는 것이 공부였다. 달라진 의미만큼 공부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 역시 변했다.

 

예나 지금이나 공부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책이다. 책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도 공부라는 말이 담고 있는 의미가 달라진 것처럼 변했다. 학생들의 교과서나 수험서적 이외에는 책을 접하는 기회가 줄었다는 점뿐만 아니라 옛 성인들의 삶의 지혜가 담긴 책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 것이다. 단편적인 예로 요사이 광고에 등장하는 책이 컵라면 뚜껑으로 사용되는 모습만 봐도 그 실상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광고에서는 책은 책장에 자리를 잡아야 한다고는 하지만 말이다.

 

인문학 분야에서 활동하게 저술활동을 하며 독자들과 만나온 학자 정민교수의 새로운 책 ‘오직 독서뿐’은 그런 세태를 벗어나 독서가 가지는 의미와 올바른 독서법에 대한 옛사람들의 이야기를 가려 뽑고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독서법을 제시하고 있는 책이다. 여기서 저자 정민이 선정한 옛사람으로는 조선시대 내노라하는 학자이며 문인으로 활동했던 교산 허균, 성호 이익, 백수 양응수, 순암 안정복, 담헌 홍대용, 연암 박지원, 아정 이덕무, 연천 홍석주, 향해 홍길주 등 아홉 사람이다. 모두가 당대를 글로 호령했던 사람들이기에 그들만의 책을 대하는 마음자세가 잘 나타나 있다.

 

그들이 주로 봤던 책은 성인들의 주옥같은 삶의 지혜를 담은 논어와 맹자, 사기 등 고전들이고 책을 대하는 각자의 태도는 조금씩 차이가 나기도 하지만 한결같이 책에, 문자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실제 생활과 긴밀하게 결부된 책읽기를 강조하고 있다. 중국의 서적에서 책을 읽는 태도와 관련된 내용을 간추려 다시 자신의 문집에 실은 사람도 있고 책을 읽는 자세를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으며 심지어 책을 만질 때 주의해야 할 사항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책을 소중히 대하며 올바른 책읽기에 관해 모두가 원칙적인 이야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때론 아이의 눈으로 책을 대하기도 하며 한 책을 1만 번 읽는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책을 읽는 기본 목적이 어디에 있는지를 되돌아보게 만들기도 한다. 특히, 책의 종류에 따라 독서하는 방법도 달라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역사책과 경전과 실용서를 읽는 방법이 같아서는 책에 담긴 올바른 내용을 적확하게 이해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하는 말이다.

 

최근 내가 사는 도시에는 공원벤치에 자신이 읽은 책을 놓아두고 다른 사람이 그 책을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자는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또 책을 놓고 간 사람의 고마움을 전하고자 전화를 걸기도 한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온다. 찾아가는 도서관이나 이러한 사회운동은 책과 담을 쌓고 지내는 사람들에게 책을 대할 수 있는 기회를 늘려주어 책이 가지고 있는 소중한 세계로 안내하는 마음에서 출발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책을 접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그나마 책과 친해질 수 있는 기회가 아닌가 싶다. 이렇게 책을 접하는 기회를 넓혀졌을 때 올바른 독서법이 제 기능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 ‘오직 독서뿐’에서 제시하는 독서에 대한 담론은 책을 좋아하고 책을 자주 접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내용으로 보인다. 학문을 하는 학자든 자신의 관심사에 대한 지식을 얻고자 하는 사람이든 그것도 아니면 독서가 좋아 책을 찾는 사람이든 우선 책과 친한 사람들에게 해당하는 이야기가 대부분이어서 독서의 대중화보다는 심도 깊은 독서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책이 주는 삶의 지혜와 때론 즐거움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책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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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다시 내게 말을 거네 - 외롭고 슬프고 고단한 그대에게
류근 지음 / 곰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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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나는 당신이 좋아서

세상 어디에 있든 실시간으로 그 존재가 확인되는 현대인들 사이에 소문만 무성한 사람이 존재할까? 하루에도 수십 번 카메라에 걸리고 숨기고자 하는 사람들의 속옷까지 알 수도 있으며 마음만 먹으면 수많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오늘날 한 사람에 관한 소문이 풍문으로 떠돌고 그 존재를 확인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주목의 대상이 될 것이다.

 

시인이 낸 산문집이라고 해서 선택한 책 제목이 ‘사랑이 다시 내게 말을 거네’다. 저자인 시인에 대해 난 알지 못하고 시인에 대한 나만의 선입견이 작용하여 제목만 보고 골랐는데... 엉뚱한 말 빨에 놀라길 수없이 반복한다. 앞에서 언급한 소문만 무성한 시인의 책이라고 한다. 그가 바로 류근이란다. 신춘문예로 등단했지만 시를 한 편도 발표하지 않고 있다가 18년 만에 전작시집을 출간하면서 그에 대한 소문 또는 풍문이 사실(?)로 확인되었다고 하니 그 소문 또는 풍문이 뭔지 궁금할 뻔한데도 이 산문집에서 ‘천재이면서 술주정뱅이이고, 자산가이면서 거렁뱅이고 만인의 연인이면서 천하의 고아 같은 외톨이’라는 그 이유를 발견하곤 굳이 찾아보지 않아도 될 듯싶다.

 

시인의 가슴에 가득한 것이 무엇일까? 혹, 무엇인가가 있어 그것도 가득한 그것이 넘칠 것만 같아 자신도 어쩌지 못하고 사는 사람이 아닐까? 지극히 솔직한 그의 글에서 자신이 속한 세상을 향한 독설에 때론 어쩔 수 없이 민폐를 끼치면서도 그처럼 당당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밖으로 표현되는 그의 독설들은 어쩌면 상처받은 내면의 자아가 살아가고자 어쩔 수 없이 할 수 밖에 없는 삶의 몸부림은 아닐까?

 

어쩌다 나는 당신이 좋아서 이 명랑한 햇빛 속에서 눈물이 나는가.

어쩌다 나는 당신이 좋아서 이 깊은 바람결 안에서도 앞섶이 마르지 않는가.

어쩌다 나는 당신이 좋아서 이 무수한 슬픔 안에서 당신 이름을 씻으며 사는가.

어쩌다 나는 당신이 좋아서 이 가득 찬 목숨 안에서 당신 하나 여의며 사는가.

어쩌다 나는 당신이 좋아서 이 삶 이토록 아무것도 아닌 건가.

어쩌다 나는 당신이 좋아서 어디로든 아낌없이 소멸해 버리고 싶은 건가.

(본문 199페이지)

 

이러한 고백이 시인의 속내를 담고 있어 보이기도 한다. 술을 밥보다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밥이 없어 술을 마시며 한 사람의 가슴에 담기지 못하기에 만인의 연인으로 자처하며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가 너무도 견고하여 뭇사람들 속에서도 외톨이가 아닐런지. 그가 던지는 세상살이에 대한 독설이 세상과 힘겨루기하다 지친 패배자의 이야기가 아닌 승자만이 할 수 있는 그 무엇으로 다가오는 것은 시인의 속내에 담겨진 세상과 사람들에 대한 단단한 이해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서 좋다.

 

대부분 시인의 산문이기에 책을 펼치는 동안 그 시인의 시를 찾아보곤 하는데 이 류근 시인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책을 접할 때도 책을 다 읽었을 때도 시인에 대해 알지 못한다. 이처럼 묘한 기분이 드는 것은 시실로 오랜만이어서 내심 당혹스럽다. 살아가는 동안 일상에 지칠 때 혹 기억의 한 자락에 남아 있다 되살아나는 날 그의 시 한편 찾아 위안 삼아도 좋을 듯싶다. 류근 시인이 만들고 김광석이 부른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의 노랫말에서 위안 받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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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좋은 사랑은 아직 오지 않았다 - 인문 고전에서 배우는 사랑의 기술
한귀은 지음 / 한빛비즈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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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더라도 지금 사랑할 일이다

추적추적 가을비가 내린다. 벌써 설악산에는 단풍 소식이 들리고 한 해를 살아오며 들떴던 마음들을 다독이게 하는 계절인 가을이다. 유독 가을이면 쓸쓸한 기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가을이라는 계절이 주는 분위기 탓만은 아닐 것인데도 말이다. 가을엔 어쩜 달달한 사랑이야기가 어울릴 것 같은 생각이 드는 이유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리라. 하여 사랑이야기를 담은 문학작품이라도 접하고 싶어지는 것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사랑, 사람의 삶 속에서 결코 때어놓을 수 없는 주제이면서도 그 사랑이 사람들의 삶을 행복하게 하기도 하지만 때론 절망으로 떨어뜨리기도 한다.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숫자만큼 사랑의 종류도 그 사랑을 풀어가는 방법도 다르기에 사랑에는 정답이 없어 보인다. 하여 사랑만큼 문학을 비롯한 다양한 부분에서 중심 주제로 되는 것도 없을 것이다. 수많은 문학작품에서 다루었으며 그보다 많은 시간을 살아온 사람들 일상에서 주목되는 것이 사랑이라고는 하지만 많은 세월을 살았다고 특별한 해법을 가진것 같지는 않다. 바로 여기에 사랑에 대한 정의가 물거품이 되는 시작점이 아닐까도 싶다.

 

‘가장 좋은 사랑은 아직 오지 않았다’의 저자 한귀은에게서 그의 전작‘이별리뷰’(이봄, 2011)를 만나면서 사랑에 대한 특별한 경험을 한 사람이 아닐까 싶었다. 이별은 사랑의 과정에서 필연코 동반하게 되는 문제이기에 이별에 주목하는 사람의 본래 관심은 사랑에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보통의 사람들과는 달리 저자는 사랑 후에 오는 이별에 관심을 가졌고 그 이유가 어디에서 출발했을까 하는 호기심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 이유를 짐작할 만한 것이 이 책에 담겨 있다고도 보인다.

 

이 책은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그것도 고전에서 배우는 사랑이야기라고 한다.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을 비롯하여 웬만큼 책을 읽었다고 하는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문학작품들을 통해 그 작품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사랑에 관한 고찰을 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사랑에 도움이 될 만한 인문학 팁을 도출하여 보여준다. 그렇다고 문학 속 이야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저자의 이야기를 포함하여 주변 사람들의 경험에 비추어 저자의 사랑에 대한 시각을 현실화 하고 있다. 사랑을 이야기하면서 특정한 어느 시점에 전착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의 출발이라고 할 수 있는 첫 대면이나 상대방이 마음에 끌리는 시점부터 사랑의 전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중요한 지점에 주목하여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사랑이야기의 실마리로 사용하는 문학작품으로는 첫사랑(투르게네프), 오만과 편견(제인 오스틴), 거미여인의 키스(마누엘 푸익),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괴테), 적과 흑(스탕달), 안개(미겔 데 우나무노), 제인 에어(살럿 브론테), 폭풍의 언덕(에밀리 브론테), 프랑스 중위 여자(존파울즈),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밀란 쿤데라), 상실의 시대(무라카미 하루키), 생의 한가운데(루이제 린저), 위대한 케츠비(스콧 피츠제럴드), 순수시대(이디스 워튼), 슬픔이어 안녕(프랑수아즈 사강), 콜레라 시대의 사랑(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안나 카레니나(톨스토이), 왼손잡이 여인(페터 한트케), 마담 보바리(귀스타브 플로베르), 까라마조프 가의 형제들(도스토예프스키) 등이다.

 

익히 알려진 작품들이기에 저자의 사랑이야기를 따라가는데 별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주인공들의 사랑을 분석하고 이를 통해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유추하여 해석하는 저자의 능력에 감탄하게 된다. 사랑은 환상이 아니며 지극히 일상적인 현실로 받아들이게 되는데 안내자의 역할을 톡톡하게 해내고 있다. 저자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작품의 저자가 살아온 삶 속에서 저자들의 사랑의 모습이 어떻게 주인공에게 투영되는지 까지를 고려하고 있다. 사랑의 모든 것이라고도 할 수 있는 중심 키워드를 통해 저자는 이 문학작품들을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첫사랑, 첫인상, 이야기, 구애, 밀당, 착한 여자, 언어, 아토포스, 전희, 에로티시즘, 불안, 섹스리스, 희망, 추억, 나이, 죽음, 복수, 고독, 중독, 질투 등이며 이런 솔직한 키워드는 진솔하게 자신의 사랑에 대한 점검을 해 볼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다고도 보인다. 특별히 주목되는 것은 본문에 삽입된 그림들이다. 어쩌면 이렇게 내용에 걸맞은 그림들을 찾아냈을까 싶을 정도다. 그림만을 따라 살펴보아도 한편의 사랑이야기가 완성될 것만 같다.

 

책을 접하다 보면 저자에 따라 주목하는 바가 특별한 것들이 있다. 누구든 자신의 관심사를 반영하기 마련이지만 그 사람만의 특별한 이유가 있어 보이기도 한다. 대학에서 국문학을 가르치는 저자의 가슴에 담긴 사랑에 대한 프리즘을 통해 세상의 사랑이 모두 가치있어 보이게 한다. 이런 사랑에 대한 공부가 사랑을 갈망하는 사람이나 지금 사랑하고 있거나 사랑에 아파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삶에는 정답이 없다고도 한다. 사랑 역시 정답은 없어 보인다. 누구나 자신의 사랑에 가치를 두고 진실한 사랑을 하면 그만일 것이다. 그 과정에서 겪는 고통까지도 사랑의 연장선에 있음을 받아들이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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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7대 불가사의 - 과학 유산으로 보는 우리의 저력
이종호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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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자긍심의 근거를 찾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이고 그나마 한쪽은 이념의 대립으로 갈라진 나라, 아시아 대륙의 동쪽 끝 조그마한 나라 그것도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가인 나라가 있다. 무엇하나 세계화 시대에 경쟁력으로 보일만한 것 없어 보이는 한국이 세계 경제적 강대국들 사이에서 주목받는 이유가 무엇일까? 반도체를 비롯한 휴대폰에서 세계 점유율 수위를 다투는가 싶더니 경제대국의 대열에 서 있으며 이젠 k-pop과 드라마 등으로 세계 다양한 민족과 나라에서 그 위상을 높이고 있다. 경제력을 넘어선 문화수출국으로 당당하게 그 이름을 알리고 있다. 이처럼 각양 각종의 열악한 조건을 극복하고 190여 개국이 넘는 나라들 사이에서 강력한 경쟁력으로 강대국을 위협하고 개발도상국들의 롤 모델이 되며 그 경쟁력을 강화해 가고 있는 원동력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이러한 세계적 경쟁력의 근원을 찾아보고 한국이 그런 경쟁력의 근원을 찾아 보다 높은 민족적 자부심과 긍정적 효과를 보는 시각에 상이한 점을 있음이 현실이다. 흔히들 조그마한 반도국가 한국이 주변 강대국 사이에서 살아남고 그 위상을 높여가는 것에 대해 애써 축소하거나 민족적 자긍심 보다는 다른 이유를 찾아 그 긍정성을 낮춰보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는 한국 역사에서 관계성을 소홀히 할 수 없는 중국과의 관계를 통해 더 극명하게 드러난다. 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이는 우리 민족의 저력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것으로부터 기인한 바가 크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경향성에 비추어 우리 민족의 저력은 그저 우연한 기회에 얻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에 그 근거를 제시하고 있는 책의 저자를 만난다.

 

이종호의 ‘한국 7대 불가사의’는 한국 역사의 문화유산에서 그 근거를 찾고 이를 통해 지금 한국의 세계적 경쟁력이 일회적이거나 우연한 결과가 아니라는 점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저자가 한국 7대 불가사의로 선정한 것으로는 고인돌 별자리, 신라의 황금 보검, 다뉴세문경, 고구려의 개마무사, 무구정광대다라니경, 고려 수군의 함포, 훈민정음 등이다. 모두 누구나 이름은 들어봤을 정도로 잘 알려진 제목들이지만 그 구체적 내용까지 알고 있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물론 7대 불가사의가 저자의 자의적 선정이라는 측면이 있긴 하지만 내용을 따라가 보면 그럴만한 이유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역사책에 등장하는 이름뿐인 문화유산이 아니라 각기 그 문화유산이 갖는 역사적 의미와 그러한 문화유산을 만들었던 선조들의 지혜가 오늘날까지 이어져 우리 민족만의 독특한 특징을 갖는 유전적 기질로 이어지고 있음을 확인하는 과정과 동일선상에 있음을 확인할 수도 있다. 특히, 중국의 발명품으로 유명한 인쇄술이나 종이 등에서 우리민족이 그것을 뛰어넘는 창의선과 창조성을 확인할 수 있어 중국의 그늘에서 벗어나 우리민족의 우수성에 자긍심을 가져도 좋을 것으로 보인다.

 

저자가 우리문화유산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부분 공감할 수 있어 내용을 확인하는 과정에 흥미를 더해간다. 더욱 저자의 실증사학의 입장에서 우리민족의 고대사를 바라보는 일련의 학자들에 대한 비판에서 그 공감대를 더 강하게 하고 있다. 이는 현대의 세계화 시대에 자국의 역사를 강조하며 인접국들과 마찰을 일으키고 있는 동북공정과 같은 국제정세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근거를 확보하는 것으로 그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7대 불가사의에 포함되지 않은 더 많은 우리의 문화유산에 대해서도 보다 구체적인 연구와 그에 합당한 평가가 이어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최근 한국사 교과서를 둘러싼 논쟁을 지켜보며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학자의가치관에 따라 역사적 사실에 대한 자의적 해석은 어쩔 수 없는 것이지만 역사를 왜 공부해야 하는 가에 있어 민족성을 빼놓고 생각할 수 없는 것이며 현대 사회에서 과거의 역사적 사실을 어떻게 해석하는 것이 민족의 전체에게 올바른 것인지 역사학자들에게 묻고 싶은 마음이다. 한국사를 선택과목으로 한 것부터 이해할 수 없는 것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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