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응원하는 누군가 - 美畵의 그림 에세이, 위로가 필요한 당신에게 쓰는 편지
선미화 글.그림 / 시그마북스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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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을 마친 딸에게 주고 싶은 책

수능을 마친 아이가 졸업 때까지 뭘 하면 좋을까? 쉼 없이 달려온 시간동안 지금처럼 넉넉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처음이 아닐까 싶다. 청소년에서 청년으로 생활이 변화되는 과도기인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가 어쩌면 새롭게 맞이할 새날에 대한 준비로 또 분주한 움직임을 해야 할 때는 아닐까? 지금까지의 삶은 대학입학이라는 주어진 과제를 묵묵히 해결해내면 되었지만 이제부터 맞이할 시간은 스스로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결정하게 되는 것이기에 혹 당황스럽거나 부담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여, 새로 맞이할 시간에 대해 지금가지의 자신을 돌아보며 다가올 시간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그 과정 속에 분명해 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앞으로의 삶의 주인공은 자기 자신이라는 점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부도 일도 삶도 사랑도 주인으로써 당당하게 맞이할 수 있다면 그 삶은 그리 외롭거나 무겁지만은 않을 것이다.

 

조금은 넉넉해진 시간 동안 함께하면 좋을 책이 있다. 삶의 순간순간 직면하는 문제에 대해 누군가의 응원이 필요할 때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이나 말 한마디가 있다면 더 없이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먼저 비슷한 경험을 한 선배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처지에서 이겨낼 힘을 얻는 다는 것, 이는 나도 모르는 사이 나를 응원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되는 것 만큼이나 힘이 되는 것이 아닐런지...

 

그림 그리는 선미화의 ‘당신을 응원하는 누군가’는 바로 누군가 자신을 응원하는 사람이 있음을 알게 하는 책이다. 삶의 무게로 힘들어 할 때 꺼내 보며 응원 받을 수 있는 따스한 말과 그만큼 온기가 전해지는 그림이 더해져 한층 더 가깝게 느껴지는 책이다. 고등학교 때부터 그림을 그리며 살아온 저자 선미화의 그림에 저자가 직접 삶 속에서 체험을 바탕으로 한 생활 속에서 얻는 교훈이 더해져 이제 새로운 출발을 하는 대학 신입생이나 사회 초년생 또는 무엇이든 새로운 경험 속에서 흔들리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들이다.

 

다섯 가지 쉼표로 나눠진 이야기는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가장 먼저라는 것, 주변에 늘 자신을 응원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 자신을 생각하는 대로 살아가게 된다는 것, 사랑에 대하여 그리고 추억하고 돌아볼 수 있는 시간들이 있다는 건 앞으로 더 멋진 인생을 살아갈 희망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림이 전하는 달달한 느낌처럼 이야기 또한 달달한 내용이지만 그 무게는 사뭇 깊은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 이제 막 청춘을 보낸 사람이 그 청춘의 시기를 보내는 동안 겪었던 희노애락을 담고 있어 그 시기를 맞이하는 사람이나 그 시기에 있는 사람 또는 막 그 시기를 벗어나고 있는 사람들에게 적절한 성찰의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다고 보인다.

 

살아가며 누군가의 응원이 필요할 때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삶의 무게를 스스로 지탱하기 힘겨울 때가 아닐까 싶다. 이제까지 빈틈이 허용되지 않았던 일상에서 벗어나 삶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는 아이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다가올 앞날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에 휩싸일 수 있는 이때, 이 책과 함께 한다면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다. TKAF의 어느 고비이든 누군가는 응원을 보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하는, 그래서 이 책과 더불어 불안하지 않게 미래를 꾸려가길 바라는 아버지의 마음을 얹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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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빈치와 함께한 마지막 일 년 개암 청소년 문학 20
마리 셀리에 지음, 이정주 옮김 / 개암나무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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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수 없는 여인, 모나리자의 미소

모나리자의 미소를 둘러싼 다양한 해석들이 현존한다. 한 작품에 대해 이토록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풀리지 않은 무엇인가가 존재하기 때문은 아닐까? 눈썹 없는 여인의 내막을 알 수 없는 미소가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것은 그 풀리지 않은 무엇에 대한 기대감과 더불어 작품을 직접 대면하려 사람들의 관심이 모여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현상일 것이다. 이에 더하여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삶 또한 관심의 연장선상에 있다. 도대체 어떤 사람이기에 그토록 다양한 분야에서 쉽사리 뛰어남을 수 없을 정도의 업적을 남길 수 있었을까 하는 것 역시 초미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그가 남긴 불후의 명작들도 쉽게 접할 수 없는 현실에서 그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은 언제나 반가운 것이 사실이다.

 

불우한 환경에서 태어나 주어진 조건을 극복하고 살아생전 최고의 대우를 받았던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이 책 개암 청소년 문학의‘다빈치와 함께한 마지막 일 년’은 바로 그러한 궁금증을 풀어갈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해 준다. 우선 이 책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것이고 또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삶과 가상의 세상을 엮어 새롭게 구성한 이야기이기에 레오나르도 다빈치에 대해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삶의 마지막 장면을 떠올리기에는 다소 거리감이 있을 수 있지만 상상력을 통해 새롭게 구성된 이야기 속에서만이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세계와 만날 수도 있다.

 

‘다빈치와 함께한 마지막 일 년’은 자신을 후원해주던 메디치가의 든든한 후원자가 세상을 떠났고 기력을 많이 잃어버린 삶의 후반기를 살아가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에게 프랑스 왕 프랑수아 1세가 프랑스로 초청한다. 망설이든 끝에 초청을 받아들여 프랑스 앙부아즈의 한 저택에 머물고 있던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 저택에 살며 창작과 연구 활동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어린 소녀 카테리나라 그리고 그 저택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이야기를 담았다. 실제와 상상의 세계가 만나 새로운 이야기를 구성한 것이다.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도 생의 마지막에는 지나온 자신의 시간을 돌아보게 되는 것이 당연한 이치일 것이다. 그렇기에 살아생전 각계각층으로부터 추앙을 받던 다빈치 역시 자신이 살아온 삶의 여정을 돌아보게 되는 것이 당연하다. 그렇더라도 수 십 년 이상을 굳굳하게 살아왔던 삶의 방식과 태도가 달라질 수는 없을 것이다. 이것이 ‘다빈치와 함께한 마지막 일 년’의 작가 마리 셀리에가 주목한 점이 아닌가 싶다. 부엌대기인 어린소녀 카테리나에게 보여주는 따뜻하고 자상한 다빈치의 모습은 삶 속에 녹아 있는 다빈치의 삶의 자세와 태도가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는 것으로 유추해 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생을 마감하기 전 일 년을 추적하여 대가 레오나르도 다빈치라는 사람의 삶을 복원하려고 한 저자의 중심에는 모나리자가 있었다. 알 수 없는 미소의 주인공 모나리자를 매개로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그의 어머니 그리고 카테리나와 그의 어머니가 중첩되어진다. 여기에서 모나리자의 실재 주인공이 누구였는지는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그림 속 알 수 없는 미소의 주인공 모나리자를 중심으로 각기 다른 접근이지만 모나리자의 미소가 가진 그 매력적인 느낌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까이 있지만 실은 너무 멀리 존재하는 인물에 대해 새로운 접근을 통해 그 먼 거리를 좁혀가고 있다. 알 수 없는 미소를 담고 잇는 모나리자의 미소는 어쩌면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온 생애를 걸쳐 살았던 삶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며 남긴 한 인간의 마지막 상징은 아닐까? 알 수 없는 미소처럼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삶이 우리에게 다양한 의미로 다가오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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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있지 말아요 - 당신의 가슴속에 영원히 기억될 특별한 연애담
정여울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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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사랑과 낭만이 없다면

사람에게 영원이 풀 수 없는 숙제가 있다면 뭘까? 수 천 년을 이어온 인류의 역사에서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울고 울게 했던 것을 꼽으라고 하면 다양한 의견이 있다 하더라도 “사랑”으로 모아지지 않을까 싶다. 철학을 필두로 한 사상사의 흐름에서도 삶의 질을 변화시켜온 눈부신 발전을 이룬 과학에서도 인간에 대한 이해를 하기 위해 필요한 다양한 연구들이 있어왔고 인류가 지속되는 한 언제나 함께 할 것이다. 나 이외의 다른 사람이라면 충분히 조언을 할 수 있지만 막상 자신의 문제로 대두될 때에는 결코 답을 얻지 못하는 그 아이러니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어쩌면 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문학이든 영화든 다양한 예술분야에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하는 전재로 시작되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수많은 작품 속에 나타나는 다양한 “사랑”의 모습은 어쩌면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닌 자신의 이야기를 찾아보고자 읽고 보고 듣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접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사랑”에 대해 무엇을 어떻게 바라보고 자신의 일상 속으로 가져올 수 있을까 하는 문제는 그리 쉬운 것은 아니다. 하여, 바로 그 “사랑”에 주목하여 이를 다양하게 해석을 시도하여 사람들의 일상에 직접적으로 연결시켜나가고자 하는 노력들이 있다.

 

‘잘 있지 말아요’의 저자 정여울도 그 중 한사람으로 보인다. “사랑, 혁명, 우정. 이루어지지 않아도, 끊없이 실패해도, 소유할 수 없어도, 변함없이 아름다운 가치들이다. 바보 같아 보여도, 철 지난 이상처럼 보여도, 난 그것들이 미치게 좋다. 사랑, 혁명, 우정을 향한 변함없는 짝사랑이 나를 여전히 지켜주는 보이지 않는 힘이다. 그 따스한 낱말 3총사가 여러분의 삶도 환하게 비춰주기를 간절히 기도한다.”라는 이야기를 통해 작가이자 문학평론가인 저자가 주목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다.

 

이 책 ‘잘 있지 말아요’를 통해 그러한 저자의 관심사가 어떻게 독자들과 공유되는지 확인해 보자. 우선 저자는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었던 문학작품이나 공연, 영화 이야기를 한다. 정여울이 주목하는 작품으로는 ‘적과 흑’, ‘설국’, ‘리시스트라타’, ‘월 플라워’, ‘춘희’, ‘색, 계’, ‘안데르센동화’등이다. 이러한 이야기들의 공통된 주제는 “사랑”이라고 볼 수 있다. 사랑, 연애, 이별, 인연이라는 단어는 결국 “사랑”이라는 범주 안에서 이뤄지는 일들이다. 정여울은 이러한 이야기를 작품들 속 주인공들이 보여주는 삶의 양태를 하나 둘 확인하며 그들이 품고 있는 내면의 이야기를 끌어내고 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남녀 사이에 에로틱한 우정은 가능할까? 라는 물음 속에서 살피는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 대한 이야기다. 수 많은 사람들이 이 문제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며 반응할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 정여울의 이야기처럼 ‘에로틱한 우정’은 존재할 수도 있다고 보인다. 조선시대 ‘매창과 허균’의 예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가 싶다. 매창이 여인이 아니었다면 허균과의 사이에 오랜 우정이 존재할 수 있었을까 싶다. 공유할 수 있는 사상적 공감대가 서로 이성이라는 에로틱한 감정이 깔려 있었기에 오랜 시간이 지나더라도 서로가 서로를 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예상해 본다.

 

다양한 작품을 통해 정여울이 이야기하는 것은 결코 작품들 속에 한정된 이야기만은 아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동안 겪을 수 있는 문제들을 작품들 속 주인공들의 모습과 자신의 이야기를 곁들여 잘 꾸며내고 있어 지극히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지금 사랑 때문에 시린 가슴이든 사랑에 대한 꿈을 펼치고 있는 사람이든 정여울의 이야기는 사랑을 정면으로 바라본 사람의 이야기로 자신의 처지를 잘 살필 수 있는 안내자로 충분하다고 보인다.

 

깊어가는 가을, 단풍이 들고 그 단풍이 지는 동안 우리들은 어떻게 주어진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 사람들의 삶에서 사랑과 낭만이 없다면 시간을 더해 간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 차가워지는 날씨는 어쩌면 그동안 소원했던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간격을 좁혀 줄 중요한 시간일지도 모른다.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사랑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는 ‘잘 있지 말아요’와 함께해도 좋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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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이름만 들어도 가슴속에 종이 울린다 - 최돈선 스토리 에세이
최돈선 지음 / 작가와비평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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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속 종을 울려주는 사람

새벽녘 잠을 깨 마당을 거닐었다. 쌀쌀한 기온에 몸을 움츠리다 올려다 본 하늘에서 고개를 돌리지도 못할 정도로 찬란하게 빛나는 별을 바라다보았다. 혹, 시인이라도 된다면 멋진 글귀를 떠올릴 수 있으련만 메마른 언어만을 소유한 자신이 한없이 초라해지는 시간이다. 글이 사람의 마음에 감동을 전한다는 것은 어쩌면 타고난 재능을 가진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그 무엇쯤 아닐까 싶다. 하여, 내겐 시인의 가슴이 한없이 부러울 뿐이다. 그렇다면 마냥 시인의 특별한 눈을 부러워만 할 것인가? 시인이 시를 쓰는 이유 중 하나는 분명 나처럼 메마른 언어의 소유자들로 하여금 시인의 시를 통해 세상과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게 하는데 있지 않을까? 그래서 난 오늘도 시집을 펼친다.

 

최근 책으로 만난 시인이 있다. 최돈선이 그 사람이다. 시인이라고 하지만 내겐 시보다 먼저 ‘너의 이름만 들어도 가슴속에 종이 울린다’라는 그의 산문집을 통해 알게 되었다. ‘칠년의 기다림과 일곱 날의 생’, ‘허수아비 사랑’, ‘물의 도시’, ‘나는 사랑이란 말을 하지 않았다’ 등의 시집을 펴낸 그의 산문집은 시인의 가슴에 가득 담긴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한다. 시보다 먼저 시인의 산문을 접한 것이 시인에겐 미안한 일이 될지라도 산문집을 통해 만난 나에겐 오히려 다행이다 싶다. 시인의 시를 이해하는데 시인의 삶에 대한 조그마한 이해가 시인의 시를 보다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시인의 산문집 ‘너의 이름만 들어도 가슴속에 종이 울린다’를 통해 만난 시인은 맑고 투명하다. 가슴에 무엇을 담고 살아왔고 세상과 사람들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한번쯤 가슴을 아프게 만들었던 이야기들이 담겨 있어 꼭 자신을 비추는 거울 같은 이야기들이다. 또한 이런 저런 수식어를 통해 대상에서 얻는 느낌을 비비꼬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렇기에 쉽게 읽힌다. 쉽게 읽힌다는 것은 그만큼 사람의 마음에 공감되는 요소가 많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그 쉬움이 결코 가볍다거나 경솔하다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오히려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 곱씹어 삼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는 점에서 훨씬 친근함으로 받아들여진다.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딸, 엄마, 자신의 삶에 대한 이야기는 긴 호흡이 필요한 부분이다. 글은 길지 않아 짧은 호흡으로도 읽을 수 있지만 글이 주는 긴 여운은 오랜 시간을 사색 속에 머물게 하고 있다. 이것이 시인의 글이 가진 강점이 아닌가 싶다. 굳이 주저리주저리 나열하지 않고서도 자신의 마음을 충분히 전달할 수 있는 매력, 아무나 가질 수 있는 능력이 아닐 것이다. 따스한 눈으로 시간을 접으면서 세상을 바라보고 이제는 그 넉넉함이 넘쳐흘러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문장일 때 비로소 가능해 지는 것으로 본다. 특히, 자기 고백으로 읽히는 산문집의 마지막 ‘시인’이라는 글에서는 그의 가슴에 담긴 따스함의 유래를 짐작하기에 충분하다고 보인다. 알 듯 모를 듯 그저 짐작만으로도 읽히는 그림이 함께 있어 글과 그림의 어우러짐이 마치 시인의 글을 통해 어우러지는 사람들의 모습인양 따스하다.

 

시인을 페이스북을 통해 다시 만났다. 그를 중심으로 이어지는 사람들의 소통에서 글에 담긴 진정성을 확인 할 수 있어 더욱 반갑다. 자신만의 울타리 속에서 갇혀 살면서 알 수 없는 사람들을 향해 무엇인가 끊임없이 밝히고자 하는 마음들이 어떻게 공감을 형성하고 소통하는지를 보면서 우리 시대 외롭고 시린 가슴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본다. 그 중심에 시인이 있어 시린 가슴을 조금은 위안 삼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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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마주치다 - 옛 시와 옛 그림, 그리고 꽃, 2014 세종도서 선정 도서
기태완 지음 / 푸른지식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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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시와 그림이 사람과 만나는 행복

수수꽃다리, 박태기나무, 목서, 수국, 파초, 작약, 나팔꽃, 맨드라미, 국화, 회화나무, 봉선화, 천리향, 이팝나무, 앵두나무, 무화과, 매화, 사과, 복숭아, 자두, 목련, 포도... 도시에 살다 한적한 시골마을로 삶의 근거지를 옮기고 나서 마당 한쪽 화단과 심기 시작한 꽃과 나무들이다. 잠자는 공간과 서재를 빼고도 제법 널찍한 공간이 있어 좋아하는 꽃과 나무들로 채워가는 중이다. 삶의 근거지를 시골로 옮기고자 했던 결정적 요인은 넉넉한 마음으로 자연과 벗하며 살고자 하는 것이 크지만 이런 생각을 갖게 된 것 역시 평소 꽃과 나무들에 관심이 많아 늘 자연에 주목했던 것이 그 배경이었다고 본다.

 

이사하고 나서부터 어디를 가든 눈에 띄는 꽃이나 나무를 보면 어떻게 하면 분양받을 수 있는지 씨앗이라도 얻을 수 있을까 궁리하게 된다. 물론 거저 얻어지는 것은 없다. 내 집에 있는 꽃이나 나무를 분양하며 함께 나눠가지는 즐거움이 이렇게 큰 느낌인지 알아가는 것 역시 생각하지 못했던 즐거움 중 하나가 된다. 이사하고 두 번째 겨울을 맞이하고 있다. 무럭무럭 자라는 나무와 제철에 제 모양과 색, 향기로 보답해 주는 꽃들을 바라보며 다가올 봄을 미리 기약해 보는 것도 놓치기 싫은 행복이다.

 

이런 내 마음과 너무도 잘 어울리는 책, ‘꽃, 마주치다’를 만나는 동안 책 속에 나오는 꽃과 내 집에서 자라는 꽃이 나주앉아 대화라도 나누는 것처럼 다정함이 함께한다. 기태완의 ‘꽃, 마주치다’는 옛 시와 옛 그림 그리고 꽃과의 만남을 이야기하고 있다. 옛 시와 옛 그림 속에 등장하는 꽃과 나무들의 이야기를 저자 기태완의 경험을 살려 생동감 있게 전해주고 있다. 옛 시와 옛 그림은 중국의 이야기와 더불어 우리나라 역사 속에 등장하는 관련된 주인공들을 불러내 현재의 주인공으로 살려내 마주 대하게 만든다. 눈을 돌리면 금방이라도 마주칠 것만 같은 현장감이 살아 있다.

 

주변에서 흔히 접하는 꽃들이 언제부터 우리 곁에 있었는지 알기는 쉽지 않다. 우리나라가 원산지가 아닌 꽃들이 대부분이기에 어떤 경로를 통해 우리 곁에 와서 지금까지 함께 숨 쉬며 살고 있는지에 대해선 문외한이다. 이런 궁금증을 저자는 옛 문인들의 글과 그림 속에서 찾아내고 이를 꽃에 주목하여 당시 사람들의 관심사가 어디에 있었는지를 따라가고 있다. 이 책은 바로 이러한 점들까지 알려주고 있어 평소 궁금증을 해결하는데도 유용하다. 꽃과 인연 맺은 사람들의 마음이 담긴 시와 그림이 꽃이 담고 있는 이미지와 연결되어 지금 우리가 보는 꽃과 어떻게 차이가 있는지 알아가는 즐거움이 있다. 바로 우리 역사와 맥을 함께한 동아시아 전체의 역사, 문학, 인물, 그림 등을 통해 꽃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다.

 

   

 

꽃과 나무, 특별히 주목해야 눈에 들어오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누구나 주목하는 것도 아니다. 같은 공간에 같은 시간을 함께하고 있더라도 누군가의 눈에는 들어오는 꽃과 나무가 또 다른 사람에게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왜 그럴까? 어느 날 갑자기 꽃과 나무에 관심을 가져야겠다고 마음먹는다고 해서 될 일도 아니다. 시나 그림도 마찬가지다. 언제부턴가 알 수 없지만 눈이 가고 마음이 머물며 그 시간동안 함께하는 자연스러움이 있을 때 비로써 꽃과 시, 그림이 마음에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마당 한쪽에는 이런 저런 인연으로 내 집에 온 국화가 제철을 만났다. 그 국화를 보며 인연 맺은 사람들을 떠올리는 것은 어쩌면 꽃보다 사람이 먼저이기 때문일 것이다. 꽃으로 인연 맺은 그런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 꽃이 주는 선물로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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