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란 무엇인가?
홍순래 지음 / 어문학사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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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여전한 미지의 세계

선조들이 남긴 문학작품이나 예술 작품을 보면 무엇을 담고 있는지 모를 때가 있다. 특히, 그림 속의 상징들은 그 상징들이 담고 있는 의미를 알지 못하면 그림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게 된다. 이는 오랜 시간동안 사람들이 살아오며 만들어 온 상징체계이다. 곧 문화의 일 측면이라고 봐도 될 것이다. 행복, 다산, 입신양명, 장수 등 인간이 바라는 욕망을 자연의 일부로 투영하고 그것에 담은 소망을 상징으로 만들어 온 곳이다. 그렇기에 이런 상징이 의미하는 바를 모른다면 당시의 문화나 사람들의 삶을 이해하는데 있어 제약을 받을 수도 있다. 이는 그림이나 문학작품에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다. 꿈 역시 다양한 상징체계를 갖고 있으며 그 상징을 어떻게 이해하고 해석하는가에 따라 달라지게된다는 점이다.

 

이는 동서양을 구분 짓지 않고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달리 가지는 특별한 능력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꿈이라고 하면 우선 프로이드의 ‘꿈의 해석’이 먼저 떠오르는 것은 동양이나 한국에서는 꿈에 대한 이해와 해석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미흡하고 서양의 심리학에서 보다 과학적으로 연구한 것을 접하게 된 것이 그 이유가 아닌가 싶다. 그간 꿈에 대한 접근이 미신이나 점과 같이 일반적인 사회적 통념에서 빗겨난 지점에서 주로 언급되어 온 현실이 반영되어 꿈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조심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불안한 심리적 상황에 접했거나 낮 시간 동안 무거운 경험이 남아 잠자는 시간을 통해 무의식적으로 무엇인가를 표현하고 있다. 보통 꿈이라고 하는 것이 이런 범주에서 꾸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우리민족은 꿈에 대해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하며 ‘예지몽’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곤 한다. 자신의 앞날이나 범위를 넓혀 나라와 민족의 앞날에 일어날 어떤 일에 대해 미리 알려주는 것으로 꿈은 다양한 상징체계를 통해 꿈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꿈은 여전히 미지의 세계이며 그것을 해석하기에는 그만의 독특한 무엇이 있어 보인다. 자신이 꾼 꿈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늘 궁금하다.

 

이런 관심을 반영하고 적극적으로 꿈의 세계로 안내하고 있는 책이 어문학사에서 발간한 홍순래의 ‘꿈이란 무엇인가?’이다. 저자는 이 책의 내용을‘꿈에 대한 이해와 해설, 꿈해몽의 ABC, 꿈의 전개 양상에 따른 실증적 사례, 꿈의 주요 상징에 대한 이해, 해몽의 신비성, 꿈에 대한 상식, 역사와 문학속의 꿈’으로 엮고 있다. 제목만으로도 이미 꿈과 관련된 거의 모든 것을 담았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서양의 꿈에 대한 해석에 친근한 사람일지라도 이 책에서 보여주는 사례를 접하다 보면 나뿐만 아니라 주변에서 흔하게 접하는 꿈에 대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는 점이 우선 친근감으로 다가서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저자는 꿈에 대한 이해를 심리적인 측면을 비롯하여, 신체 내 외부의 이상 일깨움, 창조적인 사유활동으로써의 꿈, 계시적 성격의 꿈, 예지적 꿈 등의 시각으로 접근한다. 또한, 꿈은 무지개처럼 다층적으로 전개되고 있고 상징적으로 전개되는 점에 관심을 지녀야 한다는 것을 주장하고 있다. 다양한 경로를 통해 실증사례를 분석하고 그 과정에 대해 담고 있는 이 책의 내용은 쉽게 이해되면서 어떤 문학작품 못지않게 흥미롭게 전개되고 있어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 꿈의 해석에 대한 인식에 전환점이 되어 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여전히 의문인 것은 꿈과 인간의 관계다. 불길한 꿈을 꾸고 난 후 드는 느낌이나 예지몽으로 미래를 이해하는데 한 가닥 끈을 잡았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인간의 삶은 오리무중이다. 이 지점이 어쩌면 현실의 무거움을 이겨내면서 불확실한 미래를 살아가는 힘이 될지도 모른다. 과학이 해결하지 못하는 인간의 정신세계에 대한 해석은 풀지 못한 숙제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영원히 도전해야할 영역으로 남겨두어야 할 부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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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해부도감 - 집짓기의 철학을 담고 생각의 각도를 바꾸어주는 따뜻한 건축책 해부도감 시리즈
마스다 스스무 지음, 김준균 옮김 / 더숲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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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주거공간을 점검한다

시골집으로 이사하면서 책을 둘 곳이 없어 서재를 짓기로 했다. 안채와는 별도의 공간에 조립식 판넬로 짓는 것이지만 그 공간이 완성 된 후 책을 정리하고 이 공간을 활용할 생각만으로도 이미 공간은 완성된 것처럼 기분 좋게 시작했다. 가로 새로 9m에 5m 공간에 두 면은 기존 외벽을 활용하고 서쪽을 향하는 한 면은 통으로 창을 내기로 했다. 난방과 단열이 문제로 제기되었지만 바닥엔 전기 판넬로 기본난방을 하고 특히 단열에 신경 써서 내무 목공사를 마쳤다. 여름에 공사를 시작하는 것이라 겨울 한 철을 지내고 나 봐야 단열과 난방의 문제점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부족한 난방은 장작난로를 설치하기로 했다. 널따란 창문으로 시원하게 펼쳐지는 시야가 확보되어 무엇보다 좋다.

 

공사를 마무리하고 책장을 들어놓으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기존 책장을 활용하기로 하면서 책장 높이에 맞춰 실내공간의 높이를 계산했는데 지분 단열공사에서 오버된 공간이 책장을 세울 수 없게 된 것이다. 할 수 없이 책장을 잘라 새로 조립하는 야단법석을 떨고 난 후에 탁자와 기타 가구의 위치를 정하고 간신히 책들을 정리할 수 있었다. 여름에 공사를 시작해 사계절을 지냈다. 난방도 단열도 생각보다 양호하여 이 공간은 이제 이 집의 주요활동 거점으로 자리 잡았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공간이지만 몇 가지만 더 추가하면 서재로, 사랑방으로 활용할 수 있어서 좋다. 이렇게 작은 공간이지만 직접 지으면서 가장 아쉬운 점은 창문의 위치와 크기 그리고 공간의 한쪽을 차지하고 있는 유리로 마감한 창에 대한 아쉬움이다. 건축에 관한 지식이 그저 고등학교 기술수업에서 공부한 것이 전부였기에 상식수준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이런 경험을 하고 나니 다음에 다시 기회가 있다면 이 경험은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옛날에 지어진 작은 시골집과 서재로 구성된 집은 이후 내가 살아가며 가꿔나갈 삶의 공간이 될 것이며 이 공간은 시간이 흐르며 쌓여질 기억으로 채워질 것이다.

 

건축에 관한 책은 여러 권 읽었다. 이 책들은 전통주택과 전통마을에 관한 책들이 대부분이었기에 실제 건축에 관한 도움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주거해부도감’처럼 건축과정에서 고려되어야할 내용을 담은 책을 읽었더라면 시행착오를 많이 겪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주거해부도감’은 집의 구조와 설계에 대한 철학적 고찰을 담고 있는 책이면서 건축과정에서 접하게 되는 문제들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건축을 공부하는 학생이나 집을 짓고 싶어 하는 일반인 누구나가 자신에게 닥친 문제에 대해 근본적인 시각을 재조명할 수 있는 시각의 전환이 주목되는 책이기도 하다.

 

현관의 기능, 계단의 활용, 문의 역할, 주방기구의 배치, 침실에서의 가구배치 등과 같은 살아갈 사람들의 활동공간에서 만나게 될 문제에서부터 공간 속에서의 사람들의 동선과 공기의 흐름, 도로와 인접성에 따른 집의 방향이나 주차장 배치 등 건축과정에서 실제로 만나는 문제에 대해 담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살필 수 있는 저자의 기본 시각은 건축물이 주인이 아닌 그 공간에서 살아갈 사람들의 생활에 맞춰져 있다. 이는 오랜 세월이 흐르는 동안 주거공간에 담겨진 사람들의 삶의 지혜와 그것이 출발하게 된 시작점에서 다시 보는 것으로 모아진다. 그리하여 ‘집의 모든 공간과 배치에는 그 나름대로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는 점을 확인하는 것이다.

 

수많은 도감이 건축을 모르는 일반인이 보기엔 때론 이해하기 어려운 점도 있지만 찬찬히 들여다보며 자신이 살고 있는 집과 비교한다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생활하며 불편함이 느껴지는 자신의 주거공간이 무엇이 문제인지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이 책에 실린 예를 통해 비교하며 알 수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필요에 따라서는 새롭게 가구배치를 하는 것처럼 간단한 것도 있지만 벽에 구멍을 내는 것이나 처마를 이어내 공간을 넓히는 것처럼 다소 복잡한 일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 번 만들어진 공간은 고정불변이 아니다. 이 책을 통해 그 공간 속에 살아가는 사람의 삶이 편안하고 행복할 수 있도록 늘 바꿀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하는 것이 가장 큰 장점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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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제가, 욕망을 거세한 조선을 비웃다
임용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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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여 년 전의 외침이 유효한 까닭은?

2012년 18대 대통령선거가 코앞이다. 후보들은 연일 공약을 발표하며 미래는 희망과 함께 우리 곁에 다가올 것이라는 말을 한다. 한국이 당면한 다양한 문제에 대한 정책을 제시하고 이에 대한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자 하는 것이지만 얼마나 현실성 있는 정책인지 판단하기 쉽지 않다. 당면한 문제를 파악하는 것은 자신이 처한 조건과 가치관을 반영하기 때문에 각 후보가 속한 정당이나 개인들의 성장과 그간 정치적 행보와도 무관하지 않다. 이를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후보를 선택하고 선택된 지도자에 의해 한국이 처한 현실을 타파할 수 있을 것이다.

 

혼탁한 정치, 암울한 민생, 불평등한 외교, 외래문물의 수용, 교육정책의 혼란 등 수많은 현안은 어제 오늘의 문제만은 아니다. 200여 년 전 조선후기를 살았던 실학자들 역시 당시 자신들이 살아가던 조선의 현실의 문제를 타파하기 위해 다양한 방향과 방법을 제시했다. 시대와 자신들의 신분적 한계에 부딪혀 좌절을 맞보기도 했지만 그들의 바람은 면면히 이어져 오늘에 이르게 된 점도 있다는 사실이다. 그 중심에 ‘북학의’의 박제가가 있었다.

 

임용한의 책 ‘박제가, 욕망을 거세한 조선을 비웃다’는 바로 그 박제가의 삶과 사상을 살피는 책이다. 조선후기 박지원, 홍대용, 정약용, 이덕무 등 실학자들 중에서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는 박제가에 주목하고 그에 대한 오해와 편견 등에 대해 사실적 접근을 해가고 있다. 박제가의 출생과 성장, 청년시절 그리고 관료생활 등 그의 사적인 모습과 규장각 검서관과 현감 등 관료생활을 바탕으로 조선 후기 민초들의 생활상을 함께 살펴볼 수 있다.

 

승지를 지냈던 박평의 서자로 태어난 박제가는 신분의 벽에 갇혀 자신의 미래를 내다볼 상황에 절망하지만 어릴 때부터 탁월한 통찰력과 판단력, 방대한 학식과 예술적 재능을 타고 났으며 고분고분하지 않고 직설적인 성격 등에 의해 자신의 뜻을 펴볼 수 없었다. 하지만 이런 암울한 시대를 함께 나눈 이들이 있어 그나마 다행이었을 것이다. 그들은 백탑파로 칭해졌던 박지원, 이덕무, 유득경, 이희경 등이다. 이들과의 교류는 시대와 신분의 한계에 머물러 신세한탄만 하기보다는 자신들의 뜻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기다린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영조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른 정조에 의해 이들 중 박제가와 이덕무를 포함한 백탑파 4인방이 규장각 검서관에 등용된다. 검서관 등용은 가난했던 생활이 안정됨을 의미하며 이를 바탕으로 자신들의 꿈꿔온 새로운 세상에 대한 꿈을 펼칠 기회를 만난 것이 되기도 한다.

 

박제가는 네 번에 걸쳐 중국을 방문하고 그로부터 얻은 지식을 바탕으로 당시 조선이 안고 있던 사회구조적 모순을 타파할 방법을 제시한다. 그것이 북학의라고 볼 수 있다. 북학의는 청나라의 선진문물을 적극 수용하고, 우리 것을 버려야 한다는 ‘중상주의’ 개혁을 중심에 둔 것이 핵심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박제가의 이런 앞선 주장은 당시 기득권 층 뿐 아니라 동료들 사이에도 받아들이기 힘든 사상이었다. 국수주의적 경향성이 농후했던 당시 상황에서 다소 과격한 사상을 담고 있는 북학의는 그렇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이 책은 조선후기 실학자와 백탑파 등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흥미로운 점들을 담고 있다. 박제가와 이덕무, 이서구, 백동수 등과의 교류나 처가인 이순신 후손들과의 관계를 비롯하여 정약용과 박제가의 교류도 비교적 자세하게 밝히고 있어 조선후기 선각자들의 삶과 인적 교류를 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는 점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이렇게 박제가의 삶과 사상을 밝히며 그의 외침을 오늘날 여전히 유효한 의미로 되살려 내고 있다. 더불어 17~18세기 조선 후기의 사회가 안고 있던 문제점들에 대해 구조적 모순과 한계라는 시각을 통해 살핀다. 막연하게 생각되어지는 당시의 상황을 오늘날의 삶과 비교하며 무엇을 놓치지 않고 봐야 하는지 또한 알 수 있다. 권력에 대한 욕망보다는 나라와 백성의 문제 해결에 근본적인 관심을 가졌던 박제가의 외침이 오늘날까지 유효한 것은 이와 맥락을 함께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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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일의 새로 쓰는 택리지 9 : 우리 산하 - 숨겨진 우리 땅의 아름다움을 찾아서 신정일의 새로 쓰는 택리지 9
신정일 지음 / 다음생각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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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시대 신택리지의 의미는?

산이 뚫려 더 이상 고생하며 산을 넘을 일도 없고 다리가 놓여 건너편에 어떻게 갈까 고민하지 않아도 되며 사람 사는 집은 천편일률적인 모양으로 사람의 생각까지 규정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세월이 변하고 국토가 변하고, 문화가 바뀌었지만 사람 사는 본질은 그리 크게 변하지는 않아 보인다. 아니 겉모습이야 많이도 변해 이제 더 이상 지구촌은 겉모습만으로는 같은 모양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보다는 지금 자신이 발딛고 있는 현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가 먼저다. 그러기 위해서는 달라진 산천과 문화에 대해 올바른 인식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300여 년 전 이중환이 ‘택리지’를 지은 까닭도 이와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이중환이 자신이 살던 시대와 호흡하는 방식으로 선택한 것이 택리지고 김정호는 대동여지도였을 것이다. 우리시대 또 한명의 이중환과 김정호가 있다. 그가 새로 택리지를 쓰고 있는 것이다. 바로 ‘새로 쓰는 택리지’를 펴낸 신정일이 그다. 신정일은 이중환의 택리지를 바탕으로 ‘세월이 변하고 국토가 변하고, 문화가 바뀐’ 현실을 기록하고 있다. 30여년이 넘는 시간동안 자신의 발로 직접 국토를 걷고 느끼며 사랑한 생생한 한반도의 어제와 오늘을 담아온 기록이기에 그 가치는 더욱 빛난다.

 

‘신정일의 새로 쓰는 택리지’는 살고 싶은 곳,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경기도와 서울, 강원도, 북한, 제주도에 이어 아홉 번째 발간한 책이 ‘우리 산하’다. ‘우리산하’에는 백두산에서 출발한 백두대간과 8개의 명산, 속리산에서 지리산으로 이어지는 산자락, 사람들이 가까이하여 즐겨 찾는 산, 바다에 인접한 명산, 나라 안에 이름난 절, 나라 안의 여러 고개, 사람의 길, 땅의 길 등 총 11장으로 구성되었다.

 

산맥을 따라 산을, 산과 강을 따라 사람 사는 마을을 그려가는 저자의 이야기는 자신의 발로 30여 년 동안 직접 밟아온 우리 땅에 대한 깊은 애정이 담겨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 땅을 이루고 있는 산천과 그 산천에 깃들어 있는 사람들의 흔적을 찾아 고스란히 담았다.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다소 혼란스러운 것이 있다. 주제에 따라 엮은 각 산들의 이야기는 지역을 넘나들며 소개된다. 그 이야기에는 역사적 유래부터 지금 우리시대의 이야기까지를 포함하고 있지만 전라도, 경상도, 강원도를 넘나드는 이야기라 지역을 따라가기가 버거울 때도 있다. 이것이 이중환의 택리지를 따라가는 여정이라면 새로 쓰게 되는 택리지는 달라진 사회문화지리 개념에 의해 쓰여 져야 하는 것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제기해 본다. 자자 신정일의 방대한 인문학적 소양이 바탕이 될 신정일이 완역한 이중환의 택리지를 기다린다.

 

사람의 삶을 편리하게 한다는 명목으로 자연을 인위적으로 바꿔온 것이 그리 오래전 일이 아니지만 지난 수백 년 보다 현대 몇 십 년 동안 변한 것이 더 많다. 급격한 이런 변화는 사람이 주도했지만 그렇게 변한 자연은 이제 사람의 삶과 문화에 영향을 줄 것이다. 그 영향을 어떻게 수용하고 사람의 삶을 가꿔가야 할지는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라 할 수 있다. 그 첫걸음이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를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신정일의 새로 쓰는 택리지’가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가 될 것이다.

 

한때 우리사회에는 문화유산답사에 대한 관심이 고조된 적이 있다. 한 학자의 책 한권으로 시작된 열풍은 방치된 우리 문화유산의 보존과 새로운 발견 그리고 한층 높아진 가치를 부여하게 된 계기로 작용하였다. 신정일의 새로 쓰는 택리지 역시 우리산하, 우리 땅에 대한 인문학적 시각을 통해 바라보고 그에 합당한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는 단초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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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번의 연애
성석제 지음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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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를 향한 남자의 연애란 이런 것이다?

연애는 사랑보다 달콤하다? 물론 연애나 사랑이나 사람이 가지는 본능에서 출발하는 것이고 때론 동일한 감정을 일컫는 말로도 사용되지만 이 둘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느낌이 그렇다는 것이고 둘 사이 차이를 언어로 표현할 수 없음이 답답할 뿐이다. 사랑을 이르는 범주 안에 연애가 포함될 수도 있지만 연애하면 사랑보다 더 긴밀한 감정의 변화를 담고 있는 듯싶다. 살아가는 동안 누구나 마음속 한구석엔 연애를 꿈꾼다고들 한다. 그 대상이 구체적인 경우도 있지만 그냥 환상 속 누군가를 대상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고 그 과정에서 얻게 되는 심리적 위안이나 안정감 같은 것을 얻고 싶은 기본 욕망인지도 모를 일이다.

 

한 남자의 지고지순한 사랑을 담은 이야기 성석제의 ‘단 한 번의 연애’는 그래서 감춰진 사람의 본능을 일깨우는 작용을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초등학교 입학식에서 처음 본 이후 줄곧 그 여자를 향해 열려있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남자의 삶이 그 남자에게 남긴 행복의 크기로 다가서는 것이 어쩜 연애가 사람에게 주는 긍정적인 힘의 원천이자 종착역이 아닌가 하는 생각 든다.

 

‘단 한 번의 연애’는 고래잡이의 아버지와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인 집의 심부름꾼이었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당시 흔하디흔한 가정폭력 앞에 노출된 민현과 술고래 아버지와 해녀 출신의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세길이 그 주인공들이다. 그렇다고 둘 사이 달콤한 연애의 줄거리가 이어지는 것은 아니고 남자의 여자를 향한 줄기찬 마음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중심축이 된다.

 

첫 만남이었던 초등학생시절부터 이성에 눈을 떠가는 중고등학교 시절의 이성에 대한 관심과 설렘이 바닷가 고향의 풍경과 어우러지며 성장의 고통이 그렇듯 연애 또한 그 고통을 수반하며 진행되어 간다. 한국전쟁 후 베이비붐 세대로 태어나 한국 현대사의 질곡을 고스란히 겪게 되는 남자와 여자의 만남은 어쩜 밋밋한 흐름으로 연애라고 부를 수 있을까 싶다. 급속한 산업화와 군부독재로 대표되는 한국 현대사는 이 시기를 살았던 모든 사람들에게 잊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겨주고 어른이 되어서도 숙명처럼 안고 살아가게 만들었다. 대학과 군대시절을 지난 남자에게 알 수 없는 비밀의 공간처럼 여자는 그렇게 알쏭달쏭한 존재다. 시간이 흘러 어느덧 중년이 된 두 사람은 남자의 공간에서 만나 시간을 함께하지만 남자에게 여자는 늘 같은 의미로 존재하고 있다. 초등학생의 눈에 비친 여자로 말이다.

 

그렇다면 여자에게 남자는 무엇일까? 급격한 사회변화 과정에서 동반되는 사회적 폭력과 수 십 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에도 늘 그 자리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남자에 대한 그녀의 마음이 궁금하다. 소설에서 이야기 하듯 여자에게 남자는 쉴 곳이 필요할 때 언제나 찾아올 수 있는 안식처 그 이상을 넘어서지는 못하는 존재일까? 달리 말하면 그 안식처가 어쩜 연애의 출발이며 종착역인지도 모르겠다.

 

짧은 시간을 함께하고 돌아가는 그녀를 보내는 남자의 가슴에 가득 찬 그 감정이 평생 한 여자를 향한 마음으로 살아왔던 삶의 답이 될까? 어쩌면 짝사랑처럼 보이는 남자의 연애는 우리 모두가 가슴 속 깊숙한 곳에 숨겨두고 있는 연애 감정의 전부가 아닐까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때론 사람에 따라 단 한 번의 연애 대상이 평생을 가슴 속에 자리잡고 그 사람의 삶을 지탱하는 힘으로 작용하기도 할 것이기에 세길의 현민에 대한 마음이 그것이라고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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