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_읽는_하루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별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그대를 만나러 팽목항으로 가는 길에는 아직 길이 없고
그대를 만나러 기차를 타고 가는 길에는 아직 선로가 없어도
오늘도 그대를 만나러 간다

푸른 바다의 길이 하늘의 길이 된 그날
세상의 모든 수평선이 사라지고
바다의 모든 물고기들이 통곡하고
세상의 모든 등대가 사라져도
나는 그대가 걸어가던 수평선의 아름다움이 되어
그대가 밝히던 등대의 밝은 불빛이 되어
오늘도 그대를 만나러 간다

한 배를 타고 하늘로 가는 길이 멀지 않느냐
혹시 배는 고프지 않느냐
엄마는 신발도 버리고 그 길을 따라 걷는다
아빠는 아픈 가슴에서 그리움의 면발을 뽑아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짜장면을 만들어주었는데
친구들이랑 맛있게 먹긴 먹었느냐

그대는 왜 보고 싶을 때 볼 수 없는 것인지
왜 아무리 보고 싶어 해도 볼 수 없는 세계인지
그대가 없는 세상에서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잊지 말자 하면서도 잊어버리는 세상의 마음을
행여 그대가 잊을까 두렵다

팽목항의 갈매기들이 날지 못하고
팽목항의 등대마저 밤마다 꺼져가도
나는 오늘도 그대를 잊은 적 없다
봄이 가도 그대를 잊은 적 없고
별이 져도 그대를 잊은 적 없다

*정호승의 시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다. 더디갈지라도 진실은 꼭 밝혀진다. 그것이 역사다. 그 역사는 우리가 만들어 간다. 지금?.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_농가찻집 #핸드드립커피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리 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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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다시 그날이다.

"그대들 앞에
이런 어처구니 없음을 가능케한
우리의 모두는
우리들의 시간은, 우리들의 세월은
침묵도, 반성도 부끄러운
죄다"

*함민복의 시 '숨쉬기도 미안한 사월'의 일부다. 이 시는 "아, 이 공기, 숨쉬기도 미안한 사월"이라는 문장으로 끝을 맺는다.

아픔을 간직한 곳에 해마다 무리지어 피어난다는 피나물이 유난히 노랗다. 사람들 가슴에 꽃으로 피어나 언제나 머물러 있길?.

5년, 무엇이 달라졌을까.

https://youtu.be/xjju_5aJBJ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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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_읽는_하루

그랬다지요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사는 게 이게 아닌데
이러는 동안
어느새 봄이 와서 
꽃은 피어나고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그러는 동안 봄이 가며
꽃이 집니다

그러면서,
그러면서 사람들은 살았다지요
그랬다지요

*김용택 시인의 시 '그랬다지요'다. 제법 많은 비가 내렸다. 그 비에 활짝 핀 벚꽃이 떨어져 땅에도 꽃이 피었다. 어떤 이는 꽃이 피고 지는 동안 먼 산 바라보듯 지나가기도 하지만 어떤 이는 마음 속에 그 꽃을 피우기도 한다. 어떤 일상을 살던지 시간은 가지만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그 속에 머물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_농가찻집 #핸드드립커피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리 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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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_읽는_하루

生은 아물지 않는다

평지의 꽃
느긋하게 피고
벼랑의 꽃
쫓기듯

먼저 핀다

어느 생이든
내 마음은
늘 먼저 베인다

베인 자리
아물면,
내가 다시 벤다

*시 '한라산'으로 제주 4ㆍ3항쟁을 공론화한 이산하의 시 '生은 아물지 않는다'이다. 제주 4ㆍ3항쟁은 올해로 71주년을 맞이한다. 그때나 지금이나 벼랑에 몰린 사람들의 마음자리를 위로하듯 목숨을 통째로 떨구는 붉디붉은 동백이 핀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_농가찻집 #핸드드립커피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리 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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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_읽는_하루

꽃 진 자리에

생각한다는 것은 빈 의자에 앉는 일
꽃잎들이 떠난 빈 꽃자리에 앉는 일

그립다는 것은 빈 의자에 앉는 일
붉은 꽃잎처럼 앉았다 차마 비워두는 일

*문태준의 시 '꽃 진 자리에'다. 텅 빈 것 같은 곳에 꽃이 올라온다. 반갑다며 인사를 나누니 그새 꽃잎을 떨구고 빈 자리를 만든다. '빈 자리'라는 틈을 만들어 두는 것과 그 자리를 돌아보는 일 사이에 내의 하루가 있는 것은 아닐까. 오늘 하루라도 '꽃 진 자리'에 주목해 보는 봄날이었으면 싶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 올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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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리 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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