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묘역을 조성하고 그 관리를 위해 한쪽에 밭을 일구셨다. 들고나는 길이 풀로 덮여 옹삭하다고 들르란다.

새벽 길을 나서 어머니를 모시고 시골 5일장에 들러 가져간 몇가지를 넘기고 큼직한 문어 두마리를 사신다. 집에가서 죽이라도 써 먹으라니 마다할 수가 없다.

애초기와 씨름하며 산소가는 길도 밭둑도 다 베고 나니 집안 뒤안 언덕에 대나무며 잡풀을제거해야 한다. 지붕에 낙엽이 떨어지는 것이 성가신 까닭이다. 그러고도 한가지 더 남았다. 여나무 그루 감나무에 약도 하자신다. 어렵사리 온 기회를 놓치지 않으시려는 모양이다. 이 모든 것을 오전 중에 마쳐야 한다.

오랜만에 집에 오니 마음보다 몸이 분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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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읽는수요일

나도야 물들어간다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대의 곤한 날개 여기 잠시 쉬어요
흔들렸으나 흔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작은 풀잎이 속삭였다
어쩌면 고추잠자리는 그 한마디에
온통 몸이 붉게 달아올랐는지 모른다
사랑은 쉬지 않고 닮아가는 것
동그랗게 동그랗게 모나지 않는 것
안으로 안으로 깊어지는 것
그리하여 가득 채웠으나 고집하지 않고
저를 고요히 비워내는 것
아낌없는 것
당신을 향해 뜨거워진다는 것이다
작은 씨앗 하나가 자라 허공을 당겨 나아가듯
세상을 아름답게 물들여간다는 것
맨 처음 씨앗의 그 간절한 첫 마음처럼

*박남준 시인의 시 "나도야 물들어간다"다. 사람, 스며들 틈을 내어주고 서로 물들어 새로운 향기를 만드는 일이 어디 쉬우랴.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구례통밀천연발효빵 #들깨치아바타 #곡성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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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읽는수요일

아름다운 관계

바위 위에 소나무가 저렇게 싱싱하다니
사람들은 모르지 처음엔 이끼들도 살 수 없었어
아무것도 키울 수 없던 불모의 바위였지
작은 풀씨들이 날아와 싹을 틔웠지만
이내 말라버리고 말았어
돌도 늙어야 품안이 너른 법
오랜 날이 흘러서야 알게 되었지
그래 아름다운 일이란 때로 늙어갈 수 있기 때문이야
흐르고 흘렀던가
바람에 솔씨 하나 날아와 안겼지
이끼들과 마른풀들의 틈으로
그 작은 것이 뿌리를 내리다니
비가 오면 바위는 조금이라도 더 빗물을 받으려
굳은 몸을 안타깝게 이리저리 틀었지
사랑이었지 가득 찬 마음으로 일어나는 사랑
그리하여 소나무는 자라나 푸른 그늘을 드리우고
바람을 타고 굽이치는 강물 소리 흐르게 하고
새들을 불러모아 노랫소리 들려주고

뒤돌아본다
산다는 일이 그런 것이라면
삶의 어느 굽이에 나, 풀꽃 한 포기를 위해
몸의 한편 내어준 적 있었는가 피워본 적 있었던가

*박남준 시인의 시 "아름다운 관계"다. 내 품을 기꺼이 내어주고서야 관계는 시작되고 정립된다. 바위가 키운 소나무가 그 바위를 쪼개는 날이 올지도모른다는 것을 알지라도ᆢ.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구례통밀천연발효빵 #들깨치아바타 #곡성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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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읽는수요일



길이 빛난다
밤마다 세상의 모든 길들이 불을 끄고 잠들지 않은 것은
길을 따라 떠나간 것들이 그 길을 따라
꼭 한번은 돌아오리라 믿고 있기 때문이다

*박남준 시인의 시 "길"이다. 동이 트고서야 꺼지는 가로등의 속내가 여기에 있었다는 것을 이제서야 안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구례통밀천연발효빵 #들깨치아바타 #곡성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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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속에서 노고할매께 문안드린다. 혼자 독차지한 정상은 안개 속 세상으로 선계가 따로 없다. 볼 것은 보았고 보지 못한 것은 다음을 기약한다.

안개를 품은 바람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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