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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찌질한 나는 행복하다 - 이 땅의 늙은 아이들을 위한 제2의 인생상륙작전!
최정원 지음, 정영철(정비오) 그림 / 베프북스 / 2017년 12월
평점 :
누구나 찌질한 순간을 안고 살아간다
제목에 혹~ 했다. ‘찌질하다’가끔 자신을 돌아보며 이 단어에 동질감을 느끼곤 한다. 사전적으로는 ‘지지리도 못난 놈’이라는 의미라지만 주목하는 시각에 따라서는 포함하는 내용은 천차만별이다. 스스로에게‘찌질하다’는 말로 자신을 위안하는 것이라면 어떤 내용을 담아 부정적 시선을 보일지도 모를 타인의 시각에는 무뎌져도 좋으리라고 본다.
이 책 '가끔 찌질한 나는 행복하다'는 여전히 '엄니 도와줘요'를 속으로 되뇌이면서도 담담히 추억할 수 있는 나이가 된 스스로를 '늙은 아이' 라고 말하는 저자 최정원이 써내려가는 일상 이야기다. 남자, 여자 그리고 아줌마에 이어 스스로를‘노총각, 노처녀’라는 네 번째 사람으로 분류하는 것을 보니 결혼 적령기를 지났지만 결혼하지 않은(못한?) 사람이 엄니와 함께 살면서 겪는 일상적인 이야기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처한 환경에 의해 표현하는 말이나 글 또는 행동에 많은 영향을 받기마련이다. 그가 결혼하지 않은(못한?) '늙은 아이'로 중층적 관계망으로 형성된 세상을 살아가는 이야기는 공감할 수 있는 지점들이 제법 많다. 한집에 같이 사는 엄니와의 갈등이나 자신을 둘러싼 친족, 회사, 친구들 사이에서 스스로를 방어하고 해명해야하는 번거롭기만 한 일들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슬기롭고 유쾌하게 돌파해가는 과정이 흥미롭기도 하다.
결혼에 대한 생각이 변하면서 결혼 유무로 사람을 판단하거나 몰아붙이는 일은 많이 줄어들었다고 본다. 그렇더라도 여전히 존재하는 불편한 시각에 시달리지 않기 위해서 스스로 마음을 다잡아가는 것이 필요한 시대를 산다. 그 시간을 어떻게 건너느냐에 따라 스스로가 자신의 삶의 가치를 평가하는데 보다 여유로워질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의 이야기는 의미 있게 다가온다. 또한, 이야기에 어울리는 독특하고 개성 넘치는 삽화는 그것만으로도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주고 있다. 이야기와 그림이 만나 긍정적 효과를 배가 시킨다.
일상에서 마주치는 스스로 ‘찌질한 순간’에 무안해하거나 의기소침하지 말아야할 사람들은 ‘노처녀, 노총각’들뿐만은 아니다. 찌질하다는 것은 누구라도 스스로가 정한 틀 안에서 약간의 일탈이 생기는 순간 느낄 수 있는 감정이기에 그것이 타인에게 폐가 되지 않는다면 웃고 넘어가도 좋을 에피소드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