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아典雅

玉壺買春 옥 술병에 좋은 술 가득 담고서
賞雨茆屋 초가지붕 아래서 비를 감상한다
座中佳士 한 곳에 아름다운 선비들 앉아 있고
左右脩竹 좌우에는 키큰 대나무 서 있다


白雲初晴 비 갠 하늘에는 흰 구름 떠가고
幽鳥相逐 그윽한 새들은 저들끼리 뒤를 쫒는다
眠琴綠陰 숲 그늘 아래 잠을 자다 거문고를 연주하고
上有飛瀑 저 위에는 물을 뿜는 폭포가 있다


落花無言 떨어지는 꽃잎은 말이 없고
人澹如菊 사람은 담백하기가 국화와 같다
書之歲華 이 좋은 계절 품격을 시로 써 내면
其曰可讀 읽기에 좋다고 말들 하리라


*이십사시품二十四詩品 중 전아典雅다. 전아는 '법도에 맞고 아름다움'이라는 뜻이다.


"우아하고 차분하며 단정하고 소박하다, 또한 따듯하고 고아하며 총명하고 민활하다. 사람됨은 국화꽃처럼 담박하고, 재주는 비단처럼 뛰어나다."


녹파잡기에 등장하는 기생 영희에 대한 이야기 중에 "낙화무언落花無言 인담여국人澹如菊 떨어지는 꽃잎은 말이 없고 사람은 담백하기가 국화와 같다"는 말의 출처를 찾아 보았다.


한 사람에 대한 평이 이렇다면 남녀의 구별이나 신분의 귀천을 떠나서 사람을 보는 태도가 참으로 귀하다고 볼 수 있다. 누군가에게 이런 평가를 받을 수 있길 바라지만 한발 나아가 누군가를 이런 눈으로 볼 수 있길 소망한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 안에 담긴 빛으로 세상을 본다. 누군가의 전아함을 알아볼 수 있도록 스스로를 갈고 닦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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