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모든 것이 다 꽃이다.
뭉개구름 흘러가는 하늘에 겨울 볕이 참 좋다. 간간이 부는 바람이 북쪽은 언땅에 찬바람 속이라고 전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눈 감은 얼굴에 닿는 볕으로 인해 알듯모를듯 잔잔한 미소가 번진다.


거칠게 몸을 떠나는 소나무 껍질에 붉은 꽃이 피었다. 살붙여 살아온 시간과의 이별이 서운하여 꽃으로 피었으리라. 가을 날 형형색색의 요란한 단풍의 이별의식과 견주어도 모자람이 없이 오히려 고급스럽다. 떠나는 껍질의 아쉬움과 넉넉한 오후 햇살을 탐하는 내 마음이 꽃 피운 공범이니 때론 욕심도 부려볼만 하다.


꽃 보기가 어려운 때인지라 보이는 모든 것이 다 꽃이다. 이렇듯 적당한 꽃몸살 앓는 것도 긴 겨울을 건너는 좋은 방법이다. 다만, 가까운 이 누구에게라도 권할 수 없으니 저 혼자 속으로만 붉어질 수밖에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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