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등선羽化登仙'

형, 나 지금 산벚꽃이 환장하고 미치게 피어나는 산 아래 서 있거든.
형 그런데, 저렇게 꽃 피는 산 아래 앉아 
밥 먹자고 하면 밥 먹고, 놀자고 하면 놀고, 자자고 하면 자고, 핸드폰 꺼놓고 확 죽어버리자고 하면 같이 홀딱 벗고 죽어버릴 년
어디 없을까.


*김용택의 시 '우화등선'이다. 강물이 몸집을 불러가는 어디쯤에 사는 시인의 터전보다 한참을 흘러내러온 그 강가에 삶이 시와 다르지 않은 사람이 나무를 다듬으며 산다. 시인과 어떤 인연인지는 모르나 선한 웃음이 넘쳐나는 두사람이 함께한 사진이 걸려있다. 그 맞은편에 걸려있는 작품이다.


차가운 어둠이 점령한 섬진강에 달빛이 환한 밤이었다. 물과 차와 기차가 나란히 남쪽으로 달려가는 국도와 철길 사이에 끼어 바다와 하늘을 품어 그 빛을 닮은 '푸른낙타'에 연탄난로의 연기가 피어 오른다.


붉게 타오르는 연탄불의 열기보다 더 뜨거운 마음들이 모여 내일을 도모한다. 앞 일을 도모한다지만 억지를 부리자는 것이 아니다. 섬진강 그 부드러운 물줄기보다 더 자유로운 영혼들이기에 정해진 무엇이 없이도 환한 웃음이 가득하다.


누구 하나 발설하지 않지만,
어쩌면 모두 우화등선羽化登仙을 꿈꾸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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