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마 밑 풍경이 불러 뜰에 내려섰다. 어둠이 내려앉은 저녁, 기다린 비가 오는듯 싶었는데 이내 그치고 만다. 급하게 비를 몰아가 버린 바람은 무엇이 더 남았는지 애꿎은 풍경만 흔들어대고 있다.


마른 가을날 덕분에 추수도 일찍 끝난 들판엔 먼지만 풀풀 날린다. 가을걷이 끝난 밭엔 찌꺼기를 태운 연기만 폴폴 마을을 점령이라도 할듯 기세등등하다. 상추, 시금치 씨앗 뿌려놓은 텃밭엔 새싹은 없고 새들이 놀다간 흔적만 남았다. 발목까지 내려온 단풍은 더이상 깊은 가을로 익지 못하고 바삭거리는 소리로만 남았다. 비를 기다린 이유들이다.


비 내린 후에야 발목잡힌 가을은 계절을 넘을 수 있다. 비를 기다린 진짜 이유다. 멀리가지 못하는 풍경소리만 귓전을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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