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 먹구름을 넘는 아침햇살이 파아란 하늘로 스민다. 해를 마주보는 서쪽 하늘엔 반으로 품을 줄여 고개숙인 달이 멀쩡하게 웃는다. 한차례 반가운 가을비 내려 깊고 마른 가을 품에 촉촉함을 전해줘도 좋을텐데 잔뜩 폼만 잡고 올 생각이 없어 보이는 비는 오늘도 급하게 온다는 소식만 전하고 말지도 모르겠다.
텅 비워내고 다시 채워갈 들판의 가을 끝이 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