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박자박 빗소리에 차분하게 하루를 연다. 서둘러 나선 출근길 한 곳에 서서 동쪽하늘을 본다. 들판을 가로지르는 길을 따라 하루를 시작하는 통로가 이 길이다.
"봄비에 꽃봉우리 벙글대는 소리보다
단풍잎 물들어가는 소리가 가슴에 못질하듯
파고들어 더좋다"
*정종배의 시 '가을비 소리에 철들다'의 일부다. 아침 저녁으로 서늘해지는 날씨가 가을의 깊은 품으로 유혹한다.
옅은 빗소리가 귓전을 맴도는 것이 더 은근하게 가을의 품 속으로 성큼 다가선다. 그 속도가 나쁘지 않다. "이제야 철들어 가는 소리 아닌지/달항아리 내 사랑아" 가을비를 대하는 이들의 마음이 이와 다르지 않다.
가을비에 철들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