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존재의 힘을 실감한다. 무엇을 어떤 조건에서 마주하던 멈출 수 있다는 것이 주는 감동을 만끽하는 순간이다. 같은 곳에서 다른 하늘을 마주한다.

어쩌면 감동은 절정의 그 순간 보다는 절정에서 조금 비켜난 순간에 오는지도 모를 일이다. 곧 피어날 꽃이 간절함이 그렇고 보름에서 하루지난 달의 여유로움이 그렇고 곧 놓칠것만 같은 손끝에서 더 애달퍼지는 그것과도 닮았다. 막 산을 넘은 해의 붉고 깊은 여운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은 저녁이다.

가던 길을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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