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둑ᆢ툭툭툭. 담장 넘어 옥수수 넓은 잎에 빗방울 소리 묵직한 리듬을 전한다. 기어이 그 유혹을 참지 못하고 대문을 열고 그 앞에 섰다.
"이토록 맑아서 살갖마저 저려오는
한 때
그대 숨소리 잦아들어
어린 봉오리로 맺히는 순간을
떨리는 손끝으로
만지작거리노라면
은하 멀리서 글썽이던
그리움"
*이정님의 시 '새벽 비' 일부다. 정신이 맑아지는 새벽 담장 넘어 옥수수 잎에 떨어지는 빗소리로 잠이 깨어 그 소리기 전하는 리듬에 갇혔다.
파초를 가꾸어 보고 싶었다. 어렵게 어렵게 구한 파초를 뜰에 심고 정성을 들였다. 소낙비 내리는 어느 여름날 파초의 넓은 잎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 파초는 나와 두해를 살고 먼길 떠났다.
하동 쌍계사 높은 담장 밑 키 큰 늙은 파초와 송광사 불일암 텃밭의 젊은 파초를 떠올려 본다. 아쉽게도 햇볕 내리쬐는 여름날이서 빗방울을 담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떨리는 손끝으로 만지작거리노라면' 괜시리 비에 젖은 옥수수 잎을 만지작거린다. 파초가 떠난 대문 옆에는 잎넓은 연蓮이 자란다. 옥수수 잎에 울리는 빗소리에 먼길 떠난 파초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