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쪽하늘이 어두워지고 바람결에 비내음이 묻어난다. 일기예보야 어찌되었건 반갑기 그지없는 징후다. 넉넉히 온다면 더없이 좋을 비를 기다린다.
퇴근길 혹시나 기다리던 꽃을 볼 수 있을까하는 마음에 들어간 골짜기엔 말라 쩍쩍 갈라진 논바닥만 휑한 모습으로 마주한다. 올해 벼농사는 포기한 것인지 잡풀도 성기게 나 있을 뿐이다. 농부의 발걸음은 이미 끊긴듯 하다.
가물어 저 메마른 땅에도 생명은 자라고 꽃도 피었다. 논둑외풀인지 보일듯 말듯 작은 꽃과 눈맞춤하는 마음이 편하지 못해 이내 자리를 뜨고 만다.
산을 넘어온 바람이 무게를 더한다. 비는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