빤히 쳐다보는 눈빛에 염원이 담겼다. 꽃 피우기 전에 미리보는 꽃이다. 꽃은 일생은 어느 한 순간도 꽃 아닌 때가 없다. 사람도 매순간 화양연화花樣年華지만 잊고 살거나 애써 부정한다.

더딘 사랑 

돌부처는 
눈 한번 감았다 뜨면 모래 무덤이 된다 
눈 깜짝할 사이도 없다 

그대여 
모든게 순간이였다고 말하지 마라 
달은 윙크 한번 하는데 
한달이나 걸린다

*이정록의 시 '더딘 사랑'의 전문이다. 곰삭아 익은 맛의 깊이를 생각한다. 더디기에 더 깊고 넓은 품을 가졌으리라.

살랑거리는 바람따라 꽃향기 전해지는 곧 연꽃이 피어날 것이다. 그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잎을 내고 그 잎이 커져서 연꽃을 충분히 받칠 힘을 얻을 때 꽃을 피운다. 연잎이 먼저 이렇게 꽃으로 피어나며 미리 꽃길을 안내하고 있다. 이 모든 과정이 다 꽃이다.

달이야 윙크한번 하는데 한달이 걸린다지만 그 달의 윙크가 열 두번이 채워져야 비로소 맑고 향기로운 꽃을 물 위로 올릴 수 있다. 뜨거운 여름 그 열기 속으로 속깊은 향기를 번지게 하는 힘은 더디게 채워가는 그곳에 있다. 그렇게 꽃 피울 준비를 하는 시간이 1년이다. 그 1년, 어느 한순간도 향기를 잊어버린 때가 없다.

더디 가는 듯 하지만 멈추지 않은 걸음이다. 그 걸음마다 향기를 품어야 꽃으로 피울 수 있다. 더딘 사랑, 그 마음이 맑고 밝아 지극함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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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종 2017-06-25 04: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모든 과정이 다 꽃이다.‘ 따뜻한 문장이네요. 힘을 얻고 갑니다. .

무진無盡 2017-06-26 20:00   좋아요 0 | URL
꽃을 들여다보니 꽃아닌때가 없더라구요. 사람도 마찬가지구요 ^^